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24화 (524/605)

신중국 후속 조치

“고맙습니다. 본격적인 이주 시작은 아직 3개월이 남았으니 그때까지 다른 부처에서도 필요로 하는 인력이 있다면 최우선으로 지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윤연 국무총리는 여러 장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자 장관들 역시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김수겸 장관이 앞서 말한 인민 이주계획은 앞으로 3개월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3년에 걸쳐 시행할 장기적 계획이었다. 이렇게 3개월의 사전 준비 기간을 두고 시작하는 데에는 앞서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선결 과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인민 이주민 대상자는 대한민국 인구수보다 6배나 많은 5억 3천만여 명에 달했다. 지금까지 인류역사상 이렇게 많은 인구가 이주하는 사례는 한차례도 없었으며 9천만 명에 달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상상 이상의 숫자였다.

또한, 두 국가로 나뉘어 이주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사전에 이주를 희망하는 국가를 단계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이산가족이 발생할 수도 있었고 한 국가로 이주민이 쏠려 수용 한계치를 초과하는 사태도 사전에 막고자 했다.

현재 수용 인원 관련 사전에 합의된 상황은 중화민국이 3억 2천만 명, 동방공화국은 2억 1천만 명이었다.

이처럼 엄청난 이주민 수로 인해 대한민국, 중화민국, 동방공화국 등 3개국은 원활한 이주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 각국의 부처에서 나온 대표자들이 모여 이주추진위원회라는 기구를 신설해 인민 이주 계획과 관련하여 총괄업무를 맡게 했다.

이주추진위원회의 1단계 계획은 앞으로 3개월 동안 이주대상자 4,800만 명을 선발하여 이주 희망국가 설문 조사와 이들이 이주 후 거주할 주거시설 확보사업에 들어간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중화민국과 동방공화국은 4천 2백만 채나 되는 주거시설들이 빈집으로 남아돌고 있었다. 십여 년간 폭풍 성장을 하면서 부동산에 대한 투자 열기가 최고조에 올랐고 이에 각종 아파트와 주거시설들이 무분별하게 건축되면서 거주 수용인력을 넘겼고 이로 인해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에도 빈집들이 발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 열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해서 상승했고 인민들은 부자든 서민이든 할 것 없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으로 건축된 집을 마구잡이로 사드렸고 집값이 상승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3년 전, 대한민국과의 전쟁에서의 패배, 그리고 13개국으로 중국이 쪼개지면서 십여 년간 고속성장을 하던 예전 중국의 경제는 하루아침에 몰락했다.

이로 인해 은행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했고 부동산 투기성으로 대출받았던 사람들은 대출금 이자마저 갚지 못하게 되자 너나 할 거 없이 집들을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거품이 빠지면서 집값은 예전 시세보다 반 토막이 났고 계속해서 하락했다.

3년이 지난 현재에도 중화민국이나 동방공화국은 부동산 시장이 몰락으로 애를 먹고 있었다. 아무리 집값이 내려갔더라도 사고자 하는 사람보다는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민국 재정경제부는 이민추진위원회와 빠른 합의를 한 끝에 두 국가의 부동산 시장에 나온 모든 빈집을 대한민국 국가 소유로 계약 체결을 진행했다. 재정경제부가 자금을 지출하여 소유하게 될 집 수량은 자그마치 총 2천만 채로 총 구매 비용이 1,600조 원에 달했다.

아무리 대한민국 경제력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고 하지만, 1,600조라는 돈은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이에 정부에서는 600조 원을 추경 및 국가 채권을 발행해 충당하고 나머지 1,000조 원은 1,200개 대기업으로부터 투자유치 형식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앞으로 이렇게 구매하게 된 집들은 이주하는 인민에게 5년간 무상으로 제공하고 6년 차부터는 매년 공시가의 10%를 사용대금으로 받게 되며 이후 5년 안으로 현시가에 맞은 금액으로 집을 구매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기로 했다. 만약 구매할 능력이 안 되는 이주 인민에게는 두 국가에서 대출형식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처음 재정경제부에서 이러한 정책을 수립할 때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막대한 국가 재정 사용은 대한민국에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정책이라면 반론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경제전문가는 10년 안으로 두 국가의 경제성장은 빠르게 상승할 것이며 이로 인해 침체한 부동산 역시 가파른 성장을 하여 현재 헐값으로 사들인 부동산은 큰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을 하였다. 즉 장기적 측면으로 봤을 때 두 국가의 부동산을 거머쥐게 되다면 향후 경제적으로 큰 이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결론이었다.

어쨌든 가장 시급하다고 볼 수 있었던 이주민들의 주거시설은 이렇게 해결 방안이 마련되었지만, 주거시설과 함께 필요로 하는 학교, 병원, 등의 각종 인프라 시설 또한 갖춰져야 했다. 또한, 이주민들의 생계유지를 위한 직업군 확장도 시급한 문제였다.

분명, 이러한 문제들을 사전에 준비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인민의 이주를 수용한다면 향후 중화민국과 동방공화국은 인민 이주민들로 인한 사회적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다시 말해 사회적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중화민국이나 동방공화국은 대외적으로 내수시장 확대와 경제발전 토대를 위해 같은 한족인 인민을 수용하겠다는 이유를 밝혔지만, 자칫 국가 재정이 흔들리 정도의 천문학적인 자본금이 들어가는 인민 수용을 이민추진위원회까지 참가하며 수용할 바보들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으로부터 거부할 수 없는 몇 가지 달콤한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첫째 지난 1차 한중전에서 패전으로 20년간 대한민국에 보상할 전쟁피해보상금 일체를 전액 탕감받는 조건이었다. 한족의 중국이 3개국으로 쪼개지면서 신중국, 중화민국, 동방공화국은 각각 매년 26조 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을 대한민국에 전쟁피해보상금으로 배상해왔다. 이러한 엄청난 금액을 탕감해주는 조건은 두 손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그리고 둘째는 1,000여 개에 달하는 대한민국 기업들의 투자 및 각종 공장을 건설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자체적인 경제성장은 물론 이주민들의 직업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부처 장관들이 차례대로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는 가운데 이주 계획과 맞물려 현재 대한민국의 영토에 버금가는 새로운 영토의 행정구역 설정 문제를 발표할 통일정책부 김영철 장관이 차례가 되었다.

남과 북 통일 후 통일부에서 통일정책부로 이름을 바뀌고 북주의 모든 행정과 정책 등을 수립해간 통일정책부는 이후 만주 3개 주는 물론 서주와 동주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정책수립을 담당해 왔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에도 새롭게 대한민국 영토로 편입된 신중국 영토 역시 여러 부처를 대표하여 행정구역 설정부터 각종 큼지막한 정책을 총괄하는 주부처가 되었다.

이에 김영철 장관은 기존의 대한민국 영토에 버금가는 널따란 영토에 관한 행정구역 설정은 물론 설정된 각 행정구역에 따른 정책사항을 수립하느라 수천 명의 공무원은 며칠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립한 정책이 담긴 두꺼운 문서를 펼쳐 들고는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댔다.

“먼저 회의실 스크린을 보시디요.”

김영철 장관의 말에 따라 회의실 중앙의 대형 스크린에 불이 켜지며 환해졌다. 스크린 화면에는 이번에 새롭게 대한민국 영토가 된 예전 신중국의 디지털 지도가 보였다.

“자! 그러믄 스크린을 보며 발표를 하갔습네다. 보시는거와 같디 이번에 편입된 예전 신중국의 영토는 크게 5개의 행정구역으로 설정했습네다.”

파란색으로 칠해진 새로운 대한민국 영토는 크게 5개로 나뉘어 있었다. 먼저 몽골과 국경선을 접한 예전의 내몽골자치주였던 북쪽 지역은 대한민국의 내몽골자치주에 그대로 편입시켰다. 두 번째로 서만주와 접해있던 허베이성 북쪽과 베이징 및 톈진 전체를 부여라는 이름으로 주 이름을 지정했다.

연나라를 시작으로 명나라와 청나라의 수도였던 베이징을 포함해 허베이성 북쪽 일대를 한민족 국가 중 하나였던 부여라는 이름으로 지정했다는 것은 상징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세 번째로 전라도 크기였던 서주를 허베이성 남쪽과 산둥성 전체로 지정했다. 이로써 서주는 대한민국 최대의 평야 지대를 보유한 한 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자그마치 평야의 넓이는 남주 전체 크기보다도 넓은 끝도 보이지 않은 대평원이었다. 향후 이곳은 전문화된 기업형 농경 단지를 조성하여 세계적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는 수많은 빈민국에 무상으로 식량을 조달할 계획이다.

네 번째로 산시성(山西省)과 또 다른 산시성(陝西省)의 북부 일대를 합쳐 유라는 이름의 주 이름을 부여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로는 산시성(陝西省) 남주 일대와 허난성 전체를 동이라는 주 이름을 부여했다. 고대 중국은 동이란 이름을 특정한 종족을 지칭하기보다는 북방에 분포한 자신들의 문화와 상대적인 문화개념의 방위적 호칭으로 불렀다. 즉, 동북방의 동이는 한민족 중 읍루와 왜족이 포함되어 있어서 결과적으로 동이는 우리 선조 문화를 가리키는 것이라 말할 수 있었다.

이렇듯 중국의 중앙 지역을 동이라는 이름으로 부여한 것 역시 허베이성 북쪽과 베이징을 부여라는 이름으로 지정한 것만큼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의미로 다 갈 올 수 있는 멋진 이름이었다.

김영철 장관은 30분에 걸쳐 새롭게 지어진 주 이름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 나갔다. 이에 설명을 듣고 있는 추은희 대통령을 비롯해 각 부처의 장관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나름의 의미 있는 주 이름에 대해서 긍정적인 표현을 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네다. 이번에 행정구역과 각 주 이름을 지정하면서 현재 중만주를 발해주로 이름을 변경하고자 하는 의견들이 있었습네다. 이 부분 역시 이번에 고려해주셨으면 합네다.”

사실 발해주라는 이름은 처음 나온 이름은 아니었다. 3년 전에도 중국으로부터 동북삼성을 편입했을 때도 잠깐 나왔던 이름이었다.

“음, 발해주라······. 저는 찬성합니다. 좋은 이름입니다.”

처음으로 추은희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저 역시 이번 기회에 바꾸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윤연 국무총리까지 찬성에 한 표를 던졌다. 그러자 각 부처 장관들도 손뼉까지 치며 찬성했다. 그러자 표정이 밝아진 김영철 장관이 미소를 보이며 추가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감사합네다. 그럼 이번에 중만주를 발해주로 변경하는 정책을 수립하겠습네다.”

“네, 그렇게 하세요. 그리고 나머지 주 이름 역시 매우 마음에 듭니다. 이와 관련하여 타 부처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금일 정해진 주 이름으로 진행하세요.”

“네, 알겠습네다. 대통령님!”

김영철 장관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자! 그럼 다음 차례는 누군가요?”

“네, 제 차례인 듯합니다. 대통령님!”

환경부 이두원 장관인 살짝 손을 들면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이내 스크린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스크린을 보면서 발표를 하려는 듯했다.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을 괴롭혔던 미세먼지 같은 경우는 기존 산업단지 시설을 완전히 철거하고 대단위 농경 단지를 조성한다면 별문제 없이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농림축산부 장관께서 발표하실 때 제가 추가로 설명해 드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보다 봄만 되면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밀려오는 황사 대책에 대해서 먼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간단하게 발표개요를 말한 이두원 장관은 스크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스크린 화면에는 황사 발생 지역을 디지털 지도로 보여주고 있었다.

“지도를 보시는 바와 같이 현재 황사는 이곳 중국과 몽골의 사막지대인 타클라마칸, 바다인자단, 텐겔, 오르도스, 고비 지역, 그리고 황하 중류의 황토지대인 황토고원입니다.”

이두원 장관이 지역명을 말할 때마다 디지털 지도의 한 부분이 황사 오염도에 따라 여러 색상으로 깜빡거렸고 편서풍의 이동 경로까지 붉은색의 화살표 기호로 보여줬다.

“다들 아시고 있겠지만, 만주고원 같은 경우는 울창한 산림지대로 바뀌면서 황사 발원지 목록에서 제외되었습니다.”

3년 전, 만주까지 영토를 확장한 통일 대한민국은 가장 먼저 만주고원의 사막화 현상을 막고자 환경부에서는 건조한 토양과 기온에 적응할 수 있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 개발한 나무들을 30만여 그루를 심었었다. 이로 인해 현재 만주고원은 3년 만에 푸른 산림지역으로 바뀐 상태였다. 또한, 다른 지역에도 적응할 수 있는 여러 나무의 유전자 조작 연구도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러한 성과를 토대로 황사 발생지역 중 한반도에 가장 심한 피해를 주고 있는 이곳 내몽골고원과 황토고원에 1차 100만 그루 나무를 심을 예정입니다. 현재 연구진들은 이곳 환경에 맞는 나무들을 이미 개발한 상태입니다.”

이두원 장관의 설명에 따라 내몽골고원과 황토고원에 심을 나무들의 종류와 설명들이 차례대로 스크린에 보였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그런지 열대우림에서 볼법한 나무부터 추운 지역에서 살아남을 법한 나무들까지 다양한 종류의 나무 품종이었다.

“뭡니까? 이거 야자수 나무도 있는 겁니까?”

사막과 다르게 고원지대는 대체로 추운 지역이었다. 그런 곳에 열대지역에서나 볼법한 야자수 나무까지 스크린 화면에 보이자 여러 장관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이번에 연구진들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품종입니다. 하하”

“이거 참!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에서나 볼 야자수를 이제 고원지대에서 볼 수가 있겠군요?”

“고원지대뿐이겠습니까? 이제 서울 도로의 가로수도 야자수로 바꿀 수 있겠습니다.”

“오! 그것참 이색적이겠군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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