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6화 (506/605)

신중국 패망

“기다려! 조금 더 다가오면 사격한다. 기다려! 기다려!”

야간인 탓에 유효 사거리가 짧아진 만큼 최대한 거리를 좁힌 상태에서 사격을 명령을 내리려던 작전 과장은 끝내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도로 위에 차디찬 시체 신세가 되고 말았다.

생각지도 못하게 시위대 쪽에서 먼저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타타타타탕! 탕! 탕! 타탕!

기껏 각목이나 쇠 파이프로 무장하고 있을 줄 알고 엄폐물 하나 없는 도로 한복판에서 횡대 대형으로 사격 자세를 취하고 기다렸던 1대대 병사들은 날아오는 총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순식간이었다.

시위대 앞줄에서만 200여 명이 동시 사격을 가하자 20여 명의 1대대 병사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시위대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몰라 방심한 것도 있었지만, 시위대 안에는 상당한 사격 실력을 갖춘 자들이 여럿 있었다. 나민원 과장이 이끄는 특수작전국 3과 1팀과 2팀 요원들이었다.

즉 1대대 병사들을 죽인 건 대부분 이들의 작품이었다. 일반 시위대가 쏜 총탄은 모두 빗나갔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어쨌든 이렇게 간단하게 1대대 소수 병력을 전멸시킨 나민원 과장의 통솔에 따라 더욱 속도를 내며 앞으로 밀고 나갔다. 그리고 얼마 안 되어 2대대가 지키고 있는 차량집결지역으로부터 400m까지 도달했다.

한편, 1대대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해 전방 상황을 알지 못하는 2대대는 갑작스럽게 출몰한 시위대 규모에 놀라고 말았다.

“저것들 뭐야?”

아까부터 계속해서 들리는 총성에 신경이 쓰여 야간투시경으로 전방 상황을 살피던 2대대장은 자신의 눈을 한번 비비보고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 시간에 무슨 시위대야? 총성 이유가 저놈들 때문인가? 잠시 후면 주석께서 이곳에 오실 텐데······.”

여기까지 생각에 미치지 2대대장은 곳곳에 배치된 중화기중대에 명령을 내렸다.

“중화기중대 사격 준비! 전방에 시위대 다수 확인했다.”

철컥! 철컥!

기동 불능이 되어버린 장갑차에서 탈착해 가져온 중기관총을 여러 곳에 거치하고 기다리던 중화기중대 병력이 저마다 노리쇠를 전진시켰다.

“전방! 왼쪽에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도달하면 사격한다. 알았나?”

2대대장은 도로가 버스 정류장을 사격 시점으로 정하고는 다시금 유심히 시위대를 확인했다.

녹색 빛으로 보여 정확히는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선두에 있는 시위대의 손에는 저마다 총기가 달려 있었다.

“뭐! 뭐야? 저것들이 왜 총”

탕!

순간 2대대장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옆으로 꼬꾸라졌다. 바닥에 그대로 내동댕이치듯 쓰러진 2대대장의 머리에서는 하얀 뇌수와 함께 검붉은 피가 사방으로 흘러내렸다. 끔찍한 순간이었다.

“대, 대대장님!”

참모 하나가 쓰러진 대대장 쪽으로 뛰어갔다.

탕!

다시 한번 경쾌한 총성이 울렸자 대대장을 살피려던 참모 역시 앞으로 구르며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저, 저격수다. 다들 엄폐해!”

누군가의 외침에 2대대 병사들은 총성이 울린 반대편으로 몸을 날려 아무 곳에나 엄폐했다. 하지만, 자리가 참으로 애매했다. 시위대는 3시 방향에서 몰려오고 있었고 총성이 울린 쪽은 12시 방향이었다. 즉 어느 한쪽으로 완벽히 엄폐할 수 없었다.

일단, 시위대보다는 저격수가 더 큰 위협이라고 판단한 2대대 병사들은 저격수 방향 반대편으로 몸을 피했다.

“저격수 위치 확인되나?”

조금 전 저격수라고 외치던 장교가 도로가 화분 설치대에 몸을 숨기고 불특정 다수에게 물었다.

“확인 못 했습니다.”

“제길! 어이 너! 저쪽으로 뛰어봐!”

도로바닥에 바짝 엎드려 있던 병사 하나가 자신을 가리키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반문했다.

“네?”

“저쪽으로 뛰라고.”

“죽, 죽기 싫습니다.”

바닥에 엎드려 있던 병사는 당장에라도 울 거 같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거렸다.

“개자식아! 빨리 뛰면 죽지 않는다고, 어서 뛰어! 명령 불복종은 즉각 총살이야. 내 총에 죽고 싶어?”

장교는 병사를 미끼로 저격수의 위치를 파악하고자 병사를 닦달했다.

“부중대장님! 제발,”

“셋 셀 동안 안 뛰면 내 손에 죽는다. 하나! 둘! 셋!”

병사는 눈 한번 질근 감았다가 뜨고는 그대로 일어나 뛰기 시작했다. 또다시 울리는 총성과 함께 몇 걸음도 뛰지 못하고 병사는 앞으로 꼬꾸라졌다. 저격수가 쏜 총알은 정확히 병사의 가슴팍을 뚫어버렸다.

한편, 이때를 놓칠세라 저격수 위치를 확인하려던 장교가 얼굴을 내밀려던 순간, 다시 한번 총성이 연달아 울렸다.

양 눈썹 정 중앙 미간에 정확히 저격수 총알이 뚫고 지나가자 장교의 머리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났다.

이렇듯 정체를 알 수 없는 저격수 출현에 온 신경이 쏠린 사이 시위대는 어느새 사격 시점이 버스 정류장을 넘어 300m 이내까지 다가왔고 무장한 총기로 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 ★ ★

2024년 1월 17일 05:25 (신중국시각 04:25),

신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외곽 어느 아파트 옥상.

불빛 하나 없는 12층 아파트 옥상에 검은 그림자 여러 개가 조심스럽게 지상을 살피고 있었다. 이들은 호출명 벌통 셋으로 불리는 특수작전국 3과 3팀 요원들이었다.

이들의 임무는 정찰 및 저격이었다.

이중, 저격수 2명은 연신 2대대가 있는 곳에 정확한 저격을 가하고 있었다. 이들 저격수 둘은 마치 경쟁하듯 16배줌 스코프에 걸려드는 신중국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저격에 성공하고 있었다.

“저 자식들! 완전히 겁에 질렸구먼”

VR-M 투시경으로 전방 움직임을 확인하던 이진후 3팀장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

이렇듯 저격수 2명이 2대대의 혼을 빼놓는 사이 근접거리까지 도달한 시위대에서도 본격적인 총격전을 벌였다. 이에 당황한 2대대 병사들은 전문적인 군사훈련을 받았음에도 도망치거나 아니면 엄폐물 뒤에서 벌벌 떠는 상황을 연출했다.

가끔 중기관총 사수가 대범하게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고 연발사격을 가하기도 했지만 이내 날아온 저격수의 총탄에 맞고 쓰러지자 나머지 사수들은 겁에 질렸는지 엄폐물 안에서 꼼짝도 안 했다.

이렇듯 저격수 2명으로 인해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한 2대대 병사들은 교전이 시작된 지 30여 분도 안 되어 도망치거나 아니면 시위대에게 항복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만들어졌다.

★ ★ ★

2024년 1월 17일 05:40 (신중국시각 04:30),

신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외곽(차량집결장소로부터 서단 2km 지점).

계속된 포격에 중앙군구의 임시주둔지는 거대한 화마에 휩싸인 채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점점 더 울려대는 총성과 폭발음에 왕징위 주석 일행은 도로 한가운데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더는 못 걷겠으니 당장 이곳으로 차를 가져와!”

특유의 쏘아붙이는 음성으로 총참모부 지휘관들을 닦달했다. 하지만 떨리는 음성과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아 마음 한구석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주석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현재 랑팡 시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전령을 보낸 상태입니다.”

궈징페이 총참모장이 직접 주석에게 보고하듯 말했다.

“제, 제길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되었는지······.”

왕징위 주석은 크고 작은 폭발을 일으키며 거대한 불꽃을 터뜨리는 임시주둔지를 바라봤다.

임시주둔지 전체가 거대한 화마에 휩쓸려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훗! 조금만 늦었어도 통구이가 될 뻔했군”

자조 섞인 말을 내뱉은 왕징위 주석은 차디찬 바닥에도 털썩 주저앉았다. 이렇게 1,000여 명의 인원이 도로 한복판에서 잠시간 시간을 보내는 사이 랑팡 상황을 확인하러 갔던 총참모부 내 전령 장교가 부하 여러 명과 함께 돌아왔다.

“헉! 헉! 다녀왔습니다.”

2km나 되는 거리를 쉬지 않고 전력 질주하든 뛰어온 이들은 영하의 날씨임에도 땀방울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고 머리에서는 하얀 김이 슬금슬금 피어오르고 있었다.

차디찬 바닥임에도 불구하고 왕징위 주석은 밀려오는 긴장감에 다리가 풀렸는지 풀썩 주저앉고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되었나?”

참모진 중 소장 계급장을 단 장성이 다급하게 물었다.

“그게, 헉! 헉! 현재 랑팡 시 일대는 치열한 교전 상태입니다.”

거친 숨을 내 몰아쉬며 전령 장교가 확인한 내용을 보고했다.

“교전? 그럼 한국군이 랑팡에 진입했다는 건가?”

“그, 그건 아닙니다. 한국군은 아니고, 폭동을 일으킨 시위대입니다.”

“시위대?”

왕징위 주석과 함께 있었던 궈징페이 총참모장이 직접 전령 장교에게 다가가 되물었다.

“아니? 시위대와 무슨 교전을 벌인단 말인가?”

“단순 시위대가 아닙니다. 시위대 중에 적잖은 인원이 소총으로 무장한 듯합니다.”

“그게 뭔 소리야? 시위대가 무슨 수로 소총으로 무장해?”

“죄송합니다. 그것까지는 알 방도가······. 아무튼, 랑팡으로 가는 건 어려울 듯합니다. 현재 시위대에게 밀리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허허! 아무리 시위대 손에 소총이 쥐여줬다 한들, 군사훈련을 받은 군인들이 밀린단 말인가? 두루위 소장은 만나 봤나?”

이번에는 가오웨이광 총참기획장이 물었다.

“그게, 두루위 소장은 전사하셨습니다.”

“뭐라고? 왜? 어떻게?”

“얘기로는 저격수에게 당했다고 합니다.”

“저격수? 시위대 중에 저격수가 있단 말인가?”

전령 장교의 말에 다들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심각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음,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군!”

궈징페이 총참모장은 다른 방도를 찾고자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이내 작전현황장을 불렀다.

“마커 상장!”

“네, 총참모장님!”

“지금 즉시 참모진 중에 이쪽 지리에 훤한 참모들과 상의해서 가오베이뎬 공항으로 갈 수 있는 최단거리를 확인해 주게!”

“네? 50km가 넘는 거리를 말입니까?”

“어쩔 수 없잖아? 랑팡은 무장한 시위대가 판을 치고 있으니까 말이야. 운 좋으면 가다가 운행이 가능한 차량을 발견할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 더 지체했다가 한국군에게 뒤 목을 잡힐 수 있어! 서두르게”

“네,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마커 상장은 중앙군구 사령부 소속의 참모진들을 소집했다. 그리고는 도로바닥에 널따란 지도를 펼치고 가오베이뎬 공항으로 가는 안전하고 최단거리에 대해서 상의에 들어갔다.

★ ★ ★

2024년 1월 17일 05:40 (신중국시각 04:30),

신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외곽(호출명 벌통 넷 작전구역).

위이이이잉!

왕징위 주석 일행이 모여 있는 도로로부터 남단으로 1km 떨어진 농경지 위에는 TCS 모드(투명은폐시스템)를 활성화한 채로 CMV-101 트레일러가 떠 있었다.

그리고 CMV-101 트레일러에는 호출명 벌통 넷이라 불리는 특수작전과 3과 4팀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왕징위 주석이 임시주둔지에서 나올 때부터 줄곧 거리를 두고 따라가고 있었다. 또한, 본국으로부터 명령만 떨어지면 당장에라도 왕징위 주석쯤은 식은 죽 먹듯 죽일 수 있는 가공할 화력을 가진 무기가 CMV-101 트레일러 안에 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계속해서 감시만 할 뿐이었다.

“확! 지금이라도 페어링 올리고 시원하게 갈겨주고 싶네. 하하하”

은은한 빛을 발산하는 6열 포신이 달린 드래곤건 탑차 의자에 앉은 강만호 대리가 호탕하게 웃었다.

드래곤건은 올림푸스 기지에서 특수제작한 중화기로 향후 기갑부대의 장갑차에 무장할 프로토타입의 30mm 레이저 6열 벌컨이었다.

현재 CMV-101 트레일러 안에는 2기의 드래곤건이 장착되어 있었다.

“아! 강 대리도 그런생각 했습니까? 하하 저도 근질근질합니다.”

강만호 대리와 마찬가지로 또 다른 드래곤건 탑차 의장에 앉아있던 후임 이성민 주임이 활짝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왜 위에서는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당장 저 돼지 새끼 멱따면 짱개와의 전쟁은 끝나는데 말이야.”

“이런 미련 곰탱아! 넌 그래서 나한테 곰탱이 소리 듣는 거야”

특수작전국 동기이자 특전사에서 복무할 때도 둘도 없는 단짝이었던 오성훈 대리가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핀잔을 줬다.

“곰탱이? 확 갈겨버리다?”

“얏마! 저 돼지 새끼 죽여서 전쟁을 끝내려고 했으면 벌써 했지! 위에서 다른 생각이 있으니까 그냥 살려두는 거지 마! 생각 좀 하면서 살아라. 곰탱아!”

“그니까 그게 뭐냐고 새끼야!”

친한 만큼 둘은 항상 티격태격했다.

“작전 중에 왜 이렇게 시끄러워? 조용히 임무에 충실해라!”

각종 모니터를 통해 현재 상황을 지켜보던 김영호 팀장이 살짝 고개를 돌려 째려봤다. 이에 강만호 대리가 궁금하다는 듯 김영호 팀장에게 물었다.

“팀장님은 아십니까?”

“뭘!”

“저 돼지 새끼를 살려두는 이유 말입니다.”

강만호 대리가 말한 돼지 새끼는 왕징위 주석의 별명이었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는데, 아마도 이번 전쟁을 통해 위에서는 신중국 자체를 없애버리고 싶어 하는 듯하다.”

“네? 자체를 없애버린다니요?”

“마! 그렇게 머리가 딸리는데 여긴 어떻게 들어왔냐? 신기하다. 신기해! 말 그대로 신중국이란 국가를 지구 상에서 완전히 없애버린다고 마!”

또다시 오성훈 대리가 시비조로 킬킬거리며 말하자 강만호 대리는 우락부락한 주먹을 쥐고는 두 눈을 부라렸다.

“너한테 안 물어봤다 새꺄!”

“다들 조용하고 집중해! 슬슬 시작할 때 된 거 같으니까 말이야!”

이때 시위대 속에서 시위대를 이끌고 있던 나민원 과장으로부터 통신이 날아왔다.

“여기는 벌통 하나! 현재까지 생각한 대로 돌아가고 있다. 10분 후면 여왕벌과 조우 예정! 벌통 셋은 특이상황 발생하면 바로 연락하고 벌통 넷은 계속해서 대기하다가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공격하도록 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준비한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이상!”

“여기는 벌통 셋! 확인! 이상!”

“여기는 벌통 넷! 확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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