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5화 (505/605)

신중국 패망

2024년 1월 17일 04:20 (신중국시각 03:20),

신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외곽.

중앙군구 임시주둔지부터 이곳 랑팡 시내로 진입하는 외곽까지 전 병력을 동원해 호위 대열을 갖춘 경비대장 두루위 소장은 각 부대 지휘관들을 불러놓고 명령을 하달했다.

“1대대장은 지금 즉시 이동할 수 있는 차량을 확보해라. 대략 이동 인원은 500여 명이니 승합차 이상의 차량을 찾도록!”

“네, 알겠습니다.”

“2대대장은 차량집결지역 확실히 경계 유지하도록! 개미 새끼 하나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해!”

“네, 알겠습니다.”

“3대대장과 4대대장, 그리고 57연대 22대대장은 주석께서 오시는 길 어떠한 문제가 없도록 돌아다니면서 점검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좋아! 시간 없으니 바로 시작한다.”

별이 둘인 소장계급의 장성이 직접 현장에서 명령을 하달하자 좌급 장교들은 군기 서린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각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경비차장!”

각자 위치로 움직이는 대대장들을 뒤로하고 주변 일대를 쓱 하니 둘러본 두위루 소장이 경비차장을 불렀다.

“네, 경비대장님!”

“지금 즉시 주둔지로 부하들 몇 명 보내서 이동 거리 안전 확보했으니 이동하셔도 된다고 전해!”

“네, 알겠습니다.”

입때까지만 해도 두위루 소장은 시내 안쪽에서 10여 명의 시위대가 각종 무기로 무장하고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다.

★ ★ ★

2024년 1월 17일 04:40 (신중국시각 03:40),

신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외곽(중앙군구 사령부 임시 주석실).

“주석님 이동할 시간입니다.”

조금 전 두위루 소장이 보낸 전령 장교로부터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포탄이 우박 떨어지듯 하고 있는데 이동한단 말인가?”

“어쩔 수 없습니다. 계속 이곳에 있는 게 더 위험합니다. 현재 랑팡 시내까지 이어진 도로의 안전상태를 확보했으며 이동 차량도 현재 확보 중이라고 합니다. 어서 가시지요.”

“으으으! 제길! 앞장서게!”

“네, 알겠습니다. 자! 이동합시다.”

50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계속해서 포탄이 날아와 터지는 가운데 최대한 안전한 루트로 이동을 시작한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랑팡시로 연결된 도로까지 진입했다.

4사선 도로 양쪽에는 경비대 소속의 군인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이어져 있었고 저마다 길 바깥쪽을 보며 경계를 취하고 있었다.

“얼마나 가야 하지?”

근접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걸어가던 왕징위 주석이 온갖 인상을 쓴 채로 물었다.

“2km도 안 됩니다. 조금만 가시면 됩니다.”

근접 경호를 책임지고 있는 류하오란 경호대장이 대답했다.

“2km? 지금 나보고 2km를 걸으란 말이야?”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으윽! 어쩌다가 이런 제기랄!”

★ ★ ★

2024년 1월 17일 04:55 (신중국시각 03:55),

신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이동할 차량을 구하기 위해 수색에 들어간 1대대 군인들은 차쯤 시내 중심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도롯가에 서 있는 차량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지만, 저마다 고장이 났거나 아니면 타이어 4짝 모두 펑크나 운행할 수 없는 차량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중, 호텔로 보이는 큰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운행이 가능한 밴 여러 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 괜찮은데?”

선임으로 보이는 군인 하나가 주차된 밴드를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일일이 꼼꼼히 살피고는 한마디 했다.

“그렇게 말입니다. 안도 멀쩡합니다. 키만 있으면 운행할 수 있겠는데요?”

차량이 열려 있었던지 운전석에 앉은 상등병이 신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어이! 둥융 일병!”

“네, 분대장님!”

“이거 호텔에서 사용하는 차 같으니 지금 로비 가서 키 좀 찾아봐! 빨리!”

“네, 알겠습니다.”

선임의 지시에 둥융 일병은 비상계단이 있는 출입구 쪽으로 뛰어갔다.

“분대장님! 이거 우리가 가져가면 특진이지 않겠습니까?”

핸들을 이리저리 돌려보는 시늉을 하던 상등병이 왜 신난 표정이었는지를 말했다.

“뭐! 적어도 특진이겠지! 후후”

분대장 역시 특진이라는 생각에 슬쩍 미소를 보였다.

몇 분 후 로비에 갔던 등융 일병이 소총을 어깨에 메고 양손에 한가득 리모컨이 달린 키를 들고 달려왔다.

“분대장님! 키가 많아서 다 가져왔습니다.”

“잘했어! 일단 리모컨 다 눌러봐!”

“네!”

드융 일병이 바닥에 리모컨 키를 다 내려놓고는 하나씩 차례대로 리모컨 버튼을 눌렀다.

10여 개의 리모컨을 누른 데도 지하에 주차된 차량에서는 그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 리모콘을 누르는 그때 상등병이 타고 있던 밴에서 차량 지시등이 켜지며 경보음이 짤막하게 울렸다.

삐뽁!

“앗싸! 야! 등융 이병! 그 리모컨 가져와!”

운전석에서 타고 있던 상등병이 문을 열고 손짓을 했다.

“여깄습니다.”

리모콘 키를 받아든 상등병이 키를 꽂고는 그대로 돌렸다.

부르르응!

“됐다! 하하하, 특진이다! 특진! 분대장님 타십쇼!”

“그래! 이병 타자!”

뒷자리에 분대장과 등융 일병이 타자 상등병은 운전에 자신이 있는지 핸들을 꺾으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키기기기기!

급출발하자 타이어에서 비명을 울렸다.

적어도 주석이 타고 갈 차량을 운 좋게 찾아낸 이들은 특진은 물론 포상을 생각하며 막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큰길로 들어서려는 그때, 8차선 도로를 따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행진하는 모습을 보고 멈춰 서고 말았다.

끼이이이이익!

쿵!

조수석 앞 시트에 코를 박은 분대장이 상등병의 헬멧을 후려치며 신경질을 냈다.

파악!

“뭔데 갑자기 선 거야 자식아!”

“그게, 저기 앞에 좀 보십시오.”

얼얼한 코를 매만지던 분대장은 손가락으로 가리는 전방을 보고는 두 눈을 크게 떴다.

“뭐야? 저것들? 아직도 피난 가지 않은 놈들이 있는 거야?”

“어찌합니까? 저놈들 때문에 길이 막혔는데요?”

“뭘 어째? 저 길이 가장 빠르니까 클랙슨 올리면서 돌진해!”

“네? 그러다가 사람들 치면······.”

“이 자식아! 다른 놈들이 차량 구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가야 특진이건 포상이 있는 거 아냐? 그냥 밟아! 그럼 다 비키게 되어 있어!”

다그치는 분대장의 지시에 상등병은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발에 힘을 주었다.

부우우우우웅!

튀어나가든 앞으로 돌진하는 밴은 쌍라이트를 켜며 클락슨을 울려댔다.

빵! 빵! 빵아아아아앙!

순간,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다.

탕! 타타타타탕! 타타탕!

크억!

운전하던 상등병은 여러 발의 총알을 맞고 피를 토하며 운전대로 꼬꾸라졌고 이에 밴은 방향을 잃고 옆 건물을 비스듬히 부딪친 후 튕겨 나가 반대편 건물 벽과 충돌하면 멈췄다.

으윽!

뒤 자석에 있던 분대장과 등융 일병도 내팽개치듯 여러 곳과 부딪치고는 신음을 내뱉었다.

“으윽! 어떻게 된 거야?”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앞 시트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킨 분대장은 보닛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수많은 사람이 달려오는 모습이 가로등 불빛으로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저놈들이 우리한테 총을 쏜 거야?”

순간 화가 난 분대장은 차 문을 열어 내린 후 달려오는 사람들을 향해 총을 겨눴다.

“야! 일병 뭐해? 너도 내려서 쐬마!”

정신을 잃었는지 차 안에서 꼼짝도 안 하는 등융 일병을 향해 소리치며 노리쇠를 전진시키고 막 방아쇠를 당기려는 그때, 몰려오는 사람들 사이로 여러 발의 총성이 울렸다.

퍽! 퍽퍼퍼퍽!

가슴에서 피를 뿌린 분대장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꼬꾸라졌다.

한편, 버스 정류장을 임시 본부로 두고 수색 차량 임무를 맡은 1대대 병력을 지휘하던 1대대장과 참모들은 갑작스럽게 울리는 총성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뭐야? 한국군이 여기까지 온 건가?”

1대대장은 먹통이 되어버린 무선기에 대고 무의식적으로 무전을 보냈다. 하지만 바로 현실을 직시하고는 한숨을 푹 내쉬고 말았다.

“통신이 안 되니 답답해 죽겠군, 제길!”

“제가 몇 명 데리고 가보고 오겠습니다.”

대대 참모 중 장교 한 명이 말했다.

“그렇게 해!”

“네, 갔다 오겠습니다.”

부하 몇 명을 데리고 막 총성이 울렸던 곳으로 뛰어가려 할 때쯤, 몇 개정도 켜진 가로등 사이로 수많은 사람이 8차선 도로를 가득 채운 채로 다가오는 걸 보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뭐지? 시위대인가?”

가장 먼저 발견한 장교가 작은 망원경으로 확인했다. 그리고는 이내 입이 찢어질 정도로 벌리고는 놀라고 말았다.

“대대장님! 시, 시위대입니다.”

“시위대라니? 뭔 소리야?”

“전방을 보십시오.”

허겁지겁 되돌아온 장교는 1대대장에게 망원경을 넘겼다. 이에 1대대장은 망원경을 낚아채듯 받고는 바로 확인했다.

“이, 이런 미친놈들을 봤나? 이런 새벽 시간에 시위라니? 정말 미친놈들이 아닌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 전개되자 잠시 1대대장은 당황하고 말았다.

“대대장님! 일단 차량집결지로 퇴각해야지 않겠습니까? 현재 있는 인원으로는 시위대 인원이 너무 많은 듯합니다.”

그랬다. 현재 1대대장과 함께 있는 군인은 대대 참모진 5명과 무장병력 20여 명이 다였다. 나머지는 현재 차량 수색 임무 중이었다.

“아니, 일단 우리는 이곳에서 막을 만큼 막는다. 다들 대열 잡아!”

1대대장은 홀스터에서 QSZ92 권총을 꺼내 들고는 당차게 소리쳤다.

이에 20여 명의 군인은 8차선 도로에 한 줄로 선후 곧바로 사격 자세를 취했다. 이에 장교들 역시 각자 권총을 꺼내 들고는 군인들 뒤에 섰다.

“통신 장교!”

“네, 대대장님!”

“발 빠른 놈 하나 시켜서 2대대장에게 현재 상황 전파해!”

“알겠습니다.”

통신 장교는 통신병 중에 가장 발 빠른 병사를 고르고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통신병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죽어라. 뛰기 시작했다. 과거나 현대나 전쟁에서 있어서 통신수단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극으로 보여줬다.

“겁먹지 마라! 시위대는 단순 시위대일 뿐! 총 몇 번 쏘면 흩어질 것이니 대열 흐트러지지 말고 자리 고수해!”

권총을 쥐고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던 작전 장교가 1대대장을 대신해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이들은 몰랐다. 시위대 중에 5% 정도가 신중국군이 사용하는 87식 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시위대가 대략 10만 명이었으니 5%는 5,000명이었다.

시위대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이런 위험한 상황을 신중국군이 모르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며칠 전, 랑팡 남단에 있는 탄약고가 시위대에게 털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을 책임지고 있던 37탄약고 대대 지휘관은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보고해봤자 책임을 물어 군법에 넘겨져 평생 감옥에서 살거나 아니면 처형까지 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지휘관과 장교들은 부대를 벌리고 급기야 도망을 치기 시작했고 하급간부나 일반 병사들 역시 나 몰라라 하며 저마다 탈영을 했다.

한편, 37탄약고 대대를 관리하는 상급부대나 총참모부는 일시적인 통신 불량으로 잠시간 연락 두절로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쨌든 37탄약고 대대를 지키고 있던 병력이 모두 도망치자 시위대는 무혈입성하듯 탄약고를 탈탈 털어 무려 5,000여 명이 제식 소총인 87식 소총으로 무장했다.

구름에 만쯤 걸려 있는 달빛과 곳곳에 비취는 가로등 불빛 아래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시위대는 온갖 함성을 지르며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발사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절대 사격하지 마라!”

살짝 떨리는 음성으로 작전 과장이 지휘했다. 사격 명령을 기다리는 병사들도 저마다 마른침을 삼켰고 표정은 긴장감이 역력했다. 아무리 총을 소지하고 있다지만 다가오는 시위대 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서로 간 거리가 400m까지 좁혀질 무렵 시내 곳곳에서 총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1대대장은 차량을 수색하러 간 군인들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다. 차량 수색을 하던 1대대 군인들은 곳곳에서 시위대의 기습공격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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