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2024년 2월 9일 01:00,
동주 평화자치도 은돌 제도 북서단 55km 남한국해.
미 해군과의 거리가 400km 이내로 좁혀지는 가운데 대한민국 해군을 총지휘하는 차리석함(CG-1105) 전투지휘실에서는 보이지 않은 긴장감 속에서 오퍼레이터들로부터 보고가 연이어 올라왔다.
“미 해군 항공모함에서 함재기 발진! 현재 확인된 항공기는 23기! 숫자 계속 늘어납니다.”
미 해군의 7개 항공모함에서 함재기를 출격시켰다는 것은 양 국가 간의 해상전이 임박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10분 전, 대한민국 해군과 직접적 전투가 가능한 해상구역까지 근접하게 다가온 미
“미 해군 상륙함에서도 항공기들이 이함에 들어갔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따라 전술 스크린에는 미 해군 항공기들이 각종 전술 기호로 하나하나 상세하게 표기되고 있었다.
“현재 기준, 미 해군 함재기는 512기, 하지만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느덧 전술 스크린에는 미 해군 항공기를 나타내는 전술 기호로 가득해 보였다. 웬만한 한 국가의 공군 전력을 웃도는 항공전력을 보유한 미 해군은 가용한 모든 함재기를 출격시키는 듯했다.
“적 전투기는 총 712기로 최종 확인되었습니다. 3분 후 우리 함대 작전 공역으로 진입할 것으로 확인됩니다.”
현재 7개 항공모함과 20여 척의 각종 강습상륙함에서 일제히 이함한 미 해군 소속의 함재기는 F-35B 라이트닝II 264기, F-35C 라이트닝II 320기, F/A-18 슈퍼호넷 128기였다. 이중 F-35C 라이트닝II는 제공임무였고 나머지 F-35C와 F/A-18 슈퍼호넷은 공대함미사일만 무장하여 대함 공격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합참에서는 아직 아무 얘기도 없나?”
조금은 긴장한 눈빛으로 전술 스크린을 보던 박수일 제독은 앞에 놓인 전용 모니터로 화상통신 중인 해군작전사령부 양재석 소장에게 물었다.
- 네, 아직 ‘거친 파도’ 최종 명령이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본토 및 평화도 등 5개 전비단에서 대응 출격 중이라고 합니다.
“음, 그래, 알았네. 양 소장은 계속해서 타군과의 공조상황 계속 체크 해 주게”
- 네, 알겠습니다. 제독님께서도 몸조심하십시오.
“이 사람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순양함에 승선했는데 내 걱정은 안 해도 되네”
- 그래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자네도 참! 알았네. 알았어”
이때 대공담당 오퍼레이터가 소리쳤다.
“적 전투기 본 함대작전 공역으로 진입 중!”
곧 있으면 미 해군 함재기로부터 공대함 미사일 공격을 받을 수 상황이었다.
“좋아! 합참에서도 뭔가 생각이 있어서 그러겠지? 조금만 기다려보자고, 최대한 기다렸다가 그물을 올려야 한 번에 낚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전 함대에 대공방어 준비하고 표적 전달은 본 함에서 한다고 전하게”
“네, 알겠습니다.”
박수일 제독의 명령에 따라 대한민국 모든 구축함은 차리석함(CG-1105)이 하달된 표적을 대상으로 대공방어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대한민국 해군 함대를 향해 공대함미사일 공격을 가하려던 그때, 합동참모본부로부터 ‘거친 파도’ 1단계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양재석 소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
미리부터 지구 대기권 밖에서 TCS 모드 상태로 은밀히 비행하며 대기하고 있던 삼족오 우주전투기 32기는 ‘거친 파도’ 1단계 실행 명령이 떨어지자 각자 주어진 표적을 향해 가공할 레이저포를 발사했다.
이에 한반도와 필리핀 해의 대기권 밖에서 저궤도 상에서 움직이던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은 물론 그동안 타국 명의로 민간 위성 행세를 하면서 존재를 감추고 비밀리에 대한민국을 정찰해오던 X-400 프로마테우스 정찰위성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하나둘, 폭발했다.
이렇듯 ‘거친 파도’ 작전 1단계는 시작한 지 몇 분도 안 되어 미국의 모든 정찰위성을 우주의 먼지로 만들어버렸다.
- 제독님! 거친 파도 1단계 완료되었다고 합니다. 즉시 2단계에 돌입한다는 합참으로부터의 보고입니다.
양재석 소장이 활짝 웃으며 보고했다.
“성공인가?”
- 네, 모두 격추했다고 합니다.
“좋아! 일이 술술 풀려나가려는 거 같군!”
★ ★ ★
2024년 2월 9일 01:05,
동주 평화자치도 은돌 제도 동단 420km 필리핀 해.
고도 10km 상공에서 정찰위성으로부터 데이터링크 방식으로 할당된 대한민국 구축함을 향해 공 대함미사일을 발사하려던 미 해군 소속의 함재기들은 순간, 데이터링크가 끊기자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자 조종사들의 다급한 교신이 통신망에서 어지럽게 흘러나왔다. 또한, 미 해군 함대군의 모든 구축함의 레이더 화면에서도 대한민국 해군 수상함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대체 뭔가?”
순간, 전투지휘실이 요란해지자 공대함미사일 공격 명령을 내리고 기다리고 있던 조시 챈들러 제독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제, 제독님! A2 정찰위성과 교신이 끊겼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A2는 X-400 프로마테우스 정찰위성 2호기를 가리키는 명칭이었다.
“대체 무슨 소리야? 그럼 다른 위성과 접속해!”
“지금 다른 A1이나 A3 그리고 A4 위성과 접속을 시도하고 있지만, 모두 응답이 없습니다.”
스튜어트 그린 주임작전관의 암울한 보고에 조시 챈들러 제독의 얼굴빛은 급격히 어두워졌다.
“조금 전까지 멀쩡하게 교신이 되지 않았나? 전파방해인가?”
“현재 파악 중입니다.”
이때 까지만 해도 조시 챈들러 제독은 설자 정찰위성이 공격받았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방금 펜타곤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날아온 충격적인 소식에 의자에 철퍼덕 주저앉고 말았다.
X-350과 X-400을 운용하는 미 우주군 항공센터로부터 미확인 물체에 의해 20기 모두 격추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해상전에 있어서 눈과 귀가 되어줄, X-350과 X-400은 미 해군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 전력이었다.
그러한 전력이 한순간 날아가 버렸으니 조시 챈들러 제독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옆에 있던 주임작전관 스튜어트 그린 소장이나 다른 참모들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는지 멍한 표정을 지으며 조시 챈들러 제독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이들에게 또다시 저주의 손길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늘에서 무서운 속도로 수십 개의 미사일이 미 해군 함재기들이 비행하는 상공과 대함군이 전개 중인 해상에 연달아 떨어졌다. 그리고 일정 고도에 다다르자 공중에서 폭발했다.
CS-AD 제우스 전략요격위성 4기에서 발사한 C-SE 에피루스-II 미사일 32기였다.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이번 ‘거친 파도’ 2단계를 위해 그동안 정지궤도 상에서 운용하던 CS-AD 제우스 전략요격위성 9기 중 4기를 저궤도 상까지 고도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한번 고도를 낮추면 다시는 정상궤도로 진입할 수 없는 만큼, 1기당 5조 원에 달하는 CS-AD 제우스 전략요격위성 4기를 폐기하는 결단까지 하면서 이번 작전을 구상했다.
콰아아앙! 콰앙! 콰아앙!
반경 200여 킬로미터 넓이의 상공에 일제히 붉은빛을 발하여 폭발하자 거대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방사했다. 그리고는 엄청난 전자 펄스막이 곳곳에서 생성이 되었다.
재수 없게도 전자 펄스막이 생성된 상공에서 가깝게 비행하던 제15항모전단 제221비행대대 소속 F-35C 라이트닝II 전투기들은 갑작스럽게 전자계기판이 제멋대로 움직이는가 싶더니 이내 기능 고장이 일어났다. 급기야 엔진마저 멈춰버리자 수십 기의 F-35C 라이트닝II 전투기들은 급격기 고도를 떨어뜨리면서 바다를 향해 추락해 나갔다.
어떤 전투기는 크고 작은 스파크가 일어났고 급기야 엔진 쪽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공중분해가 됐다.
여러 곳에서 전자 펄스막이 생성되면서 첨단기술로 만들어진 미 해군 구축함과 항공모함 그리고 712기의 함재기에 치명상을 줬다. 300여 기의 각종 함재기는 이렇다 할 활약도 하지 못하고 전자 펄스막에 영향권에 빠져들어 그대로 바다에 추락했다. 나머지 함재기들은 전자 펄스막 상공에서 벗어나고자 최대속도로 복귀 비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이 돌아가려는 항공모함은 모든 기능이 정지되어 그냥 바다를 떠도는 깡통 항공모함 신세나 다름없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강습함에서 출격한 F-35B 라이트닝II 같은 경우 수직 이착륙 시스템으로 상륙함의 기능 고장과는 별개로 착함 시도를 할 순 있었지만,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F-35C 라이트닝II 같은 경우는 어레스팅 후크를 내려 어레스팅 와이어에 걸리게 하여 유압장치를 작동시켜 기체를 정지시켜야 했다. 하지만, 유압장치 시스템이 고장 나면서 착륙 시 큰 사고 발생 확률이 매우 높았다.
몇 분도 안 되어 대혼란에 빠진 미 해군 함대군, 조시 챈들러 제독이 승선한 강습상륙함 LHA-6 아메리카함 항공함교 역시 모든 시스템이 멈춘 상태였다.
조명마저 꺼져버려 상황, 몇몇 승조원들이 비상 플래시를 비췄다.
“상륙함 전체 시스템이 나갔습니다.”
현재 상황을 보고하는 오퍼레이터들의 절규가 항공함교 전체를 울렸다.
“EMP인가?”
입술을 깨문 조시 챈들러 제독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은 항공함교 밖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주체못할 분노에 일갈했다.
“대체 한국놈들이 EMP탄을 쏠 때까지 요격도 못 하고 대체 무엇을 한 건가? 현재 이곳에는 이지스함과 줌왈트 구축함만 해도 백 척이 넘는데 말이야.”
하지만, 주임작전관을 비롯해 어떠한 참모도 대답하지 못했다. 이에 조시 챈들러 제독은 꽉 쥔 오른 주먹으로 먹통이 되어버린 콘솔 상단을 후려쳤다.
만약 CS-AD 제우스 전략요격위성이 평소 정지궤도 상인 36,000km 외기권에서 C-SE 에피루스-II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사전에 탐지하여 충분한 시간을 갖고 요격절차에 들어가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요격은 성공했을 것이다. 하지만 CS-AD 제우스 전략요격위성이 저궤도인 300km 상공까지 내려와 발사한 C-SE 에피루스-II 미사일은 마하 50 이상의 속도로 떨어졌기에 탐지하거나 요격한다는 건 현재 미국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했다.
마하 50 이상의 속도는 300km 상공에서 지상까지 딱 18초밖에 걸리지 않는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이점을 노려 합동참모본부는 4기의 CS-AD 제우스 전략요격위성을 저궤도 상까지 고도를 내려 이와 같은 전략을 구상했다. 한 기당 5조 원의 전략요격위성 4기를 다시는 쓸 수 없어 폐기해야만 하지만, 공격 결과로 보자면 몇 배나 남은 장사였다.
“제독님! 각 함대와의 통신도 모두 끊겨버렸습니다. 현재 수기로 각 함의 상황을 보고 중입니다.”
주임작전관 스튜어트 그린 소장이 암울한 표정으로 보고했다.
현재 조시 챈들러 제독이 탑승 한 LHA-6 아메리카함과 함께 움직이고 있는 제2함대의 여러 구축함은 함교 난간에 나와 각종 조명을 비취고 수병들이 각종 색상의 수기를 이리저리 흔들며 서로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도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육안으로 보이는 거리에서나 가능한 통신수단일 뿐, 50km나 떨어진 다른 함대와는 현재 상황에서는 통신을 주고받을 방법이 없었다.
현재 5개 함대로 이뤄진 미 해군 중 전자 펄스막 영향권에 벗어난 함대는 각종 군수지원함과 함께 움직이는 제7함대와 남동단 100km 해상에서 항해 중인 제5함대였다. 하지만 이들 역시 안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거친 파도’ 제3단계가 바로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남주함(LHD-6201)에서 출격한 CF/A-32P 적주작 전폭기 32기를 선두로 평화도 지하격납고에서 긴급 출격한 64기의 CF/A-31P 흑주작과 CF-25P 주작 전투기가 이미 은돌 제도 상공까지 진입했고 본토에서 출격한 4개 전투비행단 소속의 각종 전투기 200여 기도 최대속도로 은돌 제도 상공으로 날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