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8)화 (8/207)

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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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우면서 은근히 섹시해보이는 표정이다.

안그래도 모델처럼 비율이 좋아 여성 정장임에도 검은 스타킹을 쫙 빼입어 꼴렸는데 지금은 반쯤 발기될 정도다.

"후훗, 우선 내년 개막할 2017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진이 부족한 구단을 찾는거에요. 어차피 다음 시즌 때문에서라도 투수진을 보강해야되잖아요?"

"음.. 그렇죠?"

"일단 밑밥을 까는거죠. 그 구단들에게 필요한건 준수한 투수인데 어느정도 입증된 투수잖아요? 그렇지만 리는 지금 한번도 입증되지 못했으니 메이저리그 스트링캠프 초대권, 그것도 마지막 경기까지 보장된 조항을 넣는거죠. 보통 캠프 마지막즈음 메이저리그 구단은 팀 구상 검증차 대거 주전을 넣으니까요. 만약 캠프 마지막까지 투수진 중 가장 낮은 자책점을 찍으면 25인 로스터에 포함시키는 조항을 넣는거죠! 어때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설명을 마친 에밀리가 나를 보며 씨익 웃는다.

나는 신중하게 고민하는 척을 했지만 내심 놀랐다.

왜냐하면 원래 저 방법은 내가 에밀리에게 알려주려던 방법 중 하나였으니까.

역시 미래에 최연소로 보라스 코퍼레이션 부사장까지 오르는 이유가 있는 걸까?

"음..."

"물론 팀 내 자책점이 2위라도 되면 곧바로 마이너리그에 썩어야되지만요. 하지만 이런 조항도 없으면 기회는 커녕 계약조차 못할 거에요. 18살 내년이면 19살이 되는 유망주에게 메이저리그 직행을 조건으로 계약하려는 미친 구단은 없으니까요. 이성호 선수가 이것마저 거절하신다면 선수의 의지니 메이저리그 직행조건을 가지고 알아보겠지만... 설명했다시피 계약이 힘들어질거에요."

에밀리는 눈을 번쩍이며 필사적으로 나를 설득했다.

'메이저 리그 직행' 이라는 욕심을 내가 버리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차선의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하긴, 입장을 바꿔서 생각 해보면 나라도 이 조건이 없다면 계약 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됐다.

구단들이 현재 나에게 기대하는 상한선은 엄청 잘되야 2-3선발 급이니 말이다.

더군다나 스카우트들에게서 잠재력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모든 선수가 잘 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70-80스케일을 받고도 망한 선수들이 수두룩했으니까.

더군다나 아직 어린 나이인 나를 향해 당장은 기대도 없는 구단들이 계약금을 대폭 낮추고 메이저리그 25인 로스터권을 두고 조건을 걸면?

'얼씨구, 좋다 하며 싼값에 좋은 유망주 얻었다 생각하겠지. 상식적으로 18살 내지 내년에 19살되는 애송이가 당장은 담금질 없이 버틸수 없다고 생각할테니까'

그래. 이쯤이면 됐다.

아니 차고 넘친다. 벌써부터 나를 싼값에 붙잡으려는 멍청한 구단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구단들과 접촉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이성호 선수는 편히 쉬고 계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저 대신 고생해주세요. 에밀리씨."

싱긋 웃으며 자리에 일어나 손을 내밀며 말했다.

내민 손을 붙잡은 에밀리의 손을 살짝 엄지손가락으로 쓰담듯 쥐며 놓았다.

그러자 에밀리가 흠칫 했지만 순순히 웃는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저야말로 잘 부탁 드립니다. 이성호 선수. 그럼 전 이만 가서 연락부터 해볼게요."

"예."

서둘러 짐을 챙겨 나가는 에밀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뒷태 죽이네. 진짜'

1.

한국 출장을 다녀온 에밀리는 급히 팀원들을 소집했다.

"이성호 있잖아."

"어, 네. 미팅하러 가셨었잖아요? 잘하고 오셨어요?"

"음..... 걔 또라이야."

"네? 갑자기 무슨... 아시아인이잖아요? 거기다 평소 성격 보면 호구라고 소문이 자자하던데요?"

"혹시 갑자기 한국에 남고 싶다거나 그런건가요?"

"그럴리가 없을텐데. 사전에 이미 미팅 다 하지않았어요? 밀러가 직접 통화까지 해서 미국 진출 확답 받았었잖아요? 밀러, 그렇지?"

"응, 그렇지. 에밀리 무슨 일이길래 그래요?"

한국에 있었던 일들을 모르는 팀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에밀리에게 물었고 에밀리의 기나긴 설명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 놈이네요."

한 팀원이 한 혼잣말에 모두가 입을 떡 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라이네"

"미친, 700만달러를 버린다고? 걔 뭐 부잣집 아들이야? 어이, 밀러 걔 너가 조사했잖아? 어디 한국 기업 아들내미라도 되는거야?"

밀러는 고개를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오히려 가난하게 산다더군. 17평 집에서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가 식당 일을 하며 힘들게 자랐어."

"허, 그런데 수백만 달러를 버리고 저런 조건을 건다고? 무슨 자신감이길래...."

"아니 그것보다 캠프에서 팀 내 가장 적은 자책점이요? 그게 가능합니까? 아무리 우리가 조사한 결과로 유망한 유망주라고는 하지만 ... 심지어 2위라도 해버리면 수백만달러만 날라가고 그냥 마이너리그 직행하는 거잖아요?"

"그게 무슨 개같은.... 아니 우리가 얘 띄우려고 얼마나 그 개고생을 했는데..... 지금이라도 설득해야되는 거 아니에요?"

에밀리는 팀원들의 성화에 고개를 내저었다.

"절대, 자신의 뜻을 굽힐 생각이 없대."

"....그럼 지금이라도 계약을 취소를"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보라스가 이번에 물건 하나 건졌다고 그렇게 우리를 칭찬한게 엊그젠데. 니들 보너스 받은거 반납할 자신있어?"

얼마 전, 보라스가 이성호와 계약 기념으로 건네준 보너스를 생각해낸 팀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떨군다.

"그건 안되요. 얼마전에 신상백 샀는데.."

"난 이번에 에어컨 하나 신상으로 뽑았어.."

"하... 최소 600만에서 700만까지 받아낼수 있는 애가...."

에밀리는 이런 분위기를 환기라도 시키듯 큰 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그렇게 됐어. 뭐 이것도 겨우겨우 사정해서 조건 달은거야. 원랜 메이저리그 직행권을 원했다고. 후우... 스스로 계약금이 적거나 훗날 연봉 조정 신청에서 조금 피해를 입어도 괜찮다고 했으니... 이런 조건 추가해서 새로 제안서 만들면 돼"

"음... 그럼 지금보다 더 꼼꼼한 자료가 필요하겠네요. 한국에서 한 몸에 관심 받고 있는 스타성 있는 선수에 포텐셜은 조금 더 뻥튀기 시키고, 사생활 깨끗해 아시아인 답게 예의바르다는 것도 추가하고 외모는.. 뭐 말할것도 없고 영어도 자연스럽게 하긴 하지만..... 하!! 미치겠네."

"그래, 다이슨 말 잘했네. 조금 부풀려서라도 메이저리그에서 바로 뛸 수 있다고 어필할 자료들이 필요해. 소설 하나 찐하게 집필해 봐 . 한국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유망주니까 계약소식과 동시에 예상되는 중계권료, 유니폼 판매 등 어쨋든 장점이야 많으니까"

"네.... 준비할게요. 물론 그것도 이성호 선수가 못하면 소용없는 거지만요..."

"그렇게 할게요. 팀장님.... 하 또 밤새야겠네"

모두가 울상을 지었다.

"모두 표정이 왜 그래? 너무 부담 가지진 마. 어차피 까보기 전까지 모르는게 이 바닥 아니야? 그리고 내가 보기엔 리는 진짜야. 그러니까 이 참에 우리가 왜 보라스 코퍼레이션인지 보여주자고."

그렇게 이성호와 악수를 했던 손을 한차례 쓰다듬으며 고생할 팀원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어줬다.

1.

에밀리와의 만남이 있고 며칠 뒤, 신월 고등학교.

1975년 한동희 감독을 추대해 초대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2000년도 초반까지 고교리그 최강자 자리를 다툰 명문 고등학교다.

어렸을 때 그렇게 이 고등학교 들어오게 되어 정말 기뻤지만 오늘만은 어째선지 분위기가 묘해보였다.

여튼 겨울 방학으로 학생들도 없는 내 모교에 온 이유는 하나 밖에 없었다.

나는 1회차 인생에서의 고등학교 시절 추억들을 회상하며 야구부 감독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와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좀 피곤해보이는 감독님이 눈에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반 접어 인사를 하자 감독이 자리에 일어서 손님 맞이용 쇼파 쪽으로 향했다.

"그래, 자리에 앉아라"

어째선지 체념한 듯한 목소리가 그윽했다.

회귀 전에도 이런 표정을 본 적이 없는데...

일전에 나와 약속한 것들을 머릿 속에 정리하느라 진이 빠지신것 같았다.

"그래. 그래서 미국 간다고?"

"예, 한국은 좁으니까요."

"좁다라... 세상 참 좋아졌어. 나 때는 한국 떠나는 걸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는데."

"..."

왠지 회상에 잠긴 김병민 감독을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갈 팀은 정했고?"

"예, 오늘 전화 왔습니다. 공식 발표는 아직 안했지만 아마 상세한 조건들 조율하면 다음주쯤 사인할 것 같습니다."

".... 그래, 잘됐다. 내 밑에서 메이저리그 선수가 나오다니. 허허...."

"...."

"그럼 계약하고 하루 뒤면 충분 하겠느냐?"

"예, 한창 제 계약 때문에 시끌시끌 할 시기도 하고 그 쯤이 적당한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다. 병진이한테도 말해놓으마.."

다시금 묘한 표정으로 김병민 감독을 바라보자 날 바라보며 헛웃음을 짓는다.

"허허, 이상한 짓거리 할 생각도 없으니 그건 너무 걱정하지말거라. 그리고 학부모들 만나서 돈도 다시 되돌려줬으니.... 끄응."

이건 좀 의외다.

본래 학부모들을 설득해 크게 다시 한 번 터트릴 생각이었는데 김병민 감독이 그 일을 해결하다니.

아무래도 이번에 김병진을 크게 혼내며 깨달은 것이 있나보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고생하고, 꼭 잘 되거라.."

우뚝.

일어서려던 것을 멈춰 회한이 가득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김병민 감독을 바라보았다.

"병진이 너무 미워하진 마라. 저래보여도 어렸을 때부터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병원에 갈 정도로 정신이 나약했던 놈이다. 어느순간 독기 가득찬 눈을 하며 내 옆에서 코치하고 싶다고 졸라댔는데...... 혹시나 싶던 마음을 무시한채 내가 받았던 것이 문제였지.... 미워해도 날 미워해....정말 미안하구나..."

말과 동시에 끄윽 끄윽 울어대는 김병민 감독을 삼 초간 쳐다보고 자리에 일어서 뒤돌아 문을 향해 걸어갔다.

"저는 평생 당신과 당신의 아들을 잊지않을 겁니다. 용서하지도 않을 거구요. 하지만.."

적어도 이젠 미워하진 않겠습니다.

라는 말을 삼키며 문을 열고 나왔다.

정말 2번의 인생동안 지독했던 인연이 드디어 끝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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