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오리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힐 하인스 중장은 통신장교를 다급히 불렀다.
“네, 사령관님!”
“지금 당장 펜타곤 연결하게”
“유럽사령부가 아니고 말입니까?”
통신장교가 확인차 질문하자 필 하인스 중장은 순간 인상을 쓰며 재차 말했다.
“펜타곤 연결해! 지금 유럽사령부 걸쳐서 확인할 시간 없어!”
“네, 알겠습니다.”
질타 섞인 대답에 통신장교는 급히 통신 콘솔로 돌아가 통신병에게 지시했다.
잠시 후 헤드셋을 쓴 통신병이 소리쳤다.
“펜타곤 합참 연결되었습니다. 채널 2번입니다.”
옆에 있던 마크 부관 하나가 전술 스크린의 채널을 돌렸다. 그러자 작전참모장 닉 리만도 중장이 모습을 보였다.
“충성! 나토군 사령관 필 하인스입니다.”
필 하인스 중장이 먼저 화면을 통해 거수경례하자 닉 리만도 중장도 경수경례로 답했다.
- 무슨 일입니까?”
“현재 러시아 쪽 상황이 어떻습니까? 현재 러시아군과 전혀 통신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 그게 무슨 말입니까? 러시아군과 통신이 안 된다니요?”
도리어 되묻는 닉 리만도 중장의 말에 현재 펜타곤 합참본부에서도 현재 러시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듯했다. 이에 필 하인스 중장은 현재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화면에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충성!”
- 그래, 지금 한 말이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현재 사방에서 한국군에게 포위되어 위급한 상황입니다. 유럽사령부 통해 대대적인 공중지원을 부탁드립니다.”
- 이런, 기다려보게!”
화면상으로 합참의장이 닉 리만도 중장에게 뭔가를 지시하자 화면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다시금 화면에 나타난 닉 리만도 중장이 뭔가를 보고하자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의 얼굴이 일그러질 때로 일그러졌다.
“사령관!”
“네, 합참의장님!”
- 현재 러시아 총참모부와 연결이 안 되고 있네. 자네 말대로 금일 아침에 침투한 한국 특수부대로 인해 모스크바에 큰 문제가 발생한 거 같아! 그래서 말이야. 현재 진행하고 있는 모든 작전 중지하고 퇴각하게. 자네 요청 건은 즉시 유럽사령부에 연락하여 공중지원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네.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화상통신을 마친 필 하인스 중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수석작전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즉시! 모든 예하부대에 전장에서 퇴각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네? 현재 교전 중인 상황에서 퇴각하다가는 피해가 크지 않겠습니까?”
“유럽사령부에서 공중지원을 올 거야. 그때를 기해 신속하게 빠져나가야지. 그러니 자네는 지금 즉시 참모들과 함께 퇴각로에 대한 작전회의를 준비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 ★ ★
2024년 2월 3일 16:20 (미국시각 03:20),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웨스트윙 안보보좌관실).
늦은 시각, 합참의장으로부터 러시아와 관련한 상황을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CIA(중앙정보국) 국장을 비롯해 안보 관련 관료들을 모두 소집했다.
“한국군이 침투했다고 한들, 현재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에는 각종 기계화사단을 비롯해 지상군만 10만 명이 넘습니다. 또한, 주변에 있는 서부군구나 동원예비군까지 합치면 대략 20만 명이 넘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마 5만도 안되는 한국군에게 넘어갈 일은 아닌 듯합니다.”
파비안 존스 안보보좌관은 연신 고개를 절레거리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자 조지 캐머런 정치보좌관이 즉시 반대 의견을 냈다.
“그렇더라도 현재 총참모부나 푸틴 대통령과 연결이 안 된다는 건, 의심해볼 여지는 있습니다.”
“뭘 의심해본다는 말입니까?”
살짝 기분이 상한 파비안 존스 안보보좌관이 한쪽 볼살을 실룩거리며 물었다.
“푸틴의 신변 말입니다.”
“허허, 그럼, 푸틴이 한국군에게 생포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생포 당할 수도 있고 아니면, 상처를 입었을 수도······. 뭐, 현재 상황이 말해주든 뭔가 문제는 발생했다고 봐야지 않겠습니까?”
두 보좌관이 회의 시작과 함께 설전을 벌이자 팀 그린 수석보좌관이 양손을 벌리며 자제시켰다.
“두 분, 그만 하세요.”
이에 두 보좌관은 서로를 향해 눈을 흘기고는 입을 닫았다. 이에 팀 그린 수석보좌관은 고개를 돌려 CIA 국장을 바라봤다.
“홀든 국장! 그쪽에서는 뭔가 확인된 거 없습니까?”
미국의 모든 정보부를 총괄 관리하는 DIA 국장직을 겸임하는 CIA 제프 홀든 국장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현재 모스크바에는 관리부(DDA) 12명과 첩보부(DDI) 23명이 근무 중입니다. 모스크바 현지시각 새벽 3시에 대규모의 한국군이 공중침투한 후, 모스크바 전역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격렬한 시가전이 벌어진 상태라 일체 외부출입이 불가능한 정도라 합니다. 아마 이 부분까지는 보고를 받으셔서 다들 아실 겁니다. 그리고 2시간 전 보고받은 바로는 모스크바 북서단 외곽에서 서너 차례 큰 폭발이 있었다는 것과 러시아군은 물론 일부 한국군 역시 그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마지막 보고는 언제였습니까?”
“3시간 전입니다.”
“그럼,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수석보좌관이 재차 묻자 제프 홀든 국장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소집 명령을 받고 이곳으로 오기 전, 러시아지부와 연락을 취했지만, 현재 러시아 전역에 방해전파가 심해 연락이 안 된다고 합니다.”
“유선은 안됩니까?”
팀 그린 수석보좌관이 질문에, 제프 홀든 국장은 쓴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첩보 관련 유선 통화는······.”
“아! 미안합니다.”
생각 없이 내뱉은 질문이 바보 같았는지 팀 그린 수석보좌관은 자신의 이마를 훔치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아닙니다. 현재 DIA 협조를 받아 군용통신으로 시도 중입니다.
“그래요. 현재 상황 확인되는 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때까지 묵묵히 듣고만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만약, 푸틴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가정하에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생각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거운 가정에 안보보좌관실의 회의실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이에 국방부 듀크 윌리엄스 장관이 회의 탁자 앞으로 상체를 밀며 가장 먼저 의견을 제시했다.
“만약 푸틴 신변에 문제가 발생했더라도 현재 상황에서 우리 미국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미국은 현재 대대적으로 한국 공격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 될거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윌리엄스 장관 말대로 한러전은 이미 한국에 기울어진 상태였습니다. 뭐 러시아가 조금만 더 전장 상황을 끌고 간다면 조금은 수월하겠지만 말입니다.”
국방부 장관에 이어 강경파인 국무부 메인 존스 장관이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회의에 참석한 다른 관료들도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딱 한사람, 보좌관 중 유일한 여성인 대외전략보좌관만이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거렸다.
이를 눈치챈,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전략보좌관을 불렀다.
“캐머런 보좌관은 다른 생각인가?”
대통령이 지명하자 스칼릿 캐머런 대외전략보좌관은 고개를 들었다.
“네, 저는 두 장관의 의견은 단지 마음속으로 바라는 희망 섞인 메시지밖에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순간, 두 장관의 눈빛이 전략보좌관에게 쏠렸다. 하지만 아랑곳없이 계속해서 자기 생각을 말해나갔다.
“여기서 푸틴 대통령의 신변 문제라 하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요. 먼저 모스크바에서 푸틴이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현재 잠시간 연락이 안 될 수 있겠고 다른 하나는 치열한 교전으로 인해 푸틴 대통령이 치명상을 당했거나 아니면 한국군에 붙잡혔다든지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지만, 후자면 심각한 상황입니다. 특히나 한국군에게 붙잡혔다면 그건 최악의 상황입니다. 즉, 한러전은 끝났다고 봐야 합니다. 그런데 두 장관께서는 한러전이 끝난 상황이라도 우리 미국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이라 생각합니다.”
“뭐요? 지금 말 다했소?”
불같은 성격의 메인 존스 장관이 말을 끊었다.
“존스 장관!”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자제시켰다.
“죄송합니다.”
“그럼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태평양에는 해군 5개 함대가 한국을 공격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만약 한러전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한국은 해군 전력이야 100% 동원하겠지만, 공군전력은 50% 정도밖에는 우리 함대와의 교전에 투입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러전이 끝났다면 공군전력 100%를 우리 함대와의 교전에 투입할 것입니다. 과연 두 장관 말대로 한국 공군전력의 50%가 미미한 영향일까요?”
스칼릿 캐머런 전략보좌관은 두 장관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음, 미미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을 거 같군요.”
듀크 윌리엄스 국방부 장관이 한발 물러서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메인 존스 국무부 장관은 잔뜩 인상을 쓴 채 대꾸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요? 그 어느 정도가 얼마 일가요?”
마치 비꼬는듯한 전략보좌관의 말에 듀크 윌리엄스 장관도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전, 어느 정도가 아니라, 승패를 좌우 지할 정도의 큰 영향력이라 생각합니다.”
“근거가 뭔가?”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
“우리 5개 함대가 한반도로 진공 할 시 분명 한국 해군은 육지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육지에서 먼 태평양 한복판에서 우리를 맞이할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수많은 함재기를 운용하는 우리 해군이 유리합니다. 한국도 육지에서 전투기를 출격하겠지만, 한러전이 계속되는 상황이라면 한국 공군전력은 50%밖에 투입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만약 공군전력 100%를 투입한다면? 대규모 해상전에서 우리 해군이 승리할 순 있겠지만, 그만큼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과연 한국 영토에 우리 해병이 상륙할 전력이 남아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한국 영토에 우리 해병이 상륙하지 못한다면, 이건 이긴 전쟁이라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그건, 너무 한국 공군전력을 높게 보는 시선에서 비롯된 의견 같습니다.”
듀크 윌리엄스 장관이 바로 맞받아쳤다.
“그런가요? 제가 과연 한국 공군전력을 높게만 생각해서 그런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까지 한국 전투기와 교전한 데이터가 있지 않습니까?”
“하하, 그렇지요. 분명 한국 전투기들은 우리 전투기보다 성능적으로 훨씬 우세합니다. 그러한 결과가 나온 것에는 바로 스텔스에 있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보다 더욱 개량된 X-400 정찰위성이 있습니다.”
그랬다. 듀크 윌리엄스 장관은 한국 전투기를 50% 이상의 확률로 탐지할 수 있는 X-400 정찰위성 카드로 두고 있었다.
“네, 저도 압니다. 그런데요. 만약 한국에서 X-400 정찰위성의 실체를 안다면요?”
“하하하, 농담이 지나치군요. 어떻게 한국이 X-400 정찰위성을 알 수 있습니까? 절대로 알 수 없지요.”
허무맹랑한 말이라고 생각했는지 실례인 것을 알면서도 듀크 윌리엄스 장관은 실소를 터뜨렸다.
“그건 장담 못 하는 겁니다.”
“장담이 아니라, 만약 알았더라면 저번 해상전에서 자국의 해군이 그러한 피해를 보면서까지 X-400 정찰위성을 그대로 놔뒀겠습니까? 툭하면 군사위성을 공격하는 한국이 말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X-350 정찰위성조차 지금 멀쩡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너무 책상 앞에서 분석만 하다 보면 잡생각이 많아지는 법입니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 듀크 윌리엄스 장관의 말은 반은 맞는 말이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은 X-350은 물론 X-400이라는 실체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확히 영국명으로 된 위성 중에 그들이 말하는 X-400 정찰위성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이 부분에서 있어서 스칼릿 캐머런 전략보좌관은 마땅히 받아칠 말은 없었다.
전략보좌관답게 항상 모든 부분에 있어서 심도 있는 전략을 세우고 세심한 분석을 하는 그녀였다. 당연히 최악의 조건까지 분석한다면, X-400 정찰위성을 한국이 알고 있다는 전제도 포함되었기에 이러한 의견을 냈지만, 듀크 윌리엄스 장관이 내세운 주장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당시 해상전에 참여했던 한국 해군도 막대한 피해를 봤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 부분은 최악의 조건부로 대비책은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하, 고작, 그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까? 극악의 확률에 대비하자고요?”
듀크 윌리엄스 장관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메인 존스 장관도 한쪽 입술 꼬리를 올리며 보이지 않은 비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암탉이 울어봤자, 시끄럽기만 할 뿐이다.’
어쨌든 새벽에 긴급 소집된 이번 회의는 2시간이나 더 진행된 후 끝이 났다. 그리고 회의가 끝날 때까지 모스크바에서 근무 중인 CIA 요원과는 군용통신으로 끝내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