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4화 (494/605)

분쇄작전

신성용 합참의장이 조금은 염려된다는 표정으로 말을 흘렸다. 이에 강기원 국장이 굳은 의지가 섞인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그 부분은 국정원과 외교부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보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할 따름이지요.”

고개를 살짝 끄덕임으로써 강기원 국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 신성용 합참의장은 곧바로 참모진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 이 중장 말대로 나토군 건은 우리 군이 사전에 대비만 잘한다면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닌 거 같군요. 하지만 그렇기 위해서는 3해기사 파병 일을 예정일보다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파병 준비는 어떻게 돼가는가?”

합참의장의 질문에 답변 대상자인 해병대 사령관 임경수 중장이 다시금 절도있는 자세를 취하고는 대답했다.

“현재 3해기사는 일선 부대까지 파병 준비를 마친 상태이며 내일 오후부터 준비된 수송기에 각종 전쟁물자가 적재 될 예정입니다.”

“결정된 파병 일이 14일 밤 11시라고 했지?”

“네, 그렇습니다.”

“음, 이번 3해기사 수송작전 책임자가 누구인가?”

“네, 공군 수송사령부 소송책임관 민준석 소장입니다.”

공군참모차장 민형국 중장이 대답했다.

“지금 연결할 수 있겠나?”

“네, 가능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후 스크린에 공군 수송사령부 소송책임관 민준석 소장의 모습을 보였다.

- 충성! 공군 수송책임관 소장 민준석입니다.

“수고하네. 민 소장에게 무리한 부탁 좀 해야겠는데······.”

- 네, 말씀하십시오.

“3해기사 파병 일을 앞당기려 하네. 내일 밤으로 말이야. 가능하겠나?”

순간 스크린 화면에 비친 민준석 소장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당장 내일은 힘듭니다. 기존 수송 일정도 그렇고······.”

민준석 소장은 송구스럽다는 듯 고개를 살짝 떨궜다.

현재 수많은 곳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 상황에 각종 전쟁물자 수송을 책임지고 있는 공군 수송사령부는 그 어느 곳보다 매우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특히나 수송일정을 책임 관리하는 민준석 소장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를 판이었다.

과거 한반도에 국한된 전쟁물자 수송이라면 육상수송전력으로 커버가 가능했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10배에 달하는 영토로 확장되었다. 그만큼 현재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선과의 수송 거리가 멀어졌다는 얘기였다.

지금까지의 모든 전쟁 역사를 보자면 얼마나 빠르고 신속하게 일선 전투부대에 전쟁물자가 보급되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매우 중요했다. 더욱이 현대전은 더 중요했다. 무기의 다양성은 물론 발전된 무기로 인해 하루 소모되는 탄 소모량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였다. 이러한 탄 소모량을 빠르게 재보급을 하려면 수송시간이 많이 걸리는 육상수송전력보다는 신속하고 빠르게 보급할 수 있는 항공수송전력이 절대적이었다.

결과적으로 공군 수송사령부는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가용한 모든 군 수송기를 동원하여 각 전투부대에 전쟁물자를 수송하느라 조금의 여유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군 수송기가 무려 150여 대나 동원되는 제3해병기동사단 파병 건은 민준석 소장을 비롯해 수송사령부 참모진이 머리를 맞대고 며칠간 수송일정을 조율하고 조율하여 간신히 맞춰 일정이었다. 또한, 그 시간에만 맞춰 수송기를 준비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유인즉슨 700여 대에 달하는 각종 전차와 장갑차 등을 수송하려면 적어도 24시간 전에 미리 수송기를 준비시켜 항공선적 작업을 해야만 했다.

“음, 그런가? 내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한 것 같군”

- 아닙니다. 합참의장님! 한데 사실 아주 불가능한 것만은 아닙니다.

낙담한 합참의장이 두 눈빛이 살짝 빛났다.

“그런가? 다른 방도라도 있나?”

-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민준석 소장은 잠시 화면 밖에 있는 참모들과 얘기를 나누고는 이내 태블릿 PC를 보면서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음, 가장 수송이 시급한 수송기를 제외하고 일정을 조율한다면 대략 3해기사의 50% 전력 정도는 내일 밤 수송이 가능할 거 같습니다.”

반가운 대답에 신성용 합참의장은 해병대사령관은 물론 관련된 여러 장성을 바라봤다. 이에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괜찮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좋네! 그럼 3해기사 사단장과 당장에 조율하여 준비에 들어가게”

- 네, 알겠습니다.

“이거이, 기존 계획보다 이틀 정도 3해기사 파병이 빨라지면 그만큼 우크라이나 내전은 물론 러시아 남부 진공이 빨라지겠구만 기래.”

윤기윤 합참차장까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만족해했다.

“작전본부장은 회의가 끝나는 대로 피스 파병군 사령관에게 연락해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게.”

“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합참의장은 조금은 여유로운 자세를 취하며 다음 건으로 넘어가고자 했다.

“자! 그럼, 나토군 건도 대략 해결된 거 같고 마지막으로 신중국 건으로 넘어가지!”

“네, 현재 신중국군은 모든 전선 일대에서 자국의 인민을 방패로 삼아 교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아군의 피로도는 물론 저돌적인 공격을 감행하지 못해 예상보다 진공 속도가 떨어졌고 피해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작전본부장 양민춘 중장의 설명이 시작되자 대형 스크린에는 현재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든 전선 일대의 디지털 지도가 비췄다. 그리고 각종 전술표기로 상세하게 현재 상황을 보였다.

쿠앙!

윤기윤 합참차장이 기다란 탁자를 냅다 후려쳤다. 이에 따가운 시선이 윤기윤 합참자장에게 쏠렸다. 하지만 윤기윤 합참차장은 그러한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침 튀기며 성토하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지 않네? 합참의장께서 공식적으로 인민이건 뭐가 교전에 있어서 방해되면 상관치 말고 그대로 쳐 붙으라고 명령을 가해야디 않카습네까?”

조금은 위험한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은 윤기윤 합참차장은 한 차례 더 높은 목소리 톤으로 일갈했다.

“언제까지 이런저런 사정 봐져가메 전쟁을 해야 한단 말입네까? 우리는 적군을 죽여야 하는 군인이란 말입네다. 인권이건 뭐건 그건 승리한 후에 따질 일이디요.”

윤기윤 합참차장의 성난 목소리가 작전회의실을 한바탕 훑고 지나갔다. 이에 여기저기에서 동조하는 발언들이 슬금슬금 터져 나왔다. 대부분 북주 출신의 장성들이었다.

갑자기 작전회의실 분위기가 불끈 달아오르자 또 다른 합참차장인 김용현 대장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윤 대장님께서 흥분한 듯하군요. 조금만 자제해 주시지요. 여기 있는 모든 지휘관도 윤 대장님과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종전 후 국제사회로부터 크게 문제가 될만한 부분들은 신경 써야 하는 것도 우리 군인들의 몫이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우리 아군 희생이 커디면 어쩝네까? 대도시에 무제한 전략급 무기까지 퍼부은 마당에 더 신경 쓸 게 뭐가 있다고 그러는 겁네까? 어젯밤 각 부대로부터 올라온 보고서를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하시는 겁네까? 예로 6사단만 봐도 그렇습네다. 전 전선에서 교전하는 부대 중 유일하게 상부로부터의 방패로 삼은 인민에 대한 공격 승인 없이 교전에 들어간 6사단만 해도 승리는 했지만 큰 피해를 보았습네다. 6사단이 이럴진대 다른 전장의 부대들은 어떻겠습네까? 진공은커녕 전장에서 후퇴하거나 아니면 큰 손실을 보고 있지 않습네까? 이럴 때 지휘부에서는 양 눈 딱 감고 과감한 결정을 해야디 이렇게 두루뭉술하면 죽도 밥도 안된단 말입네다.”

틀린 말 하나 없는 윤기윤 합참차장의 연설이었다.

“하~ 그렇,”

깊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금 반론을 제기하려던 김용현 합참차장은 신성용 합참의장의 손짓 제지에 말을 멈췄다.

“네, 윤 대장 말에 저 역시 충분히 동감합니다만, 김 대장 말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두 분 모두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서 충심으로 나온 의견들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윤 대장 말대로 군 최고 지휘부로써 뭔가 결딴을 내야겠지요.”

신성용 합참의장은 양쪽으로 앉아있는 그리고 스크린 상에 화상통신으로 모습을 보이는 각 군 지휘관들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결심이라도 한 듯 조금은 강직한 말투로 발언을 이어갔다.

“사실, 신중국군의 예하부대들이 이러한 전술을 사용할 것이라는 건 예상하였습니다. 그래서 평탄화 작전 당시에도 윤 대장님을 비롯해 여러 지휘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신중국 주석과 총참모부를 살려둔 이유입니다.”

“그것이 뭔 소리입네까?”

윤기윤 합참차장의 반문에 작전본부장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합참의장님! 이 부분은 제가 설명해도 되겠습니까?”

“그러게. 양 중장”

“네, 의장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평탄화 작전 당시 신중국 주석과 군 수뇌부 총참모부를 충분히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지휘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살련 둔 이유는 이렇습니다. 신중국군의 성정 상 최고 수뇌부가 제거된다 하더라도 일개 예하 부대 지휘관들은 살기 위한 수단으로 항복보다는 항전을 택할 것으로 판단했고 급기야 인민들을 이용한 방어전술을 펼 것으로도 판단한바! 살려둔 이유입니다.”

“그러니끼니 그거랑 뭔 상관으로 살려둔 이유이네?”

“하하, 마저 설명하겠습니다.”

조급하게 묻는 윤기윤 합참차장의 말에 살짝 미소를 보인 양민춘 중장은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신중국군의 모든 예하부대가 수뇌부의 의도와 다르게 계속해서 인민을 방패 삼아 방어전술을 사용한다면 그만큼 인민들의 분노는 왕징위 주석과 총참모부에 향해질 것입니다. 만약 여기서 분노의 대상인 왕징위 주석과 총참모부가 우리 전략급 무기에 제거되어 사라져 없다면? 반대로 그 분노는 우리 국군과 대한민국 정부로 향할 것이며 그만큼 국제사회로부터 압력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음, 이제야 뭔가 그림이 그려지는구만, 내부에서 터진 분노 상대를 그대로 살려둬 스스로 자멸하게끔 하겠다는거네?”

“네, 맞습니다. 인민들의 분노로 신뢰를 잃은 왕징위 주석과 총참모부는 내부적인 요인에 의해 스스로 무너질 것입니다. 이에 총참모부는 분명 인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고자 모든 예하부대에 인민을 방패로 한 방어전술을 철폐할 것은 분명합니다. 그때를 기해 모든 전선 일대의 예하 모든 부대는 신중국에 대한 제2차 총공세 작전에 들어가면 됩니다.”

“하하, 이거이 왕징위 주석과 총참모부를 살려둬 완전히 계륵으로 만들자는 거구만 기래.”

“네, 정확합니다. 합참차장님!”

“하하하, 묘수구먼. 묘수야. 그럼 그때 설명 좀 해주지 그랬네? 맘속으로 얼마나 욕했는디 모르갔어”

“죄송합니다. 그때 당시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아니네. 정말 멋진 한 수야. 하하하”

윤기윤 합참차장의 웃음처럼 작전회의실 분위기는 한 컷 부드러워졌다.

“자! 그럼, 신중국 관련해서도 어느 정도 정리는 된 듯하군. 신중국군과 전쟁을 책임지는 1야전군 사령관은 모든 일선 부대에 현재 위치에서 고수 및 간헐적인 교전을 승인하게. 그리고 이후 상황을 봐서 제2차 총공세 작전에 돌입하겠네.”

- 네, 알겠습니다.

스크린 화면을 통해 제1야전사령관 이민호 대장이 대답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의 작전회의실은 크게 3가지 안건을 가지고 회의를 진행했고 끝난 후에는 피스부대를 비롯해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든 전장의 지휘관으로부터 전장 상황 브리핑을 받은 후에야 회의는 비로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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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0일 15:00 (러시아시각 09:00),

러시아 다게스탄주 마하치칼라 남단 35km 지점.

지난 6일 다게스탄 동부해안 국경선 인근에 도착한 7기계화보병여단은 35기계화보병여단과 11해병기동여단과의 진공 속도를 맞추기 위해 2일간, 정비 및 휴식을 했고 8일로 넘어가는 자정을 기해 본격적인 러시아 남부인 다게스탄주 점령 작전에 들어갔다. 일명 ‘분쇄작전’이 시작되었다.

국경선을 넘어 진공을 시작한 7기계화보병여단은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수비대를 가볍게 격파한 후 M29 도로를 타라 신속하게 북진했고 이날 오후에는 카스피해의 첫 번째 동부해안 도시인 데르벤트를 점령했다. 그리고 다음 날 9일에는 다시금 M29 도로를 따라 북진하며 크고 작은 여러 마을을 차례대로 점령하는 전과를 올렸다. 매우 빠르고 신속한 파죽지세 진공 속도였다. 아마도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독립을 위해 몇 달씩 실전 교전을 벌인 경험 때문인 듯했다.

그리고 당일 10일은 카스피해의 두 번째 동부해안 도시인 마하치칼라와 다게스탄주의 주도이자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의 수도인 부이낙스크를 동시에 점령하는 중요한 날이었다. 이에 7기계화보병여단 지휘부는 75기계화보병대대를 마하치칼라 점령 작전에 나머지 76기계화보병대대와 79전차대대를 부이낙스크 점령 작전에 투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75기계화보병대대에는 여단 직할부대가 지원하게끔 했다.

조금만 산릉선 뒤쪽에서 야전 숙영을 한 7기계화보병여단은 오전 9시가 되자 전차와 장갑차들이 일제히 엔진음을 울리며 막 기동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여단장의 기동 명령이 떨어지자 75기계화보병대대부터 기동에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M29 도로에는 200여 대에 달하는 기다란 행렬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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