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29화 (529/605)

일촉즉발

2024년 1월 22일 09:00,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미시 미도리구 제1해병사단 본부 주둔기지.

일본의 ‘자주국선포’와 관련하여 사전에 제압 작전안을 수립하고 준비했던 제1해병사단 사령부는 이틀 전, 해병대사령부로부터 새롭게 하달된 명령에 따라 기존 모든 작전안을 전격 폐지 및 새로운 작전 안을 수립하며 한창 준비 중이었다.

새롭게 바뀐 작전 안에 따라 제1해병사단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평소대로 기존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나 몇몇 폭발물 주특기를 부여받은 해병대원들은 주어진 임무를 하달받고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더불어 며칠 전부터 나리타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특수부대 병력이 입국하여 현재 도쿄도 곳곳에 전개되었다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정보를 받고는 이들에 대한 위치추적에 모든 신경이 쏠려 있는 상태였다.

조금 전에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미국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실도 수백 명이 민간항공기를 타고 나리타 국제공항을 빠져나갔다는 연락이 왔었다.

“몇 팀이라고?”

“현재 받은 정보대로라면 팀당 5명이니 총 250명입니다.”

제1해병사단 사단장인 민태환 소장의 물음에 사단작전관인 김진욱 대령이 즉각 대답했다.

“미국 놈들이 이번에 확실히 준비했는가 보군,”

“그러게 말입니다. 이번 네이비실까지 합친다면 현재 도쿄도에 전개한 미국 특수부대는 대략 천여 명이 될 거 같습니다.”

김진욱 대령은 자신의 태블릿 PC를 꼼꼼히 들여다보며 추가 설명을 했다.

“음, 보안대야 수만 명이 몰려들어도 전혀 문제가 안 되지만, 미국 특수부대 인원이 천 명이 넘어가니 조금은 마음에 걸리는군”

껄끄러운 상태인지라 민태환 소장은 자신의 턱을 쓸어 만지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전에 위치 정보만 확실히 확보하면 별문제는 없을 거 같습니다. 또한, 제압작전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랬다. 김진욱 대령 말대로 만약 기존 제압 작전안으로 움직였다면 도쿄도에는 이미 동주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제2해병사단 병력까지 이미 이곳 도쿄도에 전개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수정된 작전 안에 따라 제2해병사단 2개 연대만이 우크라이나로 파병 간 제5해병사단을 대신해 현재 공백이 되어버린 시코쿠 전체에 전개된 상태였다.

여기서 문제는 미국 특수부대의 주 임무였다. 이들의 임무는 ‘자주국가선포’에 따라 보안대와 공조 작전을 벌여 1차로 도쿄도에 주둔 중인 제1해병사단이 목표였다.

즉, 제1해병사단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본 보안대와 미국 특수부대는 제1해병사단에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이에 자체적인 방어는 물론 수정된 작전 안을 성공시키긴 위해서는 미국 특수부대와의 교전은 불가피하게 된 상황으로 바뀌었다.

“사단장님! 시간이 없다면, 합참에 공수부대 요청이라고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사단장의 표정을 읽은 김진욱 대령이 추가 조언을 했다.

“공수부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무적해병인 우리가 육군에 손 벌릴 순 없지 않나?”

해병대 장교로 임관한 지 30년이 넘은 민태환 소장은 해병이라는 것에 자부심이 대단한 인물이었다.

“하하, 사단장님 표정 때문에 제가 괜한 소리를 한 거 같습니다.”

“내 표정이 그렇게 보였나?”

“네,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었습니다.”

“하하하, 괜히 부하 앞에서 내가 졸은 모습을 보인 거 같군”

민태환 소장은 농담을 던짐과 동시에 환한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는 뭔가 결심을 했는지 일본 보안대와 미국 특수부대의 전개현황을 보여주고 있는 벽면 스크린을 보며 추가 지시를 내렸다.

“미국 특수부대는 스파르탄 3K 전체가 맡아야겠어!”

신속대응연대인 스파르탄 3K는 제2해병연대와 함께 원래 도쿄도에 몰려든 일본 보안대를 감시하거나 아니면 상황 판단에 따라 교전 임무가 주어졌었다.

“그럼, 일본 보안대를 상대하는 7연대 병력이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현재 새롭게 수정한 제1해병사단의 작전안은 이랬다. 홋카이도 방어를 이동해 이동한 제3해병연대를 제외하고 제2해병연대는 폭발물 주특기 해병과 함께 도쿄도는 물론 주변 200km 내 각종 산업단지로 이동하여 주어진 임무에 들어간 상태였고 제7해병연대와 스파르탄 3K의 2개 기동타격대대가 4만에 이르는 일본 보안대를 상대하기로 세워졌었다.

즉 스파르탄 3K 중 1개 기동타격대대만이 도쿄도에 전개 중인 미국 특수부대를 상대하기로 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특수부대 병력이 늘어나자 민태환 소장은 스파르탄

3K 전체 전력을 미국 특수부대를 상대하는 것으로 바꾸고자 한 것이었다.

“작전관!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 특수부대를 상대하는 병력 쪽이 부족한 것보다는 보안대 쪽 병력이 부족한 게 나아! 안 그런가?”

“그렇긴 합니다만, 1개 대대 정도는 보안대 쪽에 남겨두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김진욱 대령은 아무리 일본 보안대가 일반적인 개인화기만을 보유한 보병 전력이라 해도 4만에 이르는 보안대를 1개 연대 병력인 1,500여 명으로 상대하는 것에 걱정인 듯했다.

“음, 그 부분은 금일 저녁까지 미국놈들 움직임을 보고 판단하지! 어떤가?”

“네, 그렇게 하시죠.”

“좋아! 그럼 세부 방침은 예하부대에 전하게”

“네, 알겠습니다.”

★ ★ ★

2024년 1월 22일 12:00 (미국시각 21일 23:00),

미국 버지니아주 앨링턴 펜타곤(합동참모본부 상황실).

200평에 달하는 널찍한 미국 합동참모본부 상황실에는 수많은 지휘관과 참모들이 참관한 분주하긴 했지만, 분위기만큼은 한층 여유로워 보였다.

대한민국에서 눈치채고 각종 해군전력이 일본 동해 해상으로 몰려들고 있는 정보를 입수하고 긴장했었으나 막상 모든 정찰전력을 총동원하여 확인된 바로는 다목적상륙함 2척과 구축함 및 호위함 10척 정도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다목적상륙함 2척에 6세대 전투기로 분류된 CWA-11P 봉황 공격기가 각각 16기씩 착함 되어 있어서 살짝 신경이 쓰였지만, 이 공격기들은 어디까지나 지상공격 임무에 초점을 맞춰 개발된 항공기들이었다.

더군다나 태평양함대에는 F-35C 라이트닝II와 F-35B 라이트닝II 전투기가 무려 300기에 달했다. 수적으로나 성능적으로 전혀 뒤질 게 없었다.

이러한 판단에 한창 고무된 분위기 속에서 합동참모본부의 수장인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 해군성 해군작전 사령관을 제쳐놓고 직접 모든 상황을 챙겨보고 있었다. 그만큼 ‘자주국가선포’와 맞물린 이번 태평양함대의 상륙작전이 미국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편이었다.

3년 전만 하더라도 미국 합참의장에게는 군령권이 없었다. 대한민국처럼 한정된 지역이 아닌 전 세계를 작전범위로 삼는 미국의 특성상 세계 지역별로 구성된 통합군사령부가 설치되어 그 지역의 통합군사령부 사령관이 모든 작전을 지휘하는 군령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네트워크 기반의 첨단기술이 발전하면서 세계 어느 곳이든 실시간으로 명령을 하달하고 작전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자 각 지역의 통합군사령부 사령관까지 지휘할 수 있는 군령권을 제1차 동북아 전쟁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은 합참의장에게 부여했다.

“한국 해군전력이 저 정도인 게 정말 확실한가?”

몇 번이고 물어보는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

“네, 아틀라스 정찰위성은 물론 해상 상공을 통과하는 모든 군사위성의 정보를 취합한바, 반경 500km 이내에는 저 해상전력 외에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합동참모부 내 정찰군사령부 수장인 줄리언 그린 대장이 직접 대답했다.

정찰군사령부는 전시 및 비상사태 발발 시 육군, 해군, 공군은 물론 미 해병대와 해안경비대의 모든 정찰전력을 정보를 취합하고 지휘하는 부서였다.

몇 번이고 다시금 묻는 합참의장에 질문에 살짝 짜증이 났지만, 줄리언 그린 대장은 내색하지 않으면 확신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은 굳은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계속된 의구심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하, 의장님! 너무 신경이 예민해지신 듯합니다.”

제3함대의 작전관과 이름은 물론 성마저 같은 합동참모본부의 닉 리만도 작전참모장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팔짱을 끼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내가 우리 미군의 정찰전력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근래 한국군 해군전력이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여러 신기술을 보유했기에 그러네. 자네도 잘 알지 않나? 3년 전 한국 해군과 벌인 해상전 결과를 말이야.”

“3년 전 얘기가 아닙니까? 그땐 우리가 한국에 대해 정보가 부족했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릅니다. 의장님!”

닉 리만도 작전참모장 역시 줄리언 그린 대장처럼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확신 찬 목소리로 대답하자 주변 지휘관들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알았네. 그렇더라도 그린 사령관은 계속해서 정찰활동에 있어서 긴장감을 늦추지 말고 임무에 충실해 주게”

“네, 알겠습니다.”

줄리언 그린 대장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이내 고개를 돌린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은 통합군사령부 중 중동을 담당하는 중부사령부 사령관 카일 스콧 대장에게 물었다.

“스콧 사령관!”

“네, 의장님!”

“내일 새벽, 태평양함대가 본격적인 상륙작전을 실행한 후 언제쯤이면 5함대가 작전구역에 진입할 수 있겠나?”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명령에 중동에서 급히 항해에 들어갔던 제5함대는 말라카해협을 통해 지금은 아시아해로 불리는 예전의 남중국해 해상에 진입한 상태였다. 대한민국 남주의 제주도까지 직선거리로 3,700km로 모든 수상함이 25노트로 항해한다면 적어도 80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앞으로 정확히 73시간이니 현지시각으로 25일 오후 1시입니다.”

보좌관으로 힌트를 받은 카일 스콧 대장이 즉시 대답했다.

“73시간이라······. 그리 나쁘지 않군. 상륙작전 완료 후 제7함대가 동주에 작전을 전개할 때쯤이군.”

기존에 세워진 작전안을 곰곰이 생각하며 오스틴 베리 합참의장이 되새기듯 중얼거렸다.

“네, 시간상으로 전혀 문제없을 겁니다.”

일본에서는 ‘자주국가선포’ 작전이라 불리지만 미국 합동참모본부의 정식 작전명은 “Revelation of destruction.” 이었다.

파괴의 묵시라는 작전명대로 미국은 단순히 소국이 되어버린 일본을 자주 국가로 만드는 것은 명분일 뿐 실제적 개입 의도는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국가가 미국이라는 것을 세계 모든 국가에 입증하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현지시각 23일 새벽 5시를 준하여 도쿄도에 전개한 미국 특수부대는 일본 보안대와 공조하여 대대적인 대한민국 제1해병사단의 모든 주둔기지를 공격함과 동시에 태평양함대는 자바현의 쿠쥬쿠리 해변에 대대적인 상륙작전을 감행한다.

상륙작전 완료 시기는 단 하루, 하루 만에 6개 미 해병사단을 상륙시키면 제7함대는 일본 남해를 따라 항해한 후 대한민국 동주 해상까지 근접한 후 주둔군인 제2해병사단의 각종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에 들어가며 이에 맞춰 아시아해에서 북상한 제5함대 또한, 작전 해역인 한국해 북단까지 진입한 후 제주도의 각종 군사시설을 공격한다.

이것이 대략적인 ‘Revelation of destruction’작전의 대략적인 개요였다.

지난 9일 대외정보국의 도쿄지부 요원들이 첩보활동으로 획득한 ‘자주국가선포’와 관련한 정보보다 판이할 정도로 대한민국 영토까지 공격하는 대규모 군사작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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