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2화 (542/605)

제2차전

2024년 1월 23일 09:35,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앙청 지하벙커(국가보안회의실).

“연락이 안 된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황당한 보고에 우치다 총리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그것이······. 한국 측에서 핫라인을 모두 끊은 거 같습니다.”

“핫라인을 끊어? 예비 라인도 말인가?”

“네, 주무부서 모든 예비 핫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휴대폰은? 업무용 휴대폰 몇 개 정도는 알고 있지 않은가?”

“이미 해봤지만, 모두 받지 않습니다.”

“허허, 이런, 이런, 우리 일본과 완전히 단교할 참인가······.”

다시금 의자에 힘없이 앉은 우치다 총리의 얼굴에는 상당한 당혹감이 묻어있었다. 잠시 후 자신의 앞머리를 쓰다듬는 우치다 총리는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회의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던 외교부 장관을 찾았다.

“그, 그렇지! 미우라 차관! 당장 구로사와 장관에게 연락하게.”

“장관께요?”

“그래! 그 친구라면 한국외교부 장관의 개인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을 거야! 전화해서 물어보게!”

“총리님! 그러잖아도 보고하기 전에 이미 구로사와 장관에게 연락했지만, 휴대폰이 꺼져 있습니다.”

“휴대폰이 꺼져 있으면 집에라도 전화를 해봐야 할 게 아닌가? 아니지! 아니야. 시간이 없어! 미우라 차관! 당장 한국외교부에 연락하게!”

“한국외교부라면?”

“홈페이지에 보면 대표번호가 있지 않나? 당장 전화해서 한국외교부 장관과 연결해달라고 하게! 일본 총리가 급히 찾는다고 말이야.”

“총리님! 아무리 그래도 대표번호로 연락하는······.”

미우라 차관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리자, 평소 온화한 표정을 짓던 우치다 총리의 얼굴이 험상궂게 바뀌며 큰소리를 쳤다.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란 말이야! 뭘 그리 꾸물대는 거야?”

“알, 알겠습니다.”

갑작스러운 호통에 깜짝 놀란 미우라 켄타 차관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한국외교부 대표전화를 검색하고는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삐리리리리~! 삐리리리리~!

몇 번의 신호음이 나가고 상냥한 음성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 네, 외교부입니다.”

미우라 켄타 차관은 서툰 한국말을 내뱉었다.

“아, 여기는 일본 외교부입니다. 급한 건으로 강경희 장관과 연결하고 싶습니다.”

- 네? 일본 외교부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급한 용건이니 바로 연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죄송한데요. 이곳은 외교부 민원대표번호입니다. 외교 관련해서는 주무부서로 직접 연락하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것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주무부서와 연결이 안 돼서 말입니다. 지금 매우 급한 상황으로 일본 총리께서 강경희 장관과 통화를 하고 싶으니 꼭 연결해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부서에서는 장관님께 연결할 수 있는 라인이 없습니다. 또한, 정상적인 외교 상황이라면 다른 라인을 통해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아! 여보세요.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닙니다. 국제 외교 문제이니 어서 연결해주세요.”

- 음, 죄송한데요. 장난 전화하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죠?

“장난 전화라니요? 여보세요. 이곳은 일본 외교부입니다. 시간 없으니 어서 연결해주세요.”

- 이거 참,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곳은 공공기관입니다. 장난 전화하시면 안 돼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뚝!

“모시모시! 모시모시!”

다급한 나머지 일본어가 튀어나온 미우라 켄타 차관은 이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우치다 총리를 바라봤다.

“뭔가? 어떻게 된 거야?”

“장난 전화라며 그쪽에서 끊어버렸습니다.”

“다시 해봐!”

“네? 총리님! 아무리 생각해도 대표전화로 한국외교부 장관을 찾는 건······.”

자기가 생각해도 기가 막힐 일이었다. 어떤 국가가 상대국 외교부 장관을 대표번호로 전화해 연결해달라 부탁한다고 들어주겠는가?

“우리 일본의 운명이 걸린 일이야! 어서 다시 해봐! 아니야! 전화 나한테 주게! 내가 직접 하겠네!”

우치다 총리는 미우라 켄타 차관의 스마트폰을 뺏다시피 낚아채고는 그대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 네, 외교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나는 일본 총리 우치다라고 합니다. 현재 한국외교부와의 핫라인이 끊어져 부득이하게 이렇게 이쪽 전화번호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현재 급한 용건으로 강경희 장관과 통화를 하고 싶습니다. 연결해주시기 바랍니다.”

무턱대고 일본어로 말한 우치다 총리! 이에 수화기 너머 당황했는지 잠시간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들리십니까? 나는 일본 우치다 총리입니다. 강경희 장관과 통화를 하고 싶습니다. 연결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금 일본어로 말하자 처음 전화를 받았던 상냥한 여성 목소리가 아닌 남자 목소리의 일본어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일본어를 모르는 여직원을 대신해 남자가 대신 받은 듯했다.

- 누구신데 이렇게 장난 전화를 하는 겁니까? 공공기관에 장난 전화를 하면 벌금이 얼마인지 아세요?

“장난 전화 아닙니다. 저는 일본 우치다 총리가 틀림없습니다.”

- 아니 이 사람들이? 나이도 적잖이 먹은 거 같은데, 정말 벌금 크게 먹고 싶나요? 마지막 경고입니다. 다시 한번 이런 장난 전화하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장난 전화 아닙니다. 정말 나는 일본 총리가 맞습니다. 그러니······.”

뚝!

“모시모시! 모시모시!

다소 억지스럽고 무리한 상황이긴 했으나, 분명 굴욕이었다. 일본 정치 서열 1위라 할 수 있는 총리가 장난 전화나 하는 사람으로 전락한 순간이었다.

사실 수화기 넘어 남자 목소리의 주인공은 방금 전화가 장난 전화가 아닌 실제 일본에서 걸려온 전화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금일 아침 외교부 전체에 공문 한 통이 내려왔다.

금일 9시를 준하여 대한민국은 일본과 공식적으로 외교단절을 함으로써 일본 외교부는 물론 주한일본대사관과의 모든 연락 채널을 중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스마트폰을 쥐고 있던 우치다 총리의 손이 부르르 떨었다. 방금 겪은 굴욕 때문인지 아니면 서서히 패망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일본 현실에 대한 절망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의 두 눈에서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 ★ ★

2024년 1월 23일 09:40 (현지시각 10:40),

일본 지바 현 가쓰우라시 동단 450km 해상(태평양함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속도로 거친 파도를 가르며 250km 내로 진입한 손병희함(CG-1103)은 작심했는지 곧바로 가용한 모든 공격수단을 썼다.

가장 먼저 공격의 포문은 연 2연장 스퀴테 C-2 함포는 2초에 한발에 가까운 엄청난 연사속도를 자랑하며 웬만한 대함미사일급의 플라즈마 응집탄을 퍼부었고 후미 갑판 위에 있는 36연장 C-VLS4B(수직발사대)에서도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인 SSM-1000K 아바리스가 하나둘 붉은 광점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하늘로 솟구쳤다.

사거리 450km에 마하 10이라는 경이적인 비행속도를 자랑하는 아바리스 대함미사일은 대략 245km 거리에 떨어진 태평양함대까지 정확히 74초면 도달할 수 있었다.

이들이 노리는 목표물은 칼빈스함(CVN-80)을 호위하는 제1항모전단 소속의 구축함들이었다.

제1항모전단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줌왈트급 구축함 존 S. 매케인함(DDG-1010)에 3기, 나머지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 4척에는 각기 2기가 극초음속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더불어 메인 목표물이라 할 수 있는 칼빈스함(CVN-80)에는 30여 발에 달하는 스퀴테 K-2 함포의 플라즈마 응집탄과 2기의 SSM-1000K 아바리스가 날아왔다.

현재 칼빈스함(CVN-80)의 비행갑판에는 다목적 헬기 몇 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함한 상태! 손병희함(CG-1103)이 경주용 자동차처럼 엄청난 속도로 접근할 당시 루빈 스콧 제독의 지시에 따라 비행갑판에 착함되어 있던 모든 항공기를 긴급 이함 시켰다.

이함한 항공기 중 F-35C 라이트닝II 전투기들은 구형 대함미사일을 무장하고 다시금 손병희함(CG-1103)을 격침 시키고자 일정 고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바다 위에서는 줌왈트급 플라이트 II로 설계된 러셀함(DDG-1013)과 래미지함(DDG-1015)에서도 손병희함(CG-1103)을 향해 256MJ급 레일건을 사정없이 사격했다.

공격과 더불어 방어를 위해 태평양함대 소속의 20척의 각종 구축함은 SSM-1000K 아바리스를 요격하기 위해 그나마 장거리에서 요격 확률이 높은 SM-7C 함대공미사일을 발사했다.

엄청난 폭음을 동반하며 동시다발적으로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솟구치는 대공미사일의 향연은 마치 블록버스터 전쟁영화를 보는 듯 착각이 들 정도로 멋진 장관을 연출했다.

3년 전, 대한민국 해군과의 해상전에서 SM-7과 개량형인 SM-7B 함대공미사일이 이렇다 할 요격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매우 저조한 요격률을 보였던 터라 미국 국방성은 모든 방위사업체가 참여하는 프로젝트팀을 만들어 더욱 진보된 개량형의 SM-7S 함대공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사거리는 그대로였으나 속도와 선회각 능력, 그리고 근접신관에 의한 자체폭발능력을 향상해 더욱 촘촘하면서도 화망구성 범위를 크게 넓혔다.

하지만 계속된 개량 사업으로 인해 기본 모델이었던 SM-7이 1,500만 달러였던 가격에 비해 SM-7S는 2배에 이르는 2,900만 달러까지 가격이 상승하고 말았다. 원으로 환산하자면 290억 원에 가까운 엄청난 가격이었다.

이처럼, 한기 한기가 천문학적인 금액을 자랑하는 SM-7S 함대공미사일은 일정 고도에 다다른 이후 최대속도인 마하 8에 가까운 속도까지 끌어올리고는 이내 고도를 낮추며 수평선 너머로 날아갔다.

그리고 얼마의 짧은 시간이 지나고 요격에 들어갔던 SM-7 함대공미사일의 요격 결과 정보가 실시간으로 각 구축함으로부터 제널드 R. 포드함(CVN-78)의 전투통합지휘실에 전해왔다.

1차 요격 결과는 총 11개의 SSM-1000K 아바리스 미사일 중 6기를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3년 전과 비교하자면 탄성을 지를만한 결과였다. 이에 오퍼레이터들로부터 환호성이 터졌지만 금방 사그라졌다.

루빈 스콧 제독 역시 분위기에 휩싸여 겉으로는 표현하진 않았지만, 속으론 쾌재를 부르는 듯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었다.

3년간, 이를 갈며 천문학적인 연구비용을 지출하며 개량에 개량을 통한 값진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대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무지막지한 비행속도로 인해 2차 요격을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더군다나 마하 10에 달하는 속도로 100km 상공까지 다다른 플라즈마 응집탄 30여 발이 칼빈스함(CVN-80)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결과가 어쨌든 CIWS(근접방어체계) 중 하나인 8MJ급 레일건에 모든 희망을 걸어야 했다. 이에 루빈 스콧 제독과 태평양함대의 지휘관들은 마음속으로 기도하며 기다는 것뿐이었다.

최초 4MJ급 레일건를 장착한 M-3 워독 전차보다 2배에 이르는 8MJ급의 강력한 출력으로 어린아이 주먹만 한 금속탄을 1초 단위로 쏟아낼 수 있는 CIWS(근접방어체계)의 최후 보루라 할 수 있는 8MJ급 레일건을 장착한 줌왈트급 구축함 4척과 플라이트 IIB급 이상의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 11척은 데이터링크로 전송된 각각의 표적을 향해 레일건이 움직였다.

투앙! 투앙! 투앙! 투앙! 투앙! 투앙! 투앙!

경쾌한 발사음과 총 20개의 8MJ급 레일건에서 금속탄들이 쏟아져 나갔다. 마치 레이저 빛줄기처럼 뻗어 나간 금속탄들은 북서단 상공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자석에 이끌리는 금속마냥 수많은 금속탄이 날아오는 SSM-1000K 아바리스 미사일을 향해 모여졌다.

콰아앙! 콰아아앙! 콰앙!

연거푸 3발의 폭발음이 울렸다. 거대한 물기둥이 20여 미터나 상승하며 솟구쳤다. 하지만 2발의 SSM-1000K 아바리스 미사일은 기필코 금속탄 화망을 빠져나와 자신이 목표로 한 구축함을 향해 다 달랐고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오는 플라즈마 응집탄 역시 16개만이 요격되었을 뿐 나머지 18개의 플라즈마 응집탄 역시 칼빈슨함(CVN-78)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낙하했다.

이에 태평양함대는 요행이라도 바라는 듯 모든 함성에서 30mm 골키퍼와 20mm 펠링스까지 작동했고 엄청난 양의 기관포탄이 하늘을 뒤덮었다.

쿠아아아앙!

알레이 버크급 마이클 머피함(DDG-112)의 함수 좌현으로 파고든 SSM-1000K 아바리스 미사일은 그대로 가속력만으로도 함미까지 훑고 지나간 후 폭발했다.

155m에 달하는 거구의 마이클 머피함(DDG-112) 전체가 대폭발하며 산산조각이 났다. 수많은 파편이 수 킬로미터까지 날아가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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