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4화 (504/605)

신중국 패망

2024년 1월 17일 04:00 (신중국시각 03:00),

신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외곽(중앙군구 사령부 임시 주석실).

쿵! 쿵! 쿵!

늦게 시간까지 위스키를 물 마시듯 마시고 고주망태로 뻗어버린 왕징위 주석은 문짝이 부서지라 울리는 소리에 온갖 인상을 쓰고는 소리를 버럭 질렀다.

“뭔가? 뭔데 이 난리를 피는 건가?”

철컥!

왕징위 주석의 대답과 동시에 깨어났다고 생각했는지 문짝을 두드린 주인공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주석실 총비서관이었다.

“주석님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왕징위 주석은 한쪽 눈을 뜨고는 슬쩍 벽에 걸린 시계를 봤다.

“뭐야? 아직 3시잖아? 이동할 시간은 5시가 아니었나?”

“그게, 총참모부에서 긴급하게 연락이 왔는데, 지금 한국군이 차오바이강을 넘어 이곳 랑팡으로 빠르게 오고 있다고 합니다.”

“차오바이강을 넘어? 뭔 수로? 그곳에서 방어선을 구축한다고 했는데 대체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말해?”

“그, 그게 자세한 내용은······. 단지 지금 당장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해서······.”

총참모부로부터 전달받은 내용만 전달하려던 총비서관은 머리를 끌쩍거렸다.

“에잇!”

이불을 걷어 내친 왕징위 주석은 가운만 걸치고는 그대로 총참모부의 상황실로 향했다.

복도에는 여러 군인이 각종 장비를 이리저리 나르느라 분주했다.

“뭔가?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상황실 문을 열고 들어온 왕징위 주석은 첫마디였다. 이에 참모진관 진지한 얘기를 나누던 궈징페이 총참모장 역시 다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단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시지요. 시간이 없습니다. 상세한 내용은 이동하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동이고 뭐고 한국놈들이 차오바이강을 넘었다는 게 사실인가?”

“네, 그렇습니다.”

“언제?”

“2시간 전입,”

쿠아앙!

가까운 거리에서 엄청난 폭발음이 울렸다. 이에 천장에 달린 각종 조명이 흔들렸고 흙가루가 흩날렸다.

“2시간 전? 그걸 지금 알았다는 거야?”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한국군이 차오바이강 방어선 일대에 EMP탄을 사용한 듯합니다. 그래서 통신 두절이 되었고 지금에서야 보고를,”

콰앙! 콰와왕!

다시 한번 폭발음이 이곳 상황실을 울렸다.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에 왕징위 주석도 현재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더는 질문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주석실로 향했다.

“10분 후 헬기를 준비할 것입니다. 시간이 없으니 중요한 짐만 준비하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병사들이 짐을 나를 것입니다.”

궈징궤이 총참모장의 말에 왕징위 주석은 손 한번 휘젓고는 그대로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우리도 이제 움직이시지요.”

한 손에 서류가방을 든 가오웨이광 총참기획장이 말했다. 그 서류가방에는 밤새 수입한 작전 안 문서가 들어있었다.

“먼저 가세요. 저는 왕징위 주석과 함께 헬기장으로 이동하겠소.”

“네, 그럼 먼저 가서 기다리겠습니다.”

★ ★ ★

2024년 1월 17일 04:15 (신중국시각 03:15),

신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외곽(중앙군구 사령부 임시주둔지).

임시주둔지 헬기격납고에는 Z-9 무장헬기 16대, Z-8 대형수송 헬기 4대 그리고 러시아제 Mil Mi-17 수송 헬기 20여 대가 수식활주로에 나와 대기 중이었다.

Z-8 대형수송 헬기는 왕징위 주석이 탈 헬기였고 나머지 Mil Mi-17 수송 헬기에는 여러 당 관료와 총참모부 지휘관들이 탈 예정이었다.

이곳은 비행기 활주로는 없는 중앙군구 임시주둔지였기에 일단 헬기로 남서단으로 50km 떨어진 가오베이뎬 공항으로 이동한 후 그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양취안으로 가야만 했다.

생각지도 못한 한국군의 전광석 같은 긴급 진공에 난리 난 중앙군구 임시주둔지는 말 그대로 호떡집에 불난 듯했다.

잠시 후 대충 옷만 걸친 왕징위 주석과 궈징페이 총참모장이 호위대의 호위를 받으며 수식활주로로 허겁지겁 뛰어왔다.

거친 숨을 내쉬며 뛰어온 왕징위 주석은 호위대의 도움을 받고는 Z-8 대형수송 헬기 탑승했다. 그러자 헬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관료들과 총참모부 지휘관들도 각자 헬기에 신속하게 탑승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왕징위 주석이 탑승함과 동시에 호위 임무를 맡은 Z-9 무장헬기들이 웅장한 엔진음을 내뿜으며 서서히 상승했다. 그리고는 이내 공중에서 호버링을 하며 공중 엄호 대열을 갖췄다.

이에 Z-8 대형수송 헬기기 로터를 회전시키며 막 수직이륙을 하려던 그때 주둔지 밖 동단 하늘에서 뭔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일정 높이까지 다다르자 엄청난 빛을 방출하며 폭발했다.

파아앙!

폭사하는 빛의 방출량에 비해 폭발음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일반적인 폭탄은 아니듯 했다. 하지만 엄청난 빛은 그대로 충격파로 변해 원형을 이루며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이곳 중앙군구의 임시주둔지 역시 충격파의 범위 안이었다.

파파파팟!

순간적인 태풍이 몰아치듯 수직활주로를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는 하늘에서 호버링을 하며 호위비행을 하던 Z-9 무장헬기들의 엔진이 일제히 멈춰다. 이에 출력 상실에 따른 양력 저하로 인해 Z-9 무장헬기들은 중심을 잃고는 하나둘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막 상승하려던 Z-8 대형수송 헬기나 Mil Mi-17 수송 헬기에서도 엔진은 물론 전원이 나가버렸다. 또한, 각종 계기판에서 불꽃이 튀기며 화재가 발생했다.

콰앙! 콰앙! 콰아아앙!

Z-9 무장헬기들이 추락하자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나며 불기둥이 솟구쳤고 파편들이 비상했다. 또한, 이륙도 못 한 채 화재가 발생한 여러 수송 헬기에서도 탑승한 관료들과 총참모부 지휘관들이 앞다퉈 헬기에서 뛰어내렸다.

왕징위 주석이 탔던 Z-8 대형수송 헬기 역시 조종실 계기판에서 화재가 발생하고는 빠르게 번져나갔다. 이에 왕징위 주석은 호위대장의 도움을 받아 헬기에서 뛰어내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헬기격납고로 뛰었다.

콰앙!

연료통에 불길이 닿았는지 조금 전까지 왕징위 주석이 탔던 Z-8 대형수송 헬기가 폭발하며 두 조각이 났다. 그리고는 사방으로 파편이 비상했다. 순식간에 수직활주로 일대가 불바다가 되었다.

“헥! 헥! 어, 어떻게 된 건가?”

죽기는 싫었는지 죽을힘을 다해 헬기격납고 안으로 들어온 왕징위 주석이 숨을 헐떡거리며 물었다. 이에 왕징위 주석의 주요 가방까지 메고 달려온 호위대장이 가쁜 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이때 궈징페이 총참모장이 여러 참모진과 함께 왕징위 주석에게 다가와 물었다.

“괜, 괜찮으십니까?”

“괜찮고 뭐고 간에, 어떻게 된 건가?”

“아무래도 EMP탄이 떨어진 듯합니다.”

“EMP?”

“네, EMP탄이 아니고선 이런 사태가 발생할······.”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콰앙!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 치는듯한 소리가 들리는 듯하더니 이내 임시주둔지 사방에서 수십 미터에 달하는 폭발이 동시에 일어났다.

우와아아악!

포탄에 맞은 건물이 무너져내렸고 세워뒀던 각종 차들은 마치 장난감처럼 하늘로 솟구치며 폭발했다. 이리저리 피하며 도망가던 신중국군 병사들 역시 폭풍에 휘말리며 날아가거나 사지가 찢어지는 처참한 몰골로 변했다.

문제는 이러한 폭발이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된다는 거였다. 다행히 헬기격납고는 폭탄들을 방호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서 왕징위 주석 일행은 무사할 수 있었다.

“작전현황장!”

“네, 총참모장님!”

“당장 이곳을 벗어날 수 있도록 차량 준비해주게”

“네, 그러잖아도 현재 알아보고 있으나 모든 차량 역시 먹통이 되었다는 보고가······.”

“뭐야? 그럼 여기서 못 나간다는 건가?”

두 장성의 대화를 듣던 왕징위 주석이 두려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닙니다. 어떻게든 나갈 방도를 찾겠습니다.”

“총참모장님! 지금 상황에서는 외부와의 통신도 끊겼으니 일단 시내 쪽으로 이동해서 그곳에서 차량을 구해 벗어나는 게 가장 빠를 듯합니다.”

가오웨이광 총참기획장이 현재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의견을 내자 궈징페이 총참모장은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커 상장을 불렀다.

“작전현황장!”

“네, 총차모장님!”

“지금 즉시 모든 경비대 병력 동원해서 시내까지 호위 대열 갖추게, 그리고 발 빠른 부하들 선발해서 미리 차량도 구해! 지금 상황에서는 서로 간 연락이 안 되니 무조건 구해놔야 해”

“네, 무조건 구해놓겠습니다.”

“좋아! 앞으로 20분 후 출발하겠네. 그때까지 모든 준비를 마쳐놓게”

“네, 알겠습니다.“

마커 작전현황장은 중앙군구 소속의 경비대장을 호출하고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 이에 경비대 병력 1천여 명과 직할 보병부대에서 차출한 병력은 끊이지 않고 떨어지는 폭탄 지대를 뚫고 임시주둔지 정문부터 시내까지 호위 대열을 갖추고 움직였다.

★ ★ ★

2024년 1월 17일 04:20 (신중국시각 03:20),

신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여러분! 이렇게 있다가는 우리는 죽은 목숨입니다. 인민의 목숨을 파리보다 못하게 생각하는 저 왕징위 주석과 그 일당들을 우리 손으로 처단하여 이 전쟁을 끝내야 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랑팡 시내 8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시위대 앞에 한 남자가 머리에 붉은 티를 매고는 확성기에 대고 연설 아닌 연설을 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처단하자! 처단하자! 왕징위를 처단하자!”

랑팡 시민 대부분은 피난을 가고 없지만, 아직도 10만여 명은 이렇게 이곳에 남아 앞에서 연설하는 남자와 함께 시위하고 있었다. 시위대 대부분은 연루한 행색이었다. 즉,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어 피난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지금 당장! 인민의 죄인인 왕징위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인민의 심판을 합시다.”

붉은 티를 맨 남자가 다시 한번 확성기에 대고 소리를 지르자 시위대는 저마다 들고 있는 무기들을 치켜들고는 소리쳤다.

그동안 시위하면서 군인들로부터 뺏은 소총과 권총 그리고 중기관총까지 가지고 있었다.

지지직! 지지직!

- 여기는 벌통 둘! 여기는 벌통 둘! 현재 일벌들 움직이고 있다. 이상!

확성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시위대를 이끌던 남자는 귀에 꽂혀있던 작은 기계에서 한국어 음성이 흘러나오자 잠시 고개를 돌려 확성기를 막고는 통신기에 대고 조용히 말했다.

“여기는 벌통 하나! 지금 즉시 이동하겠다. 벌통 둘, 셋, 넷도 모두 준비하기 바람!”

- 여기는 벌통 둘! 확인! 이상!

- 여기는 벌통 셋! 확인! 이상!

- 여기는 벌통 넷! 확인! 이상!

EMP탄으로 일제 통신이 끊긴 상황에서도 시위대 모르게 서로 간 통신을 주고받는 이들은 현재 신중국 곳곳에서 활약을 벌이고 있는 국가정보원 소속의 특수작전국 요원들이었다.

특히 앞에서 확성기에 대고 연설을 퍼붓는 남자는 특수작전국 3과 나민원 과장이었다. 젊은 시절 베이징에서 4년간 유학생활을 했던 탓에 나민원 과장은 원어민에 따르는 중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자! 갑시다. 우리의 힘을 보여줍시다.”

통신을 마친 나민원 과장은 단상에서 내려 가장 앞서서 현재 중앙군구 임시주둔지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10만여 명의 시위대가 엄청난 함성을 지르며 따르기 시작했다.

한편, 반대편 도로에서는 중앙군구 경비대와 일부 보병들이 호위 대열을 갖추고 시내로 들어오고 있었다. 분명 몇 분 후면 양측간 충돌은 불가피해 보였다.

- 여기는 벌통 셋! 일벌들 현재 500m까지 접근 중!

시내로 들어오는 입구 쪽에서 상황을 살피고 있던 호출명 벌통 셋이 통신을 보내왔다.

“여기는 벌통 하나! 계속 주시하면서 보고하도록, 그리고 벌통 넷! 나와라! 이상!”

- 여기는 벌통 넷! 이상!

“꿀 수확 준비는 다 되었나?”

- 여기는 벌통 넷! 당장에라도 가능하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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