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회차 메이저리거 (2)화 (2/207)

2회

*경고* 지금 보고 계신 화면은, 조아라에서 지원하는 정상적인 경로의 뷰어가 아닙니다.해당 방식으로 조아라에서 제공하는 작품을 무단으로 추출하는 것에 사용하거나 협조할 경우, 저작권법에 위배되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되실 수 있으니,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작품감상을 부탁드립니다.(5년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2화내 말에 야구의 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오죽하면 내가 이러겠어. 나도 엄연히 남들에게 추앙받는 신이라고."

"그래서 결론이 뭔데요?"

나는 표정을 고치고 진지하게 물었다. 그러자 야구의 신이 귀 밑까지 입이 찢어지며 실실거린다.

"흐흐, 이제야 말귀를 알아듣네."

이후 손을 비비고 입을 내밀며 호호 입바람을 불어대더니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회차는 여기서 끝내고 새로이 2회차 인생을 살아보자는 것.

"나더러 진짜로 열 아홉 살 때로 돌아가라고요?"

"정답. 요점은 그거지. 대신........ "

"지금까지 쌓아온건 되돌아가서 다시 쌓아야하고?"

"큭큭, 역시 넌 똑똑해서 좋아. 한 입가지고 두 말하지 않아도 찰떡같이 알아듣잖아?"

"그런 터무니없는 요구를 내가 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어째선지 야구의 신이 제안한 것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야구의 신의 말에 따르면 난 이미 죽었지만 앞으로 영계에서 영혼의 무게를 측정하고 인과율에 의거해 다음 생을 살건지 영계나 신계에 남을 것인지 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엄연히 중급신 출신의 아들이다보니 왠만하면 신계에 남겨질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신계에 남는 것이 좋은 일일까?

'신계에서도 인간계와 마찬가지로 일을 해야한다니'

끔찍하다.

일평생 운동만 해온 내가 뭘 할 줄 알겠는가.

기껏해야 야구의 신이 요즘 시간 날 때마다 하고 있다는 신계 제3위대 군부에서 식량이나 나르고 있겠지.

더군다나 요샌 거기가 시급이 좋다는 소문에 실업 신들이 몰려 경쟁률이 상당하다한다.

'결국 받아들여야하나? 근데 신계에서의 새로운 삶도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런 고민이 내 얼굴에 비춰졌는지 이 악마 같은 야구의 신은 세치 혀를 한시라도 가만히 두지 않고 그럴 듯한 이유로 날 회유했다.

"잘 생각해 봐. 솔직히 이번 생의 경험을 활용한다면 다음 생의 성공은 더 쉽지 않겠어?"

"...."

"이번에 되돌아가면 모두 할 수 있을 거라고. 너가 그렇게 원했던 신인 상도, 사이 영 상도, 월드시리즈 우승과 MVP도."

궤변이다. 물론 내가 열 아홉 살 때로 회귀 한다면 더 나은 삶을 살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모든 것을 해낼수 있을까?

스포츠는 엄연히 재능의 영역이다.

그런 재능이 애매한 나에게 저런 영광을 가질수 있을까?

"안할래. 안할래요. 안 해."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남자들이 싫어하는 것은 군대를 다시 한 번 가는 것이다.

"내가 미쳤다고 다시 되돌아가? 막말로 군대 두번 가는 거랑 뭐가 달라?"

"너 군대 면제잖아. 고아로."

"......"

"그렇게 싫어? 이번에는 네 뜻대로 살 수 있는데"

"후..."

"그러지말고 좀 봐줘라. 나도 부탁 좀 하자. 그리고 나 좋다고 이래? 나중에 네가 신계에 오게 된다면 다 득된다니까. 막말로 네가 내 자리 물려 받을 수도 있다니까? 능력제로 뽑히긴 하지만 그거야 네가 회귀하고 해내면 되는거고. 그리고 이건 말 안하려 했는데 지구의 신께서도 기대하고 있다고."

"그건 또 뭔 소리에요?"

"음? 그건 내가 말 안했구나. 내가 인과율도 없는데 영계에서 한참 심사 받아야 될 놈을 어떻게 데리고 오고 어떻게 회귀까지 시켜주겠어?"

"아직 한다고 대답 안했거든요? 그래서요?"

"어허. 그런식으로 말하면 큰일난다. 내가 앞서 말했지? 지구 출신 신만 열 명이라고. 그 신들을 키운 신이라고 하면 설명 되려나? 계급도 최상급이고."

젠장. 제대로 걸렸다.

하급 신도 인과율만 있다면 인간 하나를 회귀시켜 줄 수 있는데 최상급 신이라니.

거기다 최상급 신이 나의 두 번째 삶을 기대하고 있단다.

"원래 평범한 인간한텐 관심 없으시긴하지. 사실 지구서 선택받고 신이 된 인간들도 신계랑 관련이 처음부터 아예 없다곤 말 못하니까. 너도 내 아들이라 관심 받은거라고. 듣기론 부상 하나 없이 선수 생활 하게된 것도 자기 덕분이라던데?"

신기하게도 야구를 20년 넘게 해오면서 부상이 하나도 없어 모두가 신기해 했는데 그 이유가 여기 있었나보다.

이렇게 되면 야구의 신의 제안을 막 거절하기가 뭐했다.

최상급 신이 날 지켜보고 있었고 그 덕에 운동선수라면 달고 살아야 할 부상 조차 없었다. 거기에 앞으로 살 두번째 인생에서도 기대하고 있다는데 이런 명분을 가지고도 거절한다면 아마 내 영혼을 갈갈이 찢어버리고도 남지않을까.

"지구의 신께서 원하시는게 내 새로운 삶이신거에요?"

"맞아. 사실 지구의 신께서 이렇다할 취미가 없으셨거든. 흐흐. 근데 내 아들내미가 지구에서 공 던지고 있다네? 신기해서 한번 보시다가 빠져드신거지. 근데 이렇다할 업적도, 뭣도 없이 비누 밟고 자빠져 죽으니까 난리도 아니셔. 얼른 살려내라고."

"그래서 나온게 나를 회귀 시키는거다?"

"그렇지. 님도 따고 뽕도 따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너도 이번 생에 못다한 것들 이루고 난 인과율 좀 뽑아먹고. 지구의 신께선 재미 좀 보시고. 얼마나 좋아?"

겉보기엔 좋아보인다.

분명 이번 생의 경험으로 나는 다음 생에 더욱 잘 될수 있을테니까 신계에서 군부 식량이나 나를바엔 회귀라는 선택이 옳을지도 몰랐다.

야구의 신 입장에서 나로 인해 시들어진 야구의 흥행이 목적이고 나도 야구선수로써 제대로된 성공이 목적이니까.

하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아무 재능 없이 애매한 야구의 신의 축복을 받아 이번 생과 별 다를바없는 삶을 살바엔 이야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그래도 무일푼으로 이번 생 경험으로만 해내라고요?"

"또 왜 이러실까. 내가 다른 신 이름까지 팔아가며 부탁 했는데 그냥 좀 넘어가주면 안되냐? 이것도 들키면 큰일난다고"

"조건이 너무 안좋잖아요. 회귀 좋다 이거야. 근데 경험만 가지고 가라고요? 제가 18년동안 미국에서 야구하면서 느낀게 뭔지알아요?"

"뭔데?"

"야구는 재능인거에요. 막말로 경험치 만렙이면 뭐해요? 그릇이 요만한데."

엄지와 중지 손가락을 살짝 좁히며 신을 쳐다보자 되려 역정을 낸다.

"야, 아무리 축복이 살짜악 부족했다지만... 너 정도 재능이 절대 흔한건 아니거든? 거기다 경험치까지 부여되면 장난 아니지. 당장 몇시즌 뛰고도 명전행 소리 나올 걸?"

"그렇겠죠. 팔 빠져가라 연습했으니까요. 근데 그쪽도 원하는건 단순히 명예의 전당 입성자 정도의 수준은 아니잖아요? 지금 시들시들 해진 야구 인기 되살리려면 약빤 베리본즈정돈..........."

"야, 이씨. 그거 때문에 내가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왜 언급하고 난리야? 그래서 뭐 어쩌란건데?"

"사람을 쓰고 싶으면 알맞은 조건을 가져오라구요. 이 빌어먹을 아빠님아."

"어휴, 이 빌어먹을 아들님을 어떻게 해야되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야구의 신이 이내 팔짱을 끼고 쇼파에 몸을 묻었다.

'인간과는 사랑을 나누지 말라' 라는 신법까지 어겨  잠시 휴양차 인간계에서 본 여인과 사랑에 빠져 낳은 고집마저 자신을 쏙 빼닮은 자식에게 억지를 부려봐야 소용 없다는 것을 빠르게 인정한 것이다.

잠시 옛정을 나눴던 여인의 얼굴을 떠올린 야구의 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라는게 뭔데?"

"어느정도 선까지 가능한데요?"

"뭐든 적당해야 좋지 않겠어?"

"장난해요? 바라는건 크면서 주는건 적다? 끝까지 이럴거에요?"

"나도 지금 고민 끝에 말하는 거라고. 막말로 너 보상까지 주려면 이번에 나온 버팀목'신'세자금 대출이라도 받아야할 판이야. 품위비 내기도 빡센데...."

"아, 몰라요. 적당한거 받고 퉁칠거면 내가 안하고 말지. 그냥 다시 영계로 보내줘요."

"아이씨, 진짜. 어디까지 원하는데? 대신 나라의 왕이 되고싶다거나 영웅이 되고싶다거나 그런건 안된다?"

"제가 미쳤어요? 그런걸 원하게? 야구 역대급 재능, 193cm의 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전성기 이상가는 외모. 어때요?"

"흠, 그거면 충분해?"

제시한 나조차도 반은 안된다는 마인드로 될대로되라 지른건데 되려 보상이 싱겁다는 듯 쳐다보는 야구의 신의 눈빛에 어깨가 들썩거린다.

"야구 역대급 재능이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전성기 이상가는 외모랑 키 193cm. 다시 말하지만 이거 엄연히 신이랑 계약하는거야. 막말로 돈을 수백조 달라고 해도 된다고."

"돈이야 뭐."

사실 계약 조건으로 돈을 생각해본건 아니다.

신계에서는 몰라도 인간들에게 돈이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까.

다만, 앞서 말했다시피 이번 인생에선 돈은 무진장 벌었다.

그걸 2회차 인생에선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 것 같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해오는데

"그런데 얼굴은 왜? 너정도면 괜찮잖아?"

슬쩍 눈을 피하며 고개를 돌리고 슬며시 꺼낸 한마디가 저거다.

괜찮긴 개뿔이. 좀생이 같으니라고.

평소 내 성격이 누굴 닮아 이런지 드디어 이해가 됐다.

"누구 유전자인진 모르겠는데 처음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 이렇게 특색 없는 얼굴은 처음본답디다. 답 됐어요?"

"에이씨, 그정도면 잘생긴거지. 하여간 인간 놈들은 눈만 높아서리..."

야구의 신은 투덜거리던 와중에 내가 보상을 바꿀거라 생각했는지 재빨리 품 속에서 계약서 한 장을 꺼내며 무어라 속삭이곤 입을 열었다.

"흠, 야구 역대급 재능이란게 표현상 애매하긴 한데 이건 뭐, 내 재량껏 하면되겠지.... 부족한 인과율은 대출 좀 받고...오케이, 접수 완료. 여기 사인만 하면 돼"

다사다난한 협상 속에 나는 고민조차 안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너 어느 순간부터 부상 없는거 깨닫고 한번이라도 더 던지려고 여자도 잘 못만났더라? 은퇴할 때쯤이나 소개팅 자리 겨우 한 번 나가고? 이번엔 못한거 다 해보라고. 엄연히 신의 아들인데 모태솔로가 뭐야? 낯 부끄러워서 신계에서 고개도 못들고 다니겠더라."

"뭐가 어쩌고 저째요? 나도 죽기 전엔 인기 많았거든요? 안만난거지. 그리고 은퇴하고 건실한 여자 하나 물어서 결혼 하려 했는데 누구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어후, 37살 노친네를 누가 진지하게 만나줘? 막말로 20살된 제시카 알바가 37살된 데릭지터랑 만나줄까? 서지도 않는다며 피식 비웃을걸?"

"아씨, 37살이면 한창 때거든요? 인간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 37살이였지. 부상은 없었어도 나이들어서 비오는 날마다 허리가 쿡쿡  쑤셨잖아?"

"..."

건수라도 잡았다 싶었는지 실실거리며 재빨리 말을 이었다.

"내 말은 편하게 살라고. 누구 닮아 좀팽이 같이 살다 후회하지말고. 자, 이제 그만~ 잘가"

"야 이 씨발로...."

1.

2회차 보상.

야구 역대급 재능,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전성기 이상가는 외모, 193cm의 키.

계약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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