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8화 (598/605)

세기의 대결

2024년 2월 9일 01:20 (현지시각 02:25),

동주 평화자치도 은돌 제도 동단 420km 필리핀 해(제6함대).

제2함대의 두 항모전단이 SSM-1000K 아바리스에 큰 피해를 보는 가운데 제6함대도 큰 재앙이 불어닥쳤다.

가장 먼 곳, 은돌섬에서 주둔하고 있던 제33지대함대대에서 발사한 SSM-700S 해성B 지대함미사일이 제6함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거친 파도’ 4단계가 실행되면서 가장 먼저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마하 3.5의 속도와 먼 거리였던 탓에 5분이 지난 후인 지금에야 목표대상이었던 제6함대 소속의 각종 수상함에 쏟아지고 있었다.

제2함대와 마찬가지로 제6함대 역시 모든 시스템이 먹통이 되어버린 상황이었기에 최소한의 요격절차도 못해보고 SSM-700S 해성B 지대함미사일을 그대로 얻어맞을 운명이었다.

슈우우우우우우웅! 슈우우우우우우웅!

해수면 위를 스치며 날아오던 144기의 SSM-700S 해성B 지대함미사일은 일정 거리까지 도달하자 일제히 고도를 높이며 어두운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는 일정 고도에 다다르자 순간적으로 급격히 고도를 낮추며 떨어졌고 목표대상과 충돌하기 직전 미사일 후미 몸통에서 1차 폭발이 일어나며 수많은 파편을 뿌렸다.

콰앙!

파파파파파파팟!

부채꼴 모양으로 비상하며 뿌려진 파편들은 그대로 목표대상인 수상함을 휩쓸었고 중심탄두는 그대로 날아간 함교 뒤쪽 연돌을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폭발했다.

쿠아아아앙!

지대함으로 개량된 SSM-700S 해성B 역시 기존 SSM-700S 해성A와 같은 이중목적 확산플라즈마탄 형식으로 1차 파편에 따른 외부 피해와 중심탄두로 인한 내부 폭발을 일으켜 다른 미사일과 다르게 2중으로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무서운 위력의 미사일이었다.

쿠앙! 쿠앙! 쿠앙!

수많은 플라즈마탄 파편 제6함대 제2항모전단 항공모함 조지부시함(CVN-77)에 쏟아졌다.

특수강판재질의 갑판은 마치 종잇장 찢어지듯 벌집이 되었고 착함되어 있던 각종 항공기도 파편상을 입으며 부서지거나 아니면 재차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몇 기의 중심탄두가 엉망이 된 갑판을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폭발했다.

몇 차례 들썩거리며 폭발이 연달아 일어나자 조지부시함(CVN-77)은 더는 버티질 못하고는 우측으로 급격기 기울어지면서 불타는 항공기나 승조원들을 소용돌이치는 바다로 밀어냈다.

몇 분 후 제6함대가 있던 수 킬로미터 해상에는 함수 일부분 남긴 채 침몰하는 조지부시함(CVN-77)을 비롯해 수많은 구축함이 거대한 화염에 휩싸여 파도에 휘말려 떠다니거나 아니면 반파 이상의 큰 피해를 보고 바닷속으로 죄다 침몰하고 있었다.

그리고 해상 곳곳에 시꺼먼 기름띠가 가득 차 있었고 각종 부유물과 시신들이 어지럽게 떠다니고 있었다. 일부 살아남은 승조원들은 구명조끼에 의지한 채 손을 들며 구조신호를 보냈지만, 구조의 손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에 시간이 흐를수록 낮은 수온 탓에 살아남은 승조원들은 차츰 저체온 증상을 보이며 하나둘 차가운 바다에서 유명을 달리했다.

현재까지 대한민국 공군과 해군, 그리고 항공우주군 등 3군이 참여한 ‘거친 파도’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아니 수립한 작전 안 이상의 전과를 거두고 있었다. 이에 한층 고무된 합동참모본부는 조금 전, ‘거친 파도’ 작전의 마지막 5단계 실행명령을 하달했다.

이에 은돌 제도로부터 동단 300km 떨어진 상공에서 미 해군 항공기를 상대로 학살에 가까운 공격을 가하며 공중전을 평정한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중 공대함미사일인 S-ASM-100 비단뱀을 무장한 CF/A-25P 흑주작 64기는 마하 6.5의 고속 크루즈 비행으로 전환하여 미 해군 함대군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그리고는 미사일을 사정거리 안까지 도달하자 어김없이 무장하고 있던 모든 S-ASM-100 비단뱀을 털어내듯 큰 피해를 보고 저항할 힘도 없는 미 해군 함대군을 향해 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했다.

한편, 사거리 450km에 달하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인 SSM-1000K 아바리스를 모두 발사했던 4척의 충무공이순신급 호큘라 순양함 4척은 각기 두 방향에서 하이퍼추진 모드로 전환한 상태로 쾌속정도 흉내 내지 못할 60노트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미 해군 대함군을 향해 쾌속 항주에 들어갔다.

이들은 미 해군 대함군과 거리 250km까지 도달한 후 해성A 미사일과 스퀴테 C-2 함포로 마지막 숨통을 끊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대기권 밖에서는 제1우주전투비행단과 제2우주전투비행단 소속의 삼족오 우주 전투기들이 필리핀 해 상공으로 지나가거나 진입하는 미국명의 모든 군사위성에 대한 사냥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아틀라스 정찰위성과 프로메테우스 정찰위성의 부재로 어쩔 수 없는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결정이었지만, 나머지 군사위성마저 희생시키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마치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과 같았다.

★ ★ ★

2024년 2월 9일 04:30 (현지시각 8일 15:30),

미국 버지니아주 엘링턴 펜타곤(합동참모본부 상황실).

필리핀 해에서 해상전이 벌어지고 4시간이 지난 후 펜타곤 합동참모본부의 상황실은 얼어붙은 듯 차가운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조금 전, 가용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취합한 미 해군 대함군의 피해 현황이 보고되었다. 그리고 스크린에는 참혹할 정도로 당해버린 미 해군 대함군의 각종 수상함 사진들이 즐비하게 보였다.

현재 괌 군항에서 정박하고 있는 일부 제3함대를 제외하면 교전이 시작된 지 30분 만에 대서양함대 소속의 제2함대는 물론 유럽미해군 소속 제6함대, 남방미해군 소속 제4함대는 전자 펄스막 영향권 안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받아 전멸하고 말았다.

이외에 중부사령부 소속의 제5함대를 비롯해 제7함대와 함께 움직였던 강습상륙함대와 각종 군수지원함대에서는 일부 전력이 살아남아 퇴각 항해에 들어갔으나 이마저도 대한민국 공군 전폭기에 의해 공대함미사일 공격을 받고 대부분 격침되거나 대파당했다.

한때 전 세계 모든 국가의 해군과 싸워도 이길 수 있다는 최강의 미 해군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단 30분 만에 괴멸된 것은 미 해군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일방적인 참패였다.

현재 상황실 대형 스크린에는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바다 위를 정처 없이 떠돌고 있는 여러 구축함은 물론 제2함대 제12항모전단 소속의 포드급 항공모함 존 F 케네디함(CVN-79)이 처참한 몰골로 금방이라도 침몰할 상태로 바다에 떠 있는 등 보고도 믿기지 않을 사진들이 보였다.

더욱 비참한 것은 현재 스크린에 보이는 사진은 미국 군사위성이 아닌 태평양 기후관측 및 지질연구 관련 민간 위성이 촬영하여 제공한 사진들이었다.

한때 군사위성의 강국이었던 미국이 이제는 민간 위성으로부터 이러한 정보를 받은 신세로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대체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대통령께서 난리 나셨겠구먼”

하얗게 질린 얼굴로 스크린 화면의 사진들을 보며 국방부 듀크 윌리엄스 장관이 탄식했다. 현재 백악관에도 미 해군 대함군의 피해 현황 보고서가 긴급문서로 올라간 상태였다.

“면목이 없습니다.”

이번 해상전 작전을 처음부터 준비하고 수립한 작전참모장 닉 리만도 중장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자네 책임인가? 총지휘권을 가진 나의 잘못이지······.”

적잖은 충격에 빠져 힘없이 의자에 앉아있던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이 모든 걸 포기한듯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닙니다. 이번 작전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입니다. 의장님!”

이때 백악관 담당 부관이 조용히 다가와 보고했다.

“장관님! 의장님! 두 분 모두 백악관 호출입니다.”

“제길! 올 것이 왔군!”

듀크 윌리엄스 장관은 예상하였다는 듯 두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네, 곧바로 가겠다고 전하게”

“네, 알겠습니다.”

백악관 담당 부관이 대답과 동시에 자리에서 물러나자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작전참모장을 불렀다.

“네, 의장님!”

“난, 백악관으로 갈 테니 자네는 참모들과 후속 대책에 대해 수립하게나”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작전참모장! 아직 한국과 전쟁이 끝난 게 아니지 않나? 내가 말한 대로 하게”

단호하게 말한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은 국방부 장관과 함께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 ★ ★

2024년 2월 9일 11:30 (미국시각 8일 22:30),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웨스트윙 안보보좌관실).

4시간 전,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으로부터 직접 브리핑 형식으로 미 해군 대함군 피해 현황을 보고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을 호출한 후 패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보직해임 했다.

이에 임시 합참의장에는 공군참모총장인 세스 모지스 대장이 역임하게 되었고 국방부 장관 자리에는 존 맥브라이드 국방부 차관이 맡게 되었다.

하지만, 장관과 합참의장을 보직해임 했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패전에 따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NSC를 소집하여 가장 중요한 안건으로 대책 방안이 아닌 패전에 따른 여론몰이를 어떻게 할 것이냐에 집중했다.

현재 미 해군의 피해 현황은 이랬다.

항공모함 7척 중 5척은 침몰, 나머지 2척은 반파 이상의 큰 피해를 보고 전력에서 완전히 제외되었다. 그리고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9척,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51척, 줌왈트 구축함 18척 역시 침몰하거나 반파 이상의 큰 피해를 보았다. 이외에도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과 각종 상륙함 21척 침몰, 34척의 각종 군수지원함과 수상함들이 침몰했다.

그리고 인명피해로는 승조원 31만여 명 중 16만여 명이 전사하거나 실종, 이외 12만 명이 크고 작은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외 항공전력은 현재까지 피해집계되 되지 않았다. 아마도 대부분 모든 전투기가 격추되거나 연료 소진으로 바다에 빠졌을 것으로 판단했다. 즉 전투기 조종사들도 모두 전사와 실종자로 분류한다면 그 수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전사자에 따른 유족들의 반응이었다.

기축통화국답게 천문학적인 돈을 찍어내고 시간만 투자한다면 다시금 해군전력을 보강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번 해상전에서 전사한 유족들이 반응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위기일 수도 또는 기회일 수도 있었다.

즉, 수십만에 달하는 유족들을 중심으로 반전운동이 확산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위기였고 도리어 유족들의 분노를 대한민국에 향하게 한다면 전쟁을 지속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자 기회였다.

이러한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NSC에서 유족들의 분노를 전쟁 확산으로 이어갈 수 있는 여론몰이 대책을 가장 큰 안건으로 상정하여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르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서 역린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공격할 준비를 대한민국 정부가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3시간에 걸친 NSC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결론을 내는 시점에 백악관 보좌관 한 명이 안보보좌관실 문을 열고는 다급히 소리쳤다.

“크, 큰일 났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데? 회의 중에 소란인가?”

파비안 존스 안보보좌관이 온갖 인상을 쓰며 보좌관을 홀렸다.

“지, 지금 CNN에서 속보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뭐야? 이번 패전 내용이 벌써 언론에 넘어간 건가?”

“그게, 아닙니다. 지금, USSC와 관련된 제보 인터뷰가 나오고 있습니다.”

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쳤다.

“뭐? US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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