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4화 (534/605)

지리멸렬

2024년 1월 23일 06:40 (현지시각 07:40),

일본 지바현 가쓰우라시 동단 385km 해상(제널드 R. 포드함(CVN-78) 전투통합지휘실).

대한민국 연합함대와 해상전을 시작한 지 1시간이 가까워지는 시점, 동쪽 수평선에서 태양이 살짝 모습을 비추자 주변 일대가 밝아지는 상황에서 하늘에서는 양 국가 간의 전투기들이 1차 공중전에 이어 막 2차 공중전이 돌입하려고 했다.

먼저 1차 공중전에서 수적 유리함으로 승부를 봤던 태평양함대는 예상외로 분전했다. 1대 2 비율로 F-35B, C 라이트닝II 전투기들의 격추율이 2배로 높았지만, 태평양함대는 아직도 292기의 F-35B 라이트닝II와 F-35B 라이트닝II이 건재했다. 반대로 대한민국의 연합함대는 총 80대 중 22기가 격추되어 58기만이 남아버리게 되었다.

앞으로 2차례 정도 더 공중전이 이어진다면 1차전과 비슷한 격추율이 나올 시 단순 산술적 계산으로 보자면 대한민국 해군의 CWA-11P 봉황 공격기는 9기밖에 남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욱이 1차 공중전에서 140기의 F-35B, C 라이트닝II이 공중전에 참여했다. 만약 2차전부터 200기 이상의 전투기가 공중전에 참여한다면 격추율은 1대2에서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그렇다면 3차 공중전에서 CWA-11P 봉황 공격기를 완전히 섬멸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태평양함대 지휘부의 바람일 뿐, 이곳 해상은 대한민국과 매우 가까울뿐더러 현재 혼슈의 사카타공군기지 제18전투비행단에서 CF/A-25P 흑주작 전투기 28기가 출격했고 제주도공군기지 제25전투비행단에서도 CF-21P 주작 24기와 대함미사일로 무장한 CF/A-25P 흑주작 24기가 출격한 상태였다.

CWA-11P 봉황 공격기를 제외하더라도 공중전에만 참여할 CF-21P 주작과 CF/A-25P 흑주작 전투기가 무려 52기였다.

제1차 동북아 전쟁에서 두 기종의 전투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세계 모든 국가가 알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었기에 태평양함대가 대함 무장이 아닌 대공 무장으로 F-35B, C 라이트닝II를 모두 출격시킨다고 해도 승산 없는 공중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태평양함대도 한가지 믿는 구석이 있었다. CF-21P 주작과 CF/A-25P 흑주작 전투기의 강력한 스텔스 기능을 무력화할 아틀라스 정찰위성 4기가 이곳 해상의 저궤도 상에서 비밀리에 활동 중이었다.

더불어 현재 러시아에 무상으로 지원한 아틀라스 정찰위성과는 외형도 다를뿐더러 영국 국기가 그려줘 있었고 용도 역시 날씨 관측위성으로 신고되어 있으며 국적 역시 영국으로 되어 있기에 대한민국으로서는 절대 눈치채지 못할 상황이었다.

지난 과거 자국의 모든 군사위성이 대한민국에 공격을 받았던 흑역사 경험 때문에 나름의 대응책이었다. 또한, 6세급 CWA-11P 봉황 공격기를 22기나 격추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아틀라스 정찰위성의 활약에 힘입은 결과였다.

이렇듯 서로 간 히든카드를 숨기고 2차 공중전에 돌입하는 사이 바다 위에서도 수십 척의 구축함과 순양함은 서로를 향해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쉬지 않고 날렸고 반대로 본 함대를 향해 날아오는 대함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대공미사일을 날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쿠아아앙!

태평양함대의 거미줄 같은 요격 화망을 뚫고 날아온 SSM-1000K 아바리스 함대함미사일이 태평양함대 제1항모전 소속의 히긴스함(DDG-76) 함교 아래 위상배열 레이더 패널 부위에 충돌했다.

마하 10의 극초음속으로 날아온 직경 5.2mm에 길이가 8.05m인 SSM-1000K 아바리스 함대함미사일은 내부를 휘저으며 연돌 부위를 지나 함미 헬기격납고로 빠져나오려는 그때 시한신관이 작동하면서 폭발했다.

극초음속의 속도만으로도 150m에 달하는 히긴스함(DDG-76) 전체가 뒤로 밀릴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줬고 상부 쪽은 폭발도 하기 전에 갈기갈기 찢어지며 날아가 버렸다. 마지막으로 시한신관이 작동하여 SSM-1000K 아바리스 함대함미사일이 폭발하자 히긴스함(DDG-76)은 두 동강이 나면서 하늘로 솟구쳤다가 떨어졌다. 그리고는 그대로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단 한발의 대함미사일에 완전히 박살이 나 두 덩어리로 쪼개진 채 빠르게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히긴스함(DDG-76)을 모니터를 통해 지켜본 태평양함대 사령관 루빈 스콧 제독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앞선 교전에서 어이없게 줌왈트급 구축함 8척을 잃어버린 바람에 벌어진 끔찍한 결과였다. 만약 살아남아 태평양함대 본진과 함께 교전에 참여했다면 대공 방어능력은 지금보다 2배 이상 단단했을 것이며 아무리 SSM-1000K 아바리스 함대함미사일이 마하 10이라는 말도 안 되는 극초음속으로 날아왔더라도 어쩌면 막아낼 수도 있었다.

100% 장담할 순 없지만, 어쨌건 대공 방어능력이 향상됨으로써 아군의 구축함이 피격되는 확률을 줄일 순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줌왈트급 구축함은 8MJ급 요격용 레일건이 2정이나 장착되어 있어서 최후의 근접방어체제가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기에 두고두고 땅을 치며 후회할 일이었다.

단 한발의 대함미사일에 완전히 박살이 나 두 개로 쪼개진 채 빠르게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히긴스함(DDG-76)을 제널드 R. 포드함(CVN-78) 전투통합지휘실에서 모니터로 지켜본 태평양함대 사령관 루빈 스콧 제독이 참모들도 들릴 정도로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루빈 스콧 제독 역시 바닷속으로 수장된 8척의 줌왈트급 구축함을 아쉬워했다. 이번 일로 인해 이번 전쟁의 승패와 상관없이 책임을 지고 옷을 벗게 되는 것 자명한 사실이었다. 이렇듯 이런저런 생각 때문에 저절로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독님! 도노반 함장이 과욕을 부린 부분은 있으나 그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한숨을 내쉬는 루빈 스콧 제독의 마음을 헤아리는 건 지미 로페스 주임작전관밖에 없었다.

“아니야. 내가 무리한 전술을 펼쳤어! 아무리 상대가 약해 보이더라도 가용한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 공격했어야만 했어!”

자조 섞인 비판을 서슴지 않게 내뱉은 루빈 스콧 제독은 이제는 완전히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린 히긴스함(DDG-76)이 있었던 해상을 비추고 있는 모니터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동시에 올라왔다.

먼저 나쁜 소식은 히긴스함(DDG-76)에 이어 아군 구축함 1척이 함대미사일에 얻어맞고 피격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그 구축함은 불행하게도 알레이버크급 중에서도 플라이트 IIB로 신형에 가까운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인 제레미야 A. 덴튼함(DDG-129)이었다.

잠시 후 모니터 화면이 전환되고 함미 전체가 흉물스럽게 파괴되어 시꺼먼 불길이 휩싸인 채 타고 있는 제레미야 A. 덴튼함(DDG-129)이 비쳤다.

다행인 것은 히긴스함(DDG-76)과는 다르게 좌현으로 살짝 기울어졌을 뿐 침몰 단계까지는 아닌 듯했다. 그래서 그런지 함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승조원들은 보이지 않았고 사격통제체제도 이상이 없는지 함수 쪽 VLS(수직발사관)에서 대공미사일이 시차를 두고 발사되고 있었다. 반파에 속하는 피격이지만 앞선 8척의 줌왈트급 구축함 8척을 제외하고 제레미야 A. 덴튼함(DDG-129)이 5번째로 피격된 구축함이 되었다.

한편 좋은 소식은 이랬다.

처음으로 대한민국 연합함대에서도 피격된 구축함이 발생했다. 제2함대 제2구축함전단 소속의 왕건함(DDH-978)이었다.

적군 구축함이라 즉시 모니터를 통해 영상으로 확인할 순 없지만, 참으로 기쁜 소식이 아닐수 없었다.

적함의 피해가 전무한 가운데 줌왈트급 구축함 8척을 제외하더라도 현재 아군 구축함 5척이 피격된 상황인지라 자신감 결여에 따른 사기 저하를 이번 건으로 다시금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 ★ ★

2024년 1월 24일 07:00,

지구 북극 대기권 상공.

밤샘 작업 후 남궁원이 만든 해킹프로그램은 8시간에 걸쳐 테스트를 진행했고 몇 가지 수정 보완한 후 X-119P에 삽입했다.

이후 X-119P는 제1우주전투비행단이 있는 성남기지로 옮겨진 후 알파편대 소속 CFS/A-31SP 삼족오 1호기 내부무장실에 장착됐다.

그리고 현재 X-119P를 장착한 CFS/A-31SP 삼족오 1호기는 대기권을 돌파한 후 우주비행 중이었다.

“현재 목표물까지 거리 1833K입니다. 앞으로 5분 후면 조인입니다.”

항전운용통제관 조은빈 대위가 간단한 브리핑을 했다. 현재 이들이 목표물이라 지정한 물체는 고도 610km 상에서 지구를 선회하며 측광관측과 분광관측을 수행하고 있는 허블우주망원경 위성이었다.

“목표물 속도가 몇이냐?”

“제1우주속도입니다.”

아무리 대기권 밖이라지만, 제1우주속도로 돌고 있는 위성을 추적하는 건 그리 쉬운일은 아니었다. 그냥 파괴 임무라면 어느 정도 속도로 추적하며 레이저포로 공격하면 그만이지만, 현재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파괴가 아닌 내부무장실에 장착한 X-119P를 허블우주망원경 2호 위성 외벽에 장착하는 일이었다.

즉 제1우주속도로 선회하는 허블우주망원경 2호 위성에 최대한 대로 거리를 좁힌 후 X-119P를 발사해야만 했다.

서로 간 상대 속도도 있어서 자칫 실수로 허블우주망원경 위성과 부딪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임무였다. 그래서 제1우주전투비행단 내에서도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최영호 중령이 맡게 된 이유였다.

“좋아! 거리 1K까지 붙어보자고!

"네? 기장님! 1K이면 너무 위험한 거리 아닙니까? 그러다가 충돌이라도 하면······.”

부조종사인 이태빈 대위가 살짝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선택권 없다. 너는 우리가 사용하는 무기가 레이저인 줄 아냐?”

“그래도. 1K는······.”

“시끄럽고 조종은 내가 할 테니. 이 대위는 주변 일대 모니터링이나 제대로 해!”

“알겠습니다.”

잠시 후 마하 30으로 날아가던 CFS/A-31SP 삼족오 1호기는 목표물 속도와 비슷하게 유지하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서 어느덧 목표로 한 거리 km까지 도달했다.

일반적으로 지상에서의 1km라면 안전한 거리라 볼 수 있지만, 우주 대기권에서 제1우주속도인 초속 7.9km 이상으로 날아가는 상태에서 1km 거리는 매우 가까운 거리였다. 아차 하면 충돌과 함께 우주먼지가 될

“현재 거리 유지 중! 속도 역시 목표물과 같습니다.‘

“좋아! 시작하자고.”

중앙 하단 내부무장실의 페어링이 열리고 커네팅 로드에 장착된 X-119P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표물 타케팅 완료! 발사 대기 중!”

조은빈 대위가 발사 절차를 마치고 보고하자 뒤이어 이태빈 대위도 주변 환경에 대해 보고했다.

“현재 주변 상태 양호!”

“발사!”

최영호 중령의 발사 명령과 함께 조은빈 대위가 발사 버튼을 누르자 X-119P는 마치 미사일처럼 순간적인 추진체가 터지면서 앞으로 날아갔다.

슈와아아아아아앙~

기존 CFS/A-31SP 삼족오 1호기의 가속도에 추진체의 힘이 더해지면서 X-119P 순간적으로 제1우주속도를 넘어갔지만, 목표물의 상대 속도로 인해 매우 느리게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몇 분 후 목표물인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에 도달한 X-119P 최대한 목표물과의 속도를 비슷하게 날아가며 충격 없이 외벽에 사뿐히 닿았다.

제1우주속도를 내는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 같은 경우 조금의 충격만 줘도 궤도를 이탈해 지구로 떨어지거나 아니면 폭발할 수 있었다.

지이이이! 탁! 탁! 탁! 탁!

외벽에 닿자마자 X-119P의 앞부분에서 4개의 집계형 로드가 튀어나와 외벽에 박히며 우주허블망원 2호 위성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했다. 그리고는 앞쪽 중앙 부분에서 컨트롤 로드팩이 튀어나와 외벽을 뚫고 내부로 진입했다.

“성, 성공했습니다.”

긴장감 속에서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던 조은빈 대위가 특유의 고음으로 외쳤다.

“휴! 다들 수고했어!”

최영호 중령 역시 처음 해보는 임무에 마음속으로 잔뜩 긴장하고 있던 터라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부하들을 격려했다.

“하하, 기장님이 제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럼 복귀비행은 자네가 좀 하게!”

“그럼요. 맡겨주시고 착륙할 때까지 푹 쉬세요. 기장님!”

자칫 위험할 수 임무를 무사히 마친 CFS/A-31SP 삼족오 1호기는 기수를 선회하고는 그대로 대기권 내로 진입하며 복귀비행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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