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국 패망
2024년 1월 16일 20:00 (신중국시각 19:00),
신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외곽(중앙군구 사령부 임시주둔지).
12시 30분부터 탕산 점령작전에 들어간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 22기갑사단과 제3기갑사단(백골)의 23기계화보병여단은 신중국군이 깔아놓은 대전차 지뢰밭을 신속하게 건너거나 아니면 크게 우회하여 2곳에서 동시에 탕산 공격에 들어갔다.
한편 탕산 방어를 책임지고 있던 제38집단군 소속의 제112기계화보병사단과 최신예 전차인 99식H를 운용하는 제6기갑사단 21기갑연대가 탕산 서단 평지에서 방어전술을 펼쳤지만, 도리어 큰 피해를 보고는 탕산 시내로 퇴각하고 말았다.
이에 현재 탕산 시내는 지옥과 같았다. 수백 대에 이르는 양측의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보병들이 시내 곳곳에서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방어에 유리한 시가전임에도 불구하고 신중국군은 탕산 동단 쪽으로 밀리고 있었다.
또한, 탕산 방어를 위해 긴급 지원 오던 제114기계화보병사단의 340기계화보병연대 역시 한국군의 공중 정찰에 탐지되어 폭격을 당했고 제3기갑사단(백골)의 사단포병에게 집중적인 포격을 받아 이렇다 할 지원도 하지 못하고 랑팡 쪽으로 방향을 틀어 퇴각했다.
“뭐 하나 되는 게 없군”
조금 전, 제114기계화보병사단의 340기계화보병연대가 큰 손실을 보고 퇴각했다는 보고를 받은 궈징페이 총참모장은 아랫입술을 자근히 깨물었다. 이에 함께 지켜보고 있던 마커 작전현황장 역시 어두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급한 대로 6기갑사단 21기갑연대를 탕산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은 내려논 상태입니다.”
“21기갑연대만으론 힘들 거 같은데······. 또 지원할 부대는 없을까?”
“음, 현재 이곳을 지키고 있는 중앙군구 역시 큰 손실을 본 상황이라 이곳 방어부대를 제외하면······.”
마커 상장은 말끝을 흐렸다. 마땅히 없다는 말이었다.
“알았네. 대신 각 집단군사령부에 통신이 재계 되는 부대가 있다면 즉시 탕산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내려놓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는데 말입니다.”
“뭔가?”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봤을 때 탕산 방어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먼 서두가 그리 긴가?”
“아, 죄송합니다. 본으로 말하자면 지금 당장 주둔지를 후방으로 이동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퇴각하자는 건가?”
뜻밖의 말에 궈징페이 총참모장이 힐긋 쳐다보며 물었다.
“랑팡으로부터 탕산은 불과 13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입니다. 탕산 점령 후 한국군이 마음먹고 이곳으로 달려온다면 3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입니다.”
궈징페이 총참모장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가오웨이광 총참기획장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물었다.
“총참기획장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직책상 궈징페이 총참모장이 높았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은 직책에 있었기에 총참기획장에게는 존대어로 말했다.
“네, 마커 상장과 같은 생각입니다.”
한층 무거운 어조로 가오웨이광 총참기획장이 짧게 대답했다.
“음, 퇴각 대신 다른 방법은 없겠소?”
“총참모장님! 현재 우리 신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하급부대까지의 신속한 명령이 하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재 어느 정도 통신체계는 복구되었지만 말입니다. 즉, 신속한 대응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일단은 모든 전투부대를 후방으로 이동시킨 후 통신체계를 100% 완전히 복구한 후 반격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신중국군의 문제점을 제대로 꼬집었다.
“어디까지 퇴각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궈징페이 총참모장의 재차 질문에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현재 이곳 일대는 모두 평지입니다. 즉, 방어하는 우리 신중국군 보다는 한국군에게 매우 유리합니다. 이에 베이타이딩 산맥을 최종 방어선으로 정하고 통신체계가 100% 완료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본격을 가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한국군이 대공세작전을 시작하면서 총참모부는 한국군의 주요 진공 거점이라 할 수 있는 베이징과 톈진 사이로 제16집단군과 제39집단군, 그리고 제38집단군 전력을 집중시키는 방어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불안전한 통신체계였다. 중대급의 하급부대까지 일괄적이고 신속한 명령이 하달되지 않아 많은 하급부대가 각개격파를 당했고 이로 인해 총참모부가 원하는 집중방어 전략은 힘을 쓰지 못했다.
“베이타이딩 산맥 서쪽이면 신중국군의 대부분 영토를 한국군에게 내주는 꼴이지 않습니까?”
“어쩔 수 없지요. 통신체계를 복구할 때까지 현재 전력을 보존해야지 않겠습니까? 그래야만 반격의 기회도 있는 거고요. 더불어 산둥반도로 진공하던 서부군구와 남부군구의 2개 집단군 역시 반격 전력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궈징페이 총참모장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음, 맞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수뇌부 본부도 후방으로 이동하시지요.”
이때라 싶었는지 마커 상장이 끼어들었다.
“그 부분은 일단 주석게 보고한 후 결정하도록 하지, 그것보다는 일단 중앙군구 모든 부대를 차오바이강으로 집결시켜 방어선을 구축하도록 하게.”
차오바이강은 베이징 동단에서 톈진 북동단 서해로 흐르는 매우 큰 강으로 가장 넓은 강폭은 800m에 달했고 좁은 강폭 역시 180m에 달해 산 하나 없는 수백 킬로미터나 이어진 대평원에서는 방어선으로 사용하기에 가장 지리적으로 적절한 곳이었다.
“네, 지금 즉시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총참기획장도 주신 의견대로 즉시 참모진들과 함께 퇴각 작전안을 수립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래요. 저는 그럼 주석님 좀 뵙고 오겠습니다.”
말을 마친 궈징페이 총참모장은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상황실 문으로 걸어갔다.
★ ★ ★
2024년 1월 16일 21:00 (미국시각 08:00),
미국 버지니아주 앨링턴 펜타곤(합동참모본부 작전브리핑실).
이른 아침부터 이곳 펜타곤의 작전브리핑실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각 부처 장관들과 백악관 수석들 그리고 합동참모본부 군 지휘관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대략 인원은 150여 명으로 특히 군 지휘관 중에 별 4개인 대장급 장성만 해도 30여 명에 달했다. 웬만한 각 군의 최고 지도자들이 모두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고 그만큼 이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일례이기도 했다.
카키색 정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합동참모본부의 닉 리만도 작전참모장이 단상으로 올라온 후 바로 마이크에 입을 갖다 댔다.
“그럼, 지금부터 ‘2024 태평양 연합훈련’과 관련하여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2일 전, 하와이에서 집결한 태평양함대 소속의 제3함대는 완전 편제를 이루고 현재 최대 속도로 항해 중입니다. 대략 5일 후면 훈련 해상에 도달할 것입니다. 또한, 괌 기지에서도 제7함대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제3함대 항진 속도에 맞춰 항해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닉 리만도 작전참모장의 브리핑에 따라 대형 스크린 화면에는 북태평양 전체가 보이는 디지털 지도에서 각 함대의 위치를 각종 전술기호로 표기되었다.
2021년 동북아 전쟁에 참전하여 큰 피해를 보았던 태평양함대 소속의 제7함대와 제3함대는 일본에서 완전히 철수한 후 3년 만에 다시금 예전 전력 이상으로 편제를 완료했다.
제7함대 같은 경우, 침몰한 니미츠급 로널드 레이건함(CVN-76)은 함명을 그대로 부여받아 포드급 로널드 레이건함(CVN-79)함으로 재취역을 했고 침몰한 구축함들 역시 함명을 그대로 부여받아 줌왈트급 구축함으로 재취역을 했다.
제3함대 역시 SEMP파로 인해 손상된 전자장비 전체를 교체했고 복구 불능의 구축함들은 새로이 건조한 줌왈트급 구축함으로 취역했을 뿐만 아니라 포드급 항공모함을 1척 더 편제에 넣었다.
이로 인해 태평양함대에는 포드급 항공모함이 3척, 줌왈트 구축함이 12척,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12척 그리고 최신에 개발하여 실전 배치한 핵잠수함 3척을 포함하여 핵잠수함이 총 12척, 강습상륙함 12척, 군수지원함 16척 등, 3년 사이에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전력이 매우 향상되었다.
이러한 엄청난 전력을 보유한 태평양함대는 ‘2024년 태평양 연합훈련’이라는 핑계 아래 일본 가쓰우라로부터 동단 150km 해상에 모여들고 있었다.
유사시 태평양 상의 중요 해상 교통로의 안전을 확보하고 태평양 연안국 해군 간의 연합작전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격년제로 시행하는 다국적 해군 연합기동훈련인 림팩 훈련 못지않은 대규모의 미 해군의 단독 해상 훈련이었다.
하지만 훈련치고는 뭔가가 달랐다. 하와이에서 출항한 제3함대나 괌에서 출발 대기중인 제7함대의 모든 수상함에는 최대치로 각종 탄과 미사일, 그리고 각종 보급품이 적재되어 있었고 여러 항공모함과 강습상륙함에는 미 해병대 6만 명이 승선해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훈련 해상에 제3함대와 제7함대가 집결하는 시점은 21일이며 본격적인 훈련은 현지시각 22일 11시에 시작할 것입니다. 그럼 세부훈련 상황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날 닉 리만도 작전참모장의 브리핑은 4시간에 걸쳐 진행되었고 아이러니하게도 미 공군의 훈련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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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6일 21:00 (신중국시각 20:00),
신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외곽(중앙군구 사령부 임시 주석실).
잠시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궈징페이 총참모장은 비서관이 문을 열고 안내하자 그제야 주석실로 들어갔다.
주석실에 들어온 궈징페이 총참모장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주석실 전체에 술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인가?”
오늘도 한량처럼 소파에 앉아 위스키를 입에 들이붓고 있는 왕징위 주석은 고개만 살짝 돌리고는 손짓으로 앉으라는 표현을 했다.
“다른 게 아니고 주둔지를 옮겨야 할 듯합니다.”
“주둔지를 옮기다니 또?”
반쯤 풀린 눈으로 쳐다본 왕징위 주석이 반문했다.
“현재 한국군의 선봉부대인 6사단이 탕산까지 밀고 들어와 점령 직전입니다.”
“탕산? 탕산이라면 바로 옆에 있는 그 탕산을 말하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이곳과 130km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입니다.”
순간, 왕징위 주석, 탁자를 내리쳤다.
쿵!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위스키 잔이 바닥에 굴러져 떨어졌다.
“한국놈들이 거기까지 밀고 올 동안 무엇을 한 건가?”
“현재, 각 하급부대까지 통신체계가 완벽하지 않아 원활한 지휘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그걸 핑계라 말하는 건가?”
“죄송합니다.”
궈징페이 총참모장이 고개를 떨궜다.
“그래서 어디로 가겠다는 건가?”
바닥에 떨어진 위스키 잔을 다시 든 왕징위 주석은 위스키가 넘칠 때까지 따르고는 그대로 목구멍에 퍼붓듯 마셨다.
“양취안입니다.”
“양취안?”
“네, 세부 작전 안은 수립하여 보고드릴 예정이나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베이타이딩 산맥 서단으로 모든 전투부대를 퇴각시켜 그곳에서 최종 방어선 구축 및 통신체계를 복구한 후 서부군구와 남부군구 2개 집단군까지 합세시켜 반격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베이타이딩 산맥 서단이면, 동쪽 모든 지역을 한국군에게 넘기겠다고?”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한국군이 넓은 지역을 점령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 재정비해야만 합니다. 그러니 주석님! 부디 승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탕산
이때 왕징위 주석의 눈 밑이 미세하게나마 떨고 있었다. 화가 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후방으로 쫓겨나는 것에 처량해서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오직 왕징위 주석, 본인만이 알 길이었다.
“언제 이동할 건가?”
“내일 새벽입니다.”
“알았네, 그렇게 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불같이 화낼 것으로 예상하고 마음 단단히 먹고 들어왔던 궈징페이 총참모장은 쉽게 승인을 해주자 도리어 허탈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는 눈치챘다. 왕징위 주석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