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오리알
2024년 2월 3일 15:20 (러시아시각 09:20),
러시아 로스토프스카야 오블래스트 주 보코브스카야 외곽(미국 나토군 임시 사령부 건물).
러시아 남부 탈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미국 나토군은 인구 6천 명이 거주하는 소도시 보코브스카야를 지나 지금은 북동단 7km까지 기동한 후 잠시 대대적인 공격에 앞서 점검 및 휴식에 들어갔다. 그리고 보코브스카야 후방 일대에는 교전 발발 시 강력한 화력지원을 위해 각종 포병부대가 기다란 3열 횡대 대형을 갖추고 대기 중이었다.
이처럼 미국 나토군이 사전에 수립한 작전 안대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저지할 제3해병기동사단(화룡) 소속의 제11해병기갑여단은 미국 나토군의 선봉 부대인 제6기갑사단과 31km 거리를 두고 대치 중이었다.
각종 정찰전력을 총동원해 실시간으로 미국 나토군의 움직임을 간파한 제11해병기갑여단은 교전에 앞서 만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미국 나토군의 측후방을 노리기 위해 크게 우회한 제10기갑여단 역시 북서단으로 흐르는 치아 강 서단에서 남진 기동 중이었고 측면을 맡은 제8스트라이커여단과의 거리는 불과 55km밖에 되지 않았다.
한편, 러시아 제1근위전차군을 상대하고자 돈 강 북동단에서 전개했던 제12기계화보병여단은 현재 퇴각기동에 들어가 돈 강을 도화 중 있었다. 기존 대응작전 안과는 상당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키에스카야 북단에서 제20근위군 예하부대와 치열한 교전을 벌였던 제11해병기동여단(광룡)과 제35기계화보병여단 역시 현재 전장에서 일제히 물러나 급히 남서단으로 고속기동에 들어간 상태였다.
이렇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볼고그라드스카야 오블래스트에서 방어 임무를 수행하다가 미국 나토군과 서부군구 제6군이 후방 공격을 전개할 시점에 맞춰 대대적인 반격에 들어갈 서부군구 제1근위전차군과 제20근위군 그리고 제50친위군과 남부군구 소속 제58군은 1시간 전, 직속 상관인 총사령원들로부터 모든 교전을 멈추고 현재 위치에서 후방 100km까지 퇴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남부 탈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작전을 앞두고 이와 같은 갑작스러운 퇴각 명령이 하달된 것에 대해 일부 사령원이 반발을 하였지만, 현재 모스크바 상황을 전해 듣고는 아무 말 없이 명령을 따르게 되고 말았다.
미국 나토군과 함께 기동하며 남진하던 서부군구 제6군 역시 미국 나토군이 전개 중인 보코브스카야를 우회하는 퇴각로를 설정하고 막 기동에 들어간 상태였고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군을 상대하던 제3해병기동사단(화룡) 소속의 제12기계화보병여단과 제11해병기동여단(광룡) 그리고 제35기계화보병여단은 즉시 전장에서 이탈해 미국 나토군을 목표로 고속기동에 들어간 상태였다.
“현재 6기사와 여러 예하부대에서 공격 준비를 끝냈다는 보고입니다.”
보코브스카야 외곽의 5층짜리 건물 안에는 각종 모니터가 즐비했고 수많은 오퍼레이터와 군인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별 2개의 계급장을 단, 미국 나토군 수석작전관인 마크 고든 소장이 참모들로부터 여러 얘기를 듣고는 백발의 한 장성에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음, 현재 파악한 한국군 전력 외에 또 다른 전력은 확인되지 않았나?”
미국 나토군 사령관인 필 하인스 중장은 자신 앞에 놓인 45인치의 스크린을 보며 나지막이 물었다. 매사 신중한 성격의 소유자인 필 하인스 중장은 공격 명령을 내리기 전, 다시 한번 한국군 전력을 확인하고 싶었다.
“네, 현재까지 우리 6기사로부터 31km 떨어진 여단급 규모의 한국군 외에는 특별히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
“아쉽군!”
필 하인스 중장은 엊그제 사령부 직속으로 운용하던 2기의 RQ-4 글로벌 호크 중 1기가 공중 정찰 중 요격된 것에 매우 아쉬워했다. 1기당 4억 달러나 하는 매우 비싼 고급전력이었기에 나머지 1기 운용에 있어서 다소 제한적인 운용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사업 초기 RQ-4 글로벌 호크의 단가는 2억 달러였으나 최신형 같은 경우 두 배에 이르는 4억 달러까지 가격이 상승했고 한때 6.8억 달러까지 가격이 치솟을 정도로 전략급 정찰 무기였다.
사실 미국 나토군에서는 RQ-4 글로벌 호크 외에도 여러 종류의 각종 정찰 드론을 운용했지만, RQ-4 글로벌 호크의 정찰 능력에 비하면 얘기 수준이었다.
“사령관님! 우리 나토군이 후방 일대로 전개한 것을 알게 되었더라도 한국군은 전방위로 전개 중인 러시아군으로 인해 대응할 부대가 현저히 적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정찰한 여단급 부대가 고작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나?”
“네, 그렇습니다.”
확신 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수석작전관 마크 고든 소장의 말에 필 하인스 중장은 수긍인지 부정인지 모를 표정을 지으며 묵묵히 스크린만 바라봤다.
“그래도 뭔가 찜찜해! 작전 시간 얼마 남았나?”
“앞으로 10분입니다.”
“좋아! 교전 중에도 호크의 지상 정찰 정보는 필수이니 호크 띄우게!”
“알겠습니다.”
대답한 마크 고든 소장은 옆에 있던 참모작전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잠시 후 보코브스카야 외곽의 한 공터에서 RQ-4 글로벌 호크가 모습을 보이며 구름 하나 없는 하늘로 날아갔다.
“사령관님! 글로벌 호크 촬영한 지상 영상 5번 채널로 송신 중입니다.”
오퍼레이터 하나가 큰 목소리로 보고했다. 이에 옆에 있던 참모 하나가 급히 스크린의 채널을 5번으로 돌렸다.
바뀐 화면에는 이미 고도 10km까지 상승한 RQ-4 글로벌 호크가 지상을 촬영하는 영상이 보였다. 최대고도가 20km인 RQ-4 글로벌 호크는 동단 방향으로 날아가며 조금씩 더울 넓어지는 지상 화면을 제공했다.
“현재, 영상 각 사단과 여단에 전송하고 좁은 지역의 스폿 영상으로 전환하라고 전하게!”
“네, 알겠습니다.”
사령관의 명령은 즉시 해당 운용하는 부대에 하달되었고 이에 RQ-4 글로벌 호크는 구역별로 돌아가며 고해상도의 스폿 영상을 보여줬다.
그리고 몇 분의 시간이 지나고 북쪽 스폿 영상을 보여주는 그때, 화면에서 각종 글자가 입력되면서 탐지한 여러 물체를 전술기호로 표기했다.
“뭔가?”
깜짝 놀란 필 하인스 중장은 의장에서 엉덩이를 띄워 어정쩡한 모습으로 스크린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는 물었다.
“새로운 한국군 같습니다.”
마크 고든 소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규모가 여단급이군!”
현재 RQ-4 글로벌 호크에 탐지된 여단급 규모의 부대는 바로 북단에서 크게 우회하여 미국 나토군의 측후방을 노리는 제10기갑여단이었다.
문제는 현재 거리가 50km 정도였지만 기동속도가 일반적인 기갑부대의 기동속도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빠르게 기동 중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지상 위를 날아오고 있었다. RQ-4 글로벌 호크가 계산한 제10기갑여단의 기동속도는 대략 시속 120km 이상이었다. 20여 분이면 이곳 보코브스카야 도달할 속도였다.
“어떻게 저런 곳에서 한국군이 출현할 수 있지?”
사실 제10기갑여단이 기동하는 진공로는 며칠 전 미국 나토군이 이동한 진공로와 흡사한 곳이었다.
“아마도 북단에 있던 부대가 크게 우회하여 우리가 기동한 진공로를 따라 기동한 듯합니다.”
“내가 말하고자 한 건 그 말이 아니네. 한국군이 우리가 이곳으로 올 것을 미리 알지 않은 이상 어떻게 배후를 노리는 우리 부대의 배후를 노릴 수 있다는 거네. 분명 한국군은 우리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했단 말이네.”
“설마!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지금 이걸 보고도 모르겠나?”
“음! 그래도 기껏 여단급 규모입니다. 8스트라이커와 31기동보병사단만으로도 충분히 커버 할 수 있습니다.”
순간, 제10기갑여단의 지상 현황을 보여주던 스크린 화면이 순간 지지직거렸다.
“뭔가?”
갑작스러운 상황에 마크 고든 소장이 운용부대와 연결된 오퍼레이터에게 물었다.
“아! 아무래도 요격된 듯합니다.”
“뭐? 요격?”
출격한 지 수 분 만에 4억 달러나 하는 전략급 정찰 무기가 공중분해 되고 말았다.
“제길!”
의자 팔걸이를 세차게 주먹으로 친, 필 하인스 중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든 부대에서 운영할 수 있는 모든 정찰전력을 띄우도록 하고! 정찰 정보 모두 사령부 상황실로 송신하라고 해!”
“알겠습니다.”
사령관의 명령이 떨어지자 각 예하부대와의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들이 손놀림이 빨라졌다. 그리고 또 다른 오퍼레이터의 목소리가 임시 상황실을 울렸다.
“타켓 A로 지정한 전방의 적 부대! 현 시간으로 아군을 향해 진공을 시작했다는 6사단 본부로부터의 보고입니다.”
이에 지지직거리던 스크린 화면은 다른 채널로 바뀌면서 디지털 지도가 보였다. 그리고 오퍼레이터가 설정한 대로 전방 A로 지정한 제10기갑여단의 기갑군이 서단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각 포병대대에 현재 확인점, 좌표 전달하고 제압사격 가하라고 전하게! 그리고 방금 확인한 적 부대는 타겟 B로 설정! 타켓 A 제압사격 후 즉시 타켓 B에도 제압사격 가하도록 하고 수석작전관 말대로 8스트라이커와 31기동보병사단을 북서단 방향으로 전환해 대응하도록 조치하게”
“알겠습니다.”
중동에서 수많은 실전경험을 쌓은 필 하인스 중장은 베테랑답게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간단하면서도 적절한 명령을 내렸다.
“수석작전관!”
“네, 사령관님!”
“지금 즉시! 러시아 1근위전차군과 20근위군 사령부에 연락하게 앞으로 5분 후 후방타격 공격을 시작한다고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미국 나토군이 한국군의 후방을 공격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제1근위전차군과 제20근위군 사령원은 방어에서 대대적인 공세로 전환할 것을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었다.
퍼펑! 퍼퍼퍼펑! 퍼펑! 퍼퍼펑!
후방에서 시원시원한 M-2001 크루세이더 자주포의 포격이 울리는가 싶더니 이내 천지를 가르는 우렁찬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여분 간, 이러한 포격음은 계속되었고, 작전 시간에 맞춰 제6기갑사단 전차와 장갑차들도 다가오는 제10기압여단을 향해 기동을 시작했다. 또한, 제8스트라이커 여단과 제31기동보병사단 장갑차들도 일제히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 제10기갑여단을 상대하기 위한 포진에 들어갔다.
한편, 보코브스카야 서단 7km 후방에서 제압사격에 가하고 미국 나토군의 포병부대에도 대포병 사격에 따른 포탄이 착탄 하자 곳곳에서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아무래도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의 사단포병부대에서 대포병 사격을 가한 듯했다.
양 측간의 대포병 사격이 오가는 사이 드디어 지상에서도 미국의 최신형 전차인 M4 워독 전차와 C-3A2 백호 전차가 맞붙었다. 양측간 사거리 역시 비슷해 서로 간 10km 이상 떨어져 있었지만, 가공할 16MJ급의 레일건 X-16 금속탄과 100mm 광자포가 서로를 향해 날아갔다.
콰앙! 콰앙!
쮸웅! 쮸웅!
하늘에서 떨어지는 포탄에 곳곳에서 흙기둥이 솟구쳤고 대전차유도탄 같은 미사일들이 푸른 광점과 하얀 연기 꼬리를 물며 서로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빛 속도에 버금가는 붉은 입자와 마하 10에 달하는 X-16 금속탄이 사방에서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본격적이 교전이 시작되면서 46대의 C-3A2 백호 전차와 46대의 C-27P-M 기린 해병전투장갑차에 비해 제6기갑사단의 M4 워독 전차만 해도 무려 150여 대에 달했고 기동하는 M5 후사르 장갑차와 제32기동보병사단 소속의 M3A3 브래들리II 장갑차를 합치면 수백 대에 달했다. 이에 미국 나토군은 수적으로 매우 유리했고 더불어 오른쪽에서 전개하는 제9스트라이커여단의 전력까지 합친다면 압도적이 우위였다.
하지만, C-3A2 백호 전차와 C-27P-M 기린 해병전투장갑차는 반중력 호버시스템이 장착된 차세대 전차와 장갑차였다. 지상으로부터 최대 수 미터까지 상승할 수 있어 지형적 제약을 받지 않은 기동력을 발휘하여 수적 불리함을 극복해 나갔다.
그리고 제11기갑여단에는 히든카드가 있었다. 바로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36대의 무인전차 C-4 가이온 전차가 있었다.
교전 시작 전부터 TCS(투명은폐시스템) 모드를 활성화하고 M4 워독 전차를 지나 미국 나토군의 여러 장갑차가 기동하는 한복판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36대의 C-4 가이온 전차는 마치 학살 모드라도 있는 듯 탐지된 미국 나토군의 장갑차들을 닥치는 대로 박살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