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1화 (601/605)

탄핵

2024년 2월 10일 16:00 (미국시각 17:00),

미국령 괌 앤더슨 공군기지.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순간 앤더슨 공군기지에 요란한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북서단 상공에서 정체 모를 미사일 다수가 레이더에 탐지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기지 대공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대공 포대는 즉각 요격절차에 들어갔다. 직각으로 세워진 8연장 발사관에서 지천을 흔드는 발사음과 함께 지대공미사일 연달아 솟구쳤다.

쿠아앙! 쿠아앙! 쿠아앙! 쿠아앙! 쿠아앙! 쿠아앙!

앤더슨 공군기지 곳곳에서 솟구치며 하얀 연기 꼬리를 늘어뜨린 지대공미사일들은 일정 고도까지 도달하자 이내 기수들 돌려 서북단 상공으로 날아갔다.

한편, 5km에 달하는 주 활주로와 2개의 예비 활주로에선 제13공군 제36비행단 소속 F-35A 라이트닝II 전투기 48기가 차례대로 긴급 출격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2018년에 영구 배치된 RQ-4 글로벌 호크 여러 기와 전략폭격기 B-B1 랜서 4기 역시 공습 공격에 대비하고자 대형 격납고에서 빠져나와 막 주 활주로에 모습을 드러냈다.

* 2022년 엔더스 공군기지의 제36비행단은 전력보강 계획에 따라 기존 F/A-15E 슬램이글을 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라이트닝II로 전격적인 교체를 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죽음의 그림자는 이미 앤더슨 공군기지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서북단 상공에서 보이지 않은 폭발음과 불꽃이 터졌지만, 그것은 일부였다. 지대공미사일 요격에서 살아남은 수십 기에 달하는 정체불명의 미사일들은 앤더슨 공군기지 근접 상공까지 도달하자 기지에서는 근접방어체제로 전환했다.

차량에 각기 1기씩 탑재된 함정용 펠링스(Phalanx)의 지상 버전인 20mm CIWS 센츄리온(Centurion)의 7열 총열이 맹렬히 회전하며 하늘을 향해 수많은 빛줄기를 뿌렸다.

드르르르르르르륵! 드르르르르르르륵!

귀청을 찢을듯한 발사음과 함께 쏟아져 나가는 수많은 빛줄기가 구름 낀 하늘을 어지럽게 수놓자 저 멀리 상공에서 검붉은 불꽃이 터지며 폭발음이 들려왔다. 10여 기에 달하는 20mm CIWS 센츄리온(Centurion)은 생각 이상의 탁월한 성능을 보였다. 하지만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수십 기의 미사일을 100%로 요격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근접방어체제 20mm CIWS 센츄리온(Centurion)의 화망까지 따돌린 여러 기의 미사일이 지상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다.

그리고는 100m 상공에서 1차 폭발을 하며 수많은 자탄을 지상을 향해 뿌렸다.

쾅! 쾅앙! 콰아앙!

지상에 도달한 자탄들이 연달아 폭발하며 앤더슨 공군기지 곳곳을 강타했다. 폭발에 따른 파편들이 기지 내 모든 것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쿠아앙!

활주로를 타고 막 이륙하려던 F-35A 라이트닝II 1기가 쏟아지는 파편을 뒤집어쓰고는 그대로 폭발하며 활주로를 검붉은 화염 구덩이를 만들었다. 이에 뒤따라 이륙하려던 또 다른 F-35A 라이트닝II도 지옥 불에 뛰어들 화염 구덩이에 처박히며 재차 폭발했다.

이처럼 주 활주로는 물론 비상 활주로 2곳 역시 아수라장이 되면서 이글로 격납고를 나와 뒤쪽에서 대기 중이던 수많은 항공기도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파편을 뒤집어쓰고는 연쇄폭발을 일으켰다.

쿠아앙! 콰앙! 콰아아앙!

짧은 시간 앤더슨 공군기지는 마치 거대한 지옥 화염이 꿈틀거리듯 거대한 화마가 죽음의 춤을 추며 기지 내 모든 것을 불태워버렸다. 조금 전까지 하늘을 향해 수많은 빛줄기를 줄기차게 쏟아내던 근접방어체제 20mm CIWS 센츄리온(Centurion)의 차량도 불길에 휩싸이며 그 유명을 달리했다.

잠시 후 앤더슨 공군기지 내 수많은 지대공미사일을 보관하던 무기창고에 미사일 1기가 정확히 날아와 착탄 했다.

콰콰콰콰아앙!

화룡점정이었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마치 핵폭탄이라도 터친 듯 백여 미터나 솟구쳤고 충격파는 반경 수 킬로미터를 훑고 날아갔다.

★ ★ ★

2024년 2월 10일 16:00 (미국시각 17:00),

미국령 괌 수메이 해군기지 군항.

태평양함대 소속 제3함대와 제7함대 일부 수상함이 정박한 수메이 해군기지에도 어김없이 정체불명의 미사일들이 날아왔다.

요란한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하얀 연기구름 꼬리를 흩날리며 지대공미사일들이 솟구쳐 올랐고 정박한 함정에도 승조원들이 전투태세 전환으로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다.

정박한 일부 구축함에서도 굉음을 울리며 MK-42 수직발사대에서 빠져나온 SM-2 대공미사일이 연달아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근접방어체제 20mm 펠링스(Phalanx)도 언제든 발사할 수 있도록 서북단 상공을 향해 7열 포신을 지향했다.

얼마 후 맨눈으로 확인은 되지 않지만, 폭죽과 같은 폭발이 북서단 상공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대기하고 있던 20mm 펠링스(Phalanx)의 7열 총열이 맹렬히 회전하며 20mm 탄을 빛줄기처럼 쏟아냈다.

드르르르르르르륵! 드르르르르르르륵!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화망 사이로 검은 물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맹렬한 속도로 하늘을 향해 빛줄기를 뿌렸던 제1항모전단 소속 알레이버크급 하긴스함(DDG-76)의 연돌 부위를 강타했다.

쿠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하긴스함(DDG-76)은 여지없이 V자로 꺾였다. 그리고는 용골마저 부러졌는지 하긴스함(DDG-76)은 함수와 함미가 정확히 반으로 갈라지며 빠르게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외에도 정박했던 여러 척의 구축함들이 힘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다. 그리고 충격적인 건 저번 해상전에서 반파 이상의 큰 피해를 보고 운 좋게 이곳 수메이 해군기지 군항으로 퇴각했던 포드급 제럴드 R. 포드함(CVN-78)은 걸레짝이 되어버린 갑판에 여러 발의 공대함미사일이 날아와 폭발했다.

쾅! 콰앙! 콰아아앙!

천지를 진동하는 폭발음이 연달아 울려대자 포드급 제럴드 R. 포드함(CVN-78)은 처참할 정도로 파괴되었고 검붉은 화염을 뿌리며 서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지옥 그 자체였다.

★ ★ ★

2024년 2월 10일 19:00 (미국시각 20:00),

미국령 괌 북서단 30km 해상.

2시간 전부터 제주도 가시리 제25전투비행단과 김해 제23전투비행단 그리고 광주 제1전투비행단에서 출격한 총 76기의 CF/A-25P 흑주작 전폭기가 괌을 비롯한 로타와 사이판 내에 있는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이 가해지고 있는 동안 괌으로부터 북서단 30km 떨어진 해상에 태극기를 펄럭이는 대한민국 해군전력이 모습을 보였다.

필리핀 해에서 미 해군 5개 함대를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해군은 제1함대 호위함전단과 제3함대를 미 해군 승조원 구조작업에 투입했고 나머지 모든 전력은 괌 상륙작전을 위해 41시간 동안 25노트에 달하는 빠른 속도로 항진해온 상황이었다.

선두에는 충무공이순신급 중순양함 4척이 서로 간 400m 거리를 유지하며 횡대 대형으로 항진하고 있었고 뒤로는 제10상륙함대 소속의 남주급 다목적상륙함 2척과 강화도급 다목적상륙함 4척 그리고 군수지원함 6척이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항해했다. 그리고 제7기동전단 소속의 호큘라 구축함 5척이 각각 2척과 3척으로 나뉘어 좌우에서 호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제1함대 소속의 구축함 5척이 후방 호위 임무를 수행하며 항해하고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해심 깊은 곳에는 제11기동잠수함전단 소속 호큘라 잠수함 8척이 전방위적인 대잠경계를 펼치고 있었다.

30분 만에 미 해군 5개 함대는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았지만, 아직도 해심 곳곳에는 미 해군의 핵잠수함 전력이 상당히 남아있었다. 이에 북서 태평양 해심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잠수함 전력이 총동원되어 미 해군 핵잠수함 전력 소탕 작전에 한창이었고 40여 시간이 흐르는 동안 아군 잠수함 3척이 희생되었지만, 미 해군 핵잠수함 15척을 격침하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렇듯 심장이 쪼그라들 정도의 긴장감 속에서 깊은 해심에서 숨 막히는 교전이 벌이지는 상황에서 괌으로부터 30km까지 별다른 저항 없이 도달한 대한민국 해군은 본격적인 괌 상륙작전에 돌입했다.

14척의 순양함과 각종 구축함이 호위하는 가운데 남주급 다목적상륙함 2척과 강화도급 다목적상륙함 4척의 후방 해치가 열리자 기다렸다는 듯 제2해병사단 3개 해병연대 병력을 태운 C-24P-N 상륙돌격장갑차들이 일제히 거친 엔진음을 울리며 하나둘 거친 바다 위로 뛰어들었다.

부르르르르릉! 부르르르르릉!

200여 대에 달하는 C-24P-N 상륙돌격장갑차들이 출렁거리는 파도를 가르며 일제히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괌 알루팡 비치를 향해 질주하는 동안 다목적상륙함 갑판에는 별칭으로 까치독사라 불리는 신속대응연대 소속의 해병을 가득 실은 최신예 호버형 27P-M 기린 해병전투장갑차들이 엘리베이터에 의해 갑판 위로 옮겨져 보기 좋게 도열 한 상태였다.

그리고 잠시 후 앞부분에서 도열 한 27P-M 기린 해병전투장갑차부터 호버형 엔진이 가동되자 부드럽게 뜨기 시작했고 이내 속도를 올리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바다 위를 최대 10m 높이로 비행할 수 있는 하는 27P-M 기린 해병전투장갑차 수십 대는 순식간에 파도를 가르며 나아가는 C-24P-N 상륙돌격장갑차 대열을 따라잡으며 앞으로 날아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의해 점령되었다가 1944년 탈환한 이후 타국의 군대가 괌을 침공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 ★ ★

2024년 2월 11일 00:00 (미국시각 10일 11:00),

미국 워싱턴 D.C 캐피털힐 의회의사당.

몇 시간 전, 괌을 비롯한 사이판 등 미국령 섬 4개가 대한민국에 빼앗겼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미 전역에 전해졌지만, 현재 미국은 만 킬로미터 떨어진 괌을 걱정할 여유가 없었다.

현재 미 전역의 모든 도시에서 일어난 시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확대됐다. 더군다나 로버트 피어리를 인터뷰 형식으로 처음 USSC 스캔들을 터뜨렸던 CNN은 CIA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사실에 입각한 증거를 앞에서 후속방송을 이어갔다. 이것은 마치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것과 같았다.

이에 시위대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시위의 형태는 폭력적으로 변했고 시위를 저지해야 할 경찰과 주 방위군 군인들까지 시위에 참여하게 되면서 미국의 미래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암흑으로 빠져들었다.

더군다나 USSC 스켄들과 관계없는 각 주의 주지사들이 이번 기회에 미연방에서 탈퇴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일 정도로 한마디로 미국은 이백여 년간 이어온 연방 국가 존립 자체가 무너질 판이었다.

이에 미 상하원의회는 이번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고자 USSC 스캔들과 관계없는 의원을 주축으로 한 긴급 의회가 소집했다. 더불어 긴급 의회 소집 안건은 USSC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탄핵소추였다.

현재 의회의사당 하원 의회장에 모인 하원의원들은 정원 435명 중 272명으로 무려 163명이 불참했다. 즉, 이번 USSC 스캔들이 터진 후 잠적하거나 해외로 도피한 의원들이었다. 정당 비율로 보자면 현 여당인 공화당 의원이 93명이었고 야당인 민주당 의원이 70명이었다. 한마디로 USSC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의원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272명만이 참석한 하원의원들의 탄핵소추는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다수당 대표인 민주당 원내대표인 루인 스콜 원내대표가 단상에 나와 10여 분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건의안을 제시했다.

건의안 제시가 끝난 후 즉시 탄핵소추 의결에 들어갔다. 현재 미국 현행법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의결정족수 과반의 동의가 필요했다.

잠시 후 의결을 마치자 임시 의장직을 맡은 낸시 호이어 임시 의장이 발표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에 대해 발표합니다. 정원 272명 중 동의는 272명으로 만장일치 탄핵소추가 의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탕! 탕! 탕!

낸시 호이어 임시 의장이 의사봉을 치며 선포하자 의사당 상원 의회장에 모여있던 상원들도 즉시 탄핵심판 절차에 들어갔다.

* 대한민국과는 다르게 대통령 탄핵 전권은 미 의회가 가지고 있다.

상원 의회장에 모인 상원의원들 역시 정원 100명 중의 58명만이 착석한 상태였다. 하원의원과 마찬가지로 42명의 상원의원 역시 USSC 스캔들에 관여되어 불참한 상태였다.

하원 의회와 다르게 상원 의회장의 탄핵심판은 미 전역으로 생중계가 되고 있었다. 이에 이 순간만큼은 시위대도 잠시 시위를 멈추고 건물에 달린 각종 전광판 화면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방송국 카메라에 의해 불참한 현재 상원의장을 대신해 임시 상원의장이 된 마이크 슈머 임시 상원의장의 얼굴이 확대되어 보였다. 마이크 슈머 임시 상원의장은 하원 의회로부터 올라온 탄핵소추와 관련한 사안을 엄숙한 어투로 말했다. 그리고는 이내 탄핵심판 의결에 들어갔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탄핵심판 의결결과를 확인한 마이크 슈머 임시 상원의장은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방송 카메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를 발표합니다.”

서두를 연 마이크 슈머 임시 상원의장은 잠시 발표문과 카메라를 한 번씩 번갈아 보고는 무거운 마음으로 말을 이어갔다.

“탄핵심판 결과 정원 52명 중 찬성 49표, 기권 3표, 반대 0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한다.”

탕! 탕! 탕!

이로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USSC 스캔들이 터진 지 2일 만에 미 의회에 의해 임기 1년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을 당하는 미국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 지금까지 3번의 탄핵 시도가 있었지만, 이처럼 실제로 탄핵당하는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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