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3)화 (3/207)

3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3화서울 신창고 야구부는 대개로 점심시간 이후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다만 대회 결승전을 이틀 앞둔 상황인 만큼 아침 조회만 참석하고 곧장 운동장으로 모였다.

나는 아침 조회 이후에 있는 정상 수업들에 불참했지만 운동장 왼편에 있는 스탠드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장면을 야구부원들 몇몇이 부럽게 쳐다보고 있었고 감독인 김병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미 몸도 풀어뒀고 당장 내일 모레 결승 선발인데 좀 쉬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였다.

'후, 진짜 다시 돌아왔구나'

신과의 2회차 계약을 통해 인생 리셋.

비록 한국나이로 19살 , 미국 나이로 18살인 고등부 야구 대회 마지막 경기 이틀 전으로 회귀하는 것이었지만, 비현실적인 현실 속에 순식간에 적응하긴 어려웠다.

그런 날 일깨운 것은 한 중년 남성이었다.

"야, 이성호!"

"...."

"이 새끼가 벌써부터 빠져가지고는. 프로가기 전이라고 벌써 뻗대냐? 아주 선후배고 없다 이거야? 당장 내일 결승전인데 공 안던지고 뭐해? 이새끼가 진짜. 그리고 너 내가 고치라는건 고쳤냐? 내가 너 그렇게 가르쳤어? 엉?"

어디선가 익숙한 호통 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중년 남성이 더욱 일갈했다.

"얼씨구, 일어서는것봐라. 진짜 빠져가지고. 너 언론에서 좀 띄워주니 코치고 뭐고 다 좆밥으로 보이냐?"

"....."

"어쭈, 끝까지 대답 안 해? 그렇게 보이냐고!"

짝-!

갑작스런 소리에 주위에서 몸을 풀고있던 팀원들이 놀란 표정을 내지으며 내 쪽을 쳐다보았다.

"야, 저거 말려야 되는거 아니야? 당장 내일 모레 결승인데.. 얼굴에 상처라도 나면 어떡해? 이번엔 중계까지 하잖아?"

"냅둬, 지 잘난 맛에 사는 놈이 뭐 이쁘다고"

"그래도.."

"가만있어. 감독님도 가만히 계시잖아"

주위의 소곤거림에 정신을 차린 나는 1회차의 기억과 이번 생의 기억이 뒤섞여 정리되던 차에 한가지 사실을 기억했다.

'하, 기억나네. 이 때 당시에 난 호구였지.'

1년 내내 에이스를 맡아온 나는 통칭 호구였다.

가끔가다 그런 인간 있지않나, 저거 바라면 거절하지 못하고 해주는, 그리고 소심한 성격에 혼자만 참으면 좋을 날 온다는 그런 인간.

나는 이 때 그런 인간이었다.

가르침이라는 명목하에 온갖 조롱과 트집 그리고 체벌까지 당하면서 팀원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참아왔다.

대학부로 진학하기 위해 우승 경력이 필요하다는 팀원들의 성화에 팔을 갈아가며 던졌고 이것은 1회차의 나에게 끔찍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겼다.

아마 포스트 시즌 증후군이 더 심각해진 이유에 이 또한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눈 앞의 중년 남성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했다.

'어떻게 할까?'

기껏해봐야 17살에서 19살인 성인도 안된 놈들이다.

증거는 없어도 증인정돈 만들수 있다.

고민끝에 나는 생각 했던 그대로. 뱀눈깔로 자신을 꼴아보는 코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좆까세요."

1.

김병진.

고등 야구부의 최대 적폐 인물 중 한 명이다.

오죽하면 지방에 있는 중학 야구 부원들도 신창고 야구부는 피해야된다! 라고 소문이 날 정도로 소문이 자자한 양반이다. 선출(선수출신)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한국 프로야구 레전드 중 하나로 손꼽히는 김병민의 하나 뿐인 아들.

재능도 없어 프로선수가 되지도 못해 평소 프로 선수들에게 열등감이 있어 조금이라도 끼가 있어보이는 애들에게 가르침을 명목으로 혹사시킨다.

아마 이런 방식으로 보낸 애들만 여럿일것이다.

1회차 당시 생각해보면 내 정신병은 반쯤 이 양반 때문이지 않았을까?

비선출 출신 코치라는 불명예에 질투심에 눈이 멀어 앞뒤 분간 못하는 그런 놈이 내 눈앞에 서있었다.

"좆까시라구요. 다시 한번말씀드려요? 좆까라고. 좆까라고!"

보통 소리치면 고개를 숙이며 '잘못 시정하겠습니다. 코치님' 이라고 말해야 될 내가 정색하며 소리 치니 김병진 코치가 순간 당황해하곤 이내 얼굴이 시뻘개진다.

"이익..!!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뭐? 뭐를 까? 좆을 까? 이새끼가 미쳤나. 너 이 새끼 내가 그렇게 가르쳤어?"

그래. 이게 김병진이지.

안그래도 하루아침에 18년 이라는 시간을 회귀해 적응도 덜된 참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내 적응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주는구나.

그 때 김병진 코치가 다시금 나를 때리려는 건지 손을 들어올리자 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지금 그 손 제 몸에 닿는 순간, 내일 당장 인터뷰하러갑니다. 자신있으면 한번 쳐보세요. 제목 하나 기가막히게 뽑히겠네요. <비선출 출신 코치 질투심에 몰려 프로 앞둔 학생 구타> 지금 내 인터뷰 따려는 기자들 수만 생각해보면 아주 저녁 9시 뉴스까지 점령하시겠는데요?"

"..."

"아, 거기다가 애들 시켜서 분위기 조장해 혹사 시킨것도 있죠? 카톡에 대화 내용 다 있을텐데 이것도 제보할까요? 아, 그리고 또 있네. 그동안 나처럼 혹사시켜 보낸 애들만 둘이죠? 싹보이는 애들 이렇게 내보낸거? 걔들 찾아서 인터뷰 따면 스토리 줄줄이겠어요?"

"...."

누군 비현실적이라 비웃겠지만 모두 현실이다. 프로 가능성이 낮은 애들을 달콤한 이야기로 회유해 나처럼 가능성 있어 보이는 선수들을 혹사시키거나 왕따시켜온게 저 양반이다.

"시리즈 장편 하나 나오겠네요. 마지막 피날레는 아버지 이용해 코치되고 학부모들한테 뒷돈받은거 밝혀져서 깜빵가는건가?"

"너 이새끼... 그걸 어떻게"

김병진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헛걸음질을 쳤다.

"자꾸 새끼새끼 하지마시고요. 그리고 그걸 어떻게 몰라요? 씨발. 딱보면 알지.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새끼가 이런저런 핑계로 애들 건들고 나도 건들고. 지금 생각해보면 지나가는 개도 웃겠다. 내가 당신 때문에 전생에서..  아니, 암튼 안맞는 폼이랑 그립 다시 바꿔서 연습한거 때문에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알아!!!!?"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이 양반이 코치랍시고 반강제적으로 나의 투구폼과 그립을 건드려 개고생을 한 것을.

전생에선 그걸 고치려고 마이너리그에서 5년동안 썩은 빵을 먹어가며 썩어간 것을 생각하면 식은땀이 흐른다.

아직도 가끔씩 꿈에서 나올정도니.

"씨발, 아무튼 난 이렇게 못던지겠다. 니가 좋아하는 쟤 있지?"

한 놈을 손으로 지목했다.

지목당한 놈이 당황했지만 개의치않고 입을 열었다.

"쟤 이름이 뭐였지? 대연? 이대연? 그래, 니 후장까지 빨아재껴주는 쟤 이대연 써. 씨발. 쟤네 엄마한테 이것저것해서 몇백쯤 받았잖아? 아주 좋겄네. 니들끼리 다 해처먹어서. 나는 어차피 미국으로 뜰거니까 니들끼리 더 해쳐드세요. 알겠어요?"

"...너 이 새끼 뭐라는.."

그 때였다.

주춤거리며 서있는 김병진 옆에 한 남성이 나타나더니 김병진의 뺨을 후려갈겼다.

짝-!

"너 진짜냐?"

"아....아버지.."

김병진의 망했다는 표정과 올 것이 왔다는 내 표정이 희비를 가른다.

김병진의 아버지인 김병민의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김병진의 뺨을 한차례 더 후려갈겼다.

"진짜냐고!! 씨발놈의 새끼야. 너 내가 뭐랬어. 애들 괴롭히는건 상관없어도 그깟 푼돈 한번만 더 받으면 아버지고 뭐고 없댔지? 근데 뭐? 또 받아? 너 당장 따라와. 오늘 너 죽고 나도 죽으련다."

"악,악 아버지, 잠시만요."

"아버지는 개뿔. 내가 학교에서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감독님이라고 부르랬잖아!!! 잔말 말고 따라와!"

김병민이 김병진의 귀를 세게 부여잡고 몇걸음 움직이더니 주위를 쓱 돌아보며 외친다.

"니들 오늘 일은 다 입다물고 있어라. 성호랑은 내가 다시 이야기 할테니까, 오늘은 그만하고 개인별로 훈련하다 내일 오전에 다시 모인다. 알겠어?"

김병민의 매서운 일갈에 나를 제외한 모두가 자세를 다잡으며 한 목소리로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감독님"

그에 김병민이 나를 쓱쳐다본다.

"그리고 이성호!"

"예"

"후.. 일단 그동안 미안하다. 조금 있다가 연락하마. 그때 더 이야기 하자."

"예,  알겠습니다."

미안하다고 하지만 난 저 말을 절대 믿지도 받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김병진이 일을 주도한 건, 모두 김병민의 묵인하에 있었던 일들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아직 하이라이트는 남아있다.

2.

'역시 달라진 것은 크게 없는 것일까?'

나는 학교 정문 왼쪽 야구부 감독실의 문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문을 열면 김병민과 김병진이 앉아있을 것이고 김병진은 세상 다 잃은 표정을 하며 나에게 무릎꿇고 사과를 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작게 나마 남아있던 트라우마 때문에 사과를 받았겠지.

'물론 그건 1회차의 본성이 남아있을 때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살 생각이 요만큼도 없었다.

마음을 다잡고,

똑-똑-!

문을 두들기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흠, 들어와라"

들어오라는 김병민 감독님의 목소리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김병민 감독의 오른편에 세상 다 잃은 표정을 한 김병진 코치가 앉아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허리도 굽히지않고 무표정의 얼굴로 뻗대며 인사하는 것이 마음에 안들었는지 잠시 얼굴을 붉힌 김병민 감독이 애써 찡그린 표정을 참아낸 듯 입을 열었다.

"커흠, 그래 일단 앉아라."

"넵"

자리에 앉자마자 김병진 코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호야!! 미안하다. 내가 그동안 질투심에 눈이 멀어 혹사시킨것도 미안하고 애들 시켜 갈군 것도 사과하마. 정말 미안해"

"..."

대답조차 않고 그런 김병진 코치를 지긋이 무표정을 한채 바라보자 김병민 감독이 입을 열었다.

"커흠, 이 놈이 이렇게 보여도 본성은 나쁜 놈이 아니야. 내가 이번에 혼을 크게 냈으니 다신 그런 일은 없을거다. 한 번만 용서해주면 안되겠느냐?"

본성이 나쁘지 않다고?

혼을 크게 냈으니 다신 그런 일이 없을거라고?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1회차 때도 이랬지.

그래서 난 진심 어려보이는 사과에 복잡한 마음 속 정말 다신 이런 일이 없다면 사과 받아줄 것이라고도 대답했었고.

난 정말 다신 이런 일이 없을 줄 알았다.

한국에 잠시 들어와 모교방문 할 때 내 폼을 따라 던지던 유망주가 이 놈에게 나를 닮았다며 혹사 당해 은퇴하기 직전까지는.

그리고 훗날 약 7800만원을 받아 뇌물죄로 잡혀가 고등 야구부 최악의 사건으로 뉴스에 나오기 전까지는.

잠시 과거를 회상한 난 김병민 감독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죠?"

"...내가 보장하마"

"뭘요? 뭘 어떻게 보장하겠다는 건데요?"

"..."

이렇게 나올 줄 몰랐는지 두사람 모두에게 한껏 당황한 표정이 올라오는게 두 눈에 보인다.

'이렇게 나올 줄 몰랐겠지. 쟤내 눈엔 단순히 사회 경험없는 호구 이성호가 눈에 아른거릴테니'

다리를 꼬며 어느새 차분한 표정을 한 김병민 감독을 향해 물었다.

"제가 원하는 건 딱 세가지에요. 들어주실수 있겠어요?"

"이익.... 이 새끼가 여기가 어디라고"

짝---!

얼굴이 시뻘개 소리치려던 김병진의 뺨을 다시 후려친 김병민 감독이 입을 열었다.

"넌 닥치고 있어. 그 나이 처먹고 앞뒤 분간도 못하냐?"

"아...아버지. 그렇지만 저 놈이.."

"닥!!!치라고!!"

김병진 코치를 일갈한 김병민 감독이 다시금 차분해진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원하는게 무엇이냐"

"뭐, 그리 어려운건 아니에요. 일단 하나는 결승전은 그대로 저 내보내주시고 두번째는 혹사당한 애들 모아서 보상금 전해주시고 세번째는 전국민이 보는 앞에서 사죄 기자회견 정도?"

"...그게 전부냐?"

훗날 나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스타가 되고나서야 이 양반들에게서 겨우 사과 한 마디를 받아냈었다.

'그것도 학교 축제 때 초청하기 위한 사과였지만'

이번 생에서는 이런 악질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편히 야구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이들과의 관계 청산이 우선이다.

김병민 감독은 머리 회전이 빨랐다. 그덕에 상황 파악 능력이 뛰어났고 지금쯤이면 하루 아침에 호구 같이 굴던 내가 이정도로 나올 정도면 증거는 물론이요,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증거는 없지만, 큭큭'

웃음을 삼킨 나는 입을 열었다.

"네. 솔직히 전 여기서 더 바랄게 없죠."

아니, 오히려 차고넘친다.

"후우..."

한숨을 내쉰 김병민 감독이 동그란 안경을 벗고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그동안 피해입은 아이들한테 직접 찾아가 정식 사과도 하마. 보상금도 충분할거고. 하지만 기자회견만은 참아줄수 없겠느냐."

절대 안되지. 그게 하이라이트인데. 어딜 구렁이 담 넘듯 넘기려고.

나는 한치의 빈틈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답했다.

"죄송합니다."

"...알겠다. 결승전 끝나고 정식으로 날짜 잡는 것으로 하마. 이제 됐느냐?"

"네.. 뭐 약속만 지켜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 나가봐라. 이틀 뒤 시합 준비 잘하고."

"네, 감독님"

처음과 달리 정중히 반 접어 인사를 하고 그대로 자리를 박차 나왔다.

이 행동 변화 만으로 김병민 감독은 나도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이 일을 이대로 끝낼 생각이 전혀 없다.

비록 내 입장에서 몇 십년이나 지난 사건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정도론 섭하지.'

씨익.

웃음이 나왔다.=============================※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작품후기]추천과 선작 해주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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