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쇄작전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75기계화보병여단 전체가 기동에 들어가자 하늘에서도 무인 정찰 드론인 스파이더-II 드론 여러 대가 모터음을 내며 하늘 높이 치솟으며 각기 방향으로 날아갔다.
대한민국 겨울 날씨와 비슷한 다게스탄 주는 아침 기온이 영하 3도였으나 바람이 거세게 불어 느껴지는 체감온도는 영하 15도나 되었다.
이렇든 거센 바람에 하늘 500m까지 올라간 정찰 드론들이 흔들거렸다.
“아! 이거 좋지 않은데······. 짜증 나네”
75기계화대대 본부중대의 드론정찰반 운용부사관인 김석제 중사가 조종기에 달린 모니터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분대부터 중대까지는 일반 병사가 초경량 드론인 SI-Q 슈퍼아이 드론을 조종했지만, 대대 이상급 부대에서는 부사관급이 스파이더-II 드론을 조종했다. 사단급에서는 정규교육을 받은 장교들이 조종하기도 했다.
“심합니까? 김 반장님!”
덜컹거리는 장갑차 안에서 손잡이를 잡고 옆에서 보고 있던 드론운용부사관 부사수인 나동원 하사가 물었다.
“고도를 높일수록 바람이 심해진다. 뭐 태풍 부는 것도 아니고 왜 이러는지 제길! 날씨 확인해봐!”
“네, 알겠습니다.”
나동원 하사는 자신의 왼쪽 팔목에 장착된 컨트롤 X-K02 단말기를 조작했다. 그러자 액정화면에서 현재 날씨정보가 나타났다.
“아! 김 반장님! 오늘 바람 장난 아닙니다. 오후에는 초속 15m까지 부는데요?”
“지금 얼마인데? 초속 10m입니다.”
“닝기리~ 시발! 좀 편안하게 정찰 좀 하려 했더구먼”
김석제 중사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시발이라는 욕설을 끊이지 않고 내뱉었다.
“제원상 그 정도 바람은 끄떡없지 않습니까?”
“끄떡없지! 대신 배터리가 빨리 달잖아!”
“에이! 김 반장님도 참! 그래 봤자. 플라즈마 전지라 1시간은 충분히 버틸 텐데요.”
“얏마! 그게 얼마나 귀찮은 줄 아냐? 한번 날리면 3시간 체공하는데 1시간마다 전지 교체하면서 날리려고 해봐! 얼마나 귀찮게”
“아! 그러면 제가 조종하겠습니다. 저 주십쇼.”
“시꺼! 대대장님께서 최고선임이 조종하라고 지시하셨다고 한다. 그러니 넌 전지 충전상태나 확인하고 애들 드론도 점검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본부중대 내 정찰드론반은 총 8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인 1조 사수와 부사수로 각기 1기씩 총 4개의 스파이더-II 드론을 운용하고 있었다.
현재 여단 본부뿐만 아니라 3개 대대 모두 정찰 드론을 띄운 상태였다. 이에 대대에서는 각기 1기만 띄운 이유였다. 나중에 여단 전력이 두 갈래로 갈라지면 대대에서는 추가로 정찰 드론을 띄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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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0일 22:00 (우크라이나시각 16:00),
우크라이나 루한스카주 세베로도네츠크 시가지.
지난 6일 밤 도네츠크주의 드발체프 시청에 태극기와 연대기를 꽂은 제5해병사단(지룡)의 신속대응연대 스핑크스연대는 그곳에서 각종 전쟁물자를 보급받을 겸 휴식과 정비를 취한 후 피스부대가 본격적으로 러시아 남부 진공에 들어가는 시점인 8일 자정에 맞춰 루한스카주 진공에 들어갔다.
첫 번째 점령지역은 크레미나 지역을 중심으로 주변 일대의 작은 도시를 차례대로 점령했고 이틀째는 9일에는 진공 방향을 남단으로 돌려 루베즈노예를 걸쳐 드니프로페트로프스카까지 점령하는 전과를 올렸다.
그리고 금일, 인구 12만여 명이 거주하는 세베로도네츠크를 점령하느라 오전부터 지금까지 치열한 시가전을 벌이고 있었다.
정확히 교전에 들어간 지 9시간이 흘렀다. 드발체프 점령 때와는 상황이 아주 달랐다. 인구도 2배 이상 많은 도시였고 주둔하던 반군과 러시아 친위군의 대비도 만만치 않았다.
일단 반군 주둔 병력만 해도 1개 사단이 넘었다. 또한, 러시아 친위군은 남부군구 소속의 친위군이 아닌 러시아군의 정예라 할 수 있는 서부군구 소속의 제51친위군 제321친위차량화사단 병력이 세베로도네츠크를 방어하고 있었다.
2018년부터 서서히 경제가 살아난 러시아는 국방개혁에 박차를 가했고 이에 유럽과 근접한 모스크바를 방어하기 위해 서부군구 규모를 확대했다. 기존 제1친위전차군에 2개 기갑사단을 추가로 창설했고 운용 장비 역시 최신예 전차와 장갑차로 편제했다. 또한, 군급 전력 제50친위군과 제51친위군을 새롭게 창설하여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남단과 동단 방어를 책임지게 했다.
기존 도네츠크주와 루한스카주의 러시아 친위군은 대부분 남부군구 소속의 일부 예하부대가 주둔하여 방어 임무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한국 해병대가 도네츠크주에 개입하고 7일 만에 탈환시키자 러시아 총참모부는 루한스카주에 추가 병력을 파견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남부군구에서 루한스카주에 대한 추가 파병군을 차출하려 했으나, 북서부전선에 2개 군이 지원 간 상태였기에 크림반도 방어는 물론 남부에서 북진하는 피스부대를 막기에도 벅찰 지경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러시아 총참모부는 정예 중의 정예라 할 수 있는 서부군구 제51친위군 소속의 여러 예하부대를 루한스카 방어 임무에 투입하였고 그 중 제321차량화보병사단은 도네츠크 주경계와 근접한 세베로도네츠크를 방어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기존 차량화보병사단과 다르게 보병을 탑승하는 차량은 일반 전술차량이 아닌 신형 BMP-3 드래곤 보병전투장갑차(IFV)였다.
BMP-3 드래곤 보병전투장갑차는 여러 가지가 개량되어 2016년 후반부터 생산에 들어갔고 신설된 부대부터 보급되었다. 개량된 몇 가지 중 하나는 장갑이었다. 부가장갑으로 방호력을 개선했으며 특히 측면 스커트는 복합장갑으로 보강되었다. 이에 외도 전자광학 장비 역시 최신형으로 교체했고 660마력을 낼 수 있는 UTD-32T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또한, 원격무인포탑(RCWS)에 100mm 구경의 주포를 무장하고 30mm 기관포와 7.62mm 칼라쉬니코프 동축기관총을 장착한 BMP-3 드래곤 보병전투장갑차는 화력과 방호력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최신예 장갑차였다.
이러한 BMP-3 드래곤 보병전투장갑차 수백 대가 세베로도네츠크 시내 곳곳에서 각종 장애물과 엄폐물을 이용해 응전해왔고 반군 및 러시아 친위군 보병 중 대전차화기수들은 건물 곳곳에서 숨어있다가 지나가는 스핑크스연대 장갑차 상단부를 노렸다.
인버터 비전 모드로 건물 안에 숨어있는 대전차화기수를 탐지함과 동시에 제압사격을 가했지만, 간혹, 탐지를 놓치고 공격받기도 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9시간이나 시가전을 벌이고 있는 스핑크스연대는 누적된 피로를 풀 시간을 갖고자 일선 교전 지역을 벗어나 후방으로 퇴각했다.
반군이나 친위군에서는 마치 스핑크스연대가 전의를 상실하고 퇴각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반군 및 제321차량화보병사단 수뇌부는 퇴각하는 스핑크스연대를 쫓거나 제압공격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그들 역시 교전하는 동안 상당한 피해를 보았고 자칫 무리하게 공격전술로 전환했다가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후방 일대에서 공중침투하여 게릴라 전술을 펴고 있는 300여 명의 38기동헬기대대 해병대원들의 제압이 더 시급했다.
“38대대 상황은 어떤가?”
현재 교전 지역에서 후방 확인 점까지 퇴각하라는 명령을 내린 연대장 오승필 대령은 C-22-M 지휘장갑차 내부에 달린 각종 모니터를 보며 작전과장 나명준 중령에게 물었다.
“현재! 분대 단위로 움직이며 별다른 피해 없이 응전 중입니다.”
“우리 장갑차 대대가 교전 지역에서 물러났으니 이때를 기회로 38대대 소탕작전을 벌일 테니 최대한 교전 자제하고 밤이 될 때까지 엄폐하라고 명하게.”
“네, 38대대장에게 명령 하달하겠습니다.”
“아니! 38대대 소대 망까지 개방하고 직접 명령을 내리게”
“알겠습니다.”
시가전이 아닌 개활지에서 반군 및 친위군과 붙었다면 스핑크스연대는 대략 3시간 안에 반군 보병사단과 러시아 친위군 차량화보병사단을 격파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복잡하고 각종 엄폐물이 다양하게 있는 시가전에서는 6배에 달하는 적 전력을 쉽게 제압할 순 없었다.
이에 연대장 오승필 대령은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현대전에서 가장 비참한 죽음은 아군 간의 오인사격으로 발생한 죽음이다. 특히 운용 화기의 화력이 강할수록 오인사격은 큰 재앙이었다. 그만큼 현대전에는 얼마나 빠른 피아식별이 가능 여부가 현대전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었다.
세계 경찰국으로 여러 국가에 군대를 파병하여 수많은 곳에서 전투를 해왔던 미군 역시 가장 진보한 전술체계를 갖추고 통합타격전술을 사용하는 유일한 군임에도 피아식별 문제로 상당한 애를 먹는 경우가 있었다.
실제 적군의 공격에 죽는 미군보다 아군의 오인사격이나 화력지원으로 죽는 미군의 수가 배에 달했다는 보고서가 올라와 한때 펜타곤이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그만큼 현대전에서 특히나 복잡한 시가전에서는 피아식별이 가장 중요했다.
피아식별이 제대로 안 된다면 아군도 적이 될 수 매우 위험한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었다.
오승필 대령은 이러한 점을 이용하고자 퇴각 명령을 내리고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이유였다.
스핑크스연대를 비롯해 대한민국 국군은 사병부터 장성까지 피아식별 칩이 장착된 컨트롤 X-K01이나 컨트롤 X-K02 단말기가 모두 지급되어 실드글라스를 통해 간단히 아군 식별이 가능했다. 더불어 아군으로 식별된 인형에게는 개인화기가 작동되지 않도록 안전장치 기능이 있었다.
이처럼 피아식별 관련해 여러 첨단기능을 보유한 스핑크스연대로서는 야간 시가전이야말로 전장의 양상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유일한 전술이었다.
“38대대 헬기부대장에게도 탄 보급 후 출격 명령 때까지 휴식 및 정비하라고 전하게”
“헬기부대까지 쉬게 되면 힘들지 않겠습니까?”
통신장교로부터 통신기를 건네받고 명령을 하달하던 나명준 중령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는 바로 반문했다.
“그 정도 여유는 있을 듯하군”
오승필 대령은 모니터 쪽으로 고개를 까딱거렸다. 이에 나명준 중령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니터로 향했다.
모니터에는 연대 본부에서 띄운 여러 대의 스파이더-II 정찰 드론으로부터 전송된 영상이 보였다.
22인치 OLED 모니터에는 분활된 화면으로 여러 장면이 보였다. 첫 번째 분할 화면에는 퇴각하는 아군 장갑차들의 모습이 보였고 두 번째 분할 화면에는 퇴각하는 아군 장갑차 반대편 즉 반군과 친위군이 전개 중인 곳이 보였다. 이들은 퇴각하는 아군 장갑차를 뻔히 보고는 쫓거나 아니면 강력한 공격을 가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들 역시 9시간 이어진 시가전 때문에 피로도가 상당했고 이에 퇴각하는 아군 장갑차를 보며 매우 기뻐했을 것이다. 모니터 상에서는 그러한 장면을 확인할 순 없지만 말이다.
오승필 대령이 예상한 대로 스핑크스연대 장갑차와 보병들이 교전 지역에서 일제히 물러나자 반군과 친위군 지휘부에서도 후방 일대에서 게릴라 전술을 펼치고 있는 38기동헬기대대 소속의 해병대 수색 소탕작전에 투입되는 병력 외에 나머지 모든 병력은 현재 위치에서 삼엄한 경계를 취한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제야 연대장의 의도를 알아차린 나명준 중령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치열한 시가전이 벌어진 지 9시간 만에 세베로도네츠크에서는 시끄러운 총성이 멈췄고 폭풍전야와 같은 시간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