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시선
2024년 1월 18일 10:1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작전회의실).
작전회의실에 각 군의 지휘관과 참모진들이 빼곡히 앉은 가운데 스크린에는 마치 전쟁영화에 나올법한 영상이 흘러나왔다.
수 미터에 달하는 푸른 파도를 가르며 사십여 척의 함선들이 포드급 항공모함 2척을 중심으로 대열을 갖춘 체 빠르게 항해 중이었다. 그리고 함선마다 커다란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며칠 전, 하와이에서 출항한 미 해군의 태평양함대 소속 제3함대였다.
포드급 항공모함이 1척이 추가로 편제되면서 자연스럽게 호위함과 각종 군수지원함 편제도 늘어나 가히 규모 면으로 보자면 제3함대 자체가 태평양함대로 보일 정도였다. 특히나 항공모함으로 사용해도 충분한 강습상륙함이 기존의 타라와급이 아닌 미 해군의 차세대 강습상륙함인 부켄빌급 강습상륙함으로 편제되어 있었다.
Sea-Air-Space 2017 박람회에서 HII(Huntington Ingalls Industries)사가 근미래의 미 해군이 운영할 신형 강습상륙함, USS 부겐빌(USS Bougainville/LHA-8)의 설계를 발표한 지 6년 만에 실전 배치를 완료했다.
LHA-8로 분류된 USS 부겐빌급은 미 해군(USN) 및 미 해병대(USMC)의 작전뿐만 아니라 합동 작전에도 참여하는 미 해군 최대의 강습상륙함으로 구형 LHA 대체 함정으로서 수상 및 항공 작전에 최적화되었다.
특히나 원정 전투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부켄빌급 강습상륙함에는 MV-22 오스프리 틸트로터기, AH-1Z 바이퍼 공격헬기, F-35B JSF 전투기 등으로 구성된 합동 항공 강습과 해상 강습(상륙작전)에서 기존의 LCAC를 대체하는 SSC(Ship to Shore Connector) 및 LCU 운용을 위한 웰 덱(Well Deck)을 갖췄다.
즉, 강습상륙함 역할뿐만 아니라 보조적으로 항공모함 역할까지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강습상륙함이라 봐도 무방했다. 이렇듯 결과적으로 제3함대에는 항공모함이 무려 10척이 있다는 것과 같았다.
“미제 아새끼들이래, 3년 동안 돈을 처발랐구만 기래,”
스크린의 영상이 수 킬로미터의 간격을 두고 항해하는 제3함대 소속의 군함들을 전체 샷으로 보여주자 윤기윤 합참차장이 혀를 차며 욕설을 내뱉었다.
“해상 패권을 놓치고 싶지 않았겠지요.”
제1차 동북아 전쟁 당시에는 해군작전 사령관이었고 현재는 해군참모총장인 이기형 대장이 대꾸했다.
“해상 패권? 이미 우리 쪽으로 넘어오디 않았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뭐이야?”
별거 아니라는 듯 호기로운 표정을 짓는 윤기윤 합참차장과는 대조적으로 이기형 해군참모총장의 표정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3년 전 동해상에서 제1함대에 피해를 줬던 줌왈트급 구축함이 무려 8척이나 편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7함대 줌왈트급 구축함까지 합류한다면 무려 12척이었다.
당연히 대한민국 해군도 그에 못지않은 성능을 가진 구축함과 순양함이 있었지만, 해군참모총장으로서 당연히 느끼는 염려였다.
“다음은 제7함대 영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금일 작전회의 사회를 맡은 양민춘 작전본부장이 안내 멘트를 날리자 스크린 영상은 이내 제7함대가 항해하는 영상으로 바뀌었다.
조금은 날씨가 흐려 뚜렷한 해상도의 영상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전체 샷으로 보이는 제7함대 역시 무시 못 할 전력이었다.
침몰한 니미츠급 로널드 레이건 함명을 그대로 계승한 포드급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을 중심으로 줌왈트급 구축함 4척과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8척, 그리고 부켄빌 강습상륙함의 바로 아랫급인 LHA-6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이 4척과 10척의 각종 군수지원함이 뒤따르고 있었다.
또한, 영상에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당연히 바닷속에는 여러 척의 핵잠수함이 대잠수함경계를 펼치며 잠항 중인 것은 뻔한 사실이었다.
“허허, 이거 참, 3함대와 7함대가 합류하면 볼만 하겠습니다.”
3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력이 크게 향상된 미 해군의 태평양함대를 본 김용현 참모차장이 걱정이 담긴 감탄사를 늘어놓았다.
“이거이 김 대장이래, 걱정이 너무 많구만 기래, 우리 해군에도 충무공이순신급 순양함이 5척이나 있지 않습네까? 단 한 척만으로도 미제 해군 놈들을 죄다 바닷속에 수장시킬 수 있디요.”
지난 제1차 동북아 전쟁에서 단 1척으로 일본 해상자위군과 줌왈트급 이지스 구축함을 상대로 엄청난 활약을 펼쳤던 충무공이순신급 호큘라 순양함은 2024년 현재 총 5척이 건조되어 3척은 제12항모전단에 배치되어 페르시아만에서 군사 작전을 수행 중이었고 나머지 2척은 2023년 11월에 진수를 마친 차리석함(CG-1105)과 강우규함(CG-1106)으로 현재 각종 후속 작업과 시험운항 중이었다.
성공적으로 후속 작업과 시험운항이 성공적으로 끝이 나면 향후 제12항모전단에 배속될 예정이다.
“음, 윤 대장 말대로 현재 시험운항 상태는 어떤가?”
말 나온 김에 신성용 합참의장이 이기형 해군총참모장에게 물었다.
“후속 작업은 이미 끝났고 시험운항 역시 80% 정도 마친 상태입니다. 현재는 부산 군수항에서 각종 탄과 전쟁물자를 보급받고 대기 중입니다.”
“두 척 모두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음, 생각보다 시험운항 진척이 빠르군,”
“진수 전부터 모든 승조원이 시뮬레이션으로 훈련하므로 시험운항 일이 짧아졌습니다.”
“그래, 80% 정도면 실전 배치해도 충분하겠어!”
신성용 합참의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영상 시청은 이 정도로 끝내고 지금부터 미 해군 태평양함대에 대한 대응안 중간 점검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시콜콜한 대화가 오가는 사이 양민춘 작전본부장이 끼어들었고 스크린 화면 역시 북태평양 전체가 보이는 디지털 지도로 바뀌었다.
“현재 보시는 바와 같이 붉은 점으로 보이는 두 곳은 방금 영상으로 봤던 3함대와 7함대 해상 위치입니다. 또한, 붉은 점선은 예상 항로입니다.”
양민춘 작전본부장의 설명대로 붉은 점으로 전술 표기된 제3함대와 제7함대는 예상 항로로 표기된 붉은 점선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두 개의 붉은 점선이 만나는 위치는 바로 일본 가쓰우라로부터 동단 400km 지점이었다.
미 해군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상하였다.
“그럼 붉은 점선이 만나는 해상에서 합류한 후 곧장 자바현 동부해안에 상륙하겠다는 것이겠군”
신성용 합참의장이 턱을 문지르며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현재 우리 측 대응 상황은 어떤가?”
“네, 이 부분은 해군작전 사령관이 직접 브리핑을 할 예정입니다.”
양민춘 중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또 다른 스크린의 분할된 화면에서 해군작전 사령관인 박수일 중장이 간단하게 거수경례를 했다. 3년 전, 제3함대 사령관직에 있었던 박수일 중장은 선임이었던 제1함대 사령관인 길운석 소장이 전사하면서 진급 대기 1순위에 올라 현재는 중장 진급과 동시에 해군작전 사령관직을 맡고 있었다.
“충성! 해군작전 사령관 박수일, 지금부터 태평양함대에 대한 대응 작전 안 중간 브리핑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도를 봐주시기 바랍니다.”
북태평양 전체를 보여줬던 디지털 지도는 확대되어 한반도와 일본 전체가 보이는 지도로 바뀌었다.
“태평양함대가 합류하려는 예상 해상에는 제11기동잠수함전단 소속 호큘라 잠수함 8척과 제91잠수함전단 소속 잠수함 9척이 이미 지바현 해안을 기준으로 반경 500km 내의 해저에서 잠항하며 대잠경계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현재까지는 미 해군 소속으로 보이는 잠수함은 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박수일 중장의 설명에 따라 각종 전술 기호들이 디지털 지도에 표기되었다.
“또한, 제7기동전단은 하코다테 군항에서 각종 전쟁물자 보급을 마친 상태로 19일 오전 10시에 자바현 동단 해상으로 항해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더불어 현재 부산 군수항에서 대기 중인 2척의 호큘라 순양함과 제2함대는 금일 오후 2시에 남주 남단 항로를 이용해 자바현 동단 해상으로 항해할 예정입니다.”
다시 한번 디지털 지도에는 제7기동전단과 제2함대를 나타내는 파란 전술기호가 곳곳에 표기되었고 이내 이동 항로도 파란 점선으로 표기되었다.
“이외에도 제18전투비행단과 제23전투비행단, 그리고 제1전투비행단으로부터 공중 지원을 받을 예정입니다.”
“음, 수고했네만, 태평양함대를 상대로 제1함대와 제7기동전단, 그리고 2척의 호큘라 순양함이라······. 큰 걱정은 들지 않지만, 압도적인 전력 차가 아니라면 우리 해군도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 이럴 때 제12항모전단이 페르시아만에 있다는 게 아쉽군.”
“합참의장 동지! 저 정도면 훌륭하디 않습네까?”
윤기윤 합참차장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쁘진 않습니다. 하지만, 미국 해군을 상대하는 만큼 최대한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한 전력을 구성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음,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게 맞을 수 있게디요.”
윤기윤 합참차장이 이내 표정을 풀고는 수긍했다.
“박 사령관!”
“네, 합참의장님!”
“추가적인 전력 보강을 생각해 주게.”
“네, 바로 수립안을 보고하겠습니다.”
“제1함대든 제3함대든 가용한 전력을 보강하도록 하고, 공군 전력 역시 필요하다면 요청하게”
“네, 알겠습니다.”
태평양함대 건과 관련하여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다 생각한 양민춘 중장은 다음 회의 건으로 넘어갔다.
“그럼, 다음으로 일본 내부에서 준비 중인 자주국가 선포에 대한 대응방안입니다. 이 부분은 해병대 사령관이 직접 브리핑하겠습니다.”
임경수 중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스크린 앞으로 걸어갔다.
“‘자주국가 선포’ 건과 관련하여 일본 혼슈에 주둔 중인 제1해병사단과 제6해병사단의 대응방안에 대해서 브리핑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제1해병사단은···”
임경수 중장의 브리핑은 20분에 걸쳐 상세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여러 참모진으로부터 질의응답 시간을 갖는 가운데 상황실장인 남태권 소장이 직접 작전회의실을 들어와 기분 좋은 소식을 전했다.
“방금, 피스부대 사령부로부터 루한스카주를 완전히 탈환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순간, 작전회의실은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돈바스 전쟁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내전이 한국군의 도움으로 끝이 난 것이었다.
지난 15일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의 1차 파병군이 루한스카주의 주도인 루한시크를 점령한 후 제5해병사단(지룡)과 함께 고작 3일 만에 루한스카주 전체를 탈환했다.
도네츠크주 탈환 때와는 다르게 러시아 서부군구 소속의 제51친위군 전체가 루한스카주 방어에 투입되면서 상당한 악전고투를 예상했으나, 사단 규모의 반밖에 안 되는 1차 파병군의 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모든 기갑 장비가 호버시스템으로 기동함으로써 지형적 제약을 받지 않아 그만큼 기동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신속했다. 또한, 전장 전반을 부처님 손바닥 보든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정찰하는 능력 덕분에 매복과 기습공격을 당하지 않았다. 더불어 각종 첨단 무기의 가공할 화력에 서부군구 내에서도 최정예라 불리는 제51친위군은 연속된 패전으로 루한스카주를 내줘야만 했다.
또한, 지난 14일 2차 파병군으로 우크라이나 베르단스크에 발을 디딘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의 2차 파병군은 곧장 로스토프스카야 오블래스트주 점령작전에 들어갔다.
제51친위군을 대신해 지역 방어 임무를 수행했던 제20근위군마저 총참모부의 명령을 받고 남부군구 예하부대와 함께 로스토프스카야 오블래스트주 방어에 들어가 초반에는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지만,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의 2차 파병군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점령 구역을 늘려나갔다.
이제 루한스카주를 제5해병사단(지룡)에게 넘기고 1차 파병군이 2차 파병군과 합류하여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이 완전체로 로스토프스카야 오블래스트주를 너머 최종 점령지역인 볼고그라드스카야 오블래스트주까지 점령한다면 러시아 남부는 끝이라고 봐야 했다.
남단에서 피스부대 소속의 3개 여단이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러시아로부터 각종 전쟁보급품과 지원부대가 기동할 수 있는 육로가 러시아 본토로부터 차단되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러한 결과에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잘못된 결정이 한몫했다. 총참모부의 의견대로 북서부전선과 남부전선 중의 하나를 과감하게 포기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욕심 때문에 패전이라는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