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전쟁
2024년 1월 24일 20:3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 디지털정보센터).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과 접속한 NASA의 광역무선통신망을 타고 역으로 NASA 서버망에 접속하는 데 성공한 남궁원은 곧바로 NASA의 광범위한 서버망 이곳저곳을 이 잡듯 눈에 불을 켜고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8시간 지난 후, 의심쩍은 DB에서 3중 암호화가 걸린 여러 파일을 찾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3중 암호화가 거린 파일 내용을 확인할 순 없었기에 남궁원은 즉시 해킹 추적프로그램을 무력화시키는 바이러스를 심고는 바로 파일 다운로드를 시도했다.
그리고 현재 다운로드한 파일의 암호화를 풀기 위해 남궁원은 쏟아지는 잠과 피곤함을 이겨내며 컴퓨터와 씨름 중이었다. 당연히 센터 요원들도 남궁원과 마찬가지로 암호화 프로그램을 풀고자 정신없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때 누군가가 남궁원의 볼에 차디찬 캔 음료를 갖다 댔다.
“아 차거!”
정신이 본뜬들 정도로 차가움에 깜짝 놀란 남궁원이 뒤돌아보자 자신의 아내인 이혜진이 고개를 절레거리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에이그! 사서 고생을 해요.”
“어! 자기 여기 어떻게 왔어? 여기 1급 제한구역인데?”
“제가 모시고 왔습니다. 남궁 과장님!”
부센터장인 김태석 대령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괜찮습니까? 대령님?”
“그럼요. 제 권한 내에 괜찮습니다. 그리고 이 과장님도 국정원 과장 직급이 아닙니까? 그 정도면 괜찮습니다.”
“아! 글쿤요. 하하”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남궁원이 자신의 뒷머리를 긁으며 웃었다.
“여기서 온종일 컴퓨터 하니까 좋아?”
“아니! 자기랑 있는 게 더 좋지! 하지만, 네가 잘하는 거로 국가에 도움을 준다는 것 역시 너무 좋아!”
“그래, 그럼 여기서 살아! 집에는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오고 말이야. 알았지?”
“그건 아니지!”
이혜진의 심술궂은 농담에 남궁원이 불쌍한 척하며 매달리자 중간에 김태석 대령이 끼어들었다.
“하하하, 남궁 과장님은 휴게실에서 이 과장님과 담소 좀 나누면서 쉬세요. 요 며칠 잠도 못 자고 고생했잖아요.”
“아! 저만 그런 건가요? 여기 계신 분들 똑같이 고생하시는데요.”
“남궁원 시끄럽고 따라와!”
이혜진은 남궁원의 뒷덜미를 잡고는 휴게실로 끌고 갔다.
“자기야! 놔! 보는 눈 많잖아! 자기야, 이것······.”
“잔말 말고······.”
남들 눈에는 마치 남궁원이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보였는지 디지털정보센터에 있던 요원들과 군인들은 저마다 힐금힐금 쳐다보며 폭소를 터뜨렸다.
쿠웅!
휴게실로 남궁원을 끌고 간 이혜진은 그대로 출입문을 세차게 닫았다.
“아! 자기야. 남자 망신 다 시킨, 웁!”
뒷덜미를 잡혀 휴게실로 끌려와 소파에 내동댕이쳐진 남궁원이 고개를 들어 원망 섞인 표정을 지으며 한마디 던지려던 찰라, 이혜진의 촉촉한 입술이 그를 덮쳤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두 입술이 떨어지자 남궁원은 정신이 몽롱해졌다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고 어깨까지 짓눌렀던 피곤함도 싹 사라졌다. 이에 이혜진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힘 좀 나아?”
“아니. 한 번 더 해야 날 것 같, 웁!”
남궁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한번 그들의 입술은 하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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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소련군이었던 러시아군은 강추위를 동반한 설원에서 독일군을 때려잡아 승전군이었던만큼 그 후손인 러시아군 역시 설원에서의 다양한 교전전술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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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5일 08:00 (러시아시각 01:00),
러시아 트라칸스카야 오블래스트로 아스트라한시 볼가강 서단 15km 지점(75기계화보병대대).
제3해병기동사단(화룡) 1차, 2차 파병군이 루한스카를 완전히 탈환에 성공하여 9년 만에 지긋지긋했던 우크라이나 내전을 종식하고 로스토프스카야 오블래스트마저 점령한 후 보로네즈스카야 오블래스트로 패퇴 후 재정비에 들어간 서부군구 제51친위군 잔당군과 볼고그라드스카야 오블래스트에서 남진하는 서부군구 제20근위군과 제1근위전차군을 상대하는 사이, 남부 최하단에서는 피스부대의 전투부대인 3개 여단이 각자 주어진 진공로를 따라 빠르게 북진했다.
이에 흑해 해안을 따라 북진하던 제35기계화보병여단은 카라차예보체르케스카야 공화국과 아디케야를 걸쳐 지금은 크라노야르스키 변경주 완전 제압작전에 들어간 상태였고 가운데에서 북진하던 제11해병기동여단(광룡)은 카바르디노발카르 공화국을 걸쳐 스타브로폴스키 크레이로 진입한 후 주도는 물론 군소도시를 완전히 점령한 후 지금은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을 지원하기 위해 로스토프스카야 오블래스트로 볼고돈스크 서단 15km 지점에서 빠르게 북진 중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지난 10일 다게스탄주의 마하치칼라에서 치열한 시가전을 벌여 2일 만에 점령에 성공한 제7기계화보병여단의 75기계화보병대대는 이후 칼미키야로 전격 기동한 후 지금은 카자흐스탄 국경선과 마주하고 있는 아스트라칸스카야 오블래스트로의 아스트라한 점령 작전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주변 일대의 군소도시를 점령하면서 12일 만에 450km를 진공 한 것은 기계화부대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쾌나 빠른 진공 속도였다.
사실 중간에 체젠 공화국과 인구시 공화국을 걸쳐 진공 하려 했으나 두 공화국은 전쟁 양상을 빠르게 판단하고는 대한민국에 항복 의사를 전해왔다. 이에 진공 담당 부대였던 제7기계화보병여단은 두 공화국을 건네 뛰게 되면서 기존에 예상했던 진공 예정일보다 더욱 빠르게 북진할 수 있었다.
어쨌든 12일 만에 서울에서 부산보다 더 먼 거리를 진공 한 제7기계화보병여단 소속의 제75기계화보병대대는 아스트라한 진입에 앞서 볼가강 서단에서 잠시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짧은 시간 무리한 전투를 수도 없이 겪으면서 장병들의 피로도가 상당히 쌓여있었다. 또한, 소모된 탄약과 각종 전투 장비에 사용하는 플라즈마 전지팩 역시 계속된 사용으로 성능저하를 일으켜 새것으로 교체해야만 했다. 이에 피스부대 본부에서 직접 군 수송기를 이용해 공수투하로 각종 플라즈마 전지팩을 공수했다.
이처럼 한나절 불볕더위 속에서 휴식 겸 재정비 시간을 가진 제75기계화보병대대는 자정이 넘어가면서 기온이 급속도로 내려가는 시점, 대대본부로부터 예하 중대에 아스트라한 시가전 진공 명령이 내렸다.
현재 아스트라한 시내에는 스타브로폴스키 크레이의 스타블로풀에서 퇴각을 시작한 남부군구 사령부의 본부부대와 직할부대가 이곳을 최후 방어선을 꾸리고 대기하고 있었다. 기존 직할부대 중 전투부대였던 제18차량화보병사단이 괴멸된 상태라 전투가 특화된 전투부대는 없었지만, 제58군 소속의 544차량화소총여단이 긴급 진원을 온 상태였고 경무장한 보병으로 이뤄진 제901동원예비사단이 아스트라한 시내 곳곳에서 매복 중이었다.
병력으로 따지면 대략 만이천여 명이었지만 1개 기계화보병대대만으로 상대하기엔 상당한 숫자였다. 대략 1대 30의 비율이었다.
이에 제75기계화보병대대 참모진은 이러한 수적 불리함을 극복하고자 야간 시가전을 선택했다. 현대전에 있어서 가장 피하고 싶은 건 오인사격이었다. 즉 아군을 적군으로 오인하여 공격하게 될 시 전력 상실은 물론 사기저하가 매우 컸다. 당연히 주간보다는 야간전투에서 또한 수적으로 많은 진형에서 이러한 오인사격 확률 높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75기계화보병대대 장병들은 각자 개인 네트워크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실드글라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피아식별은 물론 야간에도 대낮처럼 볼 수 있는 기능에 광학장비 기능이 있었기에 야간 시가전에 있어서 매우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웬만한 전차 포탄이나 RPG-7이나 3세대급 이하의 구형 대전차유도탄도 방호가 가능한 최신예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가 있었다. 단지 약점이라면 바로 궤도형이 아닌 차륜형인 바퀴였다.
아스트라한은 볼가강 하류에 있는 도시로 수많은 물주기라 뻗어 나가는 형태의 삼각주에 자리 잡고 있었고 2개의 대교가 볼가강 동단과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남단에 있는 대교는 러시아군에 의해 폭파되어 끊어져 있었고 마치 노들섬에 걸쳐 있는 한강대교마냥 기다란 섬 위로 지나가는 아스트라한 대교만이 온전한 상태로 현재 아스트라한 시내와 연결된 유일한 통로가 되고 말았다.
금일 오후 대대 참모진의 작전회의에서 아스트라한 점령 계획을 수립할 당시 아스트라한 시내 쪽의 볼가강 폭이 대략 660m로 생각보다 넓은 강폭에 대규모 지원 화력이 없는 상황에서 대대급만으로 도하 시 매복하고 있는 러시아군의 상당한 공격에 큰 피해를 볼 것으로 판단하여 참모진 대부분은 아스트라한 대교를 통해 신속하게 건너기는 의견으로 모여졌다. 하지만 이것 역시 러시아군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 공산이 매우 컸다.
무엇보다 75기계화보병대대가 대교를 건너는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대교를 폭파할 수 있다는 가정이 가장 염려되었다. 즉, 잘못했다가는 시가전도 벌이기 전에 대교 위에서 대대 전력 전체가 한꺼번에 몰살당할 수 있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심도 있는 고민을 한 대대장 최은수 중령은 끝내 위험감수를 하더라도 볼가강 도하가 아닌 대교를 통한 진입을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이유 한가지가 있었다.
남부군구 사령부는 볼가강 동단으로 연결된 아스트라한 대교를 폭파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 이곳을 최후 방어선으로 지정하고 남부군구 사령부마저 방어 임무에 투입했다는 것은 향후 미국의 나토군과 서부군구 전체가 남진하는 시점을 기해 남부군구 역시 볼가강 동단으로 진입하여 수복하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하를 지원할 공병대가 없는 남부군구 사령부에서는 유일하게 볼가강을 건널 수 있는 아스트라한 대교를 폭파할 순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렇다고 최은수 중령의 판단이 맞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이에 대교를 건널 시 대대전체가 아닌 중대별로 대교를 건너는 방식으로 약간 작전 안을 수정했다. 즉 3중대가 대교를 건너게 되면 나머지 5중대와 6중대 그리고 본부중대가 화력지원, 이후 3중대가 대교를 완전히 건너 전방 경계에 들어가면 뒤이어 4중대가 건너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런 식이라면 혹, 최은수 중령의 판단과 다르게 남부군구 사령부가 대교를 폭파한다고 해도 대대 전체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쿠르르릉! 쿠르르릉!
가장 먼저 출발할 3기계화보병중대의 장갑차들이 헤드라이트를 끈 채로 일제히 엔진을 울리며 기동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본부중대에서 날린 스파이더-II 정찰 드론 4대가 조용하고 은밀하게 아스트라한 대교 위로 날아갔다.
먼저 동단 지역에 있는 시가지로 전입한 75기계화보병대대는 각자 정해진 구역으로 신속하게 이동한 후 장갑차에서 하차한 전투 보병들이 건물 하나하나를 실드글라스로 스캔해 가며 점령해 나갔다.
현재 대부분의 러시아군은 볼가강 동단으로 넘어가 매복 중이었기에 생각보다 이곳 서단 시가지 점령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일부 잠에서 깬 시민 중 러시아 특유의 호전적인 성격을 지닌 남자 여러 명이 개인이 소지하고 있던 권총과 산탄총을 쏘며 저항했지만, 전투 보병들은 손쉽게 이들을 제압하고는 인근 수용시설로 사용할 지역 경찰서 유치장으로 끌고 갔다.
이외에는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이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빠르게 75기계화보병대대는 동단 지역을 완전히 제압했고 이제는 전투 보병이 모두 탑승한 3기계화보병중대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들이 아스트라한 대교를 건너기 위해 A154 도로를 타고 기동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