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전
기존 잠수함과는 판이한 어뢰장착 시스템이었다. 그러한 이유는 처음부터 콜롬비아급 핵잠수함의 공격전술이 기존의 잠수함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안전잠항심도가 2,000m에 음파를 흡수하는 첨단시스템이 장착되어 웬만한 음파탐지기는 무력화시켜 스텔스 잠수함이라 불리는 콜롬비아급 핵잠수함은 척당 건조비용이 6억 달러인 만큼 사용 용도에 있어서 전략적 전술적 두 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전천후 핵잠수함으로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즉 깊은 잠항심도로 대양을 건너 적진 가까이에서 전략급 무기를 발사하거나, 아니면 직접 상대국 잠수함이나 수상함을 잡기 위해 해심 깊은 곳에서 잠항하며 대기하고 있다가 위로 지나가는 잠수함이나 수상함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공격수단에는 잠수함 함수 어뢰발사관보다는 상부 VLS(수직발사대)로 어뢰를 발사하는 것이 상대방 잠수함이나 수상함에는 치명적이었다. 더군다나 짧은 거리를 50노트 속도로 발사되고 이후 최대 200노트까지 상상하는 초공동 중어뢰라면 말 다했다.
상대로서는 빠르게 적 어뢰의 출현을 간파한다 하더라도 짧은 거리에서 200노트로 상승하는 초공동 중어뢰를 회피하거나 요격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즉 들키지 않고 어뢰 발사만 성공한다면 100% 피격시킬 수 있는 매우 무서운 공격수단을 보유한 콜롬비아급 핵잠수함이라 볼 수 있었다.
이런 기상천외한 공격수단을 개발한 것이 바로 미국의 큰 장점 중 하나였다. 남들이 생각지 못한 새로운 개념의 무기나 교전기술을 개발하는 응용능력, 수십 년간 외계 과학기술을 토대로 여러 가지 무기를 연구하고 개발하면서 자연스럽게 축적한 노하우였다.
현재 아무리 높은 과학기술을 보유한 대한민국이지만, 이러한 노하우가 없다면 다양한 무기 개발에 있어서 미국에 뒤질 수밖에 없었고 따라잡을 수 없는 한계점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즉 미국은 여러 응용능력을 발휘해 참신하고 산뜻한 무기들을 계속해서 개발해왔고 콜롬비아급 핵잠수함 역시 기존 잠수함의 교전 방식과 교전 능력 틀을 탈피한 신개념 형식의 교전 능력을 보유한 핵잠수함이었다.
20여 분 후,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침묵 잠항 상태에서 부상에 들어간 콜롬비아급 핵잠수함 3척은 어느덧 연합함대의 대잠 경계망을 속이고 해당 심도까지 200m를 남겨두고 있었다.
이때 전투정보실의 전술스크린 화면에 해당 심도가 1,000m를 가리키자, 에머슨 하인드먼 함장은 손짓으로 부상을 멈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콜롬비아함(SSBN-901)은 어느덧 부상을 멈추고 심도 1,000m에서 대기 잠항에 들어갔고 앤히크함(SSBN-902)과 윌리엄 펜함(SSBN-903)도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심도에서 부상을 멈췄다.
연합함대 바로 아래 해심 1,000m에 해심에서 잠항 중인 3척의 콜롬비아급 핵잠수함은 이내 상부 VLS(수직발사대)의 루프도어가 차례대로 개방하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소나를 이용해 연합함대를 정확히 음탐하여 각자 표적 제원 설정을 하고 빠르게 초공동 어뢰를 발사하는 절차가 남았다. 하지만 900m 거리밖에 안되는 매우 짧은 거리였지만 연합함대의 강력한 음파 방해로 패시브 소나로는 정확히 음탐이 불가능했다. 이에 에머슨 하인드먼 함장은 본 함의 정체가 발각되는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패시브 소나를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번 한 번 공격으로 연합함대 전체를 괴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서 약간의 위험감수는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한 에머슨 하인드먼 함장은 즉시 음탐관에게 패시브 소나 지시를 내렸다.
피잉! 피잉! 피잉!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음탐관은 즉시 BQQ-11 패시브 소나를 작동했고 수중 속에서 음파가 울려 퍼졌다.
“적 함대 확인! 표적 설정 들어갑니다.”
목숨을 내놓고 방사한 BQQ-11 패시브 소나는 거리가 가까운 만큼 연합함대 수상함들을 일일이 음탐했다. 이에 침묵 잠항이 필요 없게 되자 전술통제관이 현재 상황을 보고했다.
“어뢰무장관! 표적 설정하는 대로 즉시 발사! 모든 어뢰 발사 후 보고!”
“함장님! 1번 발사관부터 발사 시작합니다.”
어뢰관제실에 있는 어뢰무장관으로부터 보고가 올라왔다.
투앙! 투앙!
미리 루프도어를 개방된 VLS(수직발사대)에서 공기 압축으로 퉁겨져 나온 Mk101 초공동 중어뢰가 차례대로 솟구쳤다.
마치 대공미사일이 VLS(수직발사대)에서 발사되어 하얀 연기 꼬리를 늘어트리며 하늘로 솟구치는 거처럼 Mk101 초공동 중어뢰 20기는 하얀 거품 항적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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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3일 07:55,
일본 지바현 가쓰우라시 동단 91km 해상(태종대왕함(DDG-996) 전투지휘실).
손병희함(CG-1103)과 차리석함(CG-1103)이 동단으로 빠르게 항진하며 태평양함대를 견제하는 상황에서 퇴각을 위해 함수를 돌린 연합함대는 가쓰우리시 동단 50km 해상을 퇴각지점으로 지정하고 항해 중이었다.
더불어 태평양함대 역시 연합함대의 의도를 알아채고는 항모전단별로 퇴각절차에 들어간 상태로 현재 양국의 함대 거리는 대략 300km 이상으로 대함미사일의 사거리 밖으로 벗어났다.
또한, 2차례나 대규모로 치열한 공중전을 벌였던 양국의 전투기들도 현재 흘러가는 상황에 따라 잠시 교전을 미루고 각자 기지로 복귀했다.
서로 간 합의는 하지 않았지만, 암묵적인 합의 상황에서 연합함대는 각종 군수지원함이 대기하고 있는 퇴각 지정 해상으로 서서히 속도를 올렸다.
“제독님! 퇴각 지정 해상에 군수지원함이 도착해 대기 중이라는 해작사로부터 보고입니다.”
“몇 척인가?”
“22척입니다. 제독님”
“음, 22척이라······. 재무장 시간이 빨라지겠군”
해군작전사령부에서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자 가쓰우라시 연안 해상에 2개 함대 소속의 여러 군수지원함을 대기 시켜놓은 상태였다.
“네, 제독님! 1시간이면 재무장을 완료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렇겠군! 일단, 퇴각 해상에 도착하면 2함대 소속 구축함부터 재무장 작업을 진행하라고 전하게”
“네, 알겠습니다.”
이때, 전투지휘실 내 음탐실로부터 비명이 들려왔다.
“악! 적 잠수함 출현! 적 잠수함 출현, 현재 패시브 소나 방출! 총 3척입니다. 방향이······.”
방향 보고에서 잠시 멈춘 음탐관은 착용한 자신의 헤드폰을 콱 움켜지고 모니터를 살피고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뜨며 이어 보고했다.
“본, 본 함대 바로 아래 심도 1020입니다.”
말도 안 되는 충격적인 보고에 전투지휘실의 사람들은 일동 얼어붙고 말았다. 김이원 제독만이 차분한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
“전 함대에 대잠경계 1호 발령하고 즉시 적 잠수함 피격준비 들어가게!”
“네, 알겠습니다.”
명령을 내리기 전, 정체불명의 잠수함으로부터 어뢰 공격이 시작됐다.
“악! 어, 어뢰출현 다수 출현! 앗! 숫자 늘어납니다.”
콜롬비아급 핵잠수함 3척에서 발사한 Mk101 초공동 중어뢰였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김이원 제독의 명령이 하달되기도 전, 연합함대 내 호큘라 구축함들은 인공지능 호큘라 컴퓨터에 의해 어뢰를 음탐함과 동시에 자동으로 개입하여 대응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인공지능의 슈퍼컴퓨터인 호큘라라 하더라도 1,000m도 안 되는 짧은 거리에서 100여 노트까지 상승하여 다가오는 초공동 중어뢰를 막아내기는 시간이 부족했다.
푸와아아아앙! 푸와아아아앙! 푸와아아아앙!
자동대응시스템에 의해 호큐라 구축함의 C-VLS(수직발사대)에서 홍상어A 함대잠 미사일이 사정없이 솟구쳤고 그대로 다시금 기수를 돌려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푸아악! 푸아악! 푸아악!
100여 발에 달하는 홍상어A 함대잠 미사일들은 입수 후 바로 추진체와 분리되면서 각자 정해진 타격 목표물을 향해 잠항했다. 하지만 단 한 번밖에 없는 요격 기회였기에 1차 요격이 실패할 것을 예상하고 2차 요격을 위해 홍상어A 어뢰들은 시차를 두고 추진체를 분리해 거리를 두고 잠항해 나갔다.
그러는 사이 60기에 달하는 Mk101 초공동 중어뢰 이미 300m 심해까지 치달은 상황, 100% 요격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폭압력에 피해를 볼 수 있는 거리였다.
쿠아아앙! 콰아아앙!
몇 초도 안 되어 구축함 전체를 뒤흔드는 충격이 전해왔다. 이에 음탐관들은 헤드폰을 통해 전해지는 엄청난 소음에 온갖 인상을 쓰며 요격 현황을 보고했다.
“현재 17개의 적 어뢰 요격하는 데 성공! 하지만 12개 정도가 1차 요격 어뢰를 피해 연합함대로 다가옵니다. 2차 요격을 위한 표적 분배! 바로 2차 요격 들어갑니다.”
뒤늦게 추진체를 분리한 홍상어A 어뢰들이 1차 요격에서 살아남은 초공동 중어뢰를 요격하고자 했다. 이처럼 호큘라의 가장 적절한 대응으로 인해 짧은 시간이지만 2차 요격망까지 구성하게 된 홍상어A 어뢰들은 마지막 요격을 위해 빠르게 잠항해 나갔다.
김이원 제독은 한쪽 눈을 찡그리며 자신의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 12번 어뢰! 2차 요격도 실패! 제2함대 소속 대조영함과 충돌합니다.”
음탐관의 보고와 함께 저 멀리서 엄청난 폭발음이 울리며 함 내부에 있는 전투지휘실까지 들려왔다.
김이원 제독의 전용 모니터 화면 영상이 바뀌었고 이내 처참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대조영함(DDH-977)이 전체가 들썩였고 연돌이 있는 부위가 앞뒤로 쪼개지며 갈라졌다. 그리고 갈라진 틈 사이로 엄청난 물보라라 수십 미터나 솟구쳐 올랐다.
생각 이상의 폭발력이었다. 이렇듯 함수와 함미가 분리된 대조영함(DDH-977)은 그대로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김이원 제독의 미간에 내 천자를 만들고는 그대로 수석작전관에게 소리쳤다.
“대응절차는 호큘라에게 맡기고 저 빌어먹을 잠수함을 잡아야겠어. 차리석함과 손병희함에게 현재 확보한 잠수함 음탐 정보 전달받은 즉시 바로 공격하라는 전하게.”
“네. 알겠습니다. 제독님!”
나름 최상의 대잠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유유히 나타나 어뢰 공격을 퍼붓은 정체불명의 적 잠수함을 이번에 놓치면 다음번에도 불의의 기습을 받아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에 김이원 제독은 반드시 적 잠수함을 해치우고자 했다.
쿠아앙!
또다시 연합함대 해상 일대를 뒤흔드는 대폭발이 이어졌다. 폭발의 주인공은 제7기동전단 소속의 정조대왕함 (DDG-1007)이었다.
함미 부위에 어뢰를 직격당한 정조대왕함(DDG-1007)은 물보라와 함께 헬기격납고 부위까지 70도로 꺾이며 하늘로 솟구쳤다. 한마디로 함미 전체가 뜯겨나가고 말았다.
다행이건 곧바로 침몰한 대조영함(DDH-977)과 다르게 정조대왕함(DDG-1007)은 함미 전체가 뜯겨나갔음에도 불구하고 3중 격벽 시스템으로 인해 천천히 기울어질 뿐 바로 침몰하지는 않았다. 이로 인해 승조원들이 퇴함 할 시간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연합함대의 비극은 정조대왕함(DDG-1007)으로 끝나지 않았다. 호큘라 시스템이 최선을 다해 대응했지만 60기의 Mk101 초공동 중어뢰에 추가로 강간찬함(DDH-979), 대중상함(DDH-983), 지수신함(FF-837), 강수함(FF-839)이 완파에 가까운 피해를 보고 바닷속으로 수장되고 말았다.
초반 교전에서 4척을 잃은 연합함대는 이번 어뢰 공격을 받고 추가로 6척의 구축함과 호위함이 연합함대 전력에서 완전히 제외되고 말았다.
한편, 연합함대와 30여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손병희함(CG-1103)과 차리석함(CG-1103)의 8연장 어뢰발사관에서는 각기 3기의 함대잠 고공동 대어뢰인 S-SSFM-500B 트라이던트이 발사되었다. 수중에서 무려 660노트라는 경이적인 속도를 내는 S-SSFM-500B 트라이던트는 바닷속으로 입수된 후 몇 초 만에 최대 600노트 속도를 내며 깊은 심해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잠항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