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3화 (543/605)

제2차전

2024년 1월 23일 09:40,

일본 지바현 가쓰우라시 동단 212km 해상(차리석함(CG-1104)).

플라즈마 하이퍼추진으로 태평양함대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는 손병희함(CG-1103)의 전방위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차리석함(CG-1104)의 전투지휘실에서는 교전이 시작된 후 팽팽한 긴장감 속에 여러 오퍼레이터의 보고 소리만이 울려댔다.

혹, 전방위 방어임무를 수행하는 중에 하나라도 실수하여 요격에 실패한다면 곧바로 손병희함(CG-1103)이 위험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손병희함(CG-1103)의 운명은 차리석함(CG-1104)에 달려 있었다.

현재 태평양함대는 250km 이내로 진입에 성공한 손병희함(CG-1103)을 격침하고자 무지막지한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특히나 줌왈트급 구축함에서 발사한 256MJ급 레일건의 X-35 금속탄 수십 발이 원만한 포물선을 그으며 먹잇감을 노리고 있었고 출격한 F-35C와 F-35B 라이트닝II에서도 다시금 모든 AGM-158S SRASM 대함미사일을 털어냈다.

이에 차리석함(CG-1104)에서도 GTAS-300 해천룡 함대공미사일은 물론 22mm 라스트 샷 6정 모두를 가동하여 손병희함(CG-1103) 전방 상공을 향해 빛줄기를 뿌렸다.

1분도 안 되어 손병희함(CG-1103)과 태평양함대 사이의 하늘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번쩍이는 폭발이 일어났다.

“적 대함미사일 총 68기 중 33기 1차 요격 성공! 2차 요격 절차 들어갑니다.”

“레일건 금속탄 22기 요격! 현재 37기! 계속해서 목표물인 손병희함으로 날아오는 중! 손병희함에서도 근접방어체계로 자동 전환! 요격 대상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 28기! 24기!”

요격현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보고하는 오퍼레이터들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고 의자에 앉아 묵묵히 듣고 있는 차리석함(CG-1104)의 안원석 함장의 양손에도 잔뜩 힘이 들어갔다.

“손병희함은 우리만 믿고 적진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절대 실수 없이 모두 요격에 힘써 주길 바란다.”

안원석 함장은 비장한 어조로 승조원들의 사기를 격려했다. 그런 와중에 공격현황을 확인하던 오퍼레이터로부터 기분 좋은 소식이 전했다.

“마이클 머피함 피격! 아바리스 미사일에 완파! 현재 급속도로 침몰 중!”

와!

순간 전투지휘실에 있던 모든 승조원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좀 더 집중한다. 손병희함이 저 빌어먹을 놈들을 청소할 수 있도록 확실히 방어에 힘하도록!”

다시 한번 승조원들을 다독인 안원석 함장은 고개를 돌려 전술통제관에게 물었다.

“손병희함 SSS 출력상태 확인되나?”

“네, 하이퍼추진 이후 현재 출력상태는 35% 정도입니다.”

“음, 1번 정도는 더 SSS를 사용할 수 있겠군”

“함장님!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김민진 작전관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안 위험할 수 있겠나? 그래서 우리 임무가 중요한 거네.”

“적 대함미사일 모두 요격! 모두 요격 완료!”

“레일건 금속탄 59기 모두 요격했으나, 적 함에서 추가 발사! 현재 34기! 숫자는 시차를 두고 계속 늘어납니다.”

한발당 천만 달러 이상의 각종 대함미사일과는 다르게 256MJ급 레일건은 함 내 출력과 받쳐준다면 무한대로 발사할 수 있었다. X-35 금속탄 역시 한 개에 백 달러도 안 되기 때문에 효과대비 가성비가 매우 탁월했다.

이에 256MJ급 레일건을 무장한 줌왈트급 구축함들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X-35 금속탄 손병희함(CG-1103)에 날리고 있었다.

요격하기에 가장 까다롭다고 볼 수 있는 X-35 금속탄 단 한발이라도 요격에 실패에 손병희함(CG-1103)을 타격한다면, 침몰까지는 아니더라도 치명적인 피해를 볼 수 있었다.

이에 차리석함(CG-1104)의 22mm 라스트 샷 역시 쉬지 않고 계속해서 빛줄기를 뿌리며 요격에 전염했다.

★ ★ ★

2024년 1월 23일 09:45 (현지시각 10:45),

일본 지바 현 가쓰우라시 동단 450km 해상(태평양함대).

불타는 채로 수십 조각으로 갈라져 버린 마이클 머피함(DDG-112)이 급속도로 바닷속으로 침몰하는 가운데 제3함대 제1항모전단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줌왈트급 존 S. 매케인함(DDG-1010)의 전방 2시 방향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천만다행으로 SSM-1000K 아바리스 미사일이 착탄 하기까지 1km를 남겨두고 8MJ급 레일건이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요격에 성공했지만, 워낙 가까운 거리였고 또한 마하 8 이상으로 날아오는 가속도로 인해 폭발에 따른 수많은 파편은 날아가던 방향으로 쏟아졌다. 이에 존 S. 매케인함(DDG-1010)도 일부 파편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콰앙! 콰아앙! 콰아앙!

날아온 파편들이 존 S. 매케인함(DDG-1010)의 외벽에 박히면서 크고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아무리 작은 파편이라 해도 마하 몇 배 이상으로 날아오는 파편 하나하나는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무기였다.

폭발과 함께 두꺼운 외벽을 종잇장 찢듯 찢어버리고는 그대로 함 내부를 휩쓸었다. 이로 인해 승조원들의 피해가 상당했고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인 화재가 발생했다.

위잉! 위잉! 위잉!

본 함을 향해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을 요격했음에도 적잖은 피해를 보게 된 존 S. 매케인함(DDG-1010)의 곳곳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붉은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고 화재 발생 사이렌이 울리며 붉은 조명이 돌아갔다.

이에 그동안 훈련했던 대로 승조원들은 각자 주어진 임무에 따라 화재 진압에 들어갔지만, 화재가 발생한 곳이 십여 곳에 달해 단기간에 진압하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이렇듯 생각 이상의 피해를 보게 된 존 S. 매케인함(DDG-1010) 전체적으로 각종 전자장비나 강력한 이지스 레이더가 손상을 입으면서 태평양함대 전력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이처럼 2척의 구축함이 태평양함대 전력에서 제외되는 상황에서 스퀴테 C-2 함포에서 발사된 11발의 플라즈마 응집탄은 필사적으로 퍼붓는 8MJ급 레일건의 요격용 금속탄 화망을 뚫어버리고는 끝내 칼빈스함(CVN-80)을 덮쳤다.

콰앙! 콰아아앙! 콰아앙! 콰아앙!

먼저 고열의 전투기 엔진에도 버틸 수 있는 초합금 강판으로 만들어진 칼빈스함(CVN-80)의 비행갑판에 플라즈마 응집탄이 착탄 하자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50cm 두께의 강판은 어김업싱 찢어지면서 커다란 구멍을 냈다. 그리고 내부 깊숙이 파고 들어갔던 플라즈마 응집탄이 폭발하자 뚫려버린 구멍에서 거대한 화염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이러한 장면은 짧은 시간 8번이나 연속으로 일어났고 이에 비행갑판은 춤추는 화염과 거대한 열기가 휩쓸었다. 이에 착함 중이던 F-35C 라이트닝II 전투기와 해상초계기 그리고 시호크 같은 여러 종류의 다목적 헬기들이 연쇄반응을 보이며 차례대로 폭발했다.

말 그대로 지옥 자체였다. 저승사자마냥 사방으로 퍼져가며 초고열의 검붉은 화염은 급기야 사정없이 찢기어진 비행갑판을 흐물거릴 정도로 녹여버렸다. 그리고 내부에서도 크고 작은 폭발음은 끊이지 않고 칼빈스함(CVN-80)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3발 중 1발은 살짝 빗나가 바다에 떨어졌고 2발은 정확히 아일랜드에 상부와 중간층 부분에 꽂혔다. 웬만한 빌딩 높이의 아일랜드는 단 2발의 플라즈마 응집탄에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파괴되었다.

비행갑판에서 아예 분리된 것처럼 아일랜드는 온데간데없고 거대한 화염 속에서 앙상한 철골과 철판만이 어지럽게 꼬인 채로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쿠아아아아앙! 쿠쿠쿠쿠쿠쿠쿠쿠쿵!

칼빈스함(CVN-80)에 내려진 사망선고였다. 계속되는 내부 폭발에 바다의 요새라 불릴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던 포드급 칼빈스함(CVN-80)은 끝내 중심을 잃고는 좌현으로 천천히 기울어졌다. 이에 비행갑판에 착함한 상태로 불타고 있던 각종 함재기는 미끄러지며 하나둘 바다로 추락했다.

대재앙이었다. 미 해군 역사상 이처럼, 아군의 항공모함이 처참하게 파괴되면서 침몰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주변 해상에서 호위 임무를 수행하던 구축함의 승조원들은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지 허망한 표정으로 바라봤고 어떤 승조원은 참혹한 장면에 그만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 전쟁참상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잔인한 광경이었다.

70도로 기울어져 반쯤 바닷속에 잠겨 빨려 들어가는 칼빈스함(CVN-80) 주변에는 살아남은 승조원들이 구명조끼에 의지한 채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이에 가장 가까이 있던 부켄빌급 강습상륙함에서 수많은 헬기가 이륙했고, 상륙정 역시 바다에 빠진 승조원들을 구조하기 위해 울렁거리는 파도를 가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을 영상을 통해 확인한 루빈 스콧 제독은 혼잣말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고작 순양함 한 척에 항공모함이 격침되었다니······.’ 그것도 태평양함대 모든 전력이 모여있는 상황에서 말이야······.”

★ ★ ★

2024년 1월 23일 09:45,

일본 지바현 가쓰우라시 동단 212km 해상(손병희함(CG-1103)).

현재 손병희함의 전투지휘실은 환호와 탄성으로 야단법석도 아니었다. 조금 전, 오퍼레이터로부터 칼빈스함(CVN-80)이 피격되어 완전히 완파된 상태로 빠르게 침몰 중이라는 보고가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이때 통신을 통해 함교에 있는 오석영 부함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함장님! 임무도 완료했는데 이쯤에서 퇴각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서길수 함장은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민영훈 작전관을 바라봤다. 이에 어떤 의도인지를 간파한 민영훈 작전관은 조금은 흥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함장님! 욕심일 순 있겠지만, 한 척 정도 더 항공모함을 격침하면 이번 전쟁은 끝이라 보입니다. 기회가 생겼을 때 도전했으면 합니다.”

“역시 자네도 나와 같은 생각이군!”

서길수 함장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는 통신 수화기를 들고는 부함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현재 속도 그대로 항진하세.”

- 퇴각 안 하십니까?

“할 땐 하더라도 아직은 아니야! 한 척 더 잡고 돌아간다.”

- 네, 알겠습니다.

부함장과의 통신을 마친 서길수 함장은 어깨를 활짝 펴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전통관! 현재 출력은?”

“32%입니다.”

“좋아! 현재 출력 유지한 채로 이번엔 포드함을 잡는다. 전통관이 임무 하달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전술통제관은 콘솔을 몇 가지 조작하고는 연달아 명령을 하달했다.

“함포사격관! 2분간 포드함을 향해 스퀴테 함포 발사!”

“사통관! 포드함을 호위하는 구축함에 각각 아바리스 미사일 1기씩 발사! 및 나머지는 모두 포드함에 발사한다.”

사격 제원을 입력한 2연장 스퀴테 함포는 무지막지한 포성을 울리며 플라즈마 응집탄을 발사했고 함수의 36연장 C-VLS4B(수직발사대)에서도 다시금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SSM-1000K 아바리스 함대함 미사일이 차례대로 솟구쳤다.

몇 초 만에 하늘로 솟구친 SSM-1000K 아바리스는 총 9기! 7기는 구축함을 표적으로 발사되었고 나머지 3기는 제럴드 R. 포드함(CVN-78)을 표적으로 발사되었다. 이번 발사로 인해 손병희함(CG-1103)은 무장하고 있던 모든 아바리스를 소진했다.

이처럼 퇴각 시점을 미루고 재차 공격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손병희함(CG-1103)과 리석함(CG-1103)의 모든 라스트 샷은 빛줄기를 뿌리며 X-35 금속탄을 요격하는 창과 방패 싸움은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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