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2024년 2월 9일 01:15 (미국시각 21일 12:15),
미국 버지니아주 엘링턴 펜타곤(합동참모본부 상황실).
펜타곤 합동참모본부 역시 난리 난 상황, 정찰위성으로부터 데이터 링크되었던 했던 스크린들은 지직거리고 있었고 현재 교전 중인 미 해군 대함군 중에서도 제7함대와 제5함대만이 통신 연결이 되었을 뿐, 나머지 함대와는 완전히 통신이 두절 된 상태였다.
“아직도 연결이 안 되나?”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계속해서 똑같은 질문만 반복했다. 이에 옆에 있던 여러 참모가 돌아가며 대답했다.
“현재 작전 해상에 펼쳐진 EMP가 심각한 듯합니다.”
가용한 모든 통신전력을 이용해 두절 된 함대와 통신시도를 하고 있지만, 완전히 먹통상태였다.
“뭔가 대책을 마련해 봐!”
답답한 마음에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은 엄한 참모진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이에 작전참모장 닉 리만도 중장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현재 통신 중계기는 물론 통신위성들이 해당 해상으로 이동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연결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닉 리만도 중장의 바람일 뿐, 해당 해상에 강력한 전자 펄스막에 의해 어떠한 통신수단으로도 함대와의 통신 연결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대체 언제란 말인가?”
똑같은 대답에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은 불편한 심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정찰군사령관인 줄리언 그린 대장을 불렀다.
“그린 대장!”
“네, 합참의장님!”
“정찰위성들은 어떻게 되었나?”
“네, 가용한 모든 수단의 정찰위성을 해당 해상으로 이동 중입니다.”
최첨단 정찰위성 두 기종이 모두 격추된 상황에서 합동참모본부는 현재 지구 궤도 상에서 운용하고 있는 모든 군사위성을 필리핀 해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대한민국 항공우주군으로부터 추가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이 컸지만, 눈과 귀가 막힌 상태로 이번 해상전을 치를 순 없었기에 가용한 모든 군사위성을 끌어모으고자 했다. 하지만, 최고의 스텔스 성능을 보유한 대한민국 공군의 전투기나 호큘라급 이상의 구축함을 탐지할 확률은 극히 희박했다. 결과적으로 미국 합동참모본부는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도 해야 하는 절실한 심정이라고 봐야 했다.
★ ★ ★
2024년 2월 9일 01:15 (현지시각 02:15),
동주 평화자치도 은돌 제도 동단 320km 필리핀 해.
300여 기에 달하는 미 해군 소속의 함재기들이 미사일 한 발 쏴보지도 못하고 시퍼런 파도가 치는 바다에 추락한 가운데 운 좋게 전자 펄스막 상공에서 벗어난 나머지 함재기들은 갈팡질팡한 상황, 일부 비행대대장은 본 항모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대부분 비행대대는 근처 상공을 배회하며 다시금 데이터링크가 제기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죽음의 그림자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순간, 고도 10km 상공에서 선회비행을 하던 제222항공비행대 소속의 F-35C 라이트닝II 전투기에 RWR 경보음이 느닷없이 일제히 울렸다.
이에 F-35C 라이트닝II 전투기들은 즉각 회피기동에 들어가며 채프와 플레어를 사정없이 방출했다.
파파파파파팟!
후미 양쪽의 사출기에서 플레어가 쏟아져 나왔다.
슈우우우우우우웅~
슈웅우우우우우웅~
어디선가 빠른 속도로 푸른 불꽃을 터뜨리며 날아왔다.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가 운용하는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인 S-AAM-200 방울뱀이었다.
급격한 회피기동에도 불구하고 마하 6 이상으로 속도로 날아온 S-AAM-200 방울뱀은 최소선회각 운동능력을 자랑하며 표적으로 삼은 F-35C 라이트닝II 전투기를 향해 날아왔다.
콰앙! 콰앙!
조종사의 비명과 함께 여러 기의 F-35C 라이트닝II 전투기가 공중폭발을 했다. 붉은 불꽃의 크고 작은 파편이 마치 불꽃놀이처럼 화려하게 퍼져나갔다.
계속해서 공중폭발이 일어나는 가운데 운 좋게도 F-35C 라이트닝II 전투기 1기는 가까스로 자신을 기체를 노리던 방울뱀을 채프로 따돌렸다. 캐노피 뒤편으로 스치고 지나가 채프와 부딪쳐 폭발하는 장면을 본 조종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이내 얼굴의 모든 근육이 경직되고 말았다.
또다시 RWR 경보음이 울렸고 어느새 자신의 코앞에 묵직한 크기의 뭔가가 날아와 정확히 캐노피에 명중하며 폭발했다.
이처럼 일방적인 학살은 필리핀 해 상공 곳곳에서 일어났다. 눈먼 상태에서 일방적인 미사일 공격을 받고는 200여 기의 각종 함재기가 공중분해가 되거나 검붉은 화염을 내뿜으며 바다로 추락해 나갔다.
한편, 전자전 특수기인 EA-18G 그라울러 4기와 함께 비행하던 제521항공비행대 소속 F-35C 라이트닝II는 강력한 전자전 덕분에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로부터 1차 공격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절규 섞인 타 아군 조종사들의 통신 내용에 제521항공비행대 비행대대장은 결단을 내렸는지 편대장들에게 전방 전속 비행명령을 내렸다.
어차피 이대로 있다가는 연료가 소모되어 바다에 추락하거나 대한민국 전투기로부터 공격받을 것은 뻔한 일이었다. 이에 비행대대장은 EA-18G 그라울러를 앞세워 최대한 접근하여 공중전에 돌입하고자 했다.
비행대대장의 명령에 편대단위로 해당 상공에서 배회하던 F-35C 라이트닝II는 일제히 서단으로 기수를 돌렸다. 선두에서 EA-18G 그라울러 4기가 강력한 전자전으로 레이더 전파 교란을 했고 이에 36기의 F-35C 라이트닝II들은 최대속도를 내며 날아갔다.
으르렁거리는 사람이라는 별명을 가진 EA-18G 그라울러의 전자전은 생각 이상으로 대한민국 전투기의 레이더나 구축함 대공 레이더를 교란했다. 이에 200km 이내로 진입에 성공한 제521항공비행대 F-35C 라이트닝II 전투기들은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공중전에 돌입했고 대공 레이더에 대한민국 전투기들이 일부 탐지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새 양국 간의 전투기 거리가 100km까지 근접하자, EA-18G 그라울러기들 임무완수라 생각했는지 선회하며 후방 일대로 퇴각 비행에 들어갔고 8개 편대 F-35C 라이트닝II 전투기들이 각자 거리를 벌리며 내부무장실의 페어링을 오픈했다.
슈우우우우웅~ 슈우우우우웅~ 슈우우우우웅~ 슈우우우우웅~ 슈우우우우웅~
순간, RWR 경보음이 조종실을 울렸고 순식간에 날아온 검은 물체들은 정확히 제521항공비행대 소속 F-35C 라이트닝II를 공중분해 시켰다. 이에 뒤질세라 F-35C 라이트닝II들도 레이더에 탐지된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를 향해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했다.
서로 간 쏟아지는 수많은 공대공미사일을 어두운 하늘을 붉은 선과 푸른 선으로 수 놓았다.
슈우우우와~ 슈우우우와~ 슈우우우와~ 슈우우우와~
내부무장실에 있던 AIM-120 암람 공대공미사일 4기를 발사하고 기체 중량이 가벼워진 F-35C 라이트닝II 전투기가 한 기가 급격히 선회비행에 들어가는 순간 하단 한복판에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이 날아왔다.
쿠아아앙!
이처럼 전자 펄스막에서 살아남은 미 해군 전투기와 대한민국 전투기 간의 치열한 공중전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합동참모본부는 ‘거친 파도’ 4단계 실행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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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9일 01:20 (현지시각 02:20),
동주 평화자치도 은돌도(제33지대함대대 임시주둔지).
해군 남해함대 직할부대 중 하나인 제33지대함대대 소속의 K-222 발사차량 18대는 진작부터 4연장 발사관 2문을 수직으로 세워놓은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고 뒤쪽에는 포대당 2기를 운용하는 보조탄약차량이 대기해다.
그리고 잠시 후 남해함대 사령부로부터 공격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K-222 발사차량의 4연장 발사관 2문에서 SSM-700S 해성B 대함미사일이 연달아 하늘로 솟구쳤다.
어두운 밤하늘에 하얀 연기 꼬리를 문 144기의 SSM-700S 해성B 대함미사일은 어느덧 수평선 너머로 날아갔다.
* SSM-700S 해성B는 구축함에서 운용하는 SSM-700S 해성A를 지대함미사일로 개량한 대함미사일로 지상에서 운용하는 만큼 기존 사거리를 450km까지 대폭 늘였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모든 미사일을 소모한 K-222 발사차량 뒤로 K-223 보조탄약차량이 붙고는 곧바로 재장전 작업에 들어갔다.
한편 은돌 제도 동단 10여 킬로미터 해상에서 미 해군 소속의 함재기를 향해 각종 대공미사일 공격을 퍼붓던 대한민국 해군 수상함 중 충무공이순신급 호큘라 순양함인 차리석함(CG-1105)과 강우규함(CG-1106), 그리고 필리핀 루손 섬 북동단에서 은밀히 항해하던 제12항모전단 소속 충무공이순신함(CG-1101)과 손병희함(CG-1103)에서도 SSM-1000K 아바리스가 36셀 C-VLS4B 수직발사대에서 발사음과 함께 푸른 불꽃을 터뜨리며 하늘 높이 솟구쳤다. 사거리 450km에 비행속도가 마하 8 이상인 SSM-1000K 아바리스는 출렁이는 파도를 가르며 미 해군 수상함을 향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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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9일 01:20 (현지시각 02:20),
필리핀 루손 섬 북동단 300km 해심.
그동안 은밀히 잠항심도 1,000m에서 잠항해오던 제12항모전단 소속 260급 슈퍼호큘라 잠수함인 최준함(SSP-092)과 윤봉길함(SSP-093) 그리고 홍범도함(SSP-094)은 제7함대와 거리 85km까지 접근한 후 공격 명령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해당 해심에는 미 해군 소속의 핵잠수함들이 곳곳에 잠항하고 있었지만, 최고의 잠항 능력을 보유한 슈퍼호큘라 잠수함 3척은 유유히 이들의 눈을 피해 해당 작전 해심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긴급 보안 전문을 통해 ‘거친 파도’ 4단계 실행명령이 떨어지자 서서히 잠항심도를 높이며 부상했다.
그리고 얼마 후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심도 100m까지 도달하자 슈퍼호큘라 잠수함 3척은 일제히 동체 중앙 상단의 루프도어를 개방했다. 그리고 전투통제실에서는 이미 함장과 의무사령부 소속의 장교 간 전략급 무기 사용 시 반듯이 걸쳐야 할 발사 절차를 마친 상태였다.
총 20개의 수식발사관에는 잠대함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인 SSM-1200K 아바리스II 가 장전되어 있었다.
마하 8에 속도를 자랑하는 SSM-1200K 아바리스II는 발사 후 표적으로 지정된 제7함대 수상함에 도달까지 고작 32초였다.
즉, 제7함대 소속 수많은 구축함이 SSM-1200K 아바리스II의 출현을 탐지하더라도 요격절차에 들어가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수 있었고 만에 하나 요격절차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요격에 성공할 확률은 극히 낮았다. 그만큼 85km 거리에서 마하 8로 날아오는 극초음속 형식의 순항미사일은 제7함대에 있어선 저승사자라고 볼 수 있었다.
슈우우우웅~ 슈우우우웅~ 슈우우우웅~ 슈우우우웅~
플라즈마분출발사체계 형식의 수직발사관에서 엄청난 압력 힘에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낸 SSM-1200K 아바리스II 잠대함미사일은 초공동 어뢰 속도 못지않은 속도를 내려 수중 저항을 뚫고 수면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이내 수면을 박차고 날아오른 SSM-1200K 아바리스II는 2차 추진체가 폭발하며 고도 인계점까지 도달했고 이후 서서히 고도를 낮췄고 이내 바다 수면과 일정한 높이에서 수평을 이루며 거대한 북동단 해상으로 날아갔다.
총 60기의 SSM-1200K 아바리스II는 엄청난 속도로 인해 양쪽으로 갈라지며 솟구치는 거대한 파도막을 형성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60기의 SSM-1200K 아바리스II를 토해낸 3척의 슈퍼호큘라 잠수함들은 다시금 긴급 잠항에 들어가면서 속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