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4화 (544/605)

제2차전

2024년 1월 23일 09:5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 디지털정보센터).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과의 내부 접속을 시도한 지 2시간이 흐른 시점, 다소 시간은 소모되었으나 접속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남궁원과 디지털센터 요원들은 내부 접속 후 곧바로 광역무선통신망으로 NASA의 전산망에 침투하고자 했으나, 아쉽게도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은 NASA 서버망과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즉, 필요할 때마다 NASA에서 접촉을 시도해 광역무선통신이 연결된다는 뜻이었다.

“하! 두 시간 동안 눈이 빠질 정도로 개고생하면 작업했더니······.”

광역무선통신으로 NASA 전산망과 연결하려던 남궁원은 고개를 의자 목받이 뒤로 저치며 중얼거렸다. 다른 디지털센터 요원들도 실망감에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더 큰 문제는 NASA가 언제 접촉을 시도할지 모른다는 상황이었다. 즉 마냥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 더욱 답답했다.

그러던 중, 남궁원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손가락을 튕기며 환한 웃음과 함께 부센터장을 불렀다.

“김태석 대령님! 무턱대고 기다리기보다는 NASA에서 접촉하게끔 상황을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인가요?”

생각지 못한 난항에 미간을 찡그리며 고민에 빠져있던 부센터장 김태석 대령은 잔뜩 기대한 어투로 되물었다.

“음, 분명 NASA에서는 위성에 뭔가의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알아채고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접속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 있겠네요.”

“그럼 우리가 저 위성에 문제를 일으키면 되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위성의 궤도를 살짝 바꿔 지구로 추락하게 만들 수도 있다면요.”

“남궁원 과장님! 정말 기막힌 생각입니다. 그런데 궤도 수정이 가능합니까?”

“당연하죠. 지금 저 위성은 우리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남궁원 과장님이 생각한 대로 궤도 수정을 해보죠.”

잠시 후 남궁원과 항공우주군에서 파견 온 군인 몇 명이 달라붙어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의 궤도를 살짝 이탈시키는 작업에 들어갔다.

외기권 610km 상에서 제1우주속도에 달하는 속도로 안정적으로 지구를 돌고 있던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은 순간 궤도가 살짝 틀어지자 원심력과 중력의 균형이 깨지면서 서서히 중력의 힘에 이끌려 지구 쪽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제 NASA에서 접속하기만을 기다리는 상황, 긴장감이 디지털센터 상황실을 짓눌렀다. 혹, NASA가 우주허블망원 2호에 접속하는 게 늦어져 궤도 재수정에 실패하여 실제로 지구로 추락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NASA는 궤도 이탈 후 1분도 안 되어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에 접속했고 바로 궤도 재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접속! NASA에서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에 접속했습니다.”

디지털센터 직원 중 한 명이 통신접속 상황을 파악하고는 외쳤다. 이에 남궁원은 현란한 손놀림으로 현재 위성과 연결된 광역무선통신망을 타고 NASA 서버망에 들어갔다.

이제 마지막 관문이자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언제 NASA에서 위성과의 통신을 끊을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에 우주항공군 소속의 군인들은 계속해서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에 작은 문제들을 계속 일으켰다. NASA에서 문제 파악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통신접속을 유지하게끔 하기 위해서였다.

★ ★ ★

2024년 1월 23일 10:00 (미국시각 22일 21:00),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웨스트윙 안보보좌관실).

안보보좌관실에서 여러 참모수석과 현재 일본 동행 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상전 상황을 펜타곤으로 보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3년간, 한국 무기에 관한 연구를 통해 그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전략적 무기를 개발하여 실전 배치했음에도 불구하고 태평양함대의 피해가 예상 밖으로 매우 심각했다. 특히 항공모함 1척이 완전히 침몰했다는 보고는 충격 중의 충격이었다.

교전 초반 줌왈트급 구축함 8척이 어이없게 당한 것이 태평양함대에 있어서 매우 큰 패착이었다.

“대통령님! 전략급 무기 승인을 요청합니다.”

참석한 듀크 윌리엄스 국방부 장관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지체했다가는 태평양함대 전체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파비안 존스 안보보좌관까지 국방부 장관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전략급 무기 사용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신중했다.

3년 전, 전략급 무기를 사용함으로써 미 본토까지 공격당했던 뼈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즉, 미국이 전략급 무기를 사용한다면 대한민국도 전략급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고 이는 미 본토가 다시금 대대적인 공격을 받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에 꺼림칙했다.

“대통령께서 염려하는 점,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3년 전과 다릅니다. 3년 전 MD와는 차원이 다른 SMD 체계가 완성되어 그때처럼 당하진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고민하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듀크 윌리엄스 국방부 장관이 추가 의견을 내놓았다.

“맞습니다. 이런 때를 대비해 3년간, 2조 달러나 되는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지 않았습니까?”

미국 국방성과 NASA, 그리고 방산업체들은 3년간 기존 MD(Missile Defense) 체계보다 더욱 진보한 SMD(Super Missile Defense) 체계를 구축해 완성했다. 가히 미국 경제가 휘청일 정도로 막대한 자금을 퍼부은 프로젝트였다.

기존 MD가 적성국이라 할 수 있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통일 전의 북한이었다면, 이번에 새롭게 탄생한 SMD는 오직 대한민국의 다양한 공격수단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두고 구축된 미사일 방어체계였다.

이렇듯 국방부 장관과 안보보좌관이 전략급 무기에 대한 승인을 요청하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갈등했다.

삐삐빅! 삐삐빅!

비서실로부터 인터폰이 울렸다.

- 펜타곤으로부터 긴급 연락입니다.

“연결하게!”

연결과 동시에 스크린에서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이 모습이 비쳤다. 모니터에 비친 합참의장의 얼굴은 심히 어두워 보였다.

“무슨 일인가?”

- 조금 전, 제널드 R. 포드함이 피격을 받아 큰 피해를 보고 말았습니다.

순간, 대통령의 얼굴이 경직되는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이 다급히 물었다.

“포드함까지 당했단 말인가?”

- 네, 그렇습니다. 다행히 침몰은 면했지만, 비행갑판 피해가 커 항공전력 전체가 괴멸되어 태평양함대 전력에서 제외되었습니다.

“포드함에 스콧 제독이 승선하지 않았나?”

- 스콧 제독께선 경미한 부상을 입고 현재 토머스 S. 게이츠함으로 긴급 이동하셨습니다.

“다행이군, 하지만 어떻게 항공모함이 2척이나 당한단 말인가?”

-죄송합니다.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태평양함대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항공모함이 2척이나 당한 상황이라면 이번 전쟁은 더는 하나 마나였다. 이때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차분한 음성이 전해왔다.

“월리엄스 장관! 전략급 무기 사용 요청을 승인하네”

전략급 무기 사용에 있어서 참모진들의 설득에도 고민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포드함이 당했다는 보고를 접한 후 결심을 굳힌 듯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어떤 전략급 무기를 사용할지는 상세히 보고 올리게”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 듀크 윌리엄스 장관은 바로 화상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합참의장에게 말했다.

“합참의장! 대통령의 말씀대로 즉시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전략급 무기에 대해서 작전 안을 검토하고 바로 보고하게. 그리고 우리 항공모함을 격침한 그 순양함에 대해선 절대 놓쳐선 안 되네. 수단 방법을 가리지 격침하게”

- 네, 알겠습니다.

자칫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한 카드를 다시금 꺼내 든 미국, 일본의 ‘자국국가선포’라는 명분으로 시작된 대한민국과의 해상전은 이제 각자의 국운을 건 전면전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 ★ ★

2024년 1월 23일 10:05,

일본 지바현 가쓰우라시 동단 215km 해상(손병희함(CG-1103)).

두 번째 메인 표적인 제럴드 R. 포드함(CVN-78)을 반파시키고 더불어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 2척을 깊은 바닷속으로 수장시킨 손병희함(CG-1103)은 서길수 함장의 명령에 따라 즉시 선회하여 퇴각에 들어갔다.

하지만 빗발치는 X-35 금속탄을 비롯해 피격되기 전에 비상 출격한 제럴드 R. 포드함(CVN-78) 소속의 함재기 F-35C 라이트닝II과 강습상륙함에서 출격한 F-35B 라이트닝II 전투기들은 예비무장창고에 있는 대함미사일까지 죄다 끌어모아 무장하고는 위험을 무릅쓰고 근접 비행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현재 전방위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차리석함(CG-1104)의 장거리 함대공미사일인 GTAS- 300 해천룡 미사일은 모두 소진되었고 사거리 200km인 GTAS- 150 해궁 미사일만 22기 남았기에 84기에 달하는 적 전투기를 모두 요격하기엔 매우 모자란 상황에서 손병희함(CG-1103)도 자체 대공방어를 위해 자동방어시스템을 가동했다.

“48번 표적! 요격 성공! 49번 표적! 요격 성공! 50번 표적 요격 실패······!”

“적 전투기 본 함과의 거리! 169km까지 접근!”

“모든 전투기 표적 설정 완료! 호쿨라 자동요격시스템 가동됩니다.”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호큘라는 위험순위에 따라 우선순위로 표적을 설정! 그에 맞는 무기를 선택해 효율적인 방어에 들어갔다.

두 종류의 대공미사일이 하얀 연기를 뿌리며 하늘로 솟구쳤고 이내 기수를 꺾고는 남동단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 미사일들의 목표물은 1차로 F-35B와 F-35C 라이트닝II였다.

반대로 근접 비행 중 자신의 전투기가 락온이 걸리면 조종사들은 무장하고 있던 대함미사일을 발사하고는 곧바로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쿠아앙! 콰아앙! 콰와아아앙!

막 회피기동에 들어갔던 F-35B 한 기는 마하 10 달하는 속도로 날아온 GTAS- 300 해천룡 미사일을 피하지 못하고 격추되면서 공중분해가 되었다.

이러한 장면은 곳곳에서 일어났다. 어떻게든 손병희함(CG-1103)을 격침하고자 무리한 근접 비행을 한 탓에 많은 전투기가 공중산화하고 말았다. 총 84기 중 31기 만이 살아남아 복귀비행에 들어갔고 나머지는 모두 격추되어 산산조각이 나거나 바다로 추락했다. 이로써 태평양함대의 항공전력은 이제 35%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엄청난 손실이었다.

한편, 손병희함(CG-1103)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격추되기 전, 전투기에서 발사한 AGM-158S SRASM 공대함미사일이 무려 158기에 달했다.

차리석함(CG-1104)은 이미 모든 대공미사일을 소진한 상태였고 손병희함(CG-1103)은 해천룡 22기, 해궁 31기만이 남아있었다.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었다. 보통 교전때라면 대공미사일로 1차 요격을 가하고 2차로 CIWS(근접방어체계)인 Shield-M2 단거리 미사일과 22mm 라스트 샷으로 어떻게든 요격해볼 수 있겠지만, 현재 Shield-M2 단거리 미사일은 모두 소진된 상태였고 22mm 라스트 샷 역시 X-35 금속탄을 요격하느라 여유가 없었다.

“새로운 표적 할당되었습니다. 총 158기! 1번 표적부터 요격 절차 들어갑니다. 함장님 대공미사일 수량이 부족합니다.”

암담한 보고였다. 전술스크린에 해천룡 15기, 해궁 31기로 표기되어 있었다. 이에 서길수 함장은 굳게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전통관!”

“네, 함장님!”

“대공미사일 발사한 후 자동방어시스템을 수동으로 전환한다.”

“네, 알겠습니다.”

“현재 SSS 모드 출력은?

“25%입니다.”

“요격 결과가 나오는 즉시 SSS 모드 가동한다.”

“네, 알겠습니다.”

대공미사일이 부족한 상태에서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SSS(실드차폐시스템) 모드를 선택한 서길수 함장은 요격 결과가 표기될 전술스크린에 시선을 못 박았다. 그리고 얼마 후 전술스크린에 요격 결과가 나옴과 동시에 손병희함(CG-1103)은 남은 출력을 모두 사용해 자기장 보호막을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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