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승전!
2024년 1월 17일 06: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장 상황을 뒤로하고 합동참모본부의 의장을 비롯한 각 군의 참모총장과 참모진들은 5번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지켜보고 있었다.
5번 스크린에는 도로 한복판에서 시위대에게 완전히 둘러싸인 채 공격을 받는 왕징위 주석 일행의 영상이었다. 지상의 개미마저도 4K 화질로 보일 만큼 엄청난 고해상도를 자랑하는 CS-IS 아테네 3호는 국가정보원 특수작전국에서 운용하는 최첨단 첩보위성 중의 하나였다.
“이거이 우리 정찰위성보다 화질이 끝내주는구먼. 기래! 저거이 보라우, 왕징위 간나새끼래 얼굴이 완전히 죽상이디 않네? 하하하”
화질도 화질이지만, 주간도 아닌 컴컴한 야간임에도 이 정도의 고화질로 보여주는 영상에 윤기윤 합참차장은 연신 고개를 절레거리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최근에 개발되어 배치된 첩보위성이라 그런 듯합니다.”
묵묵히 보고 있던 작전본부장 양민춘 중장이 짧게 대답했다.
“당장 우리 정찰위성도 저 정도 화질을 구현할 수 있게 업그레이드를 해야디 않캈어?”
“하하, 합참차장님도 참, 이럴 땐 어린애 같습니다. 이번 연도 후반기부터 아폴론 정찰위성도 업그레이드 사업이 잡혀 있습니다.”
마냥 어린애마냥 신난 윤기윤 합참차장의 모습에 최진국 항공우주군참모총장이 털털한 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내래 나잇값 못하고 너무 좋아했네?”
순간, 상황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이렇듯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중 양민춘 중장이 자신의 손목시계를 한번 보고는 합참의장에게 다가가 지긋이 말을 건넸다.
“합참의장님! 이제 마무리를 해야지 않겠습니까?”
“음, 그럴 때가 된 건가?”
팔짱을 끼고 무표정으로 지켜보기만 하던 신성용 합참의장은 살짝 고개들 끄덕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내래 저 왕징위 간나새끼래 벌벌 떠는거이 계속 보고 싶은데 아쉽구만 기래!”
윤기윤 합참차장이 아쉬움을 내 비취는 사이 양민춘 중장은 해당 참모진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이에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들이 순간적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 그리고 말이야. 작전본부장!”
“네, 의장님!”
“국정원장님께 감사하다는 말도 전해주게. 이번 작전이 성공하는 데 있어서 국정원이 너무나 잘해줬어.”
“네,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이들이 보고 있는 영상 역시 국가정보원 작전상황실에서도 똑같이 보고 있었다.
지난 1일 신중국 본토에 대한 대대적인 ‘평탄화 작전’이 실행된 후 신중국군이 인민을 방패 삼아 방어전술을 펼치자 합동참모본부는 고심 끝에 작전 안 하나를 긴급 수립한 후 바로 실행에 옮겼다.
바로 ‘이이제이’ 작전이었다. 오랑캐를 이용하여 다른 오랑캐를 통제하고 부린다는 뜻으로 성난 인민을 이용해 왕징위 주석을 잡는다는 작전 안이었다.
처음에는 신중국 전체에 특수부대를 투입하여 내부 분열을 위한 폭동선동을 일으키려 했으나, 국가정보원의 특수작전국 요원들이 이미 신중국 도시 곳곳에 은밀히 침투하여 각종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듣고는 국가정보원과 공동으로 작전 안을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특수작전국 요원들은 생각 이상으로 훌륭히 임무를 수행했다. 인민 속에 숨어들어 시위를 주도했다. 중앙당과 왕징위 주석에 대한 증오가 최고조에 오르면서 시위는 급기야 폭동으로 커졌고 전국으로 퍼졌다.
한때 왕징위 주석을 대신해 사오양 상무위원장이 인민성명발표를 함으로써 잠시 폭동이 누그러지긴 했지만, 임시방편이었다. 다시금 인민 시위대를 향해 각종 총기와 중장비로 잔인하게 무력진압하는 동영상과 사진들이 퍼지게 되면서 시위대도 무기고까지 공격하여 각종 무기를 탈취하여 무장하는 사태까지 이르렀고 지금 이렇게 왕징위 주석 일행을 공격하는 지경까지 되고 말았다.
★ ★ ★
2024년 1월 17일 06:10 (신중국시각 05:10),
신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외곽(호출명 벌통 넷 작전구역).
무장한 시위대와 중앙군구 경비대 간의 격렬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TCS 모드(투명은폐시스템)를 활성화하고 주시하고 있던 CMV-101 트레일러가 순간 고도를 높였다. 조금 전, 본국으로부터 공격 명령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위이이이이잉!
일정 고도까지 상승한 CMV-101 트레일러는 호러링 비행모드로 전환했고 이내 왼쪽 측면 페어링이 천천히 개방되었다.
그러자 차세대 무기 중 하나인 드래곤건 2문이 은빛 자태를 뿜으며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탑차 의자에 앉아있는 강만호 대리와 이성민 주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지루하게 기다린 만큼 신난 모양이었다. 이에 김영호 팀장이 당부 섞인 말투로 명령을 내렸다.
“다들 알지? 시위대 공격 루트만 확보하면 된다. 괜히 오버하지 말도록”
“하하! 걱정하지 마십쇼. 제가 누굽니까? 3과의 핵심! 강만호 아닙니까?”
“팀장님 말 새겨듣고 제대로 해라! 건방 떨다가 망치지 말고! 이 곰탱아!”
“오성훈이 너 자꾸 곰탱이라고 할래? 개자슥아!”
“어라? 곰탱이를 곰탱이라고 부르지 뭐라 부르냐? 곰탱아!”
“아후 저걸 확!”
“이것들이 툭하면 쌈질이야? 너희들 이번 임무 끝나면 1과로 보낸다.”
“헉! 1과요? 김상중 과장님이 있는 1과에 가느니 퇴사하렵니다.”
“팀장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1과만은 하하”
오성훈 대리와 강만호 대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절레거리며 치를 떨었다. 이들이 말한 김상중 과장은 과거에 707특임대대 주임원사 출신으로 날고기는 요원들이 모인 특수작전국 내에서도 독하기로 악명 높은 인물 중의 한 명이었다.
“앞으로 한 번만 더 임무 중에 아가리 파이트 하면 보낼 줄 알아!”
“넵!”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자. 오 대리! 스캔 정보 데이터링크 걸어!”
“네, 팀장님! 데이터링크 온 했습니다.”
“좋아! 2-11 지역 쪽! 중화기가 밀집한 저기가 가장 나을 듯하다. 그쪽에 집중해서 사격하도록 해! 그리고 시위대가 붙으면 사격 중지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옛설!”
김영호 팀장이 최종 명령이 떨어지자 강만호 대리와 이성민 주임은 정확히 2-11 지역 쪽으로 드래곤건을 움직였다.
지이이이이잉!
특유의 기계음을 내며 드래곤건의 6열 총열은 2-11 지역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내 강만호 대리와 이성민 주임이 방아쇠를 당기자 육중한 발사음과 함께 굵은 빛줄기가 지상으로 쏟아졌다.
쭈쭈쭈쭈쭈쭈쭈쭈쭈쭈웅~ 쭈쭈쭈쭈쭈쭈쭈쭈쭈쭈웅~
웬만한 장갑차 정면장갑도 손쉽게 뚫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강공할 빛줄기는 지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쓸어버렸다.
팍팍팍팍팍!
도로 위쪽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각종 중화기로 시위대와 치열한 교전을 벌이던 중앙군구 경비대 소속의 병사들은 하늘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레이저 빛줄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30mm 레이저 빛줄기는 머리건 몸통이건 스치기만 해도 마치 수박 터지듯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매우 잔인하고 참혹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도로 난간 아래쪽에서 시위대를 향해 04식 자동유탄발사기를 지속 사격하던 사수와 부사수 위로 한줄기 빛줄기가 훑고 지나갔다.
퍽퍼억! 퍽!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여러 발의 레이저 빛줄기를 맞은 사수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와 살점으로 분리되어 사방으로 날아갔고 부사수는 머리통이 날아간 채 몸통만이 힘없이 땅바닥에 처박혔다.
강만호 대리의 조준경 모니터 화면에 자신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지휘관을 포착했다.
“어쭈? 저 새끼가 겁대가리를 상실했나?”
강만호 대리는 즉시 조종 레버를 움직여 정확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신중국군 지휘관에게 6열 총열을 지향했다.
“지옥이 뭔지 보여주마!”
쭈쭈쭈쭈쭈쭈쭈쭈쭈쭈웅~
퍼퍼퍼퍼퍽!
여러 발의 레이저 빛줄기가 지휘관을 훑고 지나가자 피와 살점이 산산이 조각나듯 사방으로 분리되며 뿌려졌다. 뒤쪽에서 교전을 벌이던 병사 몇 명이 이 광경을 보고는 그대로 위 속에 있던 내용물을 입 밖으로 쏟아냈다.
우엑!
이렇듯 상공 50m 높이에서 TCS모드(투명은폐시스템)를 활성화한 CMV-101 트레일러에서 쏟아지는 2줄의 빛줄기로 인해 순식간에 도로 위쪽 방어선은 무너졌다.
이에 무장한 시위대 역시 그쪽으로 모여들며 집중포화 공격을 감행했다.
“그만! 사격 중지!”
어느 정도 임무를 완수했다고 판단한 김영호 팀장이 중지 명령을 내리지 신나게 사격을 가하던 강만호 대리와 이성민 주임이 조종간 레버에서 손을 뗐다.
“아! 아쉽네! 막 신나려고 했는데, 안 그러냐? 이 주임아?”
“전 아닌데요? 강 대리님은 이런 게 신나십니까? 으흐흐~ 피도 눈물도 없으셔”
“이제 알았냐? 만호 저놈 별명이······.”
오성훈 대리는 하던 말을 멈추고 슬쩍 김영호 팀장을 바라봤다. 조금 전 다시 싸우면 1과로 보낸다는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임무를 마친 CMV-101 트레일러는 오픈 한 페어링을 닫고는 이내 고도를 높이고는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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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7일 06:40 (신중국시각 05:40),
신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동단 25km 지점.
쿠르르르르릉~ 쿠르르르르릉~
순간 고요했던 평원에 전차와 장갑차의 엔진음으로 시끄러워졌다. 흙과 눈이 뒤섞인 평원 위를 수백 대에 이르는 전차와 장갑차가 캐터필러 자국을 남기며 차례대로 기동했다.
3시간 전, 기존 전력을 유지한 채 차오바이강 방어선 돌파한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 22기갑여단은 급속기동으로 이곳 동단 25km까지 진입한 후 일부 포병부대에서 중앙군구 임시주둔지에 대한 포격만 가할 뿐 지금까지 대기 중이었다.
평탄화 작전 당시 왕징위 주석과 총참모부 수뇌부를 전멸시킬 수도 있었던 것처럼 만약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 22기갑여단 역시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면 왕징위 주석은 물론 총참모부 전체를 몰살시키거나 아니면 항복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전쟁은 쉽게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물론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전쟁을 통해 지도상에서 신중국 자체를 영원히 지워버리고자 했다.
그렇기 위해서는 왕징위 주석을 외부적 압박과 동시에 내부적인 압박이 필요했다. 이것이 바로 ‘이이제이’ 작전의 본질이었다. 단순 왕징위 주석이 군사적인 패배로 인해 대한민국에 항복한다면 지난 제1차 동북아 전쟁처럼, 전쟁 피해 보상형식으로 일반적인 종전이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왕징위 주석을 비롯한 관련자들은 전쟁 범죄자로서 법적인 처벌을 할 수 있으나 신중국이라는 국가 자체는 남아있게 된다. 이 때문에 왕징위 주석을 흔들 내부적 압박은 필수 중의 필수였다.
내부적 압박으로 인해 왕징위 주석이 더는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에 항복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왕징위 주석의 신변보장을 카드로 내세워 매우 유리한 협상이 가능했다. 대한민국이 원하는 협상은 바로 공식적으로 신중국 국가 자체를 대한민국에 영원히 귀속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