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국 패망
2024년 1월 16일 00:20 (러시아시각 06:20),
러시아 크림자치 공화국 케르치해협.
2014년도에 크림반도를 귀속된 후 러시아는 육로 개척을 위해 2015년 5월에 투즐라섬을 지나는 케르치해협대교를 본격적으로 착공하여 복선 철로에 4차선 도로로 2018년 12월에 개통했다.
이로써 크림반도의 크림자치 공화국은 우크라이나의 육로 봉쇄에 따라 그동안 해상로만으로 각종 물자를 공급받아 시간적 비용적으로 큰 부담이었지만, 이제 러시아 본토와 연결됨으로써 어느 정도 숨통이 틔게 되었다.
이렇듯 크림자치 공화국의 유일한 육로인 케르치해협대교로 수많은 차량이 줄을 지어 이동 중이었다. 이들은 러시아 남부군구 소속의 제49군 제31차량화보병여단 소속의 차들이었다.
현재 크림반도에는 크림자치 공화국의 자치군 3개 사단과 2개 여단 그리고 1개의 미사일대대가 주둔 중이었고 남부군구 소속의 제49군 제30차량화보병여단도 이미 지원 온 상태였으나 혹, 크림반도까지 우크라이나군에게 빼앗길까 봐 하는 불안감에 푸틴 대통령은 추가적인 지원군을 보내라는 지시를 했고 이에 총참모부는 흑해함대의 주둔항인 투압세를 방어하는 제49군 제31차량화보병여단마저 크림반도로 이동시키고 말았다.
이로써 러시아 남부는 이제 남부군구 제58군만으로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남부의 남단에서 파죽지세로 치고 올라오는 피스부대 전력인 제35기계화병여단, 제11해병기동여단(광룡), 제7기계화보병여단은 편제 규모로 보자면 사단 규모도 안되는 전력이었다.
이에 총참모부는 군단급 이상의 편제 규모인 군급인 제58군 전력에 카바르디노발카르 공화국의 자치군, 카라차예보체르케스카야 공화국, 체첸 공화국, 세베로오세티야 공화국 등 여러 자치군 전력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는 신중한 판단을 했다.
쿠르르르릉! 쿠르르르릉!
새벽임에도 사방이 어두운 시간, 선두에는 T-90M 프로리프III 전차들이 라이트를 켜고 4차선을 모두 자치하고는 2줄로 기동하며 막 중간 교두점인 투즐라섬을 지나고 있었다. 그 뒤로 각종 장갑차와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케르치해협대교 길이는 총 19km로 대한민국의 인천대교보다 700m가 더 긴 대교로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긴 다리였다. 이렇듯 제31차량화보병여단 전체 병력이 기다란 행렬로 케르치해협대교를 건너는 그때 남단 300km 상공에서 날렵하게 생긴 기체가 2기가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 해군 소속의 제12항모전단에서 이함한 CUF-22P 피닉스 무인전투기였다.
지난번 제30차량화보병사단이 케르치해협대교를 건널 당시 정찰이 늦어 폭격을 가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던 합동참모본부는 항공우주군의 정찰위성단에 집중적인 정찰 임무를 명했고 이에 정찰위성단에서는 중동 정찰담당인 CS-SS 아폴론 정찰위성 12호를 통해 24시간 정찰하던 중 여단급 병력이 이동하는 것을 탐지하여 즉각 항공우주군 사령부와 제12항모전단에 알렸다.
이에 제12항모전단의 백범김구함(CV-001)에서 이함하여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상공에서 대기 비행하던 부라보 편대의 CUF/A-29NP 피닉스 4기 중 2기가 즉각 기수를 돌려 케르치해엽대교로 향했다.
쿠르디스탄 공화국에서 케르치해엽대교까지는 대략 880km였지만 마하 20에 달하는 극초음속으로 비행하는 CUF/A-29NP 피닉스에게는 먼 거리가 아니었다.
3분도 안 되어 무장한 무기 사거리까지 도달하자 공격 고도로 상승하고는 이내 내부 무장실을 개방했다.
키이이이잉~
양쪽으로 무장실 페어링이 열리자 톱니바퀴 컨로드에 장착된 8개의 C-SDB-10(플라즈마 응집탄)이 모습을 보였고 이내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며 차례대로 지상을 향해 떨구기 시작했다.
컨로드에서 분리되자마자 지상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는 C-SDB-10(플라즈마 응집탄)은 튀어나온 꼬리 날개의 미세한 움직임에 따라 정확히 타격할 대상지점으로 궤도를 수정하며 떨어졌다.
현재 케르치해엽대교에는 선두에서 출발한 T-90M 프로리프III 전차들이 막 크림반도 쪽 서단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 뒤로 수많은 장갑차와 차들이 대교 안전을 위해 15km 속도로 천천히 기동하며 따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일대 상공에는 제4항공군 소속의 Su-57 파크파 전투기 8기가 공중엄호 중이기도 했으며 케르치해엽대교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총참모부는 가용한 모든 대공 부대를 곳곳에 배치하여 만에 있을 폭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7세대급 무인전폭기 CUF/A-29NP 피닉스를 탐지할 순 없었고 폭탄이 투하된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고도 10km 상공에서 무서운 속도로 낙하지점을 이동하며 떨어지는 폭탄을 요격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지 그리 크지 않은 C-SDB-10(플라즈마 응집탄)을 향해 요격하고자 템류크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부군구 직할 S-300 그럼블 대공부대에서 여러 발의 미사일이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시간상으로 부족, S-300 그럼블 미사일이 도달도 하기 전에 C-SDB-10(플라즈마 응집탄) 16발이 차례대로 정확히 목표지점에 착탄 하며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쿠아아아앙! 콰콰콰앙!
투즐라섬을 중심으로 양쪽 모두 커다란 폭발이 연이어 일어났다. 이에 케르치해엽대교 전체가 크게 휘청였고 이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대교 위에서 기동하던 전차와 장갑차 역시 해협 아래로 추락했다.
이처럼 짧은 시간 대교의 중간 교두보 역할을 하는 투즐라섬을 지나는 도로를 제외하고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양쪽 대교는 모두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즉 여단 전력의 삼분의 이 전력이 바닷에 추락해 전력손실을 입고 말았다.
그렇다고 투즐라섬 위의 도로를 기동하던 나머지 여단 전력도 무사할 순 없었다.
C-SDB-10(플라즈마 응집탄) 16발을 투하한 CUF/A-29NP 피닉스 2기는 곧바로 C-SDB-20(플라즈마 확산탄)을 각기 2기씩 투하했다.
사이드 내부무장실에서 각기 1발씩 투하된 총 4기의 C-SDB-20(플라즈마 확산탄)은 일정 고도에 다다르자 자탄을 뿌렸고 수백 개에 달하는 자탄들은 기다랗게 이어진 투즐라섬을 덮었다.
쾅! 콰아앙! 콰앙! 콰콰쾅!
지면에 닿자마자 엄청난 폭발력을 주변 일대를 휘감았다. 전차든 장갑차든 아니면 일반 차량이든 닥치는 대로 집어삼켰다.
CUF/A-29NP 피닉스 단 2기로 인해 제31차량화보병여단은 물론 크림반도의 유일한 육로인 케르치해협대교 마저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더불어 CUF/A-29NP 피닉스 2기는 주변 100km 상공에서 비행하는 Su-57 파크파 전투기 8기까지 요격하는 전과를 올리고는 무사히 백범김구함(CV-001)으로 귀환했다.
엄청난 스피드와 현존 전투기가 흉내 낼 수 없는 마치 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외계 전투기의 고기동 능력에 압도당하면서 Su-57 파크파 전투기 8기는 이렇다 할 대응도 하지 못하고 모두 격추되고 말았다.
★ ★ ★
2024년 1월 16일 12:00 (신중국시각 11:00),
신중국 허베이성 탕산시 서단 22km 지점.
사단급에서 여단급으로 재편성을 완료하고 9일부터 본격적으로 교전에 들어간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의 22기갑여단은 푸딩현 교전 당시처럼 인민을 방패 삼아 방어전술을 펼치는 신중국군을 향해 무자비할 정도로 봐주지 않고 맹공을 펼쳐 격파한 후 제3기갑사단(백골)보다 더 빠르고 신속하게 선두에서 기동하며 여러 전과를 올렸다.
그리고 오늘은 가장 먼저 탕산으로부터 서단 32km까지 진공 한 후 제3기갑사단(백골)의 예하부대인 23기계화보병여단이 도착할 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조준경은 어때?”
1소대 소대장이자 511호 전차장인 나태경 중위가 양손에 한 아름 부식을 가지고 와서는 전차 안에서 뭔가를 열심히 하는 홍일준 상병에게 물었다.
이에 고개를 돌린 홍일준 상병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거렸다.
“정비 반장님께서 부품 몇 개는 교체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 부품이 없어서 바로는 교체를 못 할 거 같습니다.”
“언제 되는데?”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일주일은 걸릴 듯합니다.”
이에 나태경 중위는 전차 밖으로 나와 포수 조준경을 매만졌다.
전날, 교전 당시 대전차 파편에 맞으면서 조준경에 타격을 입었고 이에 회전 모터가 고장 나면서 회전이 자연스럽게 되지 않았다.
현재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이 제대로 된 편제로 운용되었다면 이런 부품 정도는 사단 정비반에서 즉각 조치해줄 수 있었겠지만, 플라즈마 폭탄 공격 당시 사단과 여단 정비반 역시 큰 타격을 입었기에 부품 수급 상황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물며 가장 근방에서 함께 움직이는 제3기갑사단(백골)이 C-2A1 흑호 전차를 운용했다면 부품 수급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현재 제3기갑사단(백골)은 모두 C-3 백호 전차를 운용하였기에 부품이 맞지 않았다.
이렇듯 이런저런 악조건이 겹치면서 기본적인 부품마저 수급 못 받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일준아 왼쪽으로 돌려봐!”
“네, 알겠습니다.”
기잉! 키키키킥! 키키이잉!
기존에 부드럽게 돌아가던 조준경 카메라가 뭔가에 걸린 듯한 움직임으로 부자연스럽게 돌아갔다. 가끔 멈추기도 했다.
“아! 이거 못쓰겠는데?”
“어쩔 수 없지 말입니다. 당분간은 현시경을 록킹해서 같이 사용해야지 않겠습니까?”
“음, 그래야지”
조준경 카메라를 툭치고는 다시금 전차 안으로 들어온 나태경 중위는 아까 가져온 부식을 꺼내 들며 홍일준 상병에게 건네며 물었다.
“김 병장은 어디 갔냐?”
“대대에서 교육 있다고 갔습니다.”
“그래? 일단 그럼 너 먼저 먹어라!”
“이게 뭡니까?”
“햄버거!”
“오! 오늘 부식입니까?”
“조금 있으면 점심시간이지 않습니까?”
햄버거를 한입 물려던 홍일준 상병이 동작을 멈추며 물었다.
“오늘 교전 시작이 2시에서 12시 30분으로 바뀌었다. 탕산 쪽으로 짱게놈들이 몰려들고 있어서 사단에서 서두르는 듯하다. 그러니 일단 먹어라. 교전 시작되면 언제 밥 먹을 수 있을지 모른다.”
“소대장님은 안 드십니까?”
“난, 소대 전차장들한테 얘기하고 와야지! 일단 먹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나태경 중위가 나가고 잠시 후 포수용 선탑 자리로 누군가가 불쑥 얼굴을 내밀며 음흉한 미소를 보였다.
“뭐야? 너 뭐 먹어?”
511호 전차 조종수 김기일 병장이었다.
“어? 교육받고 왔습니까?”
“응, 근데 뭐 먹냐고 마!”
“크크, 어서 들어오십쇼. 오늘 점심 대신 햄버거 나왔습니다.”
“오! 햄버거! 근데 왜 점심 대신이야? 아직 식사 시간도 안 되었는데?”
“교전 시간이 2시에서 12시 30분으로 변경되었답니다. 그래서 대신 햄버거 나온 듯합니다.”
김기일 병장은 전차 안으로 들어오고는 바로 햄버거 포장을 뜯고는 한입 크게 물었다. 그리고는 입에 가득한 햄버거를 씹으면서 말했다.
“근데 왜 갑자기 교전 시간이 바뀌어?”
“소대장님 말대로는 탕산 쪽으로 짱게들이 몰려들고 있답니다. 그래서 서둘러 진공 하려는 듯합니다.”
“커억! 컥억! 아! 목 막혔다. 물, 물,!”
건네는 수통을 받아 벌컥벌컥 마신 김기일 병장은 다시금 햄버거를 한입 물고는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교전 시간까지 앞당길 정도면 이번 교전 빡세질 수 있다는 건데,”
“그래도, 이번엔 3사단 여단과 함께 하니 낮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쥐!”
“근데, 김 병장님 무슨 교육 받고 왔습니까?”
“교육? 아! 대전차 지뢰가 깔렸을지 모른다고 그거 관련해서 교육받았다.”
어느새 햄버거를 다 먹은 김기일 병장이 좁디좁은 전차 안에서 자리를 잡고 눕고는 만사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워메, 지뢰까지······. 현시경도 못 고쳤는데 아! 이건 뭔가 찝찝합니다.”
홍일준 상병은 햄버거를 씹으며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그거 못 고친데?”
“네, 부품이 없답니다.”
“애고야. 참 우리 사단 어쩌다가 이리되었냐?”
이때 동단 방향에서 거친 엔진을 내며 수많은 전차와 장갑차가 다가오고 있었다.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의 2기갑여단과 함께 탕산 점령 작전에 합류할 제3기갑사단(백골)의 23기계화보병여단 전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