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58화 (558/605)

2024년 1월 28일 10: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작전브리핑실).

디지털센터에서 돌아온 신성용 합참의장은 합동참모본부의 모든 지휘관과 참모들, 그리고 현재 한러전에 참여 중인 모든 일선 부대의 모든 지휘관까지 모두 호출한 작전 회의를 소집했다.

이에 40평에 넓이의 작전브리핑실에는 기다란 회의 탁자를 기준으로 양쪽에 지휘관과 참모진들이 3줄로 앉아있었고 대형 스크린에는 100여 명에 달하는 일선 부대의 지휘관들이 분할 된 화면으로 빼곡히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오랜만에 대규모 작전 회의를 소집한 신성용 합참의장은 아틀라스 정찰위성의 정체를 파악한 이상, 이를 역으로 이용해 조기에 한러전을 승리로 종전시키고자 했다.

이러한 이유로 시작된 작전 회의에서 먼저 신성용 합참의장이 생각한 바를 지휘관들과 참모진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후 작전본부장 양민춘 중장이 세부 사항으로 나눠 관련된 지휘관들과의 조율을 통한 세부 작전 안을 하나하나 수립해 나갔다.

우선, 바이칼호수 서단으로 러시아군을 완전히 밀어내고 향후 대한민국의 영토로 편입할 수 있는 전선 고착화를 위해서는 제1야전군사령관 말대로 확실한 공중 전력 투입은 필수였다.

지난 1일과 2일 사이에 벌어졌던 한중러 3개국이 참전했던 대규모 공중전 당시 예상치 못한 우리 아군 전투기들이 레이더에 탐지되어 적지 않은 피해를 본 후 지금까지 적극적인 공중 전력을 지원하지 못하고 육군 전력만으로 전생을 수행해 예상했던 전쟁 시일이 길어졌고 피해 또한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레이더에 탐지되는 이유가 바로 미국의 아틀라스 정찰위성 때문이라 것을 알게 된 이상, 북서부전선 일대에 대한 확실한 공중 화력지원은 물론 바이칼호수 서단 곳곳에서 완벽하게 위장한 채로 숨어있는 여러 포병과 대공 부대는 물론 남아있는 공군 전력을 완전히 섬멸시키는 것이 최종목적으로 아틀라스 정찰위성을 당장 공격하지 않고 살려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즉, 대규모 공군전력을 투입하여, 일부러 아틀라스 정찰위성 레이더에 아군 전투기를 노출하여 출격하는 전투기와 각종 지상의 대공 부대 위치를 확보, 이후 항공우주군을 통해 일제히 아틀라스 정찰위성을 요격한 후 나머지 전투기와 지상 대공 부대를 섬멸하는 기만전술이 가미된 ‘시베리아 불곰 덫’ 작전 안이 수립되었다.

만약, ‘시베리아 불곰 덫’ 작전 안대로 차질없이 성공한다면 북서부전선은 1주일 안으로 종결될 것으로 합동참모본부는 확신했다. 그만큼, 러시아군의 뒤통수를 제대로 칠 수 있는 매우 기발한 작전이었다.

9시부터 시작된 작전 회의가 어느덧 2시간이 흘러 마무리가 돼가는 시점, 해군작전 사령관 박수일 중장이 분할된 화면 속에서 손을 들었다.

“박수일 작전사령관님! 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작전 회의를 주재하고 있던 양민춘 중장이 그 모습을 보고는 말하자 모든 시선이 박수일 중장이 보이는 화면으로 모여졌다.

- 네, 잠수함사령부로부터 보고는 1시간 전에 받았지만, 작전 회의가 끝날 때쯤 보고를 드리려고 기다렸습니다.

“네, 그럼 말씀하시지요.”

양민춘 중장으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은 박수일 중장은 가슴을 활짝 펴고 자신감 넘치는 어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네, 현재 시각으로부터 1시간 49분 전, 동주 남단 178km 떨어진 해심에서 장보고함이 미국 핵잠수함을 격침했다는 보고입니다.

순간 작전회의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이기형 해군참모총장 역시 믿기지 않은 보고에 다급히 되물었다.

“장보고함이 미국 핵잠을 잡았다고?”

- 네, 그렇습니다.

“확실히 미국 핵잠인가?”

반쯤 의자에서 일어난 어정쩡한 자세로 되묻는 이기형 해군참모총장의 연이은 질문에 김민호 대장은 차근차근 설명해나갔다.

- 사실, 장보고함은 5일 전, 우리 연합함대에 큰 피해를 줬던 미국 핵잠수함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도망친 것으로 생각한 핵잠수함을 당시 해심에서 잠항하던 장보고함이 음탐하는데 성공하여 5일간 침묵 잠항으로 추적하던 중, 금일 아침에 심도 600까지 부상하는 핵잠수함을 기습적인 어뢰 공격을 성공시켜 격침했다는 보고입니다.

순간, 여기저기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성이 쏟아졌다. 이기형 해군참모총장 역시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손뼉을 쳤고 신성용 합참의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박수에 동참했다.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역사상 후세에 길이 자랑할만한 전과였다. 몇 차례 개량사업을 통해 성능을 상승시켰다고 하더라도 장보고함(SS-061)은 독일 209급 잠수함을 모델로 개발된 한국형 최초의 재래식 구형 잠수함이었다.

그런 장보고함(SS-061)이 피아식별 데이터에도 취합되지 않은 미국의 최신예 전략 핵잠수함을 잡았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전과 중의 전과였다.

한동안 계속된 박수 소리와 함성! 양민춘 중장이 마이크를 통해 자제를 시키지 않았다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계속 이어질 뻔했다.

“장보고함 함장이 누구인가?”

박수 소리와 함성이 잦아들자 신성용 합참의장이 물었다.

- 네, 오성원 함장입니다.

“대단한 일을 했구만기래! 이것이 당장에 대통령께 말씀드려 훈장이라도 수여를 해야지 않겠습네까?”

윤기윤 합참차장 역시 화통한 웃음을 보이며 말하자, 여기저기 지휘관들로부터 동조하는 의견들이 튀어나왔다.

“그래야지요. 그래도 지금은 전시상황이니, 종전 후에 수여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 네, 훈장 수여보다는 5일간 침묵 잠항을 하여 승조원들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특별휴가를 주시는 게 어떤지 말씀드립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지. 그 부분은 박 중장이 알아서 진행하게. 그런 거까지 의장인 나에게 허락받을 일은 아니잖나?”

- 하하, 네, 알겠습니다.

“박 중장! 전시상황이라도 푹 쉴 수 있도록 휴가일은 넉넉하게 주게나”

- 네, 알겠습니다.

“예상도 못 했는데 장보고함이 골칫거리를 해결해준 거 같아서 천만다행입니다. 의장님!”

연합함대의 큰 피해로 며칠간 의기소침해 있던 이기형 해군참모총장이 이제야 얼굴에 회색이 돌며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갔다.

당시, 연합함대가 미국의 핵잠수함으로부터 기습적인 어뢰 공격에 큰 피해를 보고 이후 손병희함(CG-1103)과 차리석함(CG-1104)이 함대잠 초공동 대어뢰인 S-SSFM-500B 트라이던트를 발사해 2척의 핵잠수함을 피격했지만, 아쉽게도 1척의 핵잠수함을 놓치고 말았다. 이에 지금까지 일본 동쪽 해상에는 가용한 대잠초계 전력을 총동원하여 해심 곳곳을 음탐하느라 부득이하게 해군전력을 소모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부터 이러한 대잠초계 전력 투입을 중지할 수 있게 되었고 향후 미 해군과의 또 다른 해전을 준비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날 회의가 끝난 후, 박수일 중장은 동주 상원도(구명 :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의 명일(구명 : 미야자키) 항구까지 직접 찾아가 정박해있는 장보고함(SS-061)의 오성원 함장을 비롯한 승조원들 한 명씩과 악수를 하며 전과를 치하했고 그 자리에서 14박 15일 휴가를 보냈다. 그리고 향후 종전 시에 일계급 특진과 함께 무공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 조치를 했다.

★ ★ ★

2024년 1월 29일 13: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CC 벙커 항공우주군 통제센터(해외정찰국).

생각 이상으로 여러 난제가 자연스럽게 풀린 상황에서 조금은 여유를 갖게 된 합동참모본부는 한러전을 종결시킬 ‘불곰 포획’ 작전에 앞서 선행할 ‘시베리아 불곰 덫’ 작전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공군작전사령부에서는 7개 전투비행단에 전투임무 명령을 하달한 상태로 각 전투비행단에서는 언제든 출격할 수 있도록 각종 무장 탑재는 물론 정비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시베리아 불곰 덫’에 참여하게 될 7개 전투비행단은 대부분 7세대급 스텔스기를 운용하는 전투비행단으로 안시 공군기지의 제17전투비행단, 요동 공군기지 제38전투비행단, 만경 공군기지 제10전투비행단, 강명 공군기지 제11전투비행단, 삼지연 공군기지 제16전투비행단, 순안 공군기지 제8전투비행단, 수원 공군기지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었고, 항공우주군에서는 망산기지의 제2우주전투비행단이 아틀라스 정찰위성에 대한 요격 임무가 주어졌다.

항공기 기종으로 보자면 CF-21P 주작 전투기가 138기, CF/A-25P 흑주작 96기, CB-91P 참매 폭격기 16기, CBS/A-30P 청룡 전략폭격기 8기가 동원되면 항공우주군의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도 8기가 동원된다.

지난 한중러 공중전에 이은 역대 2번째의 대규모 공군전력 투입이었다.

이렇듯 오전에 공군작전사령부와 각 예하 지방사령부로부터 진행 상황에 따른 브리핑을 받고 잠시 의장실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던 신성용 합참의장은 해외정찰국으로부터 긴급 호출을 받고 참모진 몇 명과 함께 항공우주군의 통제센터 내에 있는 해외정찰국 상황실을 방문했다.

“죄송합니다. 의장님! 직접 이곳으로 오시라 해서 말입니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정찰국장 유동훈 소장이 절도있는 거수경례를 하면 말했다.

“아닐세! 멀지도 않은 거리이고 이럴 때 다리운동도 하고 좋지 않겠나?”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못지않을 정도의 최첨단 장비가 즐비하고 수많은 스크린이 3곳 벽면을 차지하고 있는 해외정찰국 상황실에 들어선 신성용 합참의장은 유동훈 소장이 안내하는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 뒤로 참모진들이 일렬로 섰다.

“그래, 무슨 일인가?”

“네, 일단 정면에 있는 중앙 스크린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유동훈 소장의 말에 신성용 합참의장을 비롯한 모든 참모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중앙 스크린으로 향했다.

300인지에 달하는 스크린에 화면에는 세계지도가 띄어져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붉은 점들이 깜빡이고 있었다.

“저게 뭔가?”

“네, 저 붉은 점들은 현재 미 해군이 운영하는 함대와 항모전단을 표기한 전술표기입니다.”

“음, 모두 확인된 항모전단인가?”

“네, 그렇습니다.”

얼마 전, 연합함대와 결전을 벌이고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본 태평양함대 제3함대 소속의 제1항모전단과 제럴드 R. 포드함(CVN-78)이 반파 이상의 큰 피해를 보고 제9항모전단 운용 능력을 상실한 제9항모전단, 그리고 제7함대 소속의 제7항모전단은 현재 괌 해군기지로 이동한 상태였다.

“음, 태평양함대 소속의 항모전단이야 저렇게 괌에 모여 있고······.”

말하던 신성용 합참의장은 필리핀해에 길목에 있는 루손 해협 근해에서 깜빡이는 붉은 점에 시선을 고정되었다.

“저건?”

“네, 중부사령부의 소속의 제5함대입니다. 그리고 하와이 남서단 200km 떨어진 해상에 있는 또 다른 붉은 점은 남방미해군 소속의 제4함대입니다. 그리고 서태평양 적도에 있는 갈라파고스 북단 300km 해상의 붉은 점 두 개 중 하나는 대서양함대 소속의 제2함대이며 다른 하나는 유럽미해군 소속의 제6함대입니다.”

유동훈 소장의 설명에 따라 신성용 합참의장을 비롯한 참모진의 시선도 이동했다.

“저게 뭐기니? 그러니끼니 미제 아새끼들이래, 우리 대한민국을 향해 5함대는 물론 4함대와 2함대, 그리고 6함대까지 움직이고 있다는 거네?”

“네, 맞습니다. 며칠간 정밀 정찰한 결과입니다.”

“이거이 끝장을 보겠다는 거구만 기래!”

실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대한민국과 전면전에 가까운 전쟁을 벌이려는 미국이었지만, 미 해군 전체 전력을 총동원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특히나 서대서양함대의 제2함대는 2018년 5월 4일 재편성되어 최신예 장비가 즐비함대로 전력 면에서 제3함대를 능가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함대였다. 2개 항모전단에 구축함 전력이 상당한 무시 못 할 함대였다.

자칫 다음 해전에서는 재기불능에 빠진 제3함대를 제외한 5개 함대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었다. 항모전단만 7개이며 이지스 구축함은 무려 150척이 넘을 것은 자명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정확한 전력을 파악하지 못한 잠수함 전력이었다.

“합참의장님!”

다들 입을 벌린 채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상황에서 양민춘 중장만이 침착한 표정을 지으며 합참의장을 불렀다.

“말하게!”

“지금 당장! 12항모전단의 일부 전력을 복귀시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12항모전단을?”

“네, 현재 상황에서는 최소 김구함을 호위할 순양함 1척과 잠수함 1척만 남기고 모두 복귀시켜 미 해군과의 해전을 대비하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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