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1화 (501/605)

신중국 패망

2024년 1월 14일 11:00 (우크라이나시각 11:00),

우크라이나 루한스카주 콤무나르스크 남단 15km.

2일 전, 베르단스크에 도착한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의 1차 파병군인은 M14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마리우풀에 도착했고 다시금 H20 고속도를 따라 밤새 기동하여 13일 새벽에 도네츠크 북단 임지 주둔지에 도착하여 하루 간 정비 및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14일 오전 9시에 기동을 시작한 제3해병기동사단(화룡) 1차 파병군은 M04 고속도를 따라 드발쳬프를 지나친 후 드디어 루한스카 주경계선을 돌파, 지금은 콤무나르스크로부터 남서단 19km 떨어진 평지 위를 빠르게 기동 중이었다.

사실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의 주 임무는 러시아 남부 진공이었다. 이에 기존 루트는 이랬다. 베르단스크에서 마리우풀로 이동해 그곳에서 E68 주도로를 따라 기동하여 러시아 로스토프스카야 오블래스트주의 로스토프온돈을 첫 점령지역으로 삼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모스크바 남부를 방어하는 서부군구 소속의 제51친위군 모든 전력이 루한스카주 방어를 위해 투입한 사실을 정찰을 통해 확인한 합동참모본부는 제5해병사단(지룡) 전력만으로는 기존 루한스카 반군에 이어 제51친위군 전체를 상대하기엔 전력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기존 작전안을 긴급 수정하여 제3해병기동사단(화룡) 1차 파병군을 루한스카주의 주도인 루한시크 점령부대로 결정했다.

현재 루한시크 중심으로 8시 방향에는 제51친위군의 최정예라 할 수 있는 제88친위전차사단이 길목을 차단한 채 대기하고 있었고 11시 방향에는 세베로도네츠크를 점령하고 남동단에서 진공 해오는 제5해병사단(지룡) 소속의 스핑크스연대를 방어하기 위해 제620친위차량화보병사단이 지형적 유리한 장소에서 자리를 잡고 대기 중이었다. 또한, 제36친위방공여단과 제79친위차량화소총병여단, 제550친위포병여단은 두 주력전투부대를 지원하기 만만의 준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었다.

이처럼 모스크바 남부를 책임지고 있는 서부군구의 제51친위군마저 루한스카에 투입한 총참모부는 그 빈자리를 제20근위군으로 채웠다. 모스크바 최후 방어부대라 할 수 있는 제20근위군까지 움직인 총참모부로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수도방어 전력이 조금은 떨어지더라도 남부를 잃고 우크라이나의 루한스카주마저 잃은다면 그 다음은 모스크바가 목표라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즉 모스크바가 전장의 한복판이 되는 것보다는 완충지대라 할 수 있는 루한스카의 방어는 그만큼 중요했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의 하나였다.

우우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우웅!

웅장한 비행음을 내며 선두에서 기동하는 제10기갑여단 소속의 101전차대대의 C-4 가이온 전차 36대가 2열 횡대 대열을 갖추고 시속 100km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중량이 25t밖에 안 되는 무인 경전차인 C-4 가이온 전차는 그만큼 빠르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또한, 무인 전차시스템이기에 적으로부터의 위험 부담이 적어 선두 및 전방 정찰 임무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었다.

또한, 고도 1km 높이에서 비행하며 전방 10km까지의 정찰은 물론 공격능력까지 갖춘 2세대급 이글-II-M 드론 8대가 날아가며 수집된 여러 정보를 실시간으로 101전차대대 C-4 가이온 전차에 데이터링크 했다.

한편 후방 10km 지점에서는 여단 본부와 함께 움직이는 101전차대대 소속의 C-1300 콘솔장갑차 6대가 부드러운 비행음을 내며 뒤따르고 있었다. C-1300 콘솔장갑차에는 총 6명의 오퍼레이터가 가자 담당하고 있는 C-4 가이온 전차를 모니터링 있었다.

교전 시나 평상시에는 슈퍼컴퓨터가 C-4 가이온 전차 6대를 동시에 조종하지만, 유사시에는 각각의 오퍼레이터가 수동으로 직접 조종할 수 있었다.

기존 편제와는 다르게 C-4 가이온 전차를 운용하는 101전차대대는 중대 없이 6개 소대 편제이며 각 소대에서는 6대의 C-4 가이온 전차를 운용했다.

삐빅! 삐빅! 삐빅! 삐빅! 삐빅!

1소대 콘솔장갑차에서 경보음이 울렸고 여러 모니터에는 적으로 판명된 정체들이 각가지 전술기호로 보였다. 이글-II-M 드론에서 탐지한 적군이었다.

탐지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한 이글-II-M 드론은 곧바로 공격 모드로 들어갔다.

현재 적이 탐지된 지역은 전방 10시 방향의 소도시 소시스카와 5시 방향 코미스라니스카였다.

적 규모는 연대급으로 아마도 콤무나르스크를 방어하는 사단 소속의 예하부대로 보였다.

지난번 사할린 상륙작전에서 C-4 가이온 전차가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해 실전 능력을 확인하지 못해 아쉬워했던 오퍼레이터들은 물론 부사관과 장교들은 큰 기대를 품었다.

이글-II-M 드론 8기가 각각 4기씩 두 그룹으로 날아가자 101전차대대의 C-4 가이온 전차 36대도 각각 18대씩 나뉘어 각각 공격 목표로 날아갔다.

우우우우우웅~

미끄러지듯 지면 위를 떠서 날아가는 C-4 가이온 전차 16대가 일제히 기수를 돌려 좌회전하며 소시스카로 날아갔다.

콰앙앙! 콰아아아아아아!

소시스카 시내 곳곳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울리며 사방에서 화염이 솟구쳤다. 아마도 시내 곳곳에 엄폐하고 있던 전차나 장갑차가 이글-II-M 드론의 20mm 초고출력 레이저빔에 관통당하며 폭발하는 듯했다.

당연히 시내 곳곳에서 드론을 향해 휴대용 대공미사일과 각가지 화기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글-II-M 드론은 최신기종답게 강력한 SECM(전파교란시스템)을 방출하여 날아오던 대공미사일 간단히 무력화했고 빗발치는 여러 구경의 총탄 역시 정밀한 회피기동으로 피했다.

이렇게 상공에서 적군을 교란 및 타격하는 사이 C-4 가이온 전차 16대가 소시스카 시내까지 진입하고는 이미 확보한 적군의 모든 정보를 토대로 자동 교전에 들어갔다.

승조원이 탑승하여 운용하는 전차와는 비교 불가였다. 아니 차원이 달랐다. 이러한 교전 상황을 모니터로 지켜보던 오퍼레이터들은 물론 지휘관들조차 교전이 끝날 때까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 ★ ★

2024년 1월 15일 14:00 (신중국시각 13:00),

신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후베이성의 성도이자 가장 인구가 많은 후한시에도 폭동에 따르는 여러 시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이틀 전, 스샤오룽 총리의 인민성명발표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이제는 대놓고 관공서에 대한 방화와 약탈 무차별적으로 이어졌으나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그것은 폭력시위대에 향한 공안과 신중국군의 대응이었다. 인민성명발표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총기까지 발포하며 강력하게 진압했지만, 지금은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지켜보기만 했다. 혹, 폭력시위대와의 마찰이 염려한 듯했다.

이처럼 신중국 진압군이 미혼 적으로 대응하자 시위대는 도리어 더욱 거칠고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상대방이 꼬리를 내리면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는 중국인의 특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신중국의 대도시 중 유일하게 ‘평탄화 작전’의 공격대상지에서 빠진 우한 시내 곳곳에는 수십만에 이르는 시위대가 종일 도로를 따라 시가행진을 하며 닥치는 대로 국가에서 운용하는 관공서를 박살 내고 다녔다. 특히 어느 국가보다 공권력이 강한 공안 건물마저 시위대로부터 1순위 표적이 되어 방화를 일으켰다.

“타도 왕징위! 타도 왕징위! 타도! 왕징위!”

왕복 16차선을 모두 차지하고 기다란 행진을 벌이는 시위대는 그동안 신성시하며 함부로 이름도 부르지 못했던 왕징위 주석의 이름은 물론 앞에 ‘타도’라는 말을 앞에 붙이며 현재 이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곳에 모인 시위대만 해도 대략 30여만 명으로 끝이 보이지 않은 시위대 속에서 누군가가 사람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검은 천으로 눈만 나올 정도로 얼굴을 가렸지만, 눈빛은 날카로웠고 외부형태는 남자로 보였다.

그리고 어느새 앞까지 도달한 남자는 잠시 앞 상황을 파악했다.

현재 시위대를 앞 50m 지점에는 공안들과 파견 온 신중국 진압군이 방패를 높게 쳐들고 뒷걸음질하고 있었다. 최대한 시위대를 자극하지 않고 감시할 할 뿐이었다.

대략 파악을 끝낸 남자는 이내 등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뭔가를 주점 꺼내 들었다. 주먹보다는 작았고 마치 감자 같은 형태였고 노란 버튼이 장착되어 있었다.

먼저 남자는 노란 버튼을 누르고는 시위대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는 이내 큰 동작을 취하며 앞으로 던졌다.

마치 수류탄 투척하는 듯했다. 그 남자는 짧은 시간 가방 안에 있던 나머지 9개도 같은 방식으로 진압군을 향해 던지고는 바로 시위대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포물선을 그으며 연속으로 날아간 그 뭔가는 공안과 진압군까지는 미치지 못했지만, 도로에 떨어지고는 그대로 대굴대굴 굴러갔다. 그러자 진압군 발 앞까지 도달했다.

이 중 앞줄에서 방패를 들고 있던 진압군 한 명이 자신의 발 앞까지 도달한 동그란 물체를 보고는 처음엔 돌멩이인 줄 알고 신경 쓰지 않았으나 자세히 보니 작은 불빛이 깜빡깜빡했다. 이에 손으로 주우려는 그때, 자신을 휘감는 강력한 폭풍이 몰아쳤다.

쾅!

가까이 있던 진압군들이 사정없이 날아갔다. 그리고는 이내 나머지 9개도 연달아 터졌다.

콰앙! 쾅! 콰콰쾅! 콰앙! 쾅!

수류탄보다 작은 크기였지만 폭발력은 몇 배에 달했다.

특히 앞줄에 있던 진압군은 방패와 각종 안전 장구를 입었음에도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게 찢겨 곳곳에 고깃덩어리가 되었다.

한편 반대편에 있던 시위대도 갑작스러운 폭발에 행진을 멈추고 무슨 일인가 하는 듯 상황을 살폈다. 그들 역시 당황한 듯했다.

“뭐! 뭐야?”

“뭔 일이야?”

행진하며 여러 관공서에 방화를 일으키며 박살을 내긴 했지만, 앞에 있던 진압군에게는 이렇다 할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시위대 사이에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한편 앞줄에 있던 동료 진압군 덕분에 목숨을 부지한 뒤쪽 진압군들은 시꺼먼 흙먼지가 가지고 처참한 광경이 펼쳐지자 순간 이성을 잃고 말았다. 다들 어깨에 메고 있던 QBZ-95G 소총에 탄창을 삽입하고는 그대로 전방 시위대를 향해 갈렸다.

타앙! 타탕! 타타탕! 타타타타타타타타타타탕!

어떤 진압군은 연발로 설정하고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 금세 탄창을 비웠다.

“안돼! 사격 중지! 사격 중지! 쏘지 말란 말이야 자식들아!”

연달아 터진 폭발위력에 넘어져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던 상교 계급장의 장교가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며 손을 휘저었다.

하지만, 상교 계급장을 단 장교의 목소리는 계속되는 총성에 묻히고 말았다.

다들 이성을 잃었는지 지휘관의 명령은 그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들 장교들도 소리치며 ‘사격 중지’를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짧은 시간 가지고 있던 탄창 5개를 모두 비운 진압군 몇 명은 급기야 소총에 착검까지 했다.

한편, 수백 명이 바닥에 나뒹굴고 이리저리 도망가는 시위대 속에서 누군가가 확성기를 통해 소리쳤다.

“물러나지 말자! 또다시 우리에게 총을 쏘는 저놈들을 그냥 두지 맙시다. 물러서지 말고 앞으로 돌격합시다. 여러분! 돌격합시다.”

조금 전 진압군을 행해 폭탄을 던졌던 남자였다. 이에 도망치려던 시위대는 각성이라도 한 듯 뒤돌아서고는 이내 진압군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도로 곳곳에서 주운 돌을 던지거나 아니면 미리 가지고 있던 각종 각목과 쇠파이프, 그리고 야구방망이를 들고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반대편에서도 탄창을 모든 소진한 진압군들의 소총에 착검하고는 뛰어왔다.

와아아아아아아~

양 진형에서 함성이 커지며 충돌했다.

소총에 착검한 진압군이 싸움에서 유리했지만, 시위대는 무려 20여만 명이었다. 앞서 총에 맞아 죽은 시위대가 수천 명이었지만 20여만 명에 비하며 극히 일부였다.

양 진형이 16차선 도로에서 충돌한 가운데 방금까지 확성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던 남자는 어느새 얼굴을 감았던 검은 천을 풀고는 조용히 시위대 뒤쪽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무음성 통신을 날렸다.

“여기는 흑새 투! 임무 완료하고 새로운 사냥터로 이동한다. 이상!”

- 여기는 흑새 둥지! 감 잡았다. 조심히 이동하도록 이상!

이 남자의 정체는 국가정보원 대외비 부서인 특수작전국 3과 3팀장이자 얼마 전까지 조선족으로 정광이란 이름을 사용했던 차대일 팀장이었다.

3일 전, 밀입국자 50여 명을 데리고 장강을 건넜다가 중화민국 국경수비대에 체포된 차대일 팀장은 전날 외교부의 노력 덕분에 오후에 무사히 풀려난 후 곧바로 다시금 국경선을 넘어 이곳 우한에 잠입한 후 새로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현재 신중국 모든 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대 속에는 차대일 팀장처럼 특수작전국 소속의 수많은 요원이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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