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61화 (561/605)

2024년 1월 30일 10:15,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북위 51°38'30.68", 동경 114°25'46.60"E 위치에 전술탄도탄 발사차량 다수 확인!”

“북위 51°7'11.28", 동경 111°55'53.26"E 위치에 S-300 그럼블로 추정되는 방공부대 확인”

“북위 55°33'20.13" 동경 113°53'22.43" 대대급 포병부대 확인!”

“북위 55° 4'41.68" 동경 103°53'4.56" 제3항공 소속 비밀비행장으로 확인됨!”

10여 분부터 해외정찰국은 물론 각 군 정찰전력에서 탐지한 러시아군 부대 위치에 대한 보고가 오퍼레이터로부터 끊이지 않고 상황실을 울리고 있었다.

“간나새끼래! 많이들 숨어 있었구만 기래!”

중앙 스크린에 표기되는 전술기호를 보며 윤기윤 합참차장이 혀를 찼다. 그동안 북서부전선에서 러시아군에게 쾌 큰 피해를 줬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하나둘 정체가 밝혀지는 규모에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현재 항공우주군 제1우주비행단 소속 알파 편대와 호텔 편대에서 목표물에 근접, 공격 절차에 들어갔다는 보고입니다. 3번 스크린에 영상 비춥니다.”

항공우주군 담당 오퍼레이터가 큰 목소리를 보고하자 상황실에 있던 합참의장을 비롯해 각 군 지휘관과 참모들의 시선이 3번 스크린에 쏠렸다.

4개로 분할된 화면에는 각자 목표 대상인 X-350 정찰위성을 제1우주속도로 따라가고 있었다.

★ ★ ★

2024년 1월 30일 10:15 (러시아시각 10:15),

러시아 자바이칼 지방 열권.

큐우우우우우우우웅~

열권 고도 260km에서 초속 7.9㎞에 달하는 속도로 비행하며 목표물 30km까지 다다른 알파 편대 삼족오 1호기의 양쪽 내부무장실의 페어링이 열리자 지금까지 한 번도 선보이지 않은 붉은색으로 색칠된 커다란 미사일이 컨로드에 장착된 상태로 튀어나왔다.

“기장님! 발사절차 들어갑니다.”

“오케이! 실수 없이 실력 발휘해봐!”

“네, 알겠습니다.”

항전운용통제관 조은빈 대위는 목표물이 날아가고 전방 공간 두 곳을 정밀하게 세팅하고는 발사 버튼에 손을 갖다 댔다.

“발사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발사!”

최영호 중령의 발사 명령이 떨어지자 컨로드에서 분리된 미사일 2기는 순간, 자체추진제가 폭발하듯 강렬한 화력을 뿜어내고는 순식간에 제2우주속도에 맞닿은 엄청난 속도를 내며 날아갔다.

쿠아아아아아앙~ 쿠아아아아아앙~

강렬할 불꽃을 터뜨리며 날아간 미사일은 웬일인지 목표물이었던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을 스치며 지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방에서 붉은빛이 번쩍이는 싶더니 강렬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콰아앙! 파파파파파팟!

폭발지점을 중심으로 강렬한 펄스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펄스 파장 안으로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이 뛰어들 때쯤 또 다른 미사일 1기가 또 다른 공간에서 폭발했다.

2기의 미사일은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이 이동하는 궤도를 정확히 측정해 앞서서 폭발시킨 것이었다.

이처럼 짧은 시간이지만, 강렬한 펄스 파장 안에서 이동하는 동안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은 먹통이 되고 말았다.

즉, 지금까지 대한민국 전투기를 탐지하여 러시아군에 탐지정보를 제공했던 레이더가 먹통이 되면서 더는 러시아군에게 이러한 탐지정보를 제공할 수 없게 되었다.

“기장님! 미사일 2기 모두 정화한 탄착 공간에서 폭발했습니다.”

항전계기판 콘솔을 이것저것 확인하던 조은빈 대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보고했다.

“역시 우리 조 대위 실력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부조종사 오태빈 대위가 고개를 돌리고는 엄지척을 했다.

“제 실력 아시면서 새삼스럽게 그러세요. 호호”

이때, 알파 편대 2호기는 물론 호텔 편대의 삼족오 전투기 2기 모두 임무를 완수했다는 보고가 연달아 왔다.

“다들, 확실하게 해줬군!”

만족한다는 표정으로 잠시 캐노피 너머 푸른 지구를 바라본 최영호 중령은 부기장에게 명령했다.

“복귀비행은 오 대위가 맡아!”

“네, 알겠습니다.”

조종간을 오태빈 대위에게 넘긴 최영호 중령의 시선은 계속해서 푸른 지구이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며칠 전, 자신이 복무했던 제38전투비행단 소속의 블랙문 편대가 이번 작전에서 가장 위험한 미끼 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식들! 잘하고 있겠지?’

눈으론 볼 수는 상황이지만, 최영호 중령의 머릿속에서는 블랙문 편대가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 선하게 그려졌다.

이렇듯 최영호 중령이 블랙문 편대의 안위를 걱정하는 그 시각, 바이칼 호수 상공에서 비행하던 블랙문 편대는 RWR 경보음 중 실제 미사일 경보음이 비명을 지르듯 울려대는 가운데 최대속도인 마하 9의 속도로 최대상승고도까지 수직에 가까운 형태로 고기동 비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상에서는 블랙문 편대의 뒹꽁무니를 물고 늘어지며 솟구치고 있는 여러발의 미사일이 있었다. 그동안 숨어있었던 S-300V 그럼블 방공부대의 발사차량에서 발사된 나토명 글래디에이터라 불리는 9M83 지대공미사일이었다.

적진 깊숙이 침투하여 러시아 방공부대는 물론 출격한 러시아 전투기를 유인하던 블랙문 편대를 포함한 제36전투비행단 소속의 전투기들은 본격적으로 지상에서 지대공미사일이 솟구치자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최대상승고도까지 고기동 비행에 들어갔다.

엄청난 속도로 하얀 연기를 늘어뜨리며 솟구치는 수십 기에 달하는 9M83 지대공미사일들이 상승고도 25km를 넘어 각자 목표물인 제38전투비행단 전투기와 가까워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서운 기세로 날아오던 9M83 지대공미사일들은 순간 목표물을 잃은 것처럼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거나 아니면 중심을 잃고 허공에서 뱅뱅 돌다가 자폭했다. 조금 전, 펄스 충격파로 인해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의 탐지정보 데이터링크가 교란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위험을 가하던 지대공미사일들이 허망하게 모두 자폭하자. 제110전투비행대대장 이진태 중령으로부터 명령이 하달됐다.

- 불곰이 미끼를 물고 덫에 걸렸다. 우리는 지금부터 노우스웨스트 포인트 밴딧에 대한 공격에 들어간다. 사전에 브리핑을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이다. 다들 무사 귀환을 위해 방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도록. 이상!

대대장의 명령에 따라, 고도 30km에서 편대별로 하강 비행에 들어갔던 제110전투비행대대 전투기들은 일제히 북서단 방향에서 기수를 돌렸다. 그리고는 각자 주어진 표적을 향해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인 S-AAM-500 코브라 발사 절차에 들어갔다.

한편, 자바이칼 지방의 어느 지역,

위장막을 걷어내고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으로부터 데이터링크 형식으로 받은 탐지정보로 여러 발의 9M83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한 S-300V 그럼블 방공부대는 곧바로 이동준비에 들어갔다.

발사차량마다 수직으로 세워졌던 4연장 발사대가 기계음을 내며 내려가고 있었고 일부 지휘장갑차나 사격통제장갑차, 그리고 레이더운용장갑차는 시동을 켠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하늘에서 불벼락이 떨어졌다. 이동준비에 한창이었던 S-300V 그럼블 방공부대 주둔지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발의 공대지미사일이 착탄 했다.

후방에서 조용히 비행하며 지상의 러시아 방공부대가 미끼를 물기만 기다리고 있던 안시 공군기지의 제17전투비행단 제153전투비행대대 소속의 CF/A-25P 흑주작 전폭기에서 발사한 S-AGM-100 아나콘다 미사일이었다.

여러 곳에서 수십 미터 높이까지 솟구치는 버섯구름이 만들어졌고 엄청난 폭발위력에 지상에 있던 모든 것들을 휩쓸어버렸다. 당연히 발사차량은 물론 대기하고 있던 각종 장갑차를 흉측한 몰골로 만들어버렸다.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자욱했던 연기가 사라지자, 설원이었던 곳은 묽은 진흙탕으로 바뀌어 있었고 발사차량이나 각종 장갑차는 뒤집히거나 아니면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검붉은 화염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진흙탕 곳곳에는 시신 사체로 보이는 여러 조각이 시꺼멓게 탄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단, 몇 기의 S-AGM-100 아나콘다 미사일에 S-300V 그럼블 방공부대 한 포대가 괴멸된 현장이었다.

이러한 참혹한 장면은 이곳뿐만 아니라 자바이칼 지방 곳곳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참상이었다.

몇분 전, 오논강 동단 상공에서 저속으로 비행하던 97기에 달하던 CF/A-25P 흑주작 전폭기들은 러시아 방공부대가 미끼 역할을 맡았던 제38전투비행단 소속의 전투기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자 즉각 보복공격을 위해 공대지미사일을 발사했었다.

그뿐만 아니라, 주작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비행하던 CB-91P 참매 폭격기 16기와 CBS/A-30P 청룡 전략폭격기 8기도 전술탄도탄 능력을 보유한 지상의 지대지미사일 부대는 물론 러시아 전투기들이 출격했던 비밀비행장에도 대규모 폭탄을 투하했다. 이 중엔 남부군구 소속의 제37독립철도여단과 제39독립철도여단도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까지 ‘시베리아 불곰 덫’ 작전은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 ★ ★

2024년 1월 30일 10:20, (러시아시각 10:20),

러시아 자바이칼 지방 오논강 서단 바이칼호수 상공.\

조금 전, 최대고도 30km까지 상승한 후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적 전투기와 조우하는 상황, 블랙문 편대 상대는 러시아 공군에서도 최신기종인 Su-57 파크파였고 숫자 역시 32기나 되었다.

- 블랙문 원! 웨스트포인트, 밴딧 Su-57 파크파 16기, 거리 188 체크,

- 블랙문 투! 카피 뎃.

- 블랙문 뜨리! 카피 뎃.

- 블랙문 포! 카피 뎃.

이 중, 블랙문 편대에 할당된 표적은 총 16기로 한기당 4기씩 처리해야만 했다. 하지만 현재 아틀라스 정찰위성으로부터 탐지정보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눈먼 장님을 상대하기에 그리 위험한 조우는 아니었다.

- 블랙문 원! 컨택! 블랙문 올! 라인 어브레스트! 앤 S-AAM-200 방울뱀 스탠바이.

- 블랙문 투! 카피 뎃.

- 블랙문 뜨리! 카피 뎃.

- 블랙문 포! 카피 뎃.

오길성 소령의 지시에 따라 핑거 팁 대형으로 비행하던 블랙문 편대는 각자 1.6km 간격으로 벌리면서 라인 어브레스트(횡대 대형인) 대형으로 전환했다.

- 파이어!

- 블랙문 투! 폭스 뜨리!

- 블랙문 뜨리! 폭스 뜨리!

- 블랙문 포! 폭스 뜨리!

- 블랙문 원! 폭스 뜨리!

슈유우우웅~ 슈유우우웅~ 슈유우우웅~ 슈유우우웅~

내무부장실에서 튀어나온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인 S-AAM-200 방울뱀이 푸른 불꽃을 터뜨리며 순식간에 전방 상공으로 사라졌다.

한편, 조금 전까지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으로부터 대한민국 전투기에 대한 탐지정보를 받았던 러시아 전투기들은 일대 혼란을 겪고 있었다.

레이더 화면에 보였던 대한민국 전투기 기호가 갑자기 죄다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큰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갑자기 RWR 미사일 경고음이 조종실을 울리자 일제히 회피 기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마하 8에 달하는 속도로 날라오는 미사일을 피하기는 쉽지 않았다.

188km 거리를 70초도 안 되어 도달하는 S-AAM-200 방울뱀 미사일은 이리저리 회피하며 채프와 플레어를 방출하는 Su-57 파크파 전투기 16기 중 정확히 4기를 공중에서 산화시켰다.

화려한 불꽃 쇼를 연출하며 산화하는 동료 전투기를 보며 기겁을 하는 파크파 조종사들은 기겁한 표정을 지으며 그대로 퇴각 기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연이어 날아오는 방울뱀은 그들을 그냥 두지 않았다. 또다시 4기의 Su-57 파크파 전투기가 격추되었다.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한러중 공중전 당시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의 도움으로 그나마 대한민국 전투기를 적지 않게 격추한 경험에 일부 자신감을 가지고 이번에 또다시 출격한 러시아 조종사들은 극도의 절망감만 뼈저리게 느끼고 말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