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2화 (532/605)

지리멸렬

2024년 1월 23일 05:55,

일본 지바현 가쓰우라시 동단 100km 해상(태종대왕함(DDG-996) 전투지휘실).

김이원 제독은 탁월한 전술을 발휘하여 몇 분 만에 8척의 줌왈트급 구축함을 완전히 섬멸시키고 이제는 빅매치라 할 수 있는 태평양함대 본진과의 교전에 집중했다.

본 함대와 거리 330km인 상공에서 날아오는 수십 기에 달하는 F-35C를 상대하기 위해 조금 전, TCS(투평은폐시스템) 모드를 오프하고 모습을 보인 북주함(LHD-6202)과 강화도급 다목적상륙함 2척에서 40여 기의 CA-11P 봉황 공격기들이 수직 이륙 후 남동단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또한, 양쪽 측면 위치한 호큘라 순양함 중 왼쪽에 있던 차리석함(CG-1105)의 인공지능 호큘라 M21은 날아오는 AGM-158S SRASM에 대한 위험도를 계산한 후 각 함정에 표적 설정을 하달했다.

최첨단 인공지능답게 몇 초 만에 위험도를 분석하고 각 함정에 요격할 표적을 하달하자 20여 척에 달하는 함정의 수직발사대에서 푸른 빛을 뿌리며 수십 기의 대공미사일이 솟구쳤다.

수십 기의 대공미사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솟구치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었다.

“제독님! 요격대상 모든 미사일에 1차 대공미사일 발사 완료되었습니다. 요격 결과 후 바로 2차 대공미사일 발사 예정입니다.”

모든 교전 절차를 인공지능 컴퓨터인 호큘라 M21가 대신하자 솔직히 전투정보실에서는 딱히 할 일은 없었다. 그냥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굵직굵직한 부분만 개입하여 명령을 내리면 그만이었다.

“제독님! 태평양함대에서도 현재 대함미사일이 발사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총 55기! 숫자는 계속 늘어나는 중! 발사된 미사일부터 표적 할당 중!”

대형 스크린에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각종 전술기호를 보던 김이원 제독은 전술통제관의 보고에 알았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사람 목숨이 오가는 끔찍한 전쟁인 것은 같았지만, 컴퓨터 개입이 많아지면서 조금은 따분하고 지루한 교전이 되었다.

“제독님! 1번 요격 표정 5초 후 요격합니다.”

전투정보실이 전술 스크린에는 붉은 선을 그으며 다가오는 수십 개의 붉은 광점에 반대편에서 푸른선을 그으며 푸른 광점이 서로 간 교차하려던 찰라, 붉은 광점의 속도가 순간 빨라지면서 두 광점은 교차했지만 그대로 서로 간 지나쳤다.

첫 번째 요격 실패 결과에 전술통제관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투지휘실을 울렸다.

“1번 표적! 요격 실패!”

첫발부터 요격에 실패했지만, 100% 요격할 수 없기에 그러려니 한 김이원 제독은 두 번째 요격 실패 보고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번 실패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연속으로 두 번째 요격 역시 실패했다는 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요격 실패 원인은 분석되었나?”

3번째 미사일에 대한 요격 성공 여부를 보고하려던 전술통제관은 김이원 제독의 기습 질문에 반대편 콘솔 쪽으로 달려가 담당 오퍼레이터와 짧게 대화를 주고받고는 바로 김이원 제독에게 돌아와 보고했다.

“현재 컴퓨터 분석결과 요격하려던 찰라, 표적의 속도가 순간 마하 2 이상으로 급상승하여 요격 타이밍을 놓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 황당한 보고였다.

“표적 대상 대함미사일이 순간적으로 마하 2 이상으로 급속도를 냈다는 건가?”

“네, 현재 컴퓨터 분석결과는 그렇습니다.”

이때 전술통제관을 대신해 전술현황 오퍼레이터가 직접 밀렸던 보고를 올렸다.

“3번, 4번, 요격 성공! 5번 요격 실패! 6번 요격 실패! 7번 요격 성공······!”

생각지도 못한 요격 성공 여부가 계속해서 보고되는 가운데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후반부로 갈수록 요격 성공률이 올라갔다.

그 이유는 첫 번째 표적물을 놓친 대공미사일 다음 표적으로 세팅하고 초반부에 실패했던 대공미사일이 후반부에서 날아오던 표적에 몰리면서 확률적으로 요격률이 올라간 것이다.

보통, 표적물보다 대공미사일 속도가 빠르다면 교차점을 지난 후 최소각으로 선회하여 곧바로 추적해 제2차 요격에 들어갔으나 현재 상황에서 표적과 요격하려는 대공미사일의 속도는 비슷했다. 그러기에 인공지능 호큘라 M21은 후자를 선택 0.0001초의 빠른 속도로 다음 표적을 세팅했다. 만약 오퍼레이터들이 일일이 표적을 세팅했다면 후자 방법은 시도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어두운 하늘에서 양 진형의 미사일 간 충돌과 폭발이 일어나는 사이 호위 임무를 맡고 출격했던 32기의 F-35C 라이트닝II 32기는 추가로 출격한 해군 소속의 F-35C 라이트닝II 62기와 해병대 소속의 F-35B 라이트닝II 46기까지 합세해 총 140기의 F-35B, C 라이트닝II은 CA-11P 봉황 공격기와의 화려한 공중전을 시작했다.

또한, 바다 위에서도 서로를 향한 가용한 모든 무기전력을 쏟아부으면서 향후 전쟁역사에 길이 남을 태평양 해상전이 펼쳐졌다.

★ ★ ★

2024년 1월 23일 06:00,

일본 도쿄도 도쿄시 시내.

오전 5시를 시작된 총성과 폭발음, 도쿄도 전역에 모인 보안대 4만 명과 미국 특수부대 천여 명은 사전에 준비한 대로 관공시설은 물론 기간시설, 그리고 제1해병사단 예하부대 주둔기지에 대한 기습공격을 감행했다.

“빨리빨리 움직여! 자식들아!”

보안대 경부 계급장을 단 오토 히데오시가 수송 트럭에서 내리는 보안대대원들을 보며 소리쳤다.

이들의 임무는 도쿄 내 제1해병사단 예하부대 중 도쿄 중심가에 있는 중대급 주둔기지에 대한 제압임무였다.

십여 대의 수송 트럭에서 200여 명의 보안대 병력은 개인화기로 무장하고는 주둔기지를 포위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해병대 중대 주둔기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문 위병소 역시 경계병도 없었고 너무나 조용했다.

마치 아무도 없는 텅 빈 주둔기지 같았다.

“뭐가 이리 조용하지?”

완벽하게 기지 주변을 포위하는 상황에서도 기지 내에서 아무런 인기척도 없자 책임 지휘관은 오토 히데오시가 정문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해병들은 이미 TCS모드를 활성화 한 채 기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즉 기지를 포위한 보안대 병력을 도리어 해병들이 포위한 형국이었다.

“일단 제압한다. 1소대부터 투입!”

이리저리 살피던 오토 히데오시 경감은 손을 들어 휘저었다. 그러자 한 무더기 보안대 병력이 정문 쪽으로 달렸다. 그리고 얼마 후 막 정문을 통과하려는 그때, 뒤쪽에서 레이저빔이 쏟아졌다.

항복협정에 따라 대한민국 국군이 일본 내 주둔한 장소는 엄연히 대한민국 영토였다. 즉 대사관과 같은 의미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개인화기를 들고 주둔기지에 침입했다는 건 대한민국 영토에 대한 무력도발이었다. 세부협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둔 해병에게는 총기발포권이 주어졌다.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크억! 크억!

후방에서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앞만 보고 있던 수십명의 보안대대원들이 각가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쓰러졌다.

“뒤다! 뒤!”

★ ★ ★

2024년 1월 23일 06: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춘추관-프레스 센터).

‘자주국가선포’로 인해 세계 모든 주목이 일본에 쏠린 가운데 대한민국 청와대에서도 이와 관련한 성명발표를 했다.

단상에 오른 추은희 대통령은 표정없는 얼굴로 가져온 문서를 펼친 후 정면의 방송용 카메라를 주시하고는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지금으로부터 1시간 전, 일본 우치다 총리는 ‘자주국가선포’라는 미명 아래 일본 도쿄도에 주둔 중인 우리 자랑스러운 해병사단 주둔기지를 공격하는 불법적인 무력도발을 하였습니다. 또한, 일본 내각은 ‘자주국가선포’와 관련하여 미국에 협조 요청을 하였고 미국 정부는 이를 승인함으로써 일본 동단 태평양에서 해상 훈련을 하던 태평양함대가 우리 대한민국 해군을 공격하는 참으로 참담하고 비상식적인 군사도발을 하였습니다.”

순간 춘추관 프레스 센터에 있던 기자들로부터 놀라움의 탄식이 터졌다. 내용만 받을 때 충격 그 자체였다.

“저는 두 국가 수장에게 진심으로 말합니다. 먼저 우치다 총리! 자주 국가를 선포할 만큼 우리 대한민국이 일본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종속하고 강제합병이라도 해서 식민지화를 했습니까? 아니면 자주국가라는 단어를 잘못 알고 있는 겁니까? 식민지라면 우리 대한민국은 잘 압니다. 지난 과거 35년간 당신들 일본에 강제합병으로 식민지가 되어 꽃다운 나이의 어린 소녀들이 전장에 끌려가 군인들의 성노예로 살았고 수많은 조선인이 거짓선동으로 강제노역을 당했습니다. 또한, 역사적인 문화재는 훼손 및 약탈당했으며 인적, 자원 등 전 국토의 모든 것들을 수탈해갔습니다. 이러할 때 바로 자주국가라는 말을 쓸 수 있으면 선포할 수 있는 겁니다. 우치다 총리!”

추은희 대통령은 방송용 카메라를 마치 우치다 총리라 생각했는지 분노의 눈빛으로 노려봤다.

“다음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하신 듯합니다. 일본이 자주 국가선포에 맞춰 태평양함대로 우리 대한민국 해군을 공격하신 걸 보니까 말입니다.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목숨은 내놓을 정도의 각오는 하셨지요?”

워!

순간 기자이 술렁거렸다.

추은희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었다. 감히 어떤 국가가 미국 대통령을 향해 목숨이니 뭐니 하면서 협박의 발언을 내뱉을 수 있는 국가가 있겠는가? 현재의 국제정세를 보자면 그나마 대한민국만이 가능했다.

“3년 전, 기억을 잊었던 듯합니다. 다시 기억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추은희 대통령은 3년 전, 미 본토까지 공격당한 부분을 돌려 말했다.

“마지막으로 일본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주 국가선포를 함으로써 항복협정을 위반, 이에 지금부터 대한민국은 항복협정에 대해 원천 무효를 선언하며 고로 3년 전 그 당시로 돌아갈 것입니다.”

한 컷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마지막 발언을 한 추은희 대통령은 자신의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다시금 카메라에 시선을 고정했다.

“현재 시각이 12분이군요. 일본이 3년 전으로 돌아가기까지 앞으로 8분이 남았군요. 부디 무고한 희생이 없었으면 합니다. 이상입니다.”

말을 마친 추은희 대통령은 그대로 단상 뒤로 사라졌다. 이에 마지막 부분에서 이해를 못 한 기자들이 웅성웅성했다. 그러자 김준홍 국민소통수석이 단상 옆으로 올라와 기자들을 진정시켰다.

“기자분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질문은 3개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김준홍 국민소통수석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자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그중 김준홍 국민소통수석이 한 기자를 가리켰다.

“맨 뒤쪽 파란색 입은 여성 기자분!”

“감사합니다. 국제신문의 오은민 기자입니다. 다른 기자분들도 그렇겠지만, 대통령께서 일본이 3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하셨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알고 싶습니다.”

“네, 이 부분은 군사기밀과 관련된 부분이라 정확히는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3년 전에 있었던 한일전 종전 직후의 일본 상태로 만들겠다는 대통령님의 취지이십니다.”

“그렇다면 일본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감행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답변은 그 정도만 하겠습니다. 자 그럼 다음 기자분의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저기 세 번째에 감색 양복 입으신 기자분!”

“SCN 뉴스채널의 이원삼 기자입니다. 미국의 태평양함대가 우리 해군 함대를 공격하셨다고 하는데, 그럼 미국과 전면전이 벌어지는 겁니까?”

“그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면 안 되겠지요. 정부는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먼저 외교부에서 미국과 접촉 중입니다. 하지만, 만약 원활한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미국과의 전면전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 해군의 피해 현황은 확인되었습니까?”

이원삼 기자의 추가 질문을 던졌다.

“현재 교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피해 현황이나 교전 상황은 취합되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추후 자세한 내용으로 기자님들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자 그럼 마지막 질문받겠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예전의 대한민국이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과의 전쟁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우리 대한민국은 이겨낼 것으로 생각합니다. 자! 그럼 마지막 질문받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준홍 국민소통수석이 가리킨 기자는 외신기자였다. 그것도 미국 기자였다.

“CCB 방송국의 로버트 챈들러 기자입니다. 미국과 전면전도 각오하고 있다는데 현재 한국은 러시아와 전쟁이 한창이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에서 미국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국가적 위기상황이지 않겠습니까? 과연 미국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하하! 미국 기자분이시지요?”

“네, 그렇습니다.”

“음, 기자님도 3년 전 일을 잊으셨나요?”

“3년 전이라면 미 본토를 공격하신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그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으면 합니다.”

“그건 지난 3년 전입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겠습니까?”

“상황이 다르다? 네 다를 수 있습니다. 3년 전에는 미 본토 일부였다면 이번엔 미 본토 전체가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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