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41화 (541/605)

제2차전

2024년 1월 23일 09:2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 디지털정보센터).

태평양함대로부터 260km 떨어진 해상까지 최대속도로 항진한 손병희함(CG-1103)을 향해 수많은 대함미사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아갔다. 또한, 3개 항공모함에서 이함한 F-35C와 F-35B 라이트닝II 52기는 빠른 속도로 비행해 거리를 좁히고는 사거리가 250km인 AGM-158S SRASM 공대함미사일을 각기 1기씩 발사했다.

태평양함대에서 순양함 한 척을 침몰시키기 위해 무려 120여 발에 달하는 말도 안 되는 수량의 대함미사일을 발사했음에도, 표적 대상인 손병희함(CG-1103)에서는 그 어떠한 방어시스템도 가동하지 않은 채 오직 스퀘테 K-2 함포를 사용하기 위해 최대속도로 항진할 뿐이었다. 대신 사전에 약속했던 대로 전방위 방어를 전담하게 된 차리석함(CG-1104)은 호큘라 자동방어시스템을 가동! 곧바로 요격절차에 들어갔다.

손병희함(CG-1103)으로부터 후방 5km 떨어진 해상에서 뒤따르던 차리석함(CG-1104)의 함수 68연장 C-VLSIII(수직발사대)에서 푸른 불꽃을 터뜨리며 차례대로 솟구친 GTAS- 300 해천룡 함대공미사일들은 일정 고도에 다다르자 곧바로 남동단 방향으로 기수를 틀고는 하얀 구름 사이로 사라졌다.

그리고 몇 분도 안 되어 손병희함(CG-1103)과 태평양함대 사이의 상공에서 연달아 폭발음을 동반한 불꽃들이 번쩍였다.

콰앙! 콰아아앙! 콰앙앙!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지만 손병희함(CG-1103)과 차리석함(CG-1104)의 전투지휘실에서 소리치는 요격담당 오퍼레이터의 보고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전술표기로 알 수 있었다.

“함장님! 본 함도 방어체계를 가동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민영훈 작전관이 살짝 걱정된 표정으로 물었다.

“민 작전관! 걱정되나?”

요격 성공 여부를 실시간으로 각종 전술기호로 보여주고 스크린 화면을 보고 있던 함길수 함장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걱정되기보다는 차리석함의 대공미사일 잔량이 문제입니다. 이에 본 함 역시 요격방어에 참여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입니다.”

“자네 말도 일리가 있어! 하지만 저 정도 공격쯤은 차리석함만으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네! 일단, 사전에 계획했던 대로 나가보자고.”

자리에서 일어나 민영훈 작전관의 어깨를 툭 치고는 전술 스크린 쪽으로 다가간 서길수 함장은 뒷짐을 지고는 태평양함대와의 거리를 나타내는 숫자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현재 태평양함대는 257km 거리, 스퀴테 K-2 함포를 사용하기까지 앞으로 7km가 남은 상태였다.

“현재 SSS 모드 출력은 상태는?”

“네, 현재 100%입니다.”

해당 담당 오퍼레이터가 전투지휘실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 그럼 SSS 모드는 몇 번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방어막 활성화 시 어느 정도의 공격량을 막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3번 정도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확신 찬 오퍼레이터의 대답에 서길수 함장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3번이라······. 그렇다면 한 번 정도는 하이퍼추진을 해도 괜찮겠군!’

결심을 굳힌 서길수 함장은 함교와 연결된 통신 수화기를 들고는 큰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함교!”

- 네, 부함장입니다.

“하이퍼추진 준비! 명령 하달 시 바로 작동하도록!”

- 네, 하이퍼추진 준비하겠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보고하도록!”

- 네, 알겠습니다.

부함장의 대답을 뒤로하고 통신 수화기를 작전관에게 건넨 서길수 함장은 전술통제관을 비롯해 여러 오퍼레이터를 차례대로 쳐다보고는 이내 큰 소리로 외쳤다.

“좋아! 우리의 1차 목표는 적 항공모함이다. 전방 호위하는 구축함은 무시하고 가장 가까운 칼빈슨부터 잡는다. 사격통제관!”

“네, 함장님!”

“스퀴테 함포 사거리 안으로 칼빈스가 도달하면 즉각 포격할 수 있도록 표적 제원 설정하고 추가 명령이 없더라도 바로 포격하게!”

“네, 알겠습니다.”

“통신사관!”

“네, 함장님!”

“이번 공격을 막게 되면, 분명 태평양함대는 지금보다 더 많은 물량으로 공격해 올 것이 분명하다. 이에 본 함은 두 번째 공격을 SSS모드로 자체 방어한다. 이에 차리석함에서 불필요한 요격시도가 없도록 알리게”

“네, 전달하겠습니다.”

“전술통제관!”

“네, 함장님!”

“SSS모드로 두 번째 공격을 막아낸 후 즉시 하이퍼추진으로 스퀘테 함포 사거리 안으로 진입! 이후 항공모함 3척에 각각 해성A 미사일 4기와 아바리스 2기씩 표적 할당한다.”

짧은 시간, 간단명료하면서도 시원시원한 명령을 내린 서길수 함장은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는 듯 입술을 굳게 닫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으나 명령을 하달받은 각 부서 책임자들과 해당 오퍼레이터들은 분주해졌다.

이때 요격현황을 지켜보고 있던 대공 담당 오퍼레이터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현재! 차리석함에서 발사된 대공미사일 요격 화망에서 살아남은 적 대함미사일은 총 24기가 본 함 50km까지 도달! 착탄까지 앞으로 27초!”

1차 해상전에서 탁월한 요격회피능력을 보였던 AGM-158S SRASM 공대함미사일들이었다.

“전술통제관!”

“네, 함장님!”

“즉시 CIWS(근접방어체계)로 전환!”

“네, 근접방어체계로 전환합니다.”

근접방어까지 차리석함(CG-1104)에 전담시키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서길수 함장의 즉시 근접방어체계 명령을 내렸자 함수와 함미에 각기 1정, 그리고 좌·우측 현에 각기 2정씩 장착된 22mm 라스트 샷이 자동으로 움직이더니 이내 날아오고 있는 하늘을 향했다.

또한, 16연장 발사관에서도 사거리 50km에 마하 6의 속도를 자랑하는 Shield-M2 단거리 대공미사일이 연거푸 발사되었다.

슈우우어어엉! 슈우우어어엉! 슈우우어어엉! 슈우우어어엉! 슈우우어어엉!

푸른 광점을 보이며 발사된 Shield-M2 단거리 대공미사일들이 구름 사이로 사라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빛이 분출했고 이어 22mm 라스트 샷에서도 붉은빛을 뿌렸다.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차리석함(CG-1104)의 대공미사일을 회피하느라 자체추진체를 소모하여 더는 AGM-158S SRASM 공대함미사일은 Shield-M2 단거리 대공미사일과 22mm 라스트 샷의 벌컨 빔에 모두 요격되면서 산화했다.

하지만 태평양함대의 공격은 시작에 불과했다.

1차로 이함했던 F-35C 라이트닝II 52기는 아직 1기의 AGM-158S SRASM 공대함미사일이 남아 있었고 여러 상륙함과 항공모함에서도 추가로 70기의 F-35C 라이트닝II과 F-35B 라이트닝II이 이함하여 다가오고 이었다.

또한, 줌왈트급 구축함과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에서도 VLS에 무장된 모든 대함미사일을 발사했는지 헤아릴 수 없는 대함미사일들의 하얀 연기 꼬리를 태평양함대의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적 항공모함에서 추가로 70기의 전투기 발진! 현재 본 함을 향해 비행하고 있는 전투기는 총 132기!”

“적함으로부터 대함미사일 발사되었습니다. 수량은 현재 28기! 29기!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적 전투기에서도 대함미사일 발사했습니다. 모두 본 함을 표적으로 상정했습니다.”

다급한 목소리로 오퍼레이터들의 보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길수 함장만이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지켜보고 있었다.

“구축함에서 발사한 대함미사일 총 88기! 도달까지 앞으로 132초!”

“1차 공대함미사일 총 52기! 117초 도달까지 2차 공대함미사일 140기! 125초!”

최종적으로 손병희함(CG-1103) 향해 발사한 대함미사일은 무려 280기였다. 아무리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이라지만, 순양함 1척을 상대로 한 번 공격에 280기의 대함미사일을 사용한 엄청난 과욕이었다.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지만 대략 280기에 달하는 대함미사일의 총금액은 1조 원에 달했다. 5조 원에 가까운 순양함을 격침하는 데 있어서 산술적으로 보자면 이득일 수 있으나 앞서 발사한 대함미사일까지 포함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인 것은 틀림없었다.

“함장님이 예상했던 대로 가는 거 같습니다.”

“그래! 이번 공격으로 미군 놈들 대함 무기는 죄다 거덜 날 났으면 좋겠군”

흡족한 미소를 보인 서길수 함장은 전술스크린을 통해 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는 수많은 붉은 선들을 지켜봤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난 후 280기에 달하는 대함미사일이 손병희함(CG-1103)에 쏟아지기 직전! 서길수 함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러자 엷은 푸른빛을 발산하는 자기장이 손병희함(CG-1103) 전체를 감쌌다.

콰앙! 콰아아아앙! 콰아아앙! 콰앙!

손병희함(CG-1103)를 감싼 자기장 보호막에 부딪힌 수많은 대함미사일이 마치 허공에서 폭발하듯 현란한 불꽃 쇼를 연출했다.

하지만 일제히 폭발하는 폭발위력에 손병희함(CG-1103)에도 작은 진동이 전해졌다.

“현재 출력은?”

“현재 자기장 출력! 81% 계속해서 떨어집니다. 79%, 77%······.”

쾅아앙! 콰아아앙! 콰앙!

어느덧 짧은 시차를 두고 쏟아진 대함미사일이 죄다 자기장 보호막에 막혀버리고 폭발하자 서길수 함장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현재 출력 52%입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군! 좋아! 함교!”

“네, 함교입니다.”

“바로 하이퍼추진 가동!”

“네, 하이퍼추진 가동합니다. 10초 전! 9초 전!”

기다리고 있던 함교로부터 하이퍼추진 초읽기가 시작되었다.

진작부터 손병희함(CG-1103)의 함미 좌·우측 현 아래 부위에서는 거대한 플라즈마 워터추진체가 튀어나온 상태로 대기 중이었다.

하이퍼추진 기능은 1번 함인 충무공이순신함(CG-1103)도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는 기능이었다.

하이퍼추진을 알리는 경보음이 함 전체에 울림과 동시에 초읽기 시작되자 손병희함(CG-1103) 승조원들은 저마다 잡을만한 것을 끌어안다시피 부여잡았다.

“5초 전!, 4초 전!, 3초 전!”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초읽기가 내려갈수록 플라즈마 워터추진체는 격렬한 소음을 발산했다.

“1초 전! 하이퍼추진! 발사!”

순간 플라즈마 워터추진체에서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쏟아냈다. 그러자 거구의 손병희함(CG-1103)은 마치 경주용 자동차가 출발신호에 따라 앞으로 튀어나가듯 거대한 파도를 갈라버리며 앞으로 항진했다.

가히 100노트에 가까운 속도였다. 시속으로 환산했을 때 185km에 달하는 엄청난 속도였다.

★ ★ ★

2024년 1월 23일 09:30 (현지시각 10:30),

일본 지바현 가쓰우라시 동단 450km 해상(제널드 R. 포드함(CVN-78) 전투통합지휘실).

120여 기에 가까운 각종 대함미사일을 퍼붓고도 손병희함(CG-1103)을 격침하지 못하자 루빈 스콧 제독은 치를 떨며 2차 공격에서는 수많은 대함미사일을 사용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에 구축함에서는 VLS(수직발사대)에 장전된 모든 대함미사일을 발사했고 각 항모전단의 항공비행단에서도 70%에 해당하는 양의 대함미사일을 무장하고 발사했다.

이렇듯 가용한 모든 대함미사일을 쏟아부은 태평양함대는 1차 공격 당시 적극적으로 대공미사일을 발사하여 요격하던 차리석함(CG-1104)은 물론 목표물인 손병희함(CG-1103) 마저 별다른 대응을 보이지 않자 은근 기대를 했었다.

지미 로페스 주임작전관 말대로 한국 순양함에서도 대공미사일을 모두 소진하여 더는 원거리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추측에 힘을 싫었다. 하지만 280여 기에 달하는 각종 대함미사일이 CIWS(근접방어체계) 거리까지 도달했음에도 조용하자 루빈 스콧 제독은 그제야 자신의 허벅지를 내리치며 후회하고 말았다.

“제길! 내가 잠시 망각했군!”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루빈 스콧 제독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감았다.

아틀라스 정찰위성으로 촬영되어 전송되는 영상에는 손병희함(CG-1103)을 향해 쏟아진 수많은 대함미사일은 허무하게 뭔가에 막혀 허공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하고 있었다.

보고도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후 상황에 경악스러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기장 보호막으로 모든 대함미사일을 막아낸 손병희함(CG-1103)이 순간 엄청난 속도로 항해하며 저지라인이라 할 수 있는 거리 250km 안으로 진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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