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10화 (510/605)

완벽한 승전!

2024년 1월 17일 18:00 (홍콩시각 17:00),

중화민국 홍콩특별구역시 유젠왕구 호텔 아이콘.

유젠왕구의 호텔 아이콘 한 연회장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기자들과 대한민국 정부 관계자 그리고 고위 장성 여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또한, 호텔 외부와 기자회견장으로 변한 연회장 주변 일대에는 검은 선글라스에 검은 양복을 입은 대한민국과 중화민국 소속의 정보 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다.

오전에 한중전과 관련하여 신중국 측에서 중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사전에 전 세계에 전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100평 남짓의 호텔 연회장은 기자회견장으로 세팅되어 있었고 500여 명에 가까운 세계 각국의 기자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준비된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기자들은 왜 신중국에서 자국의 영토가 아닌 타국의 도시에서 이러한 중대 발표를 하게 되는지부터 매우 궁금해했다. 더군다나 홍콩은 3년간 내전 아닌 내전을 벌이고 있는 중화민국의 도시였다. 이렇듯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여든 세계 각국의 기자들은 빨리 이러한 궁금증이 해소되었으면 하는 바람인 듯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자회견 시간이 되자 단상 뒤에서 오늘의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천웨이팅 부주석과 리바우둥 외교부장, 그리고 궈징페이 총참모장이 단상 위에 마련된 의장에 차례대로 앉았다. 순간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플래시가 사정없이 번쩍거렸다.

속사정을 모른다면 이 모든 것들이 마치 신중국에서 자신 연출한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모든 것들은 대한민국 정부에서 사전에 기획하고 준비한 것들이었다.

카메라 사례를 받으며 입장한 이들은 단상 위에 마련된 의장에 차례대로 앉았다. 그리고 가운데 앉은 천웨이팅 부주석이 양복 안쪽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문서를 꺼내고는 이내 마이크를 입 쪽으로 잡아당겼다.

“안녕하십니까? 신중국 천웨이팅 부주석입니다. 금일 세계 각국의 기자분들을 모시고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게 된 이유를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자신을 뚫어지라 바라보는 수백 명의 기자를 천천히 둘러 본 천웨이팅 부주석은 목이 메는지 탁자 위에 노인 물 잔을 들고는 바로 들이켰다. 그리고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그의 목소리는 미세하게나마 떨리고 있었다.

“현 시간부로 신중국은 대한민국에 공식적으로 항복함을 공표합니다. 또한, 신중국은 절차에 따라 대한민국에 합병될 것입니다.”

예기치 않은 발표에 기자회견장은 순간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전쟁 양상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대한민국에 항복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항복과 동시에 3개국에 분할 합병이 된다는 내용은 가히 상상도 못 한 매우 큰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탄성과 웅성거림으로 잠시 소란스러웠던 기자회견장이 다시 안정되고 잠잠해지자 천웨이팅 부주석은 차분히 문서 속에 쓰인 글을 읽어나갔다.

“신중국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질 것이며 주권은 물론 인민과 국토는 대한민국에 이양될 것입니다. 또한, 현재 통신두절로 인해 연락이 안 되는 신중국군이 있다면 이 소식을 듣는 대로 자진하여 무장해제를 하고 대한민국의 명령을 따르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굴욕의 발표문을 끝까지 읽은 천웨이팅 부주석이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머지 두 명도 함께 일어났다.

기자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를 한 이들은 질의시간을 건너뛰고는 곧장 단상 뒤로 들어가려 하자 기자들이 손을 들며 질문 쇄도를 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 말 없이 급히 단상 뒤로 사라졌다.

무조건 항복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시키는 대로 꼭두각시가 된 이들의 퇴장은 매우 쓸쓸해 보였다.

“아니 기자회견이라고 하면서 그냥 들어가면 어떻게 합니까?”

“질문은 받아줘야지 않습니까?”

불만이 가득 찬 기자들이 손을 들며 아우성치자, 사회를 맡은 중화민국의 정부 관계자가 급히 진화에 나섰다.

“아아! 기자님들과의 질의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사회자가 말을 마치자 짙은 감청색 양복을 입은 신사 한 명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 대한민국의 이윤연 국무총리였다.

동네 아저씨마냥 포근한 인상을 주는 이윤연 국무총리는 단상에 올라온 후 환한 미소를 보이고는 인사를 했다. 이에 방금까지 소란을 피우던 기자들이 잠잠해졌다.

“안녕하십니까. 세계 각국에서 오신 기자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 국무총리 이윤연입니다. 방금 신중국 천웨이팅 부주석께서 하신 말대로 현 시간부로 신중국은 국제법에 따라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에 합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신중국 전체를 합병할 마음이 없습니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신중국을 중화민국과 동방공화국 2개국과 함께 분할 합병을 할 예정입니다.”

다시 한번 충격적인 발언에 기자들이 수군거렸다. 또한, 눈치 빠른 몇몇 기자들은 신중국의 공식 항복 공표식이 신중국이 아닌 이곳 중화민국 홍콩에서 하게 되었는지를 알아차렸다.

“단상 뒤 스크린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이윤연 국무총리의 말과 동시에 단상 뒤의 스크린에 불이 켜지자 신중국 전체가 나오는 대형 디지털 지도가 보였다. 그리고 3가지 색으로 신중국은 나뉘어 있었다.

“보시는 것과 같이 신중국은 이제부터 3개국이 분할 합병하여 통치할 예정입니다.”

먼저 대한민국 영토로 분류된 파란색에는 베이징과 톈진이 포함된 허베이성, 허난성, 그리고 산둥성 북부 일부와 한글 표명 시 같은 이름인 산시성(山西省)과 또 다른 산시성(陝西省)의 북부 일대였다.

두 번째 중화민국 영토로 분류된 녹색에는 산시성(陝西省)의 남부와 후베이성 서부였고 마지막으로 동방공화국 영토로 분류된 주황색은 후베이성 동부였다.

영토 규모 면에서는 대한민국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다음으로 중화민국과 동방공화국 순이였다.

사전에 위와 같은 영토 분할에 있어서 청와대의 몇몇 수석들은 중화민국과 동방공화국에 영토를 나눠주는 것에 상당한 불만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렇게 결정된 계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광활한 영토는 취하는 데 있어서 5억 명에 달하는 신중국 인민까지 받아들이기엔 대한민국의 국민감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또한, 19세기나 20세기 초에 있었던 식민지 정책을 펼칠 순 없었다. 이에 일부 영토를 중화민국과 동방공화국에 이양하는 조건으로 5억 명의 인민을 두 국가가 책임지는 것으로 사전에 합의가 된 상태였다.

대한민국으로서는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또한, 보이지 않은 이점이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이번 합병 건으로 인해 중화민국 및 동방공화국과의 외교관계는 더욱 치밀해짐으로서 더는 군사적 위험은 사라졌고 더불어 인구수가 대폭 증가한 두 국가는 대한민국에 있어서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내수 시장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중화민국이나 동방공화국 역시 예전의 중국이 14억 명에 달하는 내수 시장 덕분으로 초고속 경제 발전을 해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대한민국으로부터 분할 받은 영토는 그리 넓진 않았지만, 자국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는 내수 시장 확대를 위해 5억 명에 달하는 인민의 이주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이유였다.

어느덧 시간을 흘러 이윤연 국무총리의 발표는 끝이 났고 질의응답 시간이 돌아왔다. 이에 500여 명의 기자가 서로 먼저 질문을 하고자 손을 들며 아우성을 쳤다.

이에 이윤연 국무총리가 한 기자를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영국 BBC 제임스 스커드 기자입니다. 총리님의 말씀대로라면 신중국 영토 대부분을 차지하면서도 5억 명의 인민을 두 국가로 이주시킨다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이 예상되는데요? 또한, 그 광활한 영토는 어떻게 이용하시려는 겁니까?”

제임스 스커드 기자의 예리한 질문이었지만 이윤연 국무총리는 서슴없이 대답에 들어갔다.

“음, 큰 반향이라······.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인민 한명 한명을 따지고 본다면 자신의 재산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충분히 공감하고 그 부분에 대해선 최대한 개인 재산은 인정하며 중화민국이나 동방공화국으로 이주할 때 가져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치할 것입니다. 단, 부동산은 같은 경우는 원래 신중국 국가 자산이지 않습니까? 고로 이번 합의 국가 간 국제법에 따라 합의되었기에 부득이 부동산만큼은 대한민국 소유가 됩니다.”

이러한 질문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준비를 했는지 이윤연 국무총리는 막힘없이 말을 이어갔다.

“이정도면 첫 번째 질문에 답변이 이루어진 듯하군요. 그럼 두 번째 질문에 대해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 한반도의 50배에 달하는 엄청난 영토이지만 인구는 3억여 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굳이 미국을 말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러시아를 봅시다. 어떻습니까? 적은 영토에 많은 인구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넓은 영토에 적은 인구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한, 이번에 확보된 신중국 대부분 영토는 넓은 평원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국영사업으로 이곳에 초대형 농경 단지를 조성해 세계적으로 식량난에 허덕이는 빈민국가에 무상으로 식량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상입니다.”

답변이 끝나자 또다시 기자 사이에서 서로 간 손을 들며 질문을 하고자 했다.

“네, 저기 뒤쪽에 있는 여성 기자님 질문하세요.”

“감사합니다. 총리님! 저는 중화민국의 EDTV 량샹 기자입니다. 먼저 초대형 농경 단지를 조성해 식량난에 허덕이는 빈민국가에 지원하시겠다는 말씀 감명 깊었습니다. 그럼 질문드리겠습니다. 현재 베이징을 비롯해 톈진 등 수많은 대도시가 폐허가 된 상태입니다. 이런 대도시의 복구사업 계획은 있으신지요? 그곳에는 우리 한족의 수많은 역사건물과 각종 유물이 많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선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질문을 마친 량샹 기자가 자리에 앉자 이윤연 국무총리가 바로 대답에 들어갔다.

“같은 한족 분이라 이러한 질문을 하신 듯하군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당연히 대대적인 복원사업은 있을 것입니다. 단지, 도시복원 사업이 아닌 역사적 의미가 담긴 건물을 위주로 한 대단위 공원형식으로 복원사업을 할 예정입니다. 사실 예전의 중국은 미세먼지의 최대 발생지였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대한민국은 수년간 미세먼지에 피해를 봤지요. 뭐, 인정은 안 했지만요. 하지만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입니다. 지금 이 자리가 미세먼지를 논하고자 하는 자리는 아니니 자세한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신중국 전 영토에 도시복원 사업을 일절 하지 않을 것이며 최대한 초목이 우거진 공원조성 사업만 추진할 예정입니다. 또한, 중화민국과 동방공화국에서 원한다면 신중국 내에 있던 역사건물이나 각종 유물에 대해서 인도요청을 하신다면 무엇하나 빠지지 않고 인도할 예정입니다. 대답이 되었나요? 그럼 다른 분 질문을 받겠습니다.”

한 컷 여유로운 표정으로 답변한 이윤연 국무총리는 이번엔 앞쪽에 있는 남성 기자를 가리켰다.

“폭스 뉴스의 저메인 존스 기자입니다. 저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하겠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러시아와 전쟁 중입니다. 또한, 소문에 의하면 EU에서도 나토군을 움직여 한러전에 개입한다고 들었습니다. 더불어 미국 역시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수 있는 이번 전쟁에 대해서 심히 우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에 신중국과의 종전으로 러시아와의 평화종전 의향은 없으신가요?”

“음, 세계대전으로 확대라······. 신중국과의 전쟁이 끝난 마당에 러시아와의 전쟁이 과연 세계대전으로 확대될만한 일인가요? 이러한 우려는 조금은 삐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국가들 때문이지 아닐까 하는 제 생각입니다. 더불어 나토군 역시 그렇습니다. 나토군 유지 목적이 무엇입니까? 러시아로부터의 유럽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다국적 군대가 아닙니까? 하지만 실상 우리 대한민국이 러시아와 전쟁이 벌어지고 조금은 유리한 고지에 오르자 러시아를 견제할 나토군을 EU는 도리어 우리 대한민국을 견제하려고 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사실 EU도 속사정은 있겠지요. 바로 거부할 수 없는 미국의 입김 같은 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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