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9화 (599/605)

탄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뇌 속에서조차 잊고 싶었던 USSC라는 단어가 흘러나오고 말았다. 이에 팀 그린 수석보좌관은 보좌관에게 물었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USSC 제보 인터뷰 방송이라니?”

“직접 확인하시는 게······.”

말을 흘린 보좌관은 가져온 리모컨으로 안보보좌관실의 TV를 켜고는 곧바로 채널을 CNN로 돌렸다.

그러자 TV 화면에서는 보좌관이 말한 대로 뉴스 진행자와 백인 사내가 USSC를 주제로 인터뷰 형식의 방송을 하고 있었다.

“저, 저자가 누구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백인 사내를 가리키며 물었다. 하지만, 참여한 보좌관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볼 때 모른다는 표정을 짓는 그때 메인 존슨 국무부 장관이 흠칫 놀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USSC와 밀접한 관계를 해왔던 메인 존슨 국무부 장관은 백인 사내의 정체에 대해서 알고 있는 듯했다.

“존슨 장관! 저자를 아는가?”

대통령의 다급한 질문에 메인 존슨 국무부 장관은 참석한 관료들을 슬쩍 훑어보고는 대답했다.

“하! 대통령님! 저, 저자는 USSC 안가의 보안 실장이었던 로버트 피어리로 보입니다.”

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뭔가에 머리를 세차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고 말았다.

미 해군의 패전 사실에 의해 앞으로 정부에 쏟아질 비난 여론을 어떻게든 대한민국 쪽으로 향하게 여론몰이를 하고자 긴급 NSC를 소집하여 대책을 세우는 상황에서 USSC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핵폭탄이 터진 것만 같았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이지 않게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조용히 말했다.

“일단, NSC 회의는 조금 전, 결정된 상황대로 진행하고 이 정도로 마무리합시다.”

현재 NSC에 참석한 관료 중 USSC와 관계없는 관료들이 적잖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 자리에서 USSC와 관련하여 대놓고 말을 할 수 없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하게 NSC 회의를 끝내고자 했다.

“대통령님! 아직 결정할 부분이 남아···.”

갑작스러운 NSC 회의 종료 선언에 스칼릿 캐머런 전략보좌관이 말하자 팀 그린 수석보좌관이 말을 끊었다.

“전보관! 그 부분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니, 홍보보좌관실에서 결정하면 될 겁니다.”

“네? 그래도”

“어허! 전보관! 대통령께서 종료하고자 하지 않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를 알고 있는 팀 그린 수석보좌관은 생각 이상으로 날카롭게 전략보좌관을 질타했다.

잠시 후 USSC와 관련된 관료들만 남은 상태에서 어두운 얼굴을 한 트럼프 대통령은 TV 화면 속 로버트 피어리를 째려보고는 옆에 있는 팀 그린 수석보좌관을 질타했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USSC 벙커에 갇혀있을 저 인간이 왜 세상 밖으로 나와 저렇게 지껄이고 있는 것이오? USSC 안가는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나한테 보고하지 않았소?”

“죄, 죄송합니다. 그때 당시 확실하게 처리했습니다.”

3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팀 그린 수석보좌관을 책임자로 하여 USSC의 모든 흔적을 지우는 작업에 착수했다. 당연히 워싱턴 D.C 외곽에 자리 잡고 있던 USSC 안가 역시 모두 허물고 자연공원형태로 만들어 흔적을 완전히 없앴다.

더불어 USSC의 주축이었던 10개 가문의 가족은 물론 조금이라도 관여된 사람들 역시 불법적인 힘까지 동원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해 왔다. 대통령 임기가 끝난 후 정치적으로 편안한 노후생활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꼭 실현해야 할 숙원과 같았다. 이에 막강한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신속하게 완벽하게 흔적 지우기 작업을 추진했고 3년이 지난 지금, USSC와 관련된 모든 흔적을 지웠다고 생각했다. 이 말인즉슨, USSC와 관련하여 유일하게 알고 있는 대한민국이나 러시아로부터 더는 협박받아 휘둘릴 필요가 없게 된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CNN 방송에서 갑자기 USSC 관련된 사람이 나와 전국으로 송출되고 있는 뉴스를 통해 USSC의 실체를 밝히는 인터뷰 방송이 나오고 있으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심장이 조여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그딴 말로 해결될 것이라 보는가? 당장 CNN에 연락해 저 인터뷰 방송을 중지시키시오.”

“네? 방송을 중단하라는 겁니까?”

“그럼, 저놈이 계속 USSC와 관련한 내용을 지껄이도록 놔둘 것이오?”

“그것이 아니라, CNN은 진보성이 강한 방송국이라 혹, 백악관에서 방송중지를 요청한 것을 도리어 언론압박을 하고 있다는 형식으로 방송할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취악···.”

“그럼, CNN 방송국을 폭파하시오?”

“네?”

팀 그린 수석보좌관을 비롯해 여러 고위관료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전투기를 이용하든 폭격기를 이용하든 아니면 폭탄테러로 위장시켜서라도 당장 저 빌어먹을 CNN 방송국을 날려버리란 말이오.”

비이성적인 말들을 늘어놓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이성을 잃은 듯했다. 이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팀 그린 수석보좌관은 난감해했다.

“지금 중지시키지 못하면 나나 당신들 모두 죽을 때까지 햇빛 구경 못할 수 있단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일단 전화하겠습니다.”

팀 그린 수석보좌관은 안쪽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한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통화 버튼을 눌러 직접 CNN 방송국에 전화를 걸었다.

★ ★ ★

2024년 2월 9일 12:00 (미국시각 8일 23:00),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CNN 방송국.

금요일 늦은 시간 미국 전역으로 송출되는 CNN 23 뉴스 시간에 갑작스럽게 ‘70년간 미국을 움직였던 검은 힘’이라는 타이틀로 제보 특종 방송을 하고 있었다. 이에 방송을 접한 미국 시민은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TV 화면 속 CNN 뉴스 진행자인 엘리스 로건과 대각선으로 마주 앉은 로버트 피어리는 자신을 비추고 있는 수많은 방송 카메라를 보며 자신이 알고 있는 USSC에 대해 10여 분간 상세하게 말했다.

“음,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피어리 씨께서 지금까지 USSC라는 비선조직이 실제 있었는지에 대해서 시청자들이 납득 할 수 있는 증거자료들이 있습니까?”

엘리스 로건의 질문에 로버트 피어리는 분노에 찬 눈빛을 발산하며 말했다.

“당연히 있습니다. 아니 넘치고도 남습니다.”

말을 마친 로버트 피어리는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USB를 꺼내 보였다.

“이 안에 차고도 넘칠 자료들이 있으며, 또한 끔찍한 영상도 있습니다.”

“끔찍한 영상은 뭔가요?”

“앞서 말했듯이 USSC의 실세들이 지하벙커에 갇혀있다가 공황장애를 일으켜 자살한 영상들입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지금 드릴 테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로버트 피어리는 엘리스 로건에게 USB를 넘겼고 이내 뉴스 총괄 PD가 USB를 가져갔다.

“시청자 여러분, USB 자료를 확인하는 동안 피어리 씨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와 같은 사실을 제보하는 인터뷰를 요청하신 이유가 어떻게 됩니까?”

엘리스 로건 앵커의 질문에 로버트 피어리는 잠시 충혈된 두 눈으로 메인 카메라를 뚫어지라 쳐다보고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저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두 딸이 있었습니다. 제가 3년간 지옥 같은 지하벙커에서 혼자 살아남아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아내와 두 딸은 이 세상에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제 아내와 두 딸은 제가 3년 전, 지하벙커에 갇혔던 그 날 모두 살해당했습니다.”

“살해요?”

“네, 공식적으로는 집에 불이 나, 사망한 것으로 나왔지만, 그것은 거짓입니다. 제 가족은 살해를 당한 것입니다.”

“거짓이라는 증거는 있습니까?”

“그날, 제 가족은 물론 저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가족 역시 각종 사고로 모두 사망했습니다. 그게 우연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랬다. 한국시각으로 전날 밤, 박기웅 팀장으로부터 심문을 받는 동안 심적 갈등을 일으켰던 로버트 피어리는 한 가지 조건을 걸고 협조하기로 했다.

그 조건이라는 것은 미국에 있는 자신의 가족을 대한민국으로 안전하게 데려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은 미국 보건후생부와 노동부의 서버를 해킹해 로버트 피어리 가족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로버트 피어리의 가족은 3년 전에 이미 원인 불명의 화재로 인해 사망했다. 또한, 추가로 알게 된 사실은 로버트 피어리와 함께 근무했던 다른 보안실 직원들의 가족 역시 1개월간 여러 가지 사고로 모두 사망한 것이었다. 즉 누군가가 USSC 흔적을 지우고자 가족까지 모두 사고로 위장하여 죽였다는 것을 이성적으로 충분히 유추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누군가는 현재의 미국 정부였고 도널드 트럼프였다.

어쨌든 자신의 가족이 USSC 증거 소멸을 위해 희생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로버트 피어리는 큰 슬픔과 함께 크게 분노했고 이에 협조 이상으로 자신이 직접 미국 방송국에 나와 USSC의 실체를 밝히는 데 앞장서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에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은 미국 방송국은 가장 진보성을 띤 CNN과 접촉했고 금일 뉴스 23에서 USSC 실체를 밝히는 제보 인터뷰 방송을 하게 되었다.

로버트 피어리가 3년 전, USSC 안가에서 일어난 일부터 며칠 전 한국 정보국에 의해 구조받을 때까지의 일어난 일들을 상세하면서도 간단명료하게 함축해서 말했다.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얘기였다.

“제가 지금 말한 것들은 사실이며 각종 자료와 영상으로 조금 전 드린 USB에 모두 담겨있습니다.”

“정말 믿기 힘든 얘기군요.”

엘리스 로건 앵커 역시 상당한 충격을 받았는지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이때 FD 한 명이 다가와 엘리스 로건 앵커에게 조그마한 쪽지를 넘겼다.

이에 엘리스 로건 앵커는 넘겨받은 쪽지를 살짝 곁눈질로 확인하고는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방금 백악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거짓 제보이니 지금 당장 방송을 중지하라는 내용입니다. 지금 이 방송을 보고 계신 백악관 관계자분들, 거짓 제보인지 아닌지는 우리 국민 시청자분들이 판단할 일입니다. 또한, CNN은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으므로 계속 방송을 할 것을 말씀드립니다.”

역시나 팀 그린 수석보좌관이 염려했던 대로 CNN에 대한 방송중지 요청은 백악관으로서는 절대적으로 불필요한 자충수였다.

단호한 어투로 멘트를 날린 엘리스 로건 앵커는 다시금 고개를 돌려 로버트 피어리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피어리 씨 죄송합니다. 그럼 계속 인터뷰를 이어가겠습니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는 USSC의 흔적을 지우고자 피어리 씨 가족은 물론 보안실 가족들 모두 의도적으로 살해했다는 말이 되겠군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정부 관료 중 어느 선에서 이와 같은 일을 꾸몄다고 생각합니까?”

“대통령입니다.”

“네? 대통령입니까?”

“그렇습니다. 대통령 역시 예전 USSC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장본인입니다.”

이때 PD가 손가락으로 사인을 보냈다. 이에 엘리스 로건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까지 로버트 피어리 씨가 말씀하신 내용 중 실제 USSC의 실재인물이 있었음을 뒷받침할 영상이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영상 중 끔찍한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 그럼 함께 보시죠.”

순간 스튜디오는 작은 화면으로 오른쪽 아래로 이동했고 큰 화면으로 새로운 영상이 보였다.

그 영상은 금발의 중년 여자가 그리 크지 않은 방에서 혼자서 누군 과와 대화하듯 말하고 있었다. 마치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듯 보였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금발의 중년 여자는 의자로 올라가 미리 걸어둔 기다란 줄에 목을 걸고는 곧바로 밟고 있던 의자를 넘어뜨렸다. 그러면서 영상은 끝이 났다.

이러한 충격적인 영상은 바로 1년 전, 지하벙커에 갇혀 폐소공포증에 시달리다가 끝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USSC의 의장인 빅토리아가 자살하는 영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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