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84화 (584/605)

낙동강 오리알

이렇듯 C-4 가이온 전차들이 전장 한복판에서 깡패마냥 휘젓고 다니는 사이 C-3A2 백호 전차들도 날아오는 16MJ급 레일건의 X-16 금속탄을 차세대 능동방어체계인 레이저 요격시스템으로 완벽하게 요격하며 점점 더 앞으로 전진해왔다.

하지만, 하늘에서 쏟아지는 포탄 중 M-2001 크루세이더 자주포에서 발사한 엑스칼리버 유도 포탄이 문제였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빠르게 날아와 정확히 C-4 가이온 전차나 C-3A2 백호 전차의 포탑 상단을 노렸다.

무려 2개의 SECM실드체계와 능동방어체계가 갖춰졌지만, 사방에서 날아오는 대전차유도탄이나 X-16 금속탄을 요격하다 보니 간혹, 하늘에서 날아온 엑스칼리버 유도 포탄을 놓쳐 피격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11기갑여단은 생각 이상으로 수적 불리함에도 대등적인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한편, 4억 달러의 RQ-4 글로벌 호크를 희생시키고 측후방에서 공격을 감행하려던 제10기갑여단을 사전에 탐지한 미국 나토군은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제8스크라이커여단과 제31기동보병사단이 차단 및 제압기동에 들어갔고 하늘에서는 제10기갑여단을 향해 M-2001 크루세이더 자주포보다 더 강력한 M-1203 NLOS-C 자주포가 맹렬한 포격을 가해왔다.

M-1203 NLOS-C 자주포는 2문의 32MJ급 레일건을 장착한 무인포탑 형식의 차세대 자주포로 사거리는 무려 200km에 달했고 탄속은 무려 마하 12에 달했다.

또한, 1문당 1분에 10발을 발사할 수 연사속도가 대단했다. 즉 M-1203 NLOS-C 자주포는 레일건이 2문이니 1분에 20발을 포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자주포였다.

결과적으로 M-1203 NLOS-C 자주포로 편제된 포병대대가 1분간 적진형으로 날릴 수 있는 X-20 금속탄의 수는 무려 360발이었다. 웬만한 다연장 포병대대와 맞먹는 화력이었다.

현재 M-1203 NLOS-C 자주포를 운용하는 미국 나토군 포병전력은 2개 포병대대로 모두 제10기갑여단을 상대하고 있었다. 즉 제10기갑여단이 기동하는 지역에는 X-20 금속탄이 소나기 떨어지듯 쏟아지며 지축을 흔들고 있었다.

하지만, 쏟아지는 금속탄 수량에 비해 그렇게 큰 피해는 보지 않았다. 제10기갑여단의 전차와 장갑차에도 능동방어체계인 요격 레이저시스템이 장착되어있기에 웬만해서 공중에서 요격했고 호버시스템 기동으로 빠르게 화망지역을 빠져나가기 때문이었다.

만약, 일반적인 4세대급 전차로 구성된 전차였다면 적 전차와의 교전도 못 해보고 50% 이상의 피해를 봤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제10기갑여단은 제8스트라이커여단과 10km 거리까지 도달하면서 본격적인 교전에 들어갔다.

★ ★ ★

2024년 2월 3일 15:40 (러시아시각 09:40),

러시아 로스토프스카야 오블래스트 주 보코브스카야 서단 7km 지점(미국 나토군 포병전력 전개지역).

동시에 강력한 화력 지원을 하고자 미국 나토군의 모든 포병전력은 보코브스카야로부터 서단 7km 지점의 널따란 농경지에 포대별로 W자로 방열한 상태로 맹렬한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현재 이곳에 운집한 포병전력 규모는 M-109A6 PIM 팔라딘 자주포를 운용하는 8개 포병대대와 M-2001 크루세이더 자주포를 운용하는 4개 포병대대, 그리고 M-1203 NLOS-C 자주포를 운용하는 2개 포병대대였다. 자주포만 보자면 224대였고 포문으로 계산하면 256문이었다.

사실 포병전술에 있어서 한 지역에 이렇게 많은 포병전력이 집중되는 건 절대로 바람직한 전술은 아니었다. 원래 포병은 포격 즉시 적 포병의 대포병사격을 피하기위해 즉시 진지를 이탈해 다른 진지에서 재차 포격을 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포병전술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 포병전력을 한 지대에 운집한 것은 전면전 형태의 지원 사격이 아닌 후방 일대에 대한 기습포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적 포병으로부터 대포병사격을 받을 위험요소가 현저히 낮다는 전제였고, 만일 대포병사격이 있더라도 즉시 대포병사격으로 응수해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 나토군 사령부에서 한가지 간과한 게 있었다. 현재 러시아 남부 상공의 제공권이었다. 교전 초반, 서부군구 소속의 제1항공군에서 전투기를 출격시켜 제공원 확보에 노력했지만, 그럴 때마다 백범김구함(CV-001)에서 출격한 CUF-22P 피닉스 무인전투기에 매번 학살에 가까운 피해를 보았다. 그리고 1월 30일 북서부전선 공중전에 일부 전투기를 지원했다가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본 이후로 한국에 제공권을 완전히 내주고 말았다.

그렇다고 미국 나토군이 제공권 관련하여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단지, 대공부대로 하여금 충분히 한국군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고 믿을 뿐이었다.

슈우우우우우~

고도 10km 상공,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2기의 은빛 그림자가 빠르게 날아왔다.

현재 미국 나토군의 포병부대 근방에는 대공전력 부대들이 각종 레이더를 비추며 물샐틈없는 대공경계를 펴고 있었다.

하지만, 은빛 그림자의 주인공인 CUF-22P 피닉스 무인전투기 4기는 대공 레이더를 비웃듯 버젓이 상공에 출현하고는 이내 하단 2개의 내부무장실의 페어링을 오픈했다.

그리고 이내 톱니바퀴 형식의 컨로드가 회전하자 물려있던 검은 물체들이 차례대로 분리되며 지상을 향해 빠르게 낙하했다. 피닉스 1기당 총 8개가 투하되었고 이 검은 물체의 정체는 한발당 축구장 넓이를 초토화할 수 있는 C-SDB-10(플라즈마 응집탄)이었다.

자체 GPS 유도방식에 따라 지정된 폭격 지점을 향해 자율비행모드로 전환된 총 32기의 C-SDB-10(플라즈마 응집탄)은 점점 더 낙하 속도가 상승했다.

쿠앙!

6문으로 편제된 M-2001 크루세이더 자주포 포대가 하늘에서 떨어진 불벼락에 완전히 초토화가 되었다.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붉은 화염이 작은 버섯구름을 형성하며 하늘 높이 솟구쳤다.

그리고 이러한 폭발은 곳곳에서 일어났다.

콰앙! 콰앙앙! 콰앙!

천지가 진동하는 폭발음과 함께 작은 버섯구름이 사방에서 마구마구 피어올랐다.

별다른 공습경보도 받지 못한 각종 자주포는 거대한 폭풍에 휩싸이며 완전히 소멸시켜버렸다.

★ ★ ★

2024년 2월 3일 15:40 (러시아시각 09:40),

러시아 로스토프스카야 오블래스트 주 보코브스카야 외곽(미국 나토군 임시 사령부 건물).

서단 방향에서 천지를 울리는 거대한 폭발음이 울리며 공기를 찢을듯한 충격파가 이곳 보코브스카야 시내를 훑고 지나갔다.

건물은 흔들렸고 사방에서 흙먼지가 휘날렸다.

“뭔가?”

미국 나토군의 임시 사령부로 사용하는 5층 건물이 순간 흔들리자 전술 스크린을 보고 있던 필 하인스 중장이 깜짝 놀라며 일어섰다.

“앗! 현재 포, 포병부대 진지에 한국 공군의 폭격이 가해졌다는 보고입니다.”

오퍼레이터 하나가 놀란 토끼 눈을 하고는 소리쳤다.

“포병부대에?”

옆에 있던 작전참모가 다급히 물었다.

“네, 현재 대규모 폭격으로 포병부대 대부분이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았다는 보고입니다.”

“어느 부대에서 보고한 건가?”

“332대공포대입니다.”

332방공포대는 현재 포병부대가 운집한 곳으로부터 3km 떨어진 곳에서 대공경계를 수행하고 있는 8개 방공포대 중 하나였다.

“그놈들은 포병부대가 폭격당할 때까지 대체 뭘 한 건가?”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전개되자 필 하인스 중장은 잔뜩 화난 표정을 지으며 통신 콘솔로 걸어가 통신수화기를 낚아채든 뺐고는 질타했다.

“퍽커! 대체 폭격당할 때까지 뭘 한 건가?”

수화기 너머 사령관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오자 보고하던 장교는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 그게, 저희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부대도 말인가?”

- 네, 그렇습니다. 폭탄이 낙탄할 때까지 레이더 반응은 없었습니다.

“갓뎀! 빌어먹을~

화난 필 하인스 중장은 통신수화기를 바닥에 냅다 던져버렸다.

“한국 전투기들을 너무 얕봤어!”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필 하인스 중장은 의자에 덥석 앉고는 고개를 숙인 채로 이마를 매만졌다.

깊은 고민이나 뭔가 마음에 안 들 때 하는 무의식중의 행동이었다.

이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로부터 청천벼락 같은 보고가 올라왔다.

“현재, 남동단과 남단에서 또 다른 한국군 출현, 규모는 최소 여단급으로 확인!”

“또 다른 한국군이라니?”

이번엔 마크 고든 소장이 잔뜩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현재 본부 정찰대에서 드론으로 확인한바! 남단과 남서단에서 여단급 규모의 기갑군이 포착되었습니다. 거리는 45km로 빠르게 진공 중이라고 합니다.”

“아니 대체 어디서 나타난 한국군이란 말인가?”

한국군의 후방을 공격하려던 미국 나토군은 졸지에 한국군에게 포위된 형국이었다.

“수작관!”

“네, 사령관님”

“러시아군과 연락은?”

“아! 그것이 잦은 전파방해로 현재 러시아군과 통신이 끊겨 계속 시도 중입니다.”

“전파방해?”

이때 마크 고든 소장을 대신해 통신장교가 앞으로 나서며 대신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러시아 서부군구 총사령부는 물론 1근위군과 20근위군 사령부에 통신을 시도했지만 먹통입니다.”

“갑자기 무슨 먹통인가? 마지막으로 통신한 때가 언제이지?”

“2시간 전, 서부군구 총사령부와 통신을 주고받았습니다. 사령관님!”

순간, 필 하인스 중장의 머릿속에 불길함이 떠올랐다.

“설마! 일부로?”

“사령관님 일부로라니요?”

필 하인스 중장이 중얼거리듯 말하자 마크 소든 소장이 되물었다.

“생각해보게. 2시간 전까지 통신이 전혀 문제없었는데 갑자기 러시아 모든 부대와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 통신장교!”

“네, 사령관님!”

“정말 통신두절인지, 아니면 상대방이 일부러 통신을 차단했는지 확인할 수 있겠나?”

“네, 시간은 다소 걸릴 수 있으나 확인 가능합니다.”

“그럼, 당장 알아보게!”

“네, 알겠습니다.”

“수작관은 현재 새롭게 출현 한국군에 대한 대응안을 강구하게”

“네, 알겠습니다.”

입때까지만 해도 머릿속으로 설마설마했다. 하지만 몇 분 후, 서부군구 총사령부나 예하 사령부에서 일부러 통신을 차단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필 하인스 중장은 러시아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을 실감하고 말았다.

“제대로 속았군! 이 러시아 놈들이 배신했어, 퍽커! 퍽커! 퍽커!”

방금 통신장교부에 보고에 필 하인스 중장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욕설 상대는 당연히 러시아였다.

현재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한국 공수육전사단에게 붙잡혀 전군에 항복명령이 내려졌다는 것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필 하인스 중장은 러시아가 배신했다고 생각했다.

한창 욕설을 내뱉던 필 하인스 중장은 문뜩, 왜 러시아가 배신했느냐에 생각이 닿았다. 곰곰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마크 고든 소장이 새롭게 출현한 한국군에 대한 대응방안을 보고했다.

“현재 각 예하부대와 통신을 해본 결과! 9스크라이커와 10스트라이커 그리고 일부 32기보사에서 2개 연대를 각출해 대응하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그렇게 하게,”

“네,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마크 고든 소장은 작전참모에게 제가 된 명령을 하달했다.

“수작관! 자네는 왜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러시아가 우리를 배신했다고 생각하나?”

“음, 혹, 모스크바에 큰일이 벌어진 게 아닐까 하는 추측됩니다.”

“러시아에?”

“네, 금일 아침, 모스크바에 한국 공수부대가 침투했다는 소식을 받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푸틴 신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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