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2024년 2월 9일 01:20 (현지시각 02:22),
동주 평화자치도 은돌 제도 남동단 400km 필리핀 해(제5함대).
제12항모전단 소속의 슈퍼호큘라 잠수함에서 발사한 SSM-1200K 아바리스II를 탐지한 제5함대 소속의 모든 구축함에서 요란한 사이렌이 울렸다. 하지만, 이미 근거리까지 도달한 탓에 중거리 요격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에 최후 방어수단인 CIWS(근접방어체제)에 운명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마치 바다를 가르듯 양 갈래로 거대한 파도막을 만들며 날아온 SSM-1200K 아바리스II 20여 기는 85km 거리를 27초 주파하여 가장 먼저 제10항모전단의 대공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각종 구축함에 달려들었다.
콰아아아아아아~
가장 먼저 좌측 선두에서 항해하던 알레이버크급 그리들리함(DDG-101) 좌측면에 SSM-1200K 아바리스II 1기가 파고들었다.
쿠아앙~
탄두의 폭발력도 폭발력이지만 마하 9의 속도로 밀고 들어오는 운동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했다. 150여 미터에 달하던 그리들리함(DDG-101)은 일순간 뒤쪽으로 들썩이며 엿가락처럼 휘어졌다. 그리고는 내부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함수와 함미가 갈라지며 두 동강이 났고 거대한 검붉은 화염이 함 전체를 그대로 집어삼켰다.
콰과과과과과~
단 한발의 SSM-1200K 아바리스II로 2007년 2월에 취역한 그리들리함(DDG-101)은 여러 조각으로 박살이 난 채로 빠르게 바닷속으로 침몰해 갔다. 그리고 이러한 대재앙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리들리함(DDG-101)이 급속도로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이, 연이어 로스함(DDG-71)과 카니(DDG-64)함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큰 타격을 입고 하얀 거품을 일으키는 바닷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5함대 소속 구축함에서도 유일한 줌왈트급 구축함인 모빌베이함(DDG-1023)도 함교 아래쪽에 SSM-1200K 아바리스II를 얻어맞고는 거대한 불길에 휩싸였다.
대공방어를 책임지는 각종 구축함이 이렇다 할 요격 대응도 못 하고 차례대로 피격되는 사이 다음으로 날아온 SSM-1200K 아바리스II 2기는 제5함대의 핵심전력인 해리 투루만함(CVN-75)을 향해 바다 수면을 가르며 날아왔다. 이에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항해하던 구축함들은 해리 투루만함(CVN-75)을 보호하고자 CIWS(근접방어체제)인 MK-15 펠링스 기관포를 총동원하여 분당 4,500발의 연사속도로 20mm 파편탄을 뿌려댔다.
하지만, 수면 위로 낮게 비행하며 마하 8 이상으로 날아오는 SSM-1200K 아바리스II를 요격한다는 건, 요행을 바랄 뿐이었다.
빠빠빠빠빠빠빠빠방! 빠빠빠빠빠빠빠빠방!
여러 구축함에서 쏟아지는 파편탄을 여유롭게 따돌리며 날아온 SSM-1200K 아바리스II 1기는 그대로 해리 투루만함(CVN-75)의 좌측면 함수를 때렸다.
쿠아아아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배수량이 10만 톤이 넘는 해리 투루만함(CVN-75)은 엄청난 충격에 순간적으로 들썩였고 외강판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그러자 갑판 위에 있던 승조원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내부 깊숙이 들어간 SSM-1200K 아바리스II이 내부 폭발을 일으키자 거대한 화염이 갑판을 뚫고 솟구쳤다. 이에 갑판에 착함해 있던 각종 항공기의 결박이 끊어지면서 사방으로 내동댕이쳐지거나 치솟은 화염에 휩싸이며 폭발했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 지난 후 해리 투루만함(CVN-75)을 노리는 두 번째 SSM-1200K 아바리스II이 아가리를 벌리며 첫 번째 미사일이 타격했던 좌측면 함수 부위에 정확히 날아왔다.
첫 번째 미사일에 이미 엉망이 된 내부 깊숙이 진입한 두 번째 미사일은 해리 투루만함(CVN-75) 내부 전체를 훑으며 기어코 함미까지 뚫고 들어와 폭발했다.
쿠앙~ 쿠앙~ 파파파파팡~
묵직한 폭발음과 함께 가공할 충격이 해리 투루만함(CVN-75)의 뒤흔들었고 이내 거대한 폭발과 함께 함미 전체가 뜯겨나갔다. 이에 함미 쪽 갑판에 착함되어 있던 E-55N 스텔스탐지정보기 1기와 P-3N 해상초계기 2기가 폭발위력에 휩싸이며 추가 폭발했다.
쿠아아아아아아~
함미 전체가 뜯겨나간 해리 투루만함(CVN-75) 중심을 잃고는 서서히 좌측으로 기울어지자 성난 물보라가 집어삼키려는 듯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리고 이때까지 갑판에 결박되어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던 여러 항공기도 미끄러져 바다로 빠지거나 다른 항공기와 연쇄충돌을 하며 손상을 입었다.
단 두 발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에 세계 최강의 항공모함 해리 투루만함(CVN-75)은완전히 파괴되어 검붉은 화염과 연기를 내뿜으며 좌측으로 기울어진 채로 바닷속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갔다.
으악! 아아악!
각종 색상의 조끼를 입은 승조원들은 살고자 하는 본능에 앞다퉈 바다로 튀어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부의 승조원일 뿐, 대부분 승조원은 함 내에서 탈출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이글거리며 불타는 갑판에서 검게 타버린 숯덩어리가 신세였다.
이렇듯 제5함대 소속의 해리 투루만함(CVN-75)은 이것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사이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인 초신함(CG-65)도 함교 부위에 SSM-1200K 아바리스II에 직격을 당하면서 함교 전체가 폭발과 함께 뜯겨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연 달은 내폭 때문에 만재배수량 10,100톤에 달하는 초신함(CG-65)은 함체 중앙이 V자로 꺾이는 듯하더니 이내 용골 전체가 부러지면서 분리되었고 분리된 함미와 함수는 그대로 세로로 세워지면서 바닷속으로 급격히 빨려 들어갔다.
쿠와와아~
그리고 침몰하는 초신함(CG-65)으로부터 1km 떨어진 해상에서도 또 다른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인 빅스버그함(CG-69)을 비롯해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인 곤잘레스함(DDG-66), 맥켐벨함(DDG-85), 트럭스턴함(DDG-103), 스테레트함(DDG-104)에도 죽음의 그림자가 덮쳐왔다.
수면 위를 스치며 빠르게 날아온 SSM-1200K 아바리스II 여러발이 어김없이 이들을 함체를 노리며 코앞까지 도달했다.
★ ★ ★
2024년 2월 9일 01:20 (현지시각 02:24),
동주 평화자치도 은돌 제도 동단 420km 필리핀 해(제7함대 및 각종 지원함대).
제5함대가 갑작스러운 잠대함 미사일에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는 사이 상륙함대와 각종 지원함대를 호위하던 제7함대 구축함들도 남서단 방향으로 대공 미사일을 연거푸 발사하고 있었다.
제5함대와는 다른 게 슈퍼호큘라 잠수함과 거리가 300km 이상 떨어져 있었기에 마하 8 이상으로 날아오고 있더라도 시간상으로나 거리상 1차례 정도 요격할 시간은 있었다.
40발에 가까운 SSM-1200K 아바리스II를 요격하기 위해 제7함대 소속의 모든 구축함에서 여러 종류의 SM-2 대공미사일 120여 기를 발사한 상황, 하지만, 현재까지 요격 성공 성과는 전혀 없었다. 그 이유는 SSM-1200K 아바리스II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려터진 SM-2 대공미사일로 요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대공미사일을 대량으로 쏟아붓든 탓에 120km 떨어진 해상에서 첫 번째 요격 성공 보고가 올라왔고 이후 몇 차례 기분 좋은 보고가 이어졌으나 끝내 28기의 SSM-1200K 아바리스II는 살아남아 제7함대 소속 구축함을 덮쳐왔다.
빠빠빠빠빠빠방! 빠빠빠빠빠빠방! 빠빠빠빠빠빠방!
어두운 수면 위로 수많은 빛줄기가 뿌려졌다. 제7함대 소속 구축함은 물론 수많은 강습상륙함에서도 가용한 CIWS(근접방어체제)용 무기가 총동원되었다.
이렇듯 거미줄처럼 얼퀴고 설퀴 빛줄기들이 뿌려지는 가운데 첫 번째 SSM-1200K 아바리스II가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인 벤폴드함(DDG-65) 좌측면을 강타했다.
순간 폭발과 함께 벤폴드함(DDG-65)은 활시위처럼 옆으로 휘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두 동강이가 나면서 대폭발을 했다.
쿠아아아앙!
거대한 화염 구름이 피어올랐고 분리된 두 동체는 급속도로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퇴함 명령이 떨어질 틈도 없이 벤폴드함(DDG-65)은 일부 부위만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채 침몰했다.
이후 마한함(DDG-72)과 오스카 어스틴함(DDG-79)도 벤폴드함(DDG-65)과 같은 신세가 되면서 침몰 직전이었고 이지스 시스템 베이스라인 9에 플라이트 IIB급인 레나 히그비함(DDG-123)은 함교 전체가 날아가 버린 채로 검붉은 화염만 내뿜었다. 이외에 1차 요격에 성공한 슈프함(DDG-86), 채피함(DDG-90), 홀시함(DDG-97), 그래블리함(DDG-107)도 재차 날아오는 SSM-1200K 아바리스II를 요격하지 못하고 차례대로 불벼락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 ★ ★
2024년 2월 9일 01:20 (현지시각 02:24),
동주 평화자치도 은돌 제도 동단 420km 필리핀 해(제2함대).
강력한 전자 펄스막에 갇혀 모든 시스템이 나가버린 제2함대 소속의 각종 구축함과 대함군 지휘함인 LHA-6 아메리카함은 자체 항해능력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레이더가 죄다 먹통이 된 상태로 파도에 떠돌고 있는 상황에서 저 멀리 수면을 스치며 수많은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레이더가 먹통이 된 상태로 제2함대는 이러한 위험을 사전에 파악할 수 없었다.
쿠와와와와와와~
수평선 넘어 거친 파도막을 뿌리며 대함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몇 분 전 충무공이순신함(CG-1101)과 손병희함(CG-1103)에서 발사한 SSM-1000K 아바리스였다.
마하 8 이상의 속도로 날아온 72기의 SSM-1000K 아바리스는 430km 거리를 3분 만에 돌파해 제2함대의 각종 구축함을 노리며 날아왔다.
쿠앙!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공격을 받게 된 제2함대, 가장 먼저 SSM-1000K 아바리스에 희생양 된 된 수상함은 제15항모전단 소속 포드급 항공모함인 버락 오바마(CVN-81)이었다.
동시다발적으로 날아온 SSM-1000K 아바리스 3기는 그대로 버락 오바마(CVN-81)의 우측 함수와 중앙 갑판 그리고 함교를 차례대로 때렸다.
쿠앙! 쿠앙! 쿠앙!
연달아 울리는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버락 오바마(CVN-81)은 처참할 정도로 파괴되면서 수십 미터에 달하는 화염과 짙은 연기를 내뿜었다. 뒤이어 제15항모전단 소속의 줌왈트급 구축함과 알레이버크급 구축함들도 차례대로 SSM-1000K 아바리스를 얻어맞고는 같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상상할 수 없는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어둠을 뚫고 순식간에 날아온 SSM-1000K 아바리스 미사일은 제2함대 소속의 제15항모전단 수상함들을 닥치는 대로 파괴해 나갔다. 또한, 이곳으로부터 25km 떨어진 해상에서도 거대한 화염이 곳곳에서 치솟으며 주변 일대를 환하게 비쳤다.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엄청난 밝기의 화염이었다.
“대체, 대체······.”
조시 챈들러 제독은 항공함교 창문 너머로 화려하게 불춤을 추고 있는 본 함대의 구축함들을 보며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잊지 못했다. 이때 전투통제실에 갔었던 작전주임관 스튜어트 그린 소장이 항공함교에 뛰어와 다급히 말했다.
“제독님! 지금 당장 퇴함하셔야 합니다. 본 함도 곧 공격을 받을 것입니다.”
하지만 조시 챈들러 제독은 모든 걸 포기했는지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뭘 타고 퇴함을 한단 말인가?”
“지금, 수동으로 움직일 수 있는 보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됐네, 부하들을 놔두고 나만 퇴함할 순 없네”
조시 챈들러 제독은 손을 내젓으며 단번에 거절했다.
“제독님! 제독님께선 대함군의 총지휘관이십니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 뭐라도······.”
“됐네, 그만두게”
다시 한번 거절 의사를 밝힌 조시 챈들러 제독은 몸을 돌려 불안에 떨고 있는 승조원들을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의자에 앉았다.
“제독님! 주임작전관님 말대로 퇴함하십시오. 본 함은 제가 끝까지 책임지겠습니다.”
LHA-6 아메라카함의 잭 롬바디 함장이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허허, 이 사람들이?”
이때, 북서단 방향에서 파도막을 형성하며 뭔가가 빠르게 날아오더니 HA-6 아메라카함의 함수 좌측을 향해 매섭게 돌진했다.
“제독,”
스튜어트 그린 소장은 강제로라도 조시 챈들러 제독을 퇴함 시키고자 상체를 들려는 그때 엄청난 충격이 HA-6 아메라카함을 흔들어댔다.
콰앙아아앙!
엄청난 폭발에 항공함교는 물론 모든 창문이 박살이 나며 내부로 파편이 비상했다. 이에 항공함교에 있던 조시 챈들러 제독을 비롯해 참모들과 승조원들은 파편에 피범벅이 되면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항공함교 곳곳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은 없었다. 도리어 내부 유폭에 의해 아일랜드 전체가 폭발과 함께 뜯겨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는 고열의 화염이 HA-6 아메라카함을 전체를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