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열쇠
2024년 2월 5일 22: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
오후 8시가 되자 스칼릿 캐머런 전략보좌관으로부터 대답을 들은 주미 대사가 강경희 장관에게 소식을 전해왔다.
추은희 대통령이 재기한 정상회담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했다는 내용과 함께 회담 장소와 시간을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했다. 회담 장소는 제3국이 아닌 하와이로 정했고 시간은 현지시각 6일 오후 2시였다. 회담 전부터 이런 것으로 신경전을 벌여 우위를 점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유 행위였다.
이러한 점에 추은희 대통령은 전혀 개의치 않으며 흔쾌히 수용했다. 이로 인해 청와대는 오밤중에 비상이 걸렸다. 정상회담까지 앞으로 33시간, 대통령의 경호를 담당하는 경호실은 물론 정상회담 시 의전 절차 등을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비서실과 각부서 실무자들은 비상 연락을 받고 청와대로 속속들이 출근했다.
추은희 대통령도 관저에서 이와 같은 보고를 받고는 즉시 집무실로 돌아와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정상회담과 관련한 회의를 했다.
사실 추은희 대통령이 조만간 있을 전면전의 상대국인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요구했던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되도록 미국과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해결하여 세계경제공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현재 상황을 타파하고 싶었다.
두 번째는 어쩔 수 없이 미국과 전쟁이 발발한다면,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인명 피해는 불가피할 것이다. 이것은 승리한 쪽이든 패배한 쪽이든 큰 상처로 남을 일이며, 향우 두 국가의 관계에 있어서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에 추은희 대통령은 전쟁 발발의 원흉이 미국에 있다는 것을 직간접으로 증거를 확보하고자 했다. 즉, 미국 시민들이 미국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와 같은 전쟁의 참상이 일어났다는 것을 바로 알리고자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세 번째는 국가정보원 대외정보국 요원들이 USSC 지하벙커에서 USSC의 결정적 증거를 확보할 시간을 벌고자 했다.
이렇듯 미국과 전쟁을 하든 안 하든 여러 가지 목적으로 정상회담을 제안한 추은희 대통령은 3시간에 걸쳐 수석비서관들과 정상회담과 관련한 회의를 진행했다.
이로써 6일 오후 2시, 하와이에서 대한민국과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는 뉴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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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7일 07:00 (미국시각 6일 12:00),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
21세기 세계 패권을 다투는 두 국가 정상이 회담하는 장소인 이곳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는 전날 정상회담이 결정된 시점부터 특정 건물과 특정 층수는 민간인 출입이 전면 금지되었고 반경 3km 내에는 무장한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삼엄한 경비를 펼쳐지고 있었다.
위이이이이잉!
추은희 대통령이 에어포스 원 전용 비행기를 타고 호놀룰루 국제공항에 도착한 지 30여 분이 지난 후,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와 연결된 도로에 호버스시템을 장착하여 지면으로부터 30cm 정도 뜬 상태로 요란한 싸이렌을 울리며 에스코트하는 싸이카 부대가 모습을 보였다.
각 잡힌 듯 한치의 흩트림 없이 완벽한 삼각 형태를 이룬 싸이카는 총 23대로 보통 타국 정상 방문 시 자국의 싸이카가 에스코트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지금 에스코트를 하는 싸이카는 공군 수송기에 실어서 가져온 대한민국 싸이카 부대였다.
그 뒤로 마치 장갑차처럼 생긴 중갑 경호 차량 6대가 두 줄로 나란히 달렸고 그 뒤로 보닛에 삼족오 문장이 달린 대통령 의전 차량 3대가 나란히 뒤따랐다.
* 통일 후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상징인 봉황을 삼족오로 전격으로 교체했다.
이처럼 멋스러운 삼족오 문장이 단 세계에서 3대밖에 없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전용 의전 차량은 호버시스템은 물론, 대전차미사일도 방호할 수 있는 강력한 방호력을 갖췄고. 비상 상황에서는 100km 정도는 시속 800km 속도를 내며 비행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춘 최첨단 의전 차량이었다. 그리고 타국 이동 시 만에 있을 테러분자로부터 목표 대상을 교란할 목적으로 항상 3대가 동시에 움직였다.
그리고 그 뒤로도 마찬가지로 호버시스템이 장착된 승용차 형태의 경호 차량 8대와 검은 밴 경호 차량 6대, 그리고 각가지 지원 차량이 십여 대가 줄을 이으며 달렸고 마지막 부분에도 싸이카 8대가 뒤따르고 있었다.
모두 대한민국 공군 수송기를 통해 공수해온 경호 차량이었다. 또한, 상공에는 원반형식의 드론 1대가 고도 1km 상공에서 대통령의 의전 차량과 같은 속도로 비행하며 지상은 물론 공중상황을 365도 전방위적으로 감시했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수십 대에 달하는 각종 차량이 지면 위를 부드럽게 스치며 비행하듯 이동하는 장면은 도롯가에서 구경하던 수많은 미국 시민들에게 크나큰 충격을 줬다.
한국에서는 호버시스템이 장착된 자동차들을 도로에서 흔치 않게 볼 수 있었지만, 미국 같은 경우는 대도시나 부자 동네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그리 많지 않았다.
대한민국 자동차 기업에서 출시한 호버시스템 자동차 중 중급은 타 국가의 고급세단 찻값보다 훨씬 높은 4억 원에 달했고 고급형은 6억 원 이상이었다. 즉, 대한민국 국민의 소비력이 미국보다 높다는 비교 이상으로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 볼수 있었다.
어쨌든 지금까지 미국 시민들은 자국 대통령의 의전 차량 이동 장면이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항상 언론매체의 뉴스나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항상 화젯거리였다.
하지만, 오늘부로 그런 자부심에 금이 가고 말았다.
호버시스템을 장착한 각종 차량과 싸이카가 한 무리를 이루고 이동하는 장면에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저마다 놀란 눈으로 구경했다. 또한, 일부 아이들은 신났는지 환호성 하며 손뼉까지 쳐줬다. 현재 대한민국과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대치 않은 좋은 반응이었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놀라운 장면으로 보였다는 증거였다.
이처럼 어느 때보다 의전 차량 규모를 최대한으로 한 것은 현재 미국과의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도리어 미국 시민들에게 대한민국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의전 차량 규모로나마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임종원 비서실장이 생각이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하와이 주 시민들은 물론 TV 뉴스를 본 미국 시민에게 한국의 위상이 현재 어느 정도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켜줬다. 그리고 어느덧 12km를 달린 대한민국 대통령 의전 차량과 경호 차량은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에 도착했다.
리조트 메인 현관에 멈춘 의전 차량 3대 중 맨 뒤에서 추은희 대통령이 경호원의 경호를 받으며 내렸다.
검은 양복을 입은 30여 명의 경호원이 실드 글라스를 쓰고 주변을 스캔하며 추은희 대통령을 밀착 경호했다. 현재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다른 때보다 삼엄하고 밀착 경호를 했다.
현관 앞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미국 정부 측 인사 몇 명과 간단하게 인사와 악수를 한 추은희 대통령은 그들의 안내들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현지시각 12시 50분, 정상회담까지 1시간하고 10분 남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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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7일 07:30 (미국시각 6일 18:30),
미국 워싱턴 D.C 외곽 건물 (USSC 별장 터가 있던 곳).
겨울 탓에 해가 일찍 지자 이곳 워싱턴 D.C 외곽의 숲속은 6시 30분임에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껌껌했다.
이틀 전, 이곳에 도착하여 사전 답사를 완벽하게 마친 대외정보국 소속 이자성 과장과 나머지 요원들은 TCS 모드를 활성화한 CMV-100 스카이버스에서 침투 작전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본국으로부터 요청하거나 점검하여 만만의 준비를 했다.
오늘 밤 어떻게든 비상 통로를 통해 USSC 지하벙커까지 침투하여 생존자 확인과 각종 증거자료를 수집하고자 했다.
“가져온 거 몽땅 챙겨라!”
하이브리드 인공 팔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이자성 과장이 요원들에게 말했다.
“걱정마십쇼. 여기 배낭에 꽉꽉 채워서 무거워 죽겠습니다.”
박기웅 팀장이 보기만 해도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낑낑대며 들어 보였다. 이에 이자성 과장이 박기웅 팀장의 배낭을 낚아채듯 빼앗았다. 그리고는 새끼손가락만으로 배낭을 붕붕 올렸다 내렸다 했다.
“이게 무겁다고?”
“아! 서러워서 나도 로봇팔 하나 달든가 해야지!”
“지랄! 퍽이나 좋겠다. 뭐니해도 사지 멀쩡하게 좋은 거다.”
“아닌 거 같은데요?”
“콱! 다들 준비되었으면 가자!”
“네!”
CMV-100 스카이버스에서 내린 이자성과 과장과 나머지 요원 5명은 각자 무거운 짐을 메고는 무너져 내린 비상 통로로 향했다.
3년간, 방치된 탓인지 비상 통로로 향하는 길은 무성한 나무와 풀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하지만, 사전에 확인한 결과 어렵지 않게 다시금 비상 통로를 향할 수 있었고, 빛조차 없는 껌껌한 환경에서도 실드 글라스를 통해 대낮처럼 보며 걸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무너져 내린 비상 통로에 도달한 이자성 과장 일행은 PP7-XAM 폭탄(고농도 플라스마탄)을 곳곳에 설치했다.
“하!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무너뜨려 놓아야 했는데, 이게 무슨 짓인지”
박기웅 팀장은 무너진 틈 사이로 PP7-XAM 폭탄(고농도 플라스마탄)을 집어넣으며 3년 전, 오진석 주임과 함께 CH-02탄(플라즈마 소폭탄)으로 이곳을 폭파한 기억을 상기했다.
“크크, 그러게 말입니다. 그때 조그만 무너뜨릴 거 그랬습니다.”
오진석 대리 역시 예전 일이 생각났는지 실실 웃으면 대꾸했다.
“야! 잡소리 그만하고 서둘러!”
“예! 예!”
잠시 후 PP7-XAM 폭탄(고농도 플라스마탄)을 모두 설치하자 이자성 과장의 손짓에 일행들은 서둘러 입구 쪽으로 물러섰다.
콰앙! 콰아앙아!
그리 크지 않은 폭발음이 주변 일대로 흔들었다. 폭발 파괴력 측면에서는 예전에 사용하던 CH-02탄(플라즈마 소폭탄)이 가공했지만, PP7-XAM 폭탄(고농도 플라스마탄)같은 경우는 폭발음이 현저히 작았고 지향성 모드 시 파괴력도 상당했다.
거대한 먼지구름이 밀려와 비상 통로 입구로 쏟아져 나왔다.
“눈치채진 못하겠지?”
아무리 폭발음이 작더라도 조용한 밤에 터진 폭발은 상당했다.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지면을 타고 커다란 울림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다행인 것은 워싱턴 D.C로부터 23km 떨어진 외진 곳이라 이 정도 폭발로 뭔가 눈치채진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가자!”
입구 밖에서 주변을 한번 둘러본 이자성 과장은 앞장서며 말했다.
비상통로는 흙먼지로 가득했다. 하지만, 실드 글라스를 통해 어렵지 않게 안쪽으로 들어간 이자성 과장 일행은 무너져 내렸던 비상 통로에 사람 하나 지나갈 수 있는 구멍이 뚫렸다.
“휴! 다행이네. 더 무너졌으면 어쩌나 했는데”
뚫린 구멍에 얼굴을 내밀고 안쪽 상황을 확인한 이자성 과장은 안도의 휘파람을 불었다.
“오 대리! 선두, 그 뒤로 박 팀장! 나머진 내 뒤로 따라와!”
무너져 내린 구역에서 뚫린 조그만 구멍을 통해 20여 미터를 엉금엉금 기어가자 반대편 통로 끝까지 도달했다.
“전방! 이상없습니다.”
가장 먼저 조그만 구멍에서 빠져나온 오진석 대리가 불빛 하나 없는 비상통로 전방을 실드 글라스 통해 확인하며 보고했다. 자심 후 요원들이 차례대로 조금만 구멍에서 빠져나왔다.
“콜록! 콜록! 아우! 먼지 땜 시 숨 막히겠다.”
마스크를 쓰고 있음에도 목이 턱턱 막히자 기침을 하며 박기웅 팀장이 투덜거렸다.
“에구! 그냥 방독면을 쓰지 그러세요.”
이때 신은하 팀장이 걱정돼서 하는 말인지 아니면 놀리려고 하는 말인지 아리송한 말을 내뱉자 박기웅 팀장은 머쓱해진 표정을 지었다.
“다 나왔으면 출발하자!”
3년 동안 막혀 있던 비상 통로는 곰팡이가 가득 피어 있어서 퀴퀴한 냄새가 진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