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9화 (499/605)

분란

85식 중기관총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면 12.7mm 탄을 뿌렸다.

파악! 팍! 팍! 팍!

쏟아지는 탄에 가장 앞서서 돌진하던 승용차 한때가 벌집이 되고는 그대로 왼쪽 난간에 처박혔다.

다른 차들도 놀랬는지 운전대를 꺾으면서 연쇄 충돌 사고가 나면서 국경선 출입구 앞은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쿠앙! 콰콰콰콰콰콰!

여기저기에서 차들이 엉키며 희뿌연 연기가 흩날렸다. 어떤 차는 그대로 출입구 차단막까지 돌진하고는 처박히기도 했다. 그리고 후방에서는 수많은 차가 난간을 넘고는 이내 국경선 철책선 쪽으로 질주했다. 지면이 농경지이긴 했으나 겨울 날씨로 인해 자동차가 달리기에는 충분히 얼어 있었다.

“막아! 막아라!”

주위천 소좌가 소리를 지르자 국경수비대는 좌우로 흩어지는 차들을 향해 난사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총탄이 좌우로 갈라지며 쏟아졌지만, 일부 차들은 철책선을 들이박고는 동방공화국으로 넘어가는 데 성공했다. 동방공화국 측 군인들도 제지하려고 했으나 역과 부족이었다.

일명, 융청 대탈출이라 불리게 된 이번 사건은 전 세계로 소식이 전해졌다. 어디서부터 꼬인 것 지는 모르겠지만, 이처럼 신중국은 내부에서부터 서서히 분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니 이미 진행 중이었다.

★ ★ ★

2024년 1월 12일 13:00 (신중국시각 12:00),

신중국 허베이성 랑팡시 외곽(중앙군구 사령부 임시주둔지).

전장 상황도 상황이지만 현재 전국 곳곳에서 올라오는 보고로 인해 중앙군구 사령부의 지휘실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현재 모든 예하부대에 인민을 이용한 교전전술을 하지 말라는 강력한 명령을 하달한 상태였지만, 이미 분열의 불씨는 전국으로 퍼진 뒤였다.

없는 일까지 보태져 전국으로 퍼진 소문으로 인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급기야 어제 임시주둔기지에서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한 장면의 생생한 사진까지 퍼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소요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현재, 평탄화 작전으로 폐허가 된 대도시를 제외한 모든 도시와 마을에서 인민들의 봉기가 일어났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수천 곳에서 시위가 발생했고 수십만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폭력시위였다.

현재 이곳 중앙군구로 피난 온 중앙당 관료들과 원활한 연락이 안 되었는지 해당 시위 장소의 당과 군 책임자들은 강압적으로 제압하려다 도리어 사태를 더욱 크게 만들고 말았다.

“이, 이, 대체 이런 사진이 돌아다니도록 뭔들 한 건가?”

한 손에 여러 장의 사진을 쥐고 있는 왕징위 주석이 한쪽 볼살을 실룩거리며 질타했다. 급기야 손에 쥐고 있던 사진들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당 관료들과 총참모부 지휘관들에게 뿌렸다.

여러 장의 사진들이 휘날리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왕징위 주석이 이렇게 불같이 화를 내며 내던지 사진들은 바로 어제 낮 사령부 임시주둔지 정문에서 있었던 총격으로 시위대를 제압하는 장면들이 생생하게 찍힌 사진들이었다.

특히나 사진에 담긴 장면은 매우 참혹했다. 수십여 명이 총탄에 맞아 붉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장면부터 경비병들에게 둘러싸여 진압봉으로 맞고 있는 장면, 살려달라는 비는 청년의 목덜미를 잡고 그대로 개머리판으로 치는 장면 등, 일부러 심한 장면만 골라 찍은 듯한 사진들이었다.

“이런 사태를 만든 멍청한 경비 책임자가 누구야?”

거친 숨을 쉬며 질타한 왕징위 주석에 말에 중앙군구 총사령원이자 현재 총참모부의 작전현황장인 마커 상장이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경비 책임자는 사령부 경비대장인 두위루 소장이나 현장 지휘자는 부대장인 펑젠위 상좌입니다.”

이때 뒤편에서 허수아비처럼 서 있던 경비대장 두위루 소장이 한발 앞으로 나와 경례를 했다.

“죄송합니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이번 일에 대한 책임을 지겠습니다.”

왕징위 주석은 두위루 소장을 향해 사대 질을 했다.

“이, 이런 멍청한 놈을 봤나? 책임? 흥! 뭘 어떻게 책임을 진단 말이야? 이미 엎어진 물인데 말이야. 앙? 그리고 현장 지휘관 그놈 이름이 뭐라고 했지?”

“네, 펑젠위 상좌입니다.”

“그놈과 저 경비대장 당장 체포해!”

“네? 경비대장도 말입니까?”

마커 상장이 주춤거리며 되묻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왕징위 주석,

“말귀도 못 알아듣나?”

“앗! 죄송합니다.”

살짝 고개를 숙인 마커 상장은 뒤편에 있는 군기병들에게 고개를 까딱거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두위루 소장 양쪽으로 다가가 팔을 잡았다. 그리고는 지휘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러한 장면을 노려보듯 쳐다보던 왕징위 주석은 자신의 의자 있는 곳으로 돌아가 철퍼덕 앉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마를 짚고는 한참을 사색에 잠기더니 힘없는 목소리로 투덜거리듯 말했다.

“다들 그렇게 멀뚱멀뚱하니 서 있지 말고 뭔가 해결책을 말해보란 말이야.”

“주석님! 현재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주석님께서 직접 인민성명발표를 하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정인대 상무위원장인 사오양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에 한쪽 눈을 치켜든 왕징위 주석이 되물었다.

“그렇게 하면 이번 폭동을 멈출 수 있겠소?”

“발표 내용에 따라 멈출 수도 있다고 봅니다.”

“발표 내용? 어떤 내용?”

왕징위 주석이 재차 반문하자 사오양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사과입니다. 모든 사태의 원인이 주석인 자신에게 있다며 모든 인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뭐야?”

버럭 소리를 지르는 왕징위 주석, 하지만 사오양 상무위원장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현재 상황에서는 그거 외에는 돌아선 인민들의 민심을 되돌릴 킬 수 없습니다. 또한,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에라도 인민성명발표를.”

콰앙!

탁자라도 부실 듯 주먹을 내려친 왕징위 주석은 특유의 재수 없는 표정을 짓고는 비아냥거렸다.

“지금, 나보고 인민에게 사과하라는 말인가? 응? 감히 나보고? 앙?”

“현재로써는 그 방.”

쾅앙!

다시 한번 내려친 주먹에 한쪽 다리가 부러진 탁자가 옆으로 쓰러졌다.

“이 이간이 정말?”

“저, 주석님, 저 역시 상무위원장과 같은 생각입니다.”

스샤오룽 총리가 샤오양 상무위원장을 도와주려 했는지 용기 내 입을 열었다.

“허허! 스샤오룽 총리까지 지금 나보고 인민들에게 사과하라는 겁니까?”

“주석님! 보고를 들어서 아시잖습니까? 현재 전국에서 폭력시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전쟁보다 내부 분열로 인해 망할 수도 있습니다.”

“흥! 그렇게 걱정되면 총리가 하는 건 어떻겠소?”

스샤오룽 총리에게도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왕징위 주석이었다.

“저보고 하라면 얼마든지 하겠습니다. 하지만 우리 신중국의 최고 수장은 주석이지 않습니까? 저보다는 주석께서 하는 게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사실 속으로 부글부글했지만 스샤오룽 총리는 애써 참으며 설득을 하려 했다. 또한, 옆에 서 있는 다른 관료들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다른 관료들은 누구 하나 나서지 않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혹, 주석에게 찍혀서 자기 자리가 날아갈까 봐 무서운 듯했다.

“됐소. 일단 총리가 인민성명발표를 하시오. 혹, 그래도 폭력사태가 멈추지 않는다면 내가 하겠소.”

“음, 그렇게 하지요. 당장에 인민성명발표를 하겠습니다.”

“그러시오.”

스샤오룽 총리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비서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당장 인민성명발표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정확히 몇 시에?”

다가와 묻는 비서관의 물음에 스샤오룽 총리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봤다.

“세시에 하는 거로 하지”

“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런 모습이 못마땅했는지 왕징위 주석은 그대로 박차고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휘실을 빠져나가며 한마디 던졌다.

“총리께서 큰일을 하시니 관료들은 성심성의껏 도와주시고 총참모부 역시 지원하도록 하게”

듣기에는 좋은 말인 듯했지만, 느켜지는 말투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하! 정말로 문제입니다. 문제!”

사오양 상무위원장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말입니다. 신중국에 가망이 있는지······.”

스샤오룽 총리 역시 왕징위 주석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끝을 흐렸다.

★ ★ ★

2024년 1월 12일 15:00 (우크라이나시각 08:00),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 베르단스크 민간공항.

CUF-22P 피닉스로부터 공중 호위를 받는 제3해병기동사단(화룡) 해병과 각종 전쟁물자를 실은 군용수송기들이 하나둘 우크라이나 영공에 진입했다.

장작 15시간 동안의 비행이었다. 이륙 지점인 연해주부터 이곳 베르단스크까지는 직전 거리로 7,377km밖에 되지 않았지만, 동해와 남한국해 그리고 인도양을 넘어 페르시아만 항로로 비행하여 비행거리가 무려 17,854km에 달했다. 기존에 계획한 날짜에 수송 비행에 들어갔다면 더욱 짧았을 것이다. 하지만 예정보다 이틀이나 파병 일이 앞당겨지면서 어절 수없이 공해상 항로로 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길어진 비행 항로로 인해 스리랑카 남동단 벵골만까지는 광주 제1전투비행단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제206전투비행대대 CF-21P 주작 전투기 6개 편대가 공중 호위 임무를 맡았고 이후부터는 제12항모전단의 CUF-22P 피닉스 무인전투기 24기가 베르단스크까지 공중 호위 임무를 수행했다.

베르단스크 상공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군용수송기는 해병 500명과 250t에 달하는 각종 전쟁물자를 실은 CC-503 군용수송기였다.

관제탑의 지시에 따라 서서히 고도를 낮추며 활주로 따라 스치듯 기수를 내린 CC-503 군용수송기의 랜딩기어가 지면에 닿자 적잖은 스퀴즈음을 내면서 무사히 착륙했다.

그 뒤로도 CC-503 군용수송기가 연달아 착륙하자 그리 크지 않은 베르단스크 민간공항 내 운용병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유도차를 따라 탑승구 구역으로 이동한 첫 번째 CC-503 군용수송기의 후방 해치가 열리자 부사관급 이상의 장병들이 저마다 커다란 군장을 메고 각종 개인화기를 든 상태로 줄지어 하차했다.

하차를 마친 이들 부사관과 장교 장병들은 해병들은 공항 내 한곳에 자신들의 군장과 개인화기를 사총 하고는 이내 군용수송기로 뛰어갔다. 대두분 전차장과 조종수를 보직을 맡은 장병들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베르단스크 민간공항에는 세계 최강의 전차 C-3A1 백호 전차가 하나둘 지상에 뜬 채로 모습을 드러냈고 다른 군용수송기에서도 마찬가지로 호버시스템이 장착된 K-27P-M 기린 해병전투장갑차와 KSMA-1 천마A2의 업그레이드 버번인 KSMA-2 뇌룡 장갑차 등 각종 장갑차가 줄줄이 모습을 보이며 공항 반대편에 마련된 널따란 주차장에 차례대로 도열 했다.

이날 하역작업은 3시간이나 지나서야 끝마칠 수 있었다. 하역작업 내내 민간공항에 지원 수송 관련 운용병이나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규모도 규모였지만, 생전 처음 보는 호버형 전차와 장갑차 때문이었다. 기갑 장비들이 죄다 떠다니는 구름처럼 지면으로부터 수십 미터씩 떠서 기동하자 신기해하면서도 놀람을 금치 못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대표로 환영식에 참석한 내무부 아르센 아바코프 장관과 내무군 사령관인 안드리 루솔 상장 역시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연신 탄성을 내질렀다.

예전에 러시아의 최첨단 여러 무기를 사용하고 운용까지 해본 경험이 있는 이들조차도 꿈인지 생신이지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환영식 내내 제3해병기동사단(화룡) 지휘관들이 귀찮을 정도로 질문을 퍼부었다.

어느새 어둠이 짙게 깔려 각종 조명장치로 밝혀진 이곳 베르단스크 민간공항의 주차장에서 질서정연하게 도열한 전차와 각종 장갑차 그리고 3,000여 명의 장병들은 도열식 및 환영식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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