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12화뉴욕 한가운데 있는 고급 호텔의 레스토랑 최상층에서 만난 뉴욕 양키스 구단주인 할 스타인브레너는 의외로 나와 말이 잘통했다.
"리, 오늘 정말 즐거웠소."
할이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손을 내미는 것을 붙잡았다.
"저도요. 사실 오늘 처음 미국에 와서 구단주와 만남이 부담스러웠는데 가끔 만나 식사해도 될 정도로 재밌었는데요."
"허허. 개인적으로 이 늙은이랑 함께해줘 고맙구만. 그렇지만 구단의 기대를 듬뿍 받고 있는 자네의 귀한 시간을 뺏을 순 없지."
"하하하, 재밌네요."
"근데 자네 그거 아나?"
"나는 원래 자네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네."
"...."
"그럼에도 내가 자네를 영입한 이유는 한가지 일 때문이었지. 내 막내 아들이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보고는 조르더라고. 자네를 당장 영입해 '악의 제국'을 다시 세우자고 말이야"
당연히 처음 안 사실이다.
내가 한국에서 던진 경기가 해외에서도 꽤 이슈 됐다고 에밀리에게 소식을 들었지만 그것이 뉴욕 양키스 구단주의 아들까지 보게 될 정도로 이슈가 됐다니.
"사실 막내 아들의 말을 듣고도 나는 자네를 그다지 원하지않았네. 그깟 고등부 리그에서? 하지만 우연히 아들이 보고 있던 한국의 고등학교 결승전에서 아름다운 피칭을 보고 마음을 바꿨지. 그래서 캐시먼에게 전화해 당장 일렀지. '리라는 선수 당장 알아봐!' 라고 말이야"
"하하하, 그런 일이 있었군요."
"큭큭, 다시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야. 캐시먼은 그 때 일 때문에 책상에 몇번이나 머리를 박았다더군. 이게 꿈이 아니길 주여.. 이러면서 말이야. 뭐 다행히 우리 구단에서도 크게 될 놈으로 보고있었고 다행히 자네를 밤비노의 저주 걸린 구단에서 뺏어올수 있었지."
"..."
"난 자네가 350만달러의 보너스를 포기하고도 내건 조건을 꼭 이뤘으면 좋겠네."
"이유가 있으십니까?"
나의 질문에 회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할이 답했다.
"알다시피 악의 제국은 2010년부터 명성을 잃기 시작했어. 과거의 명성에 취해 모두가 미쳤었지. 나 또한 마찬가지고."
"...."
"그거 아나?"
"무엇을 말입니까?"
"지금 미국 모든 스포츠 언론들은 2017 시즌 뉴욕양키스는 망할 것 이라고 뉴스를 내보낸 것을?"
"...예"
"허허, 한국에서도 역시 그랬구먼. 하지만!"
갑자기 눈빛을 바꾸며 악센트를 강조한다.
"나는 다를 것이라고 보네. 그동안 준비해두었던 프로젝트는 완벽해."
나도 안다.
2017년 기점으로 뉴욕 양키스가 준비해두었던 뉴코어들이 얼마나 뛰어난 경기력을 가졌는지.
어쩌면 나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가 동일한 계약 조건을 내밀었어도 뉴욕 양키스에 손을 뻗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새로운 코어4의 탄생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네."
데릭 지터
호르헤 포사다
앤디 페티트
마리아노 리베라
과거 악의 제국 위에 올라타 리그를 지배해 호령했던 선수들.
할은 이번 시즌 뉴욕 양키스는 그런 시대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나는 자네가 그 일원의 한조각이 될수 있다고 믿네. 자네는 어떤가?"
광기가 깃는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웃는다.
"저는....자신있습니다. 새로운 코어4 중 한 조각으로 당당히 불릴 자신이요. 일명 뉴코어4 중 하나로 말이죠."
1.
할 구단주와의 만남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치게 되자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2017년 2월 14일 화요일.
뉴욕 양키스의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었다.
미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스프링캠프라기보단 스프링트레이닝 (spring training)이라고 부르고 스프링캠프라는 단어는 낯설어한다.
훈련하는 방식도 다른데 한국 프로야구가 시행하는 단체훈련과 다르게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투수들은 투수들대로 타자들은 타자들대로 포지션별로 짧은 훈련 기간을 가진다.
그러다 2월 말이 되면 곧바로 시범경기가 시작되고,4월 첫째 주에 정식 메이저리그 시즌을 시작하는 것이 한국 프로야구와 다른 이곳의 방식이었다.
스프링캠프 훈련에 참여하는 선수는 보통 50여명.
메이저리그 구단 40인 로스터에 든 선수와 구단에서 기대를 받고있는 유망주들 그리고 스플릿 계약을 맺고 초청된 자유계약 선수등이 스프링 캠프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데 초청된 선수들 같은 경우 훈련 기간이 끝나갈때쯤 시작되는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하나 둘씩 시험대에 올라 캠프를 떠나게 되고, 구단의 기대를 받는 유망주들은 훗날에 있을 40인 로스터 확장에 들기 위해 정식 시즌보다 더욱 경기에 집중하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유롭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곳보다 냉정하고 규칙적인 곳이다.
나는 스프링 캠프에 도착했다.
350만달러를 포기하고 선택한 메이저 리그 직행에 관한 조항은 메이저 리그 내에서도 꽤 이슈가 되었는데 그것이 이미 퍼질 때로 퍼졌는지 나를 보며 자기들끼리 소근거리는 선수들을 볼수 있었다.
그것을 무시하고 마중 나와 자신을 '맷 블레이크' 라고 소개한 투수코치를 따라 움직였다.
"리, 난 이미 자네를 알고있네. 350만 달러를 포기한 슈퍼 유망주로 불린다지?"
"글쎄요. 슈퍼 유망주라 불린다 보기엔 메이저리그 공식 트위터에선 350만 달러를 포기하고 지옥으로 입성한 멍청한 애송이라 불리던데요?"
"큭큭, 그런건 신경 쓰지 말라고. 자네가 잘만 한다면 그런 멍청한 의견들은 싹 사라질테니"
"그렇죠. 잘만 하면요."
"뭐 그런게 이곳의 룰 아니겠나? 실력만 있다면 모든게 용서되는 곳이지. 그리고 난 이미 자네가 던지는 공들은 모두 파악하고 있네. 구단주까지 나서서 영입하게 된 자네가 정말 궁금했거든."
"호, 그래요?"
"흐흐, 당연하지. 개인적으로 봉항기? 본항기? 그 결승전 때 있었던 퍼펙트 피칭은 감탄하면서 봤을 정도라네. 특히 자네의 투구폼이 하루만에 달라 졌다는 것에 깜짝 놀랐을 정도였지. 평소 연습하던 투구 폼이었나?"
전생에 쓰던 폼을 살짝 수정해서 사용했을 뿐이에요. 라고 대답할수 없었던 나는 '네 그렇습니다.' 라고 답했다.
그에 고개를 끄덕인 맷 코치가 입을 열었다.
"역시 그렇구만. 달라진 키와 몸무게에 맞춰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보라스에 있는 짐과 몇달의 훈련을 거쳤다지?"
"네"
"흠.... 짐 멀린이라.. 확실히 뛰어난 디렉터지. 다행이구만. 감독님께서 자넬 잘 챙겨주라고 얼마나 아우성인지. 몸은 어떤가."
"좋습니다. 당장 시합에 나가도 될 정도로요."
잠시 작게 고개를 끄덕인 맷 코치는 나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역시 한간의 모든 관심을 받는 선수답구만. 그런데 리, 아직 시범경기 들어서기도 전일세. 지금은 괜찮지만 시즌이 거듭할수록 힘든건 자네야. 다음부턴 스프링캠프 기간에 맞춰 몸을 풀어가게나."
"그정돈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급격히 성장한 몸때문에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조금 혹사했을 뿐입니다."
이또한 '부상을 입고 싶어도 입을 수 없어요' 라고 대답할 수가 없어 대충 얼버무렸다.
그 핑계가 그럴싸 했는지 맷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뛰어난 유망주야. 라고 답해주었다.
"그것보다 시범경기 팀 내 자책점 1위를 조건으로 걸었다라.... 정말 대단한 배짱이야."
"자신 있습니다."
자신있다고 대답한 나를 더욱 호기심 짙은 눈으로 살펴보던 맷코치는 입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난 자네의 도전을 응원하지. 난 지금의 메이저리그는 낭만이 없다고 생각하거든."
낭만?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나를 본 맷코치는 씨익 웃었다.
"서비스타임, 연봉조정신청, FA 이런것들로 야구라는 신성한 스포츠들이 점점 썩어가고있지. 겉으론 매너의 스포츠, 신사의 스포츠라며 블라블라 떠드는 언론들이 꼴사납다고 생각하네. 자네같은 유망주들을 1년이라도 더 쓰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그런데 자네의 계약 소식 하나로 미국 고등부 대학부 선수들이 그런 계약 조건을 하나둘씩 내걸려 하는 움직임이 있다는것을 아나?"
처음 듣는 소식이다.
"투수와 같은 경우엔 자네와 같이 시범경기 자책점 기준, 타자들은 3할 5푼 홈런 몇개 이런식으로 계약 조건을 걸어 메이저리그 직행 조건을 걸려는 움직임이 포착됐지. 이것이 얼마나 새로운 바람인지 자네는 모를거야. 비록 작은 바람에 불과하겠지만. 작은 바람에 태풍도 만든다는 것이 나비효과를 뜻하는게 아닌가? 난 그렇기에 자네를 더욱 응원할걸세. 부디 꼭 이뤄주게나."
"...네. 알겠습니다."
그 이후 맷 코치가 나를 대하는 모습은 한결 더 편안해졌다.
마치 할아버지와 손자의 대화 같았다.
1949년에 태어난 맷 코치는 1998년에 태어난 나보다 무려 49년이나 빨리 태어났으니 굳이 틀린 말도 아니지만.
거기에 1960년대 중반부터 메이저리그를 보며 자란 코치가 2번의 인생을 더 살아온 나도 모르는 정보들을 알려주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리, 투구 밸런스는 자네의 그 똑똑한 머리로 이미 해결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네. 포심 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 커터, 슬라이더. 왠만한 프로선수들도 세가지나 네가지 구종을 던지는데 자네는 18살이라는 나이에 다섯구종이나 던지지. 그렇게 완벽해보이는 자네에게도 필요한 것은 있네. 뭔지 아나?"
과거 이야기를 하다말고 뜬금없이 꺼낸 맷 코치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첫번째 인생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코치들이 동일한 질문을 했던 것을 기억해낸 나는 입을 열었다.
"메이저리그에 대한 경험과 적응이요?"
"호, 역시 리는 가르칠게 없구만. 감독님도 자네의 그 점을 걱정하시더군."
"사실 보라스 코퍼레이션에 제 에이전트를 맡고 계신 에밀리 팀장 님도 그런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보라스 코퍼레이션이라... 참 이럴 땐 고맙구만. 확실히 선수에겐 좋은 회사야. 선수들을 가지고 장난칠 때 만큼은 얼굴에 펀치 한번 날리고 싶지만서도."
선수에겐 천국을, 구단에겐 지옥을.
보라스 코퍼레이션이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자라 미국으로 건너온 해외 유망주들이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속으로 되웃곤 하지.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는 것은 어디서나 똑같은데 프로가 되서라도 다를 게 있겠어? 라고 말이야."
맞는 말이다. 실제로 나도 첫번째 인생에서 저렇게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마이너리그 단 일주일만에 고쳐먹을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이동거리, 단기간에 치뤄지는 162경기.
비록 메이저리그에서는 구단 비행기를 타고 편히 가지만 사실 그조차도 적응하기 쉽지않다.
광활한 땅답게 넓은 미국 땅에서 매번 시차 적응을 해야하고 적응할 때 쯤이면 162경기라는 엄청난 경기 수가 자신을 괴롭히기 시작할테니까.
이와 같은 혹독한 일정 속에서 언론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자란, 흔히 싹이 보이는 신인이 적응에 실패해 엉망이 되는 일은 맷 코치 입장에서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눈 앞에서 '저는 그럴 일이 없을 겁니다' 라며 호기롭게 외치곤 하지만 맷 코치 입장에선 리는 단순히 한국 땅에서만 자라 관심을 독차지해 자신감이 가득할 수 밖에 없는 한 유망주에 불과했다.
잠시 정을 나눴고 떠나보낼때 그만큼 슬픔을 가져다주었던 신인들을 떠올린 맷 코치는 나에게 진심을 담아 조언했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추천과 선작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