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5화 (605/605)

에필로그-3

2027년 8월 7일 17:00,

지구로부터 14,000만km 떨어진 화성 외기권.

“어이! 함장님! 내가 전쟁에 나가 개고생할 때 아주 편하게 사셨지?”

검은 캠퍼스에 다양한 컬러의 점이 찍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답고 신비한 우주를 보며 조정석에 앉은 최영호가 곁눈질로 뒷좌석에 앉아있는 전창빈에게 물었다.

“어라? 일개 조종사 주제에 미리내함 지휘관인 함장에게 말하는 어투 봐라?”

“일개 조종사? 대한민국 공군 최고의 탑건 중의 탑건이자, 항우사의 넘버 원인 나를 일개 조종사라고 씨부렁거리는 거냐?”

급기야 최영호는 상체를 돌려 전창빈을 노려보며 일갈했다.

“그럼 뭐하냐? 지금은 미리내함 조종사일뿐이쥐! 크크크”

“개눔시끼! 아주 편하게 살더니만 입도 아주 편해졌구나? 나오는 대로 내뱉는 걸 보니.”

이때 옆에 앉아있던 부조종사 오길성 중령이 대화에 동참했다.

“맞습니다. 전 함장님! 대한민국 공군의 전설! 최 대령님을 깎아내리는 건 후배로서 용납 못 합니다.”

최영호 대령으로부터 일본 이지스함을 비롯해 수많은 전투기의 킬 마크가 새겨진 기체를 물려받고 제2차 동북아 전쟁에서 여러 차례 공중전에 참여해 수많은 전공을 올렸던 제38전투비행단 제110전투비행대대 블랙문 편대장 오길성 중령은 한미전 종전 직후 공군에서 항공우주군사령부의 직할부대인 우주개척본부단으로 전직하여 2년간, 우주탐사 교육을 받았고 예비교육생 50명 중에서 최종 4인에 뽑히는 행운을 얻었다.

조종분야 예비교육생 50명 중에는 베테랑인 최영호 대령을 비롯해 우주항공사 내에서도 난다긴다하는 쟁쟁한 우주조종 실력자들이 수두룩했었다. 그런 사람들과 2년 동안 경쟁하여 최종 4인에 뽑힌 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잘한다. 오 중령! 더해! 더해!”

“얼씨구? 오 중령이~ 한때 최 놈 직속 부하였다고 지금 편드냐? 무사히 착륙하면 화성 먼지 바닥에 박박 기어가게 해줘? 응?”

“아! 전 함장님! 제가 이래 봬도 계급장이 중령입니다. 군기 받을 계급은 아니지 말입니다. 하하하”

“그래! 잘한다. 잘해 우리 오 중령이 하하하”

“꼴값을 떨어라!”

이때 우주항해사 조은빈 소령의 목소리가 조종실을 울렸다.

“함장님 스텐바이 5분 전입니다. 현재 기준 화성까지 거리 14,750km까지 접근했습니다.”

최영호 대령과 함께 항공우주군 제1우주전투비행단에서 알파편대 1호기의 항전운용통제관으로 복무했던 조은빈 소령도 제2차 동북아 전쟁이 끝난 후 최영호 대령을 따라 우주항해사 분야에 지원하여 예비교육생 100명 중 당당히 1등으로 최종 4인에 뽑혀 1등 우주항해사가 되었다.

그동안 대한민국 중앙정부는 대한우주과학센터(CASC : Corea Aerospace Science Center)를 설립하고 우주개척을 위한 우주과학에 총량을 쏟아부은 결과, 우주과학에 있어서 수십 년 앞서가던 미국과 러시아를 뛰어넘게 되었다. 특히 현존 우주선의 비행속도보다 최대 5배에 달하는 시속 1,000,000km를 낼 수 있는 S-58MOD 슈퍼플라즈마 엔진 개발에 성공하였고 개발되면서 우주개척에 있어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고 이러한 엔진을 탑재되는 우주항복선 또한 초기모델이었던 X-1 우주왕복선을 기초로 지속적인 개량사업을 통해 전장 300m에 달하는 거대한 우주항복선을 개발했다.

이에 대한민국 중앙정부는 우주개척의 선두주자가 되고자 대한우주과학센터를 중심으로 항공우주군과 파르테논 연구소가 합심하여 인간이 탑승한 유인우주선이 화성에 착륙하는 것은 물론 100일간 주둔하며 전방위적으로 탐사하는 “인류의 새로운 발걸음”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27년 8월 1일 오후 3시, 전 세계인이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인류 역사상 최초 화성에 인간이 발을 내딛는 화성탐사가 시작되었다.

은하수의 순수 우리말인 미리내로 함명이 지어진 미리내함은 4개의 보조로켓 슈퍼 플라즈마 엔진의 추진력에 의해 전장이 무려 300m에 달하는 거대한 우주항복선은 어렵지 않게 제2우주속도로 대기권 돌파했고 7일 만에 14,566만km 거리나 떨어진 화성 외기권에 진입했다.

기존에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국가의 무인우주탐사선이 편도 30일 정도 걸린 것을 생각한다면 7일은 정말 속도 면에서 비교 불가였다. 빛의 속도로도 수천 년 아니 수천억 년을 가도 그 끝을 갈 수 없는 광활한 우주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우주비행속도는 필연이자 매우 중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리내함은 앞으로 5분 후면 유인우주선으로써는 최초로 화성에 착륙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좋아! 입씨름은 그만하고 다들 준비하자고!”

방금까지 최영호 대령과 장난삼아 말싸움하던 전창빈 함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지으며 말했다.

“오케이! 역사적인 순간인데 장난은 그만해야지!”

최영호 대령도 만에하나 비상사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자동모드로 비행하는 미리내함의 조종관을 양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스텐바이 3분 전,”

2등 우주항해사가 전방 디스플레이를 보며 외쳤다. 이에 전창빈 함장이 전 승무원에게 알렸다.

“좋아! 전 승무원! 앞으로 3분 후, 화성 대기권 안으로 진입 시도한다. 각 자리에서 절대 움직이지 말고 부여된 임무에 최선을 다하도록 이상!”

4년 전, 최영호 대령과 함께 제1우주전투비행단에서 삼족오 우주전투기 조종사로 복무했던 전창빈 함장은 제2차 동북아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화성탐사 프로젝트가 수립됨과 동시에 가장 먼저 지원하여 대한우주과한센터 내 훈련소에서 4년간 화성탐사 훈련 과정을 혹독하게 이수했다.

그리고 지금, 전창빈은 화성탐사 총책임자이자 함장으로서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획을 막 그으려 했다.

“스텐바이 2분 전”

“함장님! 비행속도 10분의 1로 다운합니다.”

2등 우주항해사와 1등 우주항해사가 연달아 보고했다. 이에 고개를 끄떡인 전창빈 함장이 추가 명령을 내렸다.

“좋아! 이제 전 인류에게 우리 모습을 보여줘야겠지? 우주영상드론 4기 모두 사출해!”

“네, 알겠습니다. 우주영상드론 사출합니다.”

이번엔 우주항전관이 대답했다.

잠시 후 화성 외기권으로 진입 중이던 미리내함의 함미에서 페어링이 열리고는 작은 비행접시같이 생긴 우주영상드론이 연달아 사출됐다.

사출된 4개의 우주영상드론은 미리내함이 화성 대기권에 진입하여 지면에 착륙하는 장면을 3자 입장에서 여러 각도로 촬영하여 영상을 지구에 보내주는 마치 방송 카메라와 같은 역할을 하는 드론이었다.

4개의 우주영상드론은 기존에 삽입한 프로그램에 따라 각자 위치를 잡고 내부 추진체를 발동하며 미리내함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14,000만km나 떨어진 지구 궤도에 떠 있는 CS-PC 헤라 광역통신위성에 터키온-SX파로 촬영된 영상을 송출했다. 빛 속도보다 더 빠른 터키온-SX파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을 비롯한 세계인들은 4K급 해상도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었다.

“드론 4개 모두 정상적으로 촬영 시작되었고 영상 송출도 문제없습니다.”

“오케이!”

“스텐바이 1분 전, 진입속도로 속도 감속합니다.”

일등 우주항해사 조은빈 소령이 보고했다.

“알았다. 지금부터 대기권 돌파한다. 다들 착륙할 때까지 긴장 늦추지 말도록”

쿠아아아아앙~

이산화탄소로 이루진 대기권에 진입하자 약간의 진동이 전해져왔다. 하지만, 지구 중력의 삼 분의 일밖에 되지 않았기에 생각보다 충격은 덜했고 단열압축도 그리 크지 않았다.

어느덧 미리내함은 화성 지면이 보이는 고도까지 내려왔다.

“대기권 진입 성공 현재 고도 21km!”

조은빈 소령의 보고에 전창빈 함장은 주조종사 최영호 대령에게 지시를 내렸다.

“자동비행모드, 수동비행모드로 전환 및 하단 호버엔진 가동!”

“오케이! 수동비행모드로 전환 완료! 하단 호버엔진 가동!”

전창빈 함장의 지시에 최영호 대령은 복명복창과 함께 콘솔을 조작했다.

푸화아아아아~

하단에 장착된 호버엔진에서 강력한 푸른빛이 발산하자 미리내함은 순간 공중에 붕 뜬 것처럼 부드럽게 비행해 나갔다. 그리고 4개의 우주영상드론은 미리내함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여러 각도의 장면을 촬영해 지구로 송출했다.

“함장님! 착륙지점! 최종 확인 바랍니다.”

“오케이!”

카메라를 통해 착륙할 지점을 디스플레이로 확인한 전창빈 함장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는지 곧바로 최영호 대령에게 지시를 내렸다.

“기존 목표 착륙지점 이상 없는 것으로 판단! 계획대로 착륙시도!”

“오케이!"

슈우우우우우우우웅!

미리내함이 서서히 고도를 낮추자 암석 속에 들어있는 산화철 때문에 붉은색을 띠는 토양 입자가 사방으로 휘날렸다.

쿠우웅!

거대한 붉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컨로드 형 착륙기어가 지면에 닿으며 안전하게 착륙에 성공했다.

“착륙 성공! 착륙 성공!”

조은빈 소령의 최종 보고에 조종실에서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던 승무원들이 일제히 환호틀 터뜨렸다.

한편 지구에서도 실시간으로 미리니함이 화성에 착륙 성공하는 영상을 시청한 사람들도 환호의 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역사적인 순간이 다가왔다.

미리내함의 측면 페어링이 열리고 우주복을 입은 전창빈 함장과 승무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전창빈 함장이 한쪽 발을 내밀었다.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인 전창빈 함장이 드디어 화성 지면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뒤따라온 승무원 중 태극기를 든 오성길 중령은 널따란 터로 걸어가 태극기를 지면에 박았다. 약한 바람이 불자 태극기가 팔랑거렸다. 이에 이에 승무원들이 저마다 기뻐하며 손뼉을 쳤다. 우주복을 입고 손뼉 치는 모습이 조금은 웃기게 보였다.

위이이이이잉~

우주영상드론 1기가 이러한 장면을 놓치지 않고 촬영하여 실시간으로 지구로 송출했다. 역사적인 주인공이 된 미리내함 승무원 18명은 앞으로 100일간 화성에서 머무는 동안 화성연구센터 기지 건설과 화성지리 탐사에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도와주기 위해 미리내함에는 남궁원이 대표이사로 있는 한울 소프트에서 개발한 X-26 인공로봇 30대가 실려 있었다.

★ ★ ★

2035년 10월 1일 10:00,

북주 황해도 개성경제특구시 남지구 한울 소프트 하이테크닉 연구소.

2023년 11월 6일 남궁원이 홀로 개발한 뇌파가상게임시스템인 EVGS(EEG Virtual Game System) 쇼케이스를 통해 전 세계에 알린 남궁원 대표는 게임계에서 유명인 반열에 올랐다.

100% 지분을 갖고 있던 한울 소프트 역시 국내는 물론 세계 굴지의 기업과 투자자부터 천문학적인 투자를 받게 되면서 회사 규모는 급속도로 커졌고 쇼케이스 이후 1년 만인 2024년 11월에 모든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완벽한 플랫폼 엔진을 완성하여 2025년부터 실제 판매가 시작되어 그 해에만 3조 8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매출을 올렸다.

특히나 마진율이 60%에 달해 순이익만 2조 원이라는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한울 소프트의 약진은 이제 시작에 불과했다.

게임 분야의 뇌파가상게임시스템이라는 아이템으로 사업의 첫발을 디뎠지만, 남궁원은 어느 정도 자금이 모이자 타 분야에 눈을 돌려 사업 확장에 들어갔다. 그중 미래 산업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와 로봇 분야였다.

수백 개에 달하는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이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개발 연구에 많은 진척을 보이는 상황이었기에 남궁원은 전자산업에서 부동의 세계 1위인 삼호전자와 2위인 LB전자와 협약하고 로봇 개발 연구에서 어느 정도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 3곳을 인수·합병하여 어느 정도 발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뇌파가상게임시스템 사업으로 불어들인 모든 자금을 투입했다.

이에 2026년부터 인공지능(AI)과 인간과 매우 흡사한 하이브리드 로봇 개발에 착수하여 2017년 5월에 프로브 타입 X-26 모델을 개발했고 이후 업그레이드 연구를 통해 4년 만인 2031년 3월 4일 한울 소프트는 1세대급인 산업용 X-31 모델을 전 세계에 선보였다.

X-31 모델은 산업용답게 인간이 작업하기에 위험한 산업현장이나 인간보다 수배에 달하는 기계적 힘이 필요한 건설현장, 그리고 깊은 해저나 지하 등 특수환경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이자 1세대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산업체에서 구매 요청이 쇄도하여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는 웬만한 준중형차 가격 정도의 1대당 5천만 원이라는 매우 저렴한 가격도 매출증대에 이바지했다.

이후 남궁원은 수요에 못 미치는 공급을 맞추고자 이곳 개성경제특구시의 남지구에 대단위 생산공장과 연구소를 건설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33년에는 2세대 X-33 모델을 출시되었다. 1세대 X-31 모델이 산업용이었다면 2세대는 인간과 최대한 흡사하게 만들어진 것은 물론 탑재된 인공지능(AI)는 기본적인 감정도 표현할 수 있는 최첨단 휴먼용 하이브리드 로봇이었다.

휴먼용 하이브리드 로봇답게 주 임무는 일반 가정집에서 도우미 일부터 육아관리와 어린아이 등하교 경호 기능, 그리고 24시간 자체 보안 시스템 기능까지 다재다능한 아이브리드 로봇이었고 가격도 1세대 X-31보다 천만 원 정도 가격을 내려 2033년 2월 출시되자마자 슈퍼히트상품으로 선정되었고 그 한 해 동안 총 450만대나 팔려 자그마치 180조 원이라는 매출과 41조 원이라는 영업수익을 올리는 초대박을 쳤다.

이후 32년과 33년에도 더욱 진보한 3세대와 4세대 하이브리드 로봇을 출시하면서 어느새 한울 소프트는 2022년에 상장하여 단숨에 시가총액 1위에 올랐던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마저 뛰어넘은 세계 초대기업이 되었고 남궁원 역시 부동의 세계 1위의 재벌이 되었다.

45세에 세계 1위의 재벌이 되었지만, 남궁원에게는 한가지 꼭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었다.

이에 남궁원은 가용한 자신의 모든 재산을 투입하여 세계 유수의 물리학 천재들을 영입하여 극비의 연구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오늘, 꿈에도 바라고 바라던 극비의 연구성과를 확인하는 날이었다.

농구장 크기의 대형 돔으로 이뤄진 연구소 중앙에 각각 크기의 원형 띠 3개가 서로 간 교차 되어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100여 명에 달하는 연구원들이 테스트에 앞서 마지막 확인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원! 과연 성공할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궁원에게 어느새 다가온 이혜진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을 걸었다. 40대 중반에 들어선 이혜진은 한때 국가정보원에 한 미모 하기로 명성이 자자했던 만큼 아직도 아름다운 미모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렇게. 잘 돼야 할 텐데······.”

“원! 첫 테스트이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많잖아!”

혹시나 테스트가 실패해 낙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이혜진은 용기를 북돋아 줬다. 이에 자신의 어깨에 얹혀진 이혜진의 손을 잡은 남궁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자기 말대로 조급하게 생각지 않을게······. 나를 지탱해주는 자기와 우리 현이와 설이가 있으니까 말이야.”

법적 나이로 45세 된 남궁원에게는 남궁현이라는 아들과 남궁설이라는 귀여운 딸이 있었다. 이때 검은 정장을 말끔히 입고 뒷짐을 지고 있던 중년의 사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나! 이래서 장가 못 간 게 후회된단 말이야.”

예전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 1과장이었던 이자성이었다. 유럽에서 임무 활동 중 미국 CIA의 레일건 저격총에 치명상을 당해 오른팔을 인조로봇팔로 이식한 이자성은 1년간 남궁원의 끈질긴 스카웃 구애에 응하게 되면서 9년간 다녔던 국가정보원을 사직하고 한울 소프트의 보안책임자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이자성 이사는 한울 그룹의 보안 총책임자로써 나름 만족한 생활을 하며 항상 남궁원과 함께 움직이며 개인 경호 역할도 해오고 있었다.

“어머! 이 이사님!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이혜진이 손사래를 치며 말하자 이자성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안 늦다니요. 40대 중반의 늙은이와 누가 결혼을 한다고요.”

“아니네요. 얼굴도 잘생겼고 키도 크고 또 재력도 그 정도면 줄을 설 텐데요.”

“자기야! 다 필요 없어! 저놈 성격이 저질이거든, 그래서 여자들이 없는 거야!”

“뭐? 지금 말 다했냐? 와우 회사만 아니면 콱!”

“봐봐! 회장인 나한테 말하는 것 봐!”

“여보! 왜 그래?”

“아후! 그래그래! 내가 이번 기회에 퇴사하고 만다 자식아!”

“하하, 이 이사님! 왜 그러십니까? 장난입니다. 장난!”

이때 이번 테스트를 총책임자인 김태석 박사가 단상에 있는 관람실 쪽으로 다가왔다.

“회장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테스트 진행하겠습니다.”

“네, 진행하세요.”

“알겠습니다.”

김태석 박사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이내 테스트 장소로 걸어갔다.

잠시 후 대형 돔의 조명이 일제히 요란하게 움직이는 싶더니 각각 크기의 3개 원형 띠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앙에는 5세대급 X-35C 모델인 하이브리드 로봇이 3대를 실은 거대한 원형형태의 비행선이 있었다.

어느덧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3개의 원형 띠는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자 잔상으로 인해 중앙 안에 있던 원형형태의 비행선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위이이이이이이잉~

그리고 얼마 후 강력한 스파크가 일어남과 동시에 공간이 일그러지는 현상이 순간적으로 일어났다.

콰콰악! 콰콰카~

쓔우우우우우우우웅~

남궁원과 이혜진 그리고 회사 고위 임원 여러 명은 강력한 특수재질의 유리 보호막이 처져 있음에도 순간적으로 움찔하고 말았다.

“성, 성공한 건가?”

남궁원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유리 보호막 앞까지 걸어갔다.

조금 전까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던 3개의 원형 띠의 회전속도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그리고 현저히 회전속도가 줄었을 때쯤 중앙에 있던 하이브리드 로봇 3대를 실은 원형형태의 비행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다.

“성, 성공입니다.”

각종 데이터를 확인한 김태석 박사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헐레벌떡 뛰어와 보고했다.

“정말입니까?”

“네, 성공입니다.”

순간, 남궁원의 두 눈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조금 전 이곳 돔 연구소에서 극비로 진행된 테스트는 바로 타임머신이었다. 현재까지 연구한 기술로는 과거로만 가능했고 정확한 시점으로도 갈 수 없었다. 또한, 생명을 가진 유기체도 갈 수 없었다. 이에 테스트에서는 인간을 대신해 한울 소프트에서 최신에 개발한 X-35C 하이브리드 로봇으로 사용했고 이동 시점은 최대 500년에서 400년 전으로 지정한 상황에서 김태석 박사가 보여주고 있는 3D 투영의 홀로그램에는 여러 정보가 적혀 있었고 특히 이동한 시점이 1607년으로 입력되어 있었다. 즉 대략 지정한 시점 안으로 이동했다는 것이었다.

첫 테스트임에도 대성공이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한 것이 헛되지 않았다. 이혜진은 눈물을 흘리는 남궁원을 조용히 다가가 포옹해줬다.

알고 있었다. 남궁원이 타임머신이라는 연구에 전 재산을 쏟아부었는지를 말이다. 그는 예전 비참하게 살해당한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친구가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 ★ ★

1607년(선조40년) 10월

조선 한양 어느 외곽.

구름 하나 없는 맑디맑은 늦가을의 하늘에 강력한 자기장이 발생하며 스파크가 튀었다.

콰콰콱! 콰카콱!

짧은 시간, 강렬한 스파크가 터진 후 순간적으로 공간이 일그러지는 듯하더니 원형 비행선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한동안 공중에 떠 있다가 순식간에 남동단 방향으로 날아갔다. 그곳은 조선의 도읍지인 한양이었다.

이렇듯 빠른 속도로 한양 상공을 이리저리 날아다니던 원형 비행선은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현시대에서 북악산이 불리는 산릉선 아래로 고도를 낮추며 착륙을 시도했다.

우우우우웅!

부드러운 기계음을 내며 천천히 착륙한 원형 비행선, 잠시 후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비행선 측면에서 뭔가가 좌우로 갈라졌다. 출입문이었다.

열린 출입문 안쪽에 조선 시대의 선비 복장을 한 남자 3명이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천천히 걸어 나와 땅을 밟았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먼저 나왔던 남자가 다른 두 명을 보며 짧은 말을 내뱉었다.

“Change history 프로젝트 가동”

이에 남자 2명의 눈에서 순간적으로 붉은빛이 번쩍였다. 이들은 바로 현시대에서 남궁원이 과거로 보낸 한울 소프트의 5세대 X-36C 모델인 하이브리드 로봇이었다.

방금 말한 남자가 이들의 로봇에서도 리더였고 방금 말한 단어가 실행 명령이었다. 지금부터 이들은 프로그램으로 짜인 여러 시나리오 중 현시대에 가장 적합한 시나리오를 선택하여 임무를 수행하게 될 예정이었다.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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