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6화 (536/605)

제2차전

2024년 1월 23일 07:35,

일본 도쿄 지요다구 중앙청 지하벙커(국가보안회의실).

1시간 전, 보안대 병력과 미국 특수부대가 성공적으로 도쿄도 일대를 장악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갖고 귀까지 걸린 입으로 중앙청 지하벙커에 도착했다. 하지만 하늘이라도 무너져내린 것처럼 암울한 기운만 가득 찬 지하벙커 한쪽 편에 앉아 하지만 미이케 다카시 보안부 장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중앙본부 벙커상황실에서 이동하여 이곳 중앙청 지하벙커에 도착하는 동안 혼슈와 시코쿠 일대의 모든 공업지역이 완전히 초토화되었다는 보고가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이, 이일을 어찌 할겁니까? 이제 일본은 끝났습니다. 끝났어요.”

곤노 야스유키 후생노동 장관이 탁자를 두드리며 성토했다.

“말해보시오. 이시하라 장관! 당신 입으로 말해보란 말이오. 현재 산업단지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말이오.”

급기야 곤노 야스유키 후생노동 장관은 충혈된 두 눈으로 이시하라 신타로 경제산업부 장관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만, 하시오. 곤노 장관!”

“너무 무례한 거 아니오?”

자주국가선포에 찬성표를 던졌던 몇몇 장관들이 자제를 시켰다. 하지만 화날 때로 화가 난 곤노 야스유키 장관은 도리어 그들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당신들도 똑같아! 당신들이 우리 일본을 망하게 했단 말이야.”

“허허! 이거 참, 갈수록 가관이구려. 말을 그따위로밖에 못하오?”

이시하라 신타로 경제산업부 장관이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는 마치 싸울 듯 윗옷을 벗어 던졌다.

“그래! 함 뜨자! 이 바보 자식아!”

“다들, 그만 하세요. 지금 그럴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대책을 세워서 해야지요. 어쨌거나 ‘자주국가선포’는 성공적으로 끝나야지 않겠습니까?”

지하벙커 국가안보회의실이 싸움판이 되려 하자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앉아있던 우치다 총리가 무거운 입을 열었다.

“총리님! 지금 상황에서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합니까?”

곤노 야스유키 후생노동 장관과 함께 반대편에 섰었던 구로사와 키요시 외교부 장관이 무의미한 어투로 물었다.

“무슨 대책이라니요? 향후 미국과 함께 자주 국가를 실현해야지요. 그리고 향후 우리 일본이 나아 갈 방향······.”

쿵!

기다란 탁자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부르르 떨다가 멈춰다. 구로사와 키요시 외교부 장관이 두 주먹으로 세차게 탁자를 내려쳤기 때문이었다. 이에 서로 간 멱살까지 잡고 아웅다웅하던 두 장관을 비롯해 우치다 총리와 모든 장관의 시선이 모여졌다.

“무슨 대책입니까? 나라 경제가 파탄 난 마당에 말입니다. 한국 공군은 중소기업 공장까지 일일이 찾아내 무차별적인 폭격하는데 말입니다. 대책 뭔 대책을 세운다는 겁니까? 이제 1억 2천만 명에 달하는 우리 시민들이 굶어 죽게 생겼는데 자주 국가가 되면 먹고 살게 된답니까?”

회의실이 쩌렁쩌렁 우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소리친 구로사와 키요시 외교부 장관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우치다 총리를 향해 한마디 더 던졌다.

“이 시간으로 외교부 장관 자리에서 사직하겠습니다.”

“아! 아니 구로사와 장관! 이렇게 무책임하게 사직한다고 하면 어찌합니까? 앞으로 미국과도 외교적으로······.”

“다른 사람 알아보세요.”

쿠웅!

구로사와 키요시 외교부 장관은 미련 없다는 듯 한마디 더 던지고는 그대로 출입문이 부서지라 닫고는 나가버렸다. 이에 곤노 야스유키 후생노동 장관을 비롯해 반대편에 섰던 몇몇 장관들도 사직하겠다는 말을 건네고는 따라 나갔다.

이에 국가안보회의실 분위기는 한층 더 무거워졌다. 남아있는 장관들 역시 모두 입을 굳게 닫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내가 반대표를 던졌었어야 했나?’

늦은 후회감이 든 우치다 총리는 이미 지나간 상황에서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없다는 걸 잘 알기에 이내 머리를 흔들고 정신을 차렸다.

“미이케 다카시 장관!”

“네, 총리님!”

“미국 특수부대 지휘관과는 실시간으로 연락이 됩니까?”

“네, 통신라인 확보해둔 상태입니다. 언제든 연락할 수 있습니다.”

“그래요? 그럼 외교부 차관이 올 때까지만이라도 지금 연락해서 현재 상륙작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총리님!”

어쨌든 일본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산업시설이 모조리 초토화되기 전에 미군이 상륙하여 최대한 나머지 산업시설이라도 보호해야만 했다.

★ ★ ★

2024년 1월 23일 07:4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 디지털정보센터).

30분 전,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에 X-119P가 장착된 후 남궁원을 비롯한 이곳 디지털정보센터 요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또한, 데이터 추출이라는 개념의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항공우주군 정보사령부 소속의 전문요원들과 올림푸스 기지에서 온 위성개발 연구원들까지 무려 100여 명의 인원이 모여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과 접속 시도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쉽게 말해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에 백도어 프로그램 장비가 장착되었으니 이제 실제로 접속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의 내부 핵심 전자기판에 장착한 것도 아니고 외벽을 뚫고 알 수 없는 전자기판에 연결이 되었기에 100% 성공할 확률은 미지수였다.

만약, 이들이 하는 작업이 성공한다면 향후 기술을 한 단계 더 진보시킨다면 세계 어떤 위성이든 대한민국이 마음먹기에 따라 위성의 취합정보는 물론 조종이나 아니면 시스템을 녹다운시켜 폐기할 수 있는 무서운 군사기술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하이테크놀로지라 할 수 있었다.

“쉽지가 않네요.”

처음, 데이터 추출개념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젝트 책임관이었던 이연재 중령은 X-119P의 원격 조정 레버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X-119P이 장착된 부위가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의 내부 전파기판과 떨어진 듯했다.

X-119P의 앞부분에서 튀어나온 마지 내시경 카메라처럼 생긴 컨트롤 로드팩을 무리하게 움직여 자칫 민감한 전자기판을 건드려 고장 낼 수도 있기에 신중한 조종이 필요했다.

이렇게 이들은 조그마한 카메라로 비춰진 영상을 보며 이리저리 위성 내부를 돌아다니며 핵심 CPU가 장착된 전자기판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함께 모니터링을 하던 올림푸스 연구원 한 명이 모니터에 손가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저겁니다. 저거 푸른 LED 빛을 발산하는 부품요. 저기에 부착하면 아마도 내부 통신망과 접촉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연구원의 다급한 설명에 이연재 중령은 신중하게 조정 레버를 움직여 컨트롤 로드팩을 움직였다.

긴장되는 순간, 디지털센터에 모인 모든 이들은 숨죽여 지켜봤다. 그리고 얼마 후 컨트롤 로드팩 끝부분이 연구원이 가리킨 부품에 정확히 닿음과 동시에 이상한 투명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리고는 이내 액체는 굳어버렸고 컨트롤 로드팩과 부품이 단단하게 고정되었다.

“휴!”

이연재 중령이 조정 레버에 손을 떼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 중령님!”

여기저기에서 격려의 말이 오가는 사이 남궁원은 꽉 지 낀 양손을 앞으로 쭉 내밀며 몸을 풀었다. 지금부터는 남궁원이 활약할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다다다닥! 다다닥!

키보드를 두드리는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또한, 10여 명의 디지털센터 요원들도 남궁원과 같은 접속 시도 작업에 들어갔다.

★ ★ ★

2024년 1월 23일 07:4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합동참모본부 작전회의실).

연합함대로부터 재무장을 위해 퇴각에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은 합동참모본부의 상황실은 예상했던 기대에 못 미친 전장 결과가 조금은 아쉬워하는 듯했다.

그러나 연합함대의 실제 주 임무가 일본의 모든 산업단지에 대한 폭격 임무가 끝날 때까지 태평양함대의 해병대 상륙을 저지하는 임무였기에 현재 상황을 보자면 나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고 봐야 했다.

몇몇 강경파에 속한 지휘관들이 이왕 교전이 시작된 이상 건방진 미국의 콧대를 확실히 밟아주길 기대했기에 폭 가라앉은 분위기가 연출된 이유였다.

“탄 떨어졌으니 어쩔 수 없디요. 바로 탄 장전을 완료하면 한 번 더 화끈하게 밀어붙어야디 않겠습네까?”

강경파에 속한 인물 중 하나인 김용현 참모차장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이번 기회에 태평양함대를 재기불능으로 만들어놔야 향후 10년간은 태평양에서 제멋대로 굴지 않을 것입니다.”

이은형 육군참모총장 역시 김용현 참모차장의 의견을 힘을 보탰다.

“현재 러시아와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태평양함대와의 계속된 전면전은 아무 득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 수립된 작전 안대로 상륙만 저지하고 완전히 일본에서 퇴각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태윤 전략미사일군참모총장이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저 역시 나 총장과 같은 생각입니다.”

최진국 항공우주군참모총장까지 반대의견에 합세했다.

순간 작전회의실은 분위기가 팽팽해졌다. 하지만 각 군의 총장들은 국정권은 있지만, 군령권이 없었다. 즉 자신들의 의견은 참고사항일 뿐 직접적으로 명령계통에는 관여할 수 없었다.

“그 부분은 재무장을 완료한 후 태평양함대의 움직임을 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후끈 달아오른 회의 열기를 가라앉히고자 신성용 합참의장이 중재에 나섰다. 이에 각 군 총장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 ★ ★

2024년 1월 23일 07:45,

일본 지바현 가쓰우라시 동단 99km 해상(콜롬비아함(SSBN-901) 전투정보실).

부함장으로부터 보안전문을 받아든 콜롬비아함(SSBN-901) 에머슨 하인드먼 함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보안전문의 내용은 이랬다. 보안전문을 받는 시각 기준으로 즉시 부상하여 연합함대를 공격하라는 간단한 명령과 함께 현재 연합함대 위치 정보는 물론 가장 까다로운 상대인 충무공이순신함급 순양함 2척이 함대 대열에서 이탈해 대잠방어능력이 낮아졌다는 정보였다.

보안전문을 빠르게 읽어나간 에머슨 하인드먼 함장은 곱게 접어 부함장에게 다시금 건네고는 조용히 지시를 내렸다.

“침묵 잠항 유지한 채로 심도 800까지 상승!”

간단한 명령에 부함장은 복명복창 대신 고개를 한번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하고는 그대로 조타실로 걸어가 직접 지시했다.

4중 공간 차벽 시스템 공법으로 건조되어 안전잠항심도가 무려 2,000m에 달해 기존 핵잠수함들보다 3배에 달하는 잠항능력을 갖춘 골롬비아급 핵잠수함 3척은 일주일 전, 지치지마섬 해심에서부터 파괴심도 한계점이라 할 수 있는 3,000m 해심까지 잠항해 마리아나 해구를 따라 북쪽으로 침묵 잠항 중이었다.

외벽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울릴 정도로 극도의 환경 속에서 침묵 잠항까지 하던 승조원들은 견디기 힘든 공포감을 맛보고 있었다. 아무리 잠수함 생활에 이력이 난 베테랑 승조원들이었지만, 평생 느껴보지 못한 불안감과 공포감에 떨다가 서서히 잠수함이 부상하자 다들 얼굴에 회색이 돌았다.

한편 나머지 콜롬비아급 2척의 핵잠수함 앤히크함(SSBN-902)과 윌리엄 펜함(SSBN-903)도 로빈 스콧 제독으로부터 날아온 보안전문을 읽었는지 콜롬비아함(SSBN-901)과 마찬가지로 부상에 들어갔다.

200m에 달하는 콜롬비아급 핵잠수함 상층부 VSL(수직발사대)에는 전략급 핵미사일 말고도 초공동 중형어뢰 20기가 VSL(수직발사대)에 장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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