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60화 (560/605)

2023년 1월 30일 05:10 (러시아시각 22:10),

러시아 자바이칼 지방 오논강 서단 사우스 레이크 호수.

아긴스코예를 등지고 북동단 대각선으로 길게 형성된 산릉선 전방, 제20기갑사단(결전) 소속 60기갑여단 제26전차대대에 사우스레이크 호수 측면으로 빠르게 기동하는 상황, 하늘에서는 눈먼 포탄들이 괴기한 소음을 울리며 마치 소나기 떨어진 지면 곳곳에 착탄 하면서 거대한 눈기둥이 솟구쳤다.

“야야! 왼쪽으로 돌아! 왼쪽으로!”

현시경으로 전방 상황을 살피던 김영주 중사는 전방에 착탄 화망이 형성되며 눈기둥들이 사정없이 솟구치자 조종수 김일수 상병에게 통신망으로 소리쳤다.

크크크크크릉!

투앙! 투앙!

순간, 전방에서 둔탁한 포성음과 함께 712호 전차의 포탑 측면을 스치며 뭔가가 지나갔다.

“매복이다.! 염아! 왼쪽 삼하나공! 표적 세팅 들어간다. 조준되면 바로 쏴!”

아예 눈에 파묻힌 대로 매복하고 있던 러시아 전차 여러 대가 포구만 삐쭉 내민 상태로 포격을 가해오자! 인버터 모드로 확인한 김영주 중사가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빠르게 표적 설정을 했다.

위히이이이이!

쮸웅! 쮸웅!

표적 설정과 동시에 포탑이 회전했다. 이내 기다란 포신에서 광자포 붉은 입자가 뿜어져 나오며 전방으로 날아갔다.

순간 속도로 날아간 광자포 입자는 그대로 눈 속에서 매복하고 있던 러시아 전차 중 최신형이라 할 수 있는 T-14 아르마타 전차의 포탑에 적중했다.

쿠앙! 콰쾅!

거대한 폭발과 함께 흩날리는 눈 사이로 박살 난 포탑이 공중으로 날아갔고 이내 자체만 남은 전차에서 흐물거리는 화염이 마구마구 피어올랐다.

“2번 표적 갑니다”

일갈과 함께 발사 발판을 밟자 다시 한번 포신에서 붉은 입자를 토했다.

쮸웅!

일직선으로 날아간 붉은 입자는 동료 전차가 폭발하자 그제야 자리에서 이탈하려던 또 다른 T-14 아르마타 전차의 정면장갑을 뚫어버렸다.

쿠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T-14 아르마타 전차는 마치 장난감 부서지듯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파편들을 비상시켰다.

“썩을 놈들! 어디서 매복 질이야!”

현시경으로 방금 공중분해 되듯 산산조각이 나는 러시아 전차를 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김영주 중사는 이내 다른 표적을 잡기 위해 현시경 손잡이를 좌우로 돌렸다. 그러는 사이 염훈기 하사는 표적으로 설정된 러시아 전차들을 차례대로 격파해 나갔다.

연달아 T-14 아르마타 전차를 격파한 712호 전차는 널따랗게 움푹 팬 곳으로 기동한 후 다시금 경사면을 따라 구릉지 위로 올라온 순간, 현시경으로 보고 있는 김영주 중사의 눈에는 넓게 펼쳐진 설원 위로 또 다른 T-90AM 전차와 BMD-4 장갑차들이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었다.

쓔우웅!

순간, LWR(Laser Warning Receiver) 경고음과 함께 712호 전차를 노리는 날탄(APFSDS)이 날아왔다. 하지만 SECM의 강력한 전파 교란에 조준점이 흐트러졌는지 712호 전차 코앞에 박히며 폭발했다.

거대한 눈기둥이 솟구쳤고 일부 눈들이 712호 전차를 덮쳤다. 재수 없게도 날아온 눈이 현시경의 렌즈 일부를 가려버렸다.

“염아!”

“네, 전차장님!”

“방금 우리 노린 놈 화인 되냐?”

“네, 그러잖아도 조준점 잡고 있습니다.”

“그래! 알아서 잡아라!”

“옛썰!”

염훈기 하사는 3km 떨어진 설원에서 자신의 전차에게 선방을 날린 T-90AM 전차 의 자체와 포탑 사이에 정확히 조준을 위치하고는 망설임 없이 발사판을 밟았다.

쮸웅!

경쾌한 발사음을 내며 광자포 입자가 날아갔다. 순간, 먹잇감이 된 T-90AM 전차의 조종수가 베테랑이었는지 순간적으로 오른쪽으로 급선회하며 회피 기동을 펼쳤으나 순식간에 일직선으로 날아간 광자포 입자는 포탑과 차체 사이로 정확히 파고들었다.

쿠아앙!

강렬한 폭발과 함께 포탑은 하늘 높이 날아갔고 붉은 화염이 덩그렇게 남은 차체를 집어삼켰다.

“잡았습니다.”

“굿잡! 표적 염아! 다른 놈들도 표적 설정했으니 연달아 잡아라!”

“옛설!”

수동 사격이 아닌 자동 사격 시 전차장이 현신경을 통해 표적 설정만 해준다면 포탑이 알아서 회전하며 조준까지 해주기에 사실 포수인 염훈기 하사가 하는 일이라고는 조준경을 통해 붉은 십자선이 정확한 적 전차에 위치하는 순간, 발사판을 밟은 일이었다. 이런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그 어떠한 전차보다도 표적 설정부터 조준, 그리고 사격까지 릴리즈 타임은 비교 불가였다.

쮸웅!

대답과 동시에 자동으로 다음 표적인 전차에 조준 십자선이 위치하자 그대로 발사판을 밟아버린 염훈기 하사! 다시금 T-90AM 전차 한 대가 불덩어리가 되었다.

이처럼 학살 모드로 러시아 전차를 압살하는 상황에서 김영주 중사의 대공레이더 화면에서 대공 경보음과 함께 여러 개의 붉은 점들이 나타났다.

띠익띠익띠익!

붉은 점들의 정체는 전술탄도탄으로 확인되었다.

712호 전차를 포함한 제26전차대대 전차들은 자동대공시스템으로 전환하고는 하늘을 향해 다목적복합탄이 40mm GTGAS-40 흑룡미사일이 자동으로 발사했다.

30여 대의 C-3 백호 전차에서 GTGAS-40 흑룡미사일이 일제히 발사되자 대대장으로부터 긴급 퇴각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약속이라도 한 듯, 러시아 전차를 학살하던 제26전차대대 전차들은 교전을 멈추고 즉시 선회하며 퇴각 기동에 들어갔다.

순간, 흑룡미사일 요격에서 살아남은 여러 발의 전술탄도탄이 착탄하며 사방에서 엄청난 폭발과 화염이 하얀 설원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이에 백호 전차들은 착탄구역을 벗어나고자 최대출력으로 이리저리 회피 기동을 했고 간혹 공중폭발로 날아오는 파편들은 레이저요격시스템로 요격했다.

이처럼 26전차대대가 다른 전차대대와 다르게 적진 깊숙이 기습기동을 펼쳤던 이유는 그동안 엄폐한 상태로 숨어있던 러시아의 지대지미사일 부대를 움직이게 하고자 미끼 역할을 하 이유였다.

★ ★ ★

2023년 1월 30일 05:10 (러시아시각 22:10),

러시아 자바이칼 지방 오논강 상공.

X-350 아틀라스 위성으로 하여금 일부러 레이더에 탐지되기 위해 가장 먼저 막 오논강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60여 기의 CF-21P 주작 전투기는 서서히 편대 대형으로 갖추며 사방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마하 4에 달하는 속도로 오논강 상공까지 도달한 시점, 제38전투비행단 소속의 전투기 항전 계기판에서 RWR(Radar warning receiver) 경보음이 하나둘 울리기 시작했다.

삐삑! 삐삑! 삐삑! 삐삑! 삐삑!

- 다들 알지? 우리는 미끼다. 최대한 적진 깊숙이 파고든 후, 빠르게 빠져나간다. RWR 경보음 울린다고 오줌 지리지 말고 알았나?

제38전투비행단 소속 제110전투비행대대 대대장 이진균 중령의 음성이 대대 조종수들에게 전해졌다. 그러자 블랙문 편대장인 오길성 소령이 편대통신망으로 특유의 입담을 늘어왔다.

“대대장님 말씀 잘 들었지? 요새 우주 비행한다고 우리에게 관심도 없는 최영호 중령에게 우리 블랙문 편대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자! 우리 편대가 가장 먼저 목표 상공까지 비행한다. 이상!”

- 당연하지요. 지금도 대기권 밖에서 비행하며 우리를 보고 계시려나? 크크

3년 전, 블랙문 편대에서 막내였던 하영주 대위는 이제 부편대장이 되었지만, 조종실력보다는 입담 실력만 늘어났는지 능구렁이처럼 맞장구를 쳤다.

이렇듯 RWR 경보음이 요란하게 울리는 상황에서도 한 컷 여유를 부리며 잡담을 이어가던 블랙문 편대는 언제 지대공미사일과 공대공미사일이 자신의 전투기에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목표 상공을 향해 빠르게 비행해 나갔다.

한편 바이칼 호수를 중심으로 부랴티야와 이르쿠츠카야 오블래스트 지상에서는 비밀벙커나 지하기지에서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어진 고급 위장막을 쓰고 엄폐하여 그동안 아폴론 정찰위성과 각종 정찰전력으로부터 숨어있던 방공부대의 발사차량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 일제히 모습을 드러낸 상태로 하늘을 향해 각종 발사대를 수직으로 세우고 발사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지체되었다. 그 이유는 한반도 크기의 지역에서 부대마다 먼 거리를 두고 위치한 것도 이유였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체 레이더로 탐지한 정보를 연동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타격 설정을 공유한 것이 아닌 미국의 X-350 아틀라스 위성으로부터 탐지정보만 데이터링크 되어 부대마다 일일이 중복된 표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 때문에 늦어지고 있었다.

그렇다고 약간의 시간이 지체되는 것일 뿐, 러시아군에게 있어서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 덕분에 대한민국 스텔스 전투기를 공격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천만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듯 지상 대공 전력이 약간 시간을 지체하는 동안 하늘에서도 수십 기에 달하는 러시아 전투기들이 바이칼호수 상공을 지나치고 있었다. 지난 한러중 공중전에서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고 잠시 숨 고르기라도 하듯 자취를 감췄던 동부군구 제3항공군과 중부군구 제4항공군 소속의 Su-30MK 플랭커 전투기 48기와 Su-57 파크파 전투기 22기, 그리고 Su-24D 전폭기 18기였다.

이들 전투기 역기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으로부터 데이터링크 방식으로 탐지정보를 받아 블랙문 편대를 비롯한 대한민국 전투기에 대한 공격준비에 들어갔다.

또한, 후방 상공에도 140기에 달하는 또 다른 러시아 전투기 무리가 대략 1,000km가 넘는 거리를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이 전투기의 정체는 남부군구에서 지원 온 제4항공군 소속의 전투기들로 그동안 이르쿠츠카야 오블래스트 지역에 있는 민간항공비행장이나 비밀비행장에 비밀리에 이동시켜놨던 공중전력으로 Su-57 파크파 32기, Mig-29A/C 펄그럼 전투기 24기, Mig-31BM 폭스하운드 전투기 40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상공격 임무도 함께 수행할 Su-35 플랭커 전폭기 48기였다.

그리고 얼마 후 목표 상공인 바이칼호수까지 빠르게 날아온 블랙문 편대는 전방 상공에서 적 전투기들이 레이더 화면에 표기되자 급히 선회에 나섰다.

현재까지 레이더 화면에 확인된 전투기 숫자만 해도 228기에 달했다.

- 살 떨리는데요?

러시아 전투기를 나타내는 전술기호가 레이더 화면에 가득차 보이자 하영주 대위가 고개를 절레거리며 말했다.

-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리고 SECM 최대출력으로 방출해!

- 블랙문2 라져!

- 블랙문3 라져!

- 블랙문4 라져!

다른 편대 역시 블랙문 편대처럼 목표 상공에 도달한 후 잠시 속도를 늦춘 상태로 삼시 선회 비행을 하며 SECM 출력을 최대로 방출하며 적 레이더 전파를 교란했다.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그리고 얼마후 지상에서 지대공미사일이 발사되었다. 또한, 러시아 전투기에서도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이 하나둘 발사되었다. 그러자 RWR 경보음이 요동치듯 울려댔다.

그 시각, CSRQ-100P 페가수스를 통해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따라잡은

이처럼 지상과 하늘에서 ‘시베리아 불곰 덫’ 작전이 한창 진행되는 가운데 대기권 너머 열권 상공에서도 제1우주전투비행단 소속의 알파편대와 호텔편대 소속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 8기는 며칠 전부터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을 추적해온 우주무인정찰기 CSRQ-100P 페가수스의 정찰탐지를 바탕으로 각자 정해진 목표물을 따라가며 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제1우주비행단 작전상황실로부터 알파편대와 호텔편대에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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