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13)화 (13/207)

1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13화"자네의 훈련 방식이야 이미 들어 알고 있지만 상위 라운드에 뽑힌 신인 선수들도 몇 달만에 지쳐 나가 떨어지는 곳이 여기야. 꼭 명심하게. 나는 개인적으로 자네를 오래보고 싶거든. 그리고 이곳의 지도 방식은 매우 자율적이라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선수의 마음대로 훈련을 할수 있다네. 반대로 배우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나와 같은 코치들에게 언제든 찾아와 질문해도 좋네. 감독님을 따로 찾아뵈도 되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눈빛은 살아있구만. 보니까 잘하겠어. 그럼 앞으로 일정에 관해서도 알려주겠네. 자넨 시범경기 등판이 시범경기 종료 전까지 등판이 확정된 만큼 경기에 나설 날도 정해져있거든."

맷 코치가 책상으로 되돌아가 한장의 종이를 가방에서 꺼낸 뒤 내 앞으로 내려놓았다.

거기에는 이번 시즌 시범경기 일정과 앞서 등판될 선수들의 정보들이 적혀있었다.

"첫경기부터 등판하는건가요?"

그중 특이하게 주황색 형광펜으로 체크된 일정들이 곳곳에 배치되 있었는데 이는 곧 내 등판일자로 추측되었다.

"그렇지. 프린터에서는 사실 자네의 그라운드 적응을 위해서라도 4선발 혹은 5선발로 등판시키려 했네만... 감독님과 내가 상의한 결과 자네의 몸 상태를 보고 좋다면 첫 경기 선발 등판으로 진행하려고하네. 괜찮은가?"

흠... 첫경기라.

꽤 놀랍다.

사실 시범경기가 단순히 유망주와 초청선수들의 무대라고 해도 첫경기와 마지막 경기 한해선 팬들에게 보여주기위한 또는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 체크와 함께 몸을 푸는 경기로 쓰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미국 나이로 18살된 애송이를 시범경기 한해서라지만 1선발로 쓰겠다니?

아무리 감독과 코치의 상호합의가 있었다고 해도 한국과 달리 프린터의 힘이 더욱 막강한 미국을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개입이 있었음을 느끼지 못할 수가 없었다.

"할 구단주님이 나서신건가요?"

그에 맷 코치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그렇지. 이왕 자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 구단주님과 단장님께 건의했네. 양키스 팬들 사이에서도 소문만 무성한 자네를 궁금해하기도 하고. 괜찮겠나?"

괜찮으냐라면..... 굳이 깊게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자신 없습니다."

"뭣?"

"못 할 자신이요."

그에 맷 블레이크 코치는 황당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더니 한참을 웃으셨다.

1.

"그리고 말이야. 이건 이닝과 투구 수 제한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 뒤로도 맷 블레이크 투수 코치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시즌을 앞두고 철저하게 계획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메이저리그 시스템.

높은 계약금과 많은 관심을 받고 입단한 루키에게는 엄청난 관리를 받는다.

나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만 유망주를 부상 없이 제대로 키우는 일이 구단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었으니.

옛말에 잘키운 유망주 1선발 부럽지 않다했다.

나는 맷 블레이크 투수 코치에게 등판 일정마다 정해져 있는 투구수 제한에 집중했다.

나는 이번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시작되는 시범경기에서 뉴욕 양키스의 첫 번째의 선발 투수와 다섯 번의 선발 보장 받았다.

첫 등판과 세번째 등판 까지는 3이닝에서 4이닝 사이, 최대 투구수 제한은 50개.

네 번째 등판과 마지막 다섯 번째 등판에서는 이닝 상관없이 투구수 90개의 제한을 받기로 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유망주 관리가 한국과 달리 철저한 메이저리그에서는 투구수 제한을 강력히 지키는 편이다.

훈련에선 선수의 의견을 존중해주지만 경기에서만큼은 코치진과 감독의 의견이 지배적인 만큼 공 개수 하나라도 제한 투구 수에 도달하면, 그 즉시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할 것이다.

"이번 시즌에 자네가 어디에서 던지든, 선발로 나설 땐 최대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질 일은 없을 거네. 그리고 시즌이 시작하게 되면 소모포어 때문이라도 첫번째 시즌에선 전체 투구 이닝 제한도 있을 거고. 그만큼 빡세게 관리하는건 모두 자넬 위해서라는 것만 알아주면 좋겠구먼"

"명심하겠습니다."

"부디 구단의 바람대로 빠르게 성장 해 주게. 정말로 자네가 과거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코어4의 한조각이 되어만 준다면 정말로 행복 할 테니까. 부탁하겠네."

맷 블레이크 투수 코치가 내 어깨를 잔잔히 두들겼다.

1.

맷 블레이크 투수 코치를 만나고 나오자, 이번에는 30대로 보이는 한국 남자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키가 170cm 정도 되는 키를 가진 사내였는데 투수 코치의 방에서 나온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반갑습니다. 이성호 선수. 앞으로 스트링캠프 기간동안 같이 다니게 된 선수식이라고 합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보라스 코퍼레이션에서 미국 적응을 위해 현지에서 일하던 한국인 직원을 보내준다고 했었는데 이 남자인가 보다.

"이미 에밀리 팀장님께 들으셨겠지만.... 적응 기간 동안 함께 하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내가 영어에 굉장히 능숙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뉴욕 양키스 측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양 측에서 현지 음식이나 자주 쓰지 않는 사투리 등이 미숙할 수 있다며 현지에서 10년 이상 일해온 직원을 보내주었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직행 조항으로 조건을 내건 나를 우습게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이번 해에 팀을 입단한 나에게 사소한 오해라도 생기면 안되었기에 귀찮더라도 꼭 붙어다니라는 말과 함께였다.

"이성호 선수, 혹시 바로 훈련장으로 나가실겁니까?"

"말은 편히 해주세요. 불편해요. 당장 몇 개월은 아니더라도 몇 주는 볼 사이잖아요? 저는 올해 생일 지나면 19살이에요. 형 맞으시죠?"

"아, 네... 올해로 서른 다섯 살입니다만.. 그래도 당장 말을 놓는건 좀...."

"그럼 그냥 말 편히해요. 저도 형이라고 부를게요."

선수식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안도했다.

"어... 그러자. 사실 많이 불편했거든. 대신 너도 존댓말은 하지마. 이 나이에 존댓말 듣는 것도 은근 어색하거든."

선수식은 한국 나이로 성인이 되자마자 엘리트 대학원에 합격해 미국으로 이민 온 케이스였다.

흔히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달까?

훈련장을 가는 도중 자신을 꾸준히 어필하듯 소개 했다.

듣는 입장에선 지겨워질법 했지만 괜히 에밀리가 유능한 직원이라 연락했던 것이 아니었는지 말 솜씨는 꽤 뛰어났다.

"사실 우리 어머니가 네 팬이셔. 고등학교 봉황기 결승전 때 공중파 중계였잖아? 우연히 집안 일 하시다가 보셨는데 공 던지는게 그렇게 멋있다고 하셨다니까. 그래서 내가 이번에 너 맡는다고 하니까 싸인 좀 가져와달라고 아예 부탁까지.."

"하하, 알았어요. 나중에 해드릴게요."

선수식의 이야기를 들으며 걷다보니 어느새 훈련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이미 몇몇 선수가 몸을 풀고 연습구를 던지고 있었는데 선수식이 그것을 보더니 나에게 설명했다.

"우선 오늘은 스프링캠프에서 투수와 포수밖에 못볼거야. 타자들은 이틀 후부터 합류하는게 전통이니까, 혹시 투수 코치가 다 말해줬나?"

"네, 기본적인 일정들은 모두 들었어요."

"그럼 굳이 설명 안해줘도 되겠네? 그럼 빨리 가보자. 구단에서 면담이 끝나면 곧바로 개리 산체스에게 데려가라 했거든."

"개리 산체스요?"

개리 산체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국제 드래프트로 뉴욕 양키스에 2010년 입단했다. 2015년에 데뷔해 2경기를 소화했으나 별 성과는 없었다. 이후 2016년 마이너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자 부진한 맥켄을 대체하기 위해 콜업되었고 2016년 데뷔 이후 5경기동안 2루타를 3개나 때려 장타력을 과시하더니 이어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선 5타수 4안타 1홈런으로 폭발했다.

저때 까지만 해도 양키스의 팬들은 '잠시 올라온 신인 선수치곤 좀 하네?' '저런 선수가 있었나?' 정도의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시즌 중후반엔 50경기만에 20개의 홈런을 쳐냈고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을 경악케하더니 마이클 폴머에 이어 신인왕 투표 2위를 기록했고 눈도장을 찍은 덕분인지 양키스의 주전 포수였던 브라이언 맥켄이 휴스턴으로 트레이드가 되었고 이번시즌엔 자연스럽게 주전 포수 자리를 획득했다.

'그리고 이번시즌엔 33홈런을 때려내고 포수부문 실버슬러거를 받고 뉴코어 4의 한 조각으로 낙점 받기도 하지.'

잠시 미래를 회상하던 때 포수 보호 마스크를 머리 위로 올린 개리 산체스가 훈련장 입구에 서있는 우리에게 다가왔다.

선수식과 몇 마디 나눈 산체스가 나에게 다가왔다.

"영어 꽤 잘한다며? 선이 그러던데? 잘 왔어. 소문만 무성한 슈퍼루키를 먼저 보다니."

"반가워요. 개리 산체스."

"나도 반갑다고. 그나저나 영상보다 키가 꽤 커졌네?"

"아직 열 여덟 살이니까요."

"거기서 얼마나 더 크려고 그래? 조금만 더 크면 올려다 봐야겠어. 그만 크라고."

"뭐 성장판 검사받아보니 여기서 더 크긴 힘들다더라구요. 걱정하시는 일은 없지않을까요?"

개리 산체스는 나보다 6살이나 많았다.

그는 이번시즌 주전 포수로 낙점되 구단의 기대를 받고 있는만큼 여유롭게 나를 맞이해 주었다.

"뉴스에서 많이 본 얼굴이지만 정말 질투날 정도로 잘생겼고만. 데릭지터 부롭지않은데?"

"고마워요. 개리 산체스도.... 그.. 음... 귀여워요."

"하하하, 억지로 칭찬 할 필욘 없다고. 리, 중요한 건 실력이니까."

정,정말인데..

웃을 때마다 어렸을 적 고아원에서 많이 봤던 곰돌이 푸우를 닮아 상당히 귀여웠다.

"그것보다 본항기 였나?"

"봉황기요."

"어!  음, 그래. 감독님 말씀 듣고 본항기 결승전을 봤거든. 네가 상대 팀을 상대로 압도적으로 투구 하는 거. 정말 감명 깊게 봤다고. 어서 빨리 공을 받아보고 싶을 정도로."

"그래요?"

"그렇다니까. 우리 주전 타자들도 너를 꽤 기대하고 있던데? 특히 애런이 네 포심을 신기하게 바라보더라고."

"애런 저지요?"

"음? 애런을 알아?"

알다마다, 전생에 나만 만나면 홈런을 뻥뻥 처대던 놈을 모를 수가 없지.

애런 저지는 뉴욕 양키스의 주전 외야수로써 이번 시즌부터 역대급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포텐을 터트릴 것이다. 그리고 뉴 코어 4의 한 조각 중 한 명이기도 하고.

잊으려야 잊을수가 없는 놈이다

흔히 말해 애런 저지와 나는 천적이었다.

그것을 극복하려고 뉴욕 양키스와의 등판이 정해진 며칠 전부터 애런 저지의 약점을 공부하고 그랬었는데....

'소용 없었지.'

그런 괴물 같은 놈이랑 같은 팀이라니.

새삼 회귀한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냥 작년 시즌 메이저리그 기록을 살펴보니 있더라구요."

"애런 힉스도 있어서 어떤 애런인지 몰랐을텐데... 음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아무튼 얼마 전에 애런이랑 통화를 했거든. 네 계약 기사를 보고 나서. 그 때 우린 네가 오면 내기를 하기로 했어."

"엥? 갑자기요?"

"나랑 자신 중 누가 더 먼저 너의 그 포심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는지 말이야. 그러니까 너도 참여해달라고."

개리 산체스는 귀여운 인상과 다르게 악동 같이 씨익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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