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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0일 11: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작전브리핑실).
합동참모본부 지하 벙커에는 방금 도착한 국방부 강이식 장관을 비롯해 신성용 합참의장과 합동참모본부의 모든 지휘관과 참모진이 작전회의실에 착석했고 1군 야전사령관과 제2신속대응군 사령관, 그리고 제3야전 사령관까지 화상 통신으로 연결된 가운데 국가정보원에서 나온 대외정보국 강기원 국장이 단상에 올라와 뭔가에 대해서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전날 일본 내각의 국가안보회의 건과 EU에서 벌어지는 있는 심각한 상황을 대통령에게 보고한 이영진 국정원장은 금일 아침 국장급 이상의 고위관료를 소집하여 대책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회의가 끝난 후에는 외교부와 국방부 등 관련된 각 부처에 정보를 공유하고자 국장급 관료를 급파했다.
이에 국방부와 함동참모본부에는 대외정보국 강기원 국장이 직접 방문하여 브리핑하게 된 이유였다.
“여기까지 국정원에서 수집한 정보입니다. 이상으로 브리핑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강기원 국장은 단상 옆으로 나와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양민춘 작전본부장이 단상으로 올라갔다.
“수고하셨습니다. 강 국장님!”
마이크를 잡은 양민춘 작전본부장은 먼저 강기원 국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 후 본격적인 회의를 시작하려 했다.
“다들 들으신 대로 우리 합참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 일본과 유럽에서 벌어졌습니다. 또한, 신중국 전장에서도 자국의 인민을 방패 삼아 교전대응을 하여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오늘 회의는 크게 3가지로 나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금일 회의 개요를 간단히 설명한 양민춘 작전본부장은 화면이 전환된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리며 설명을 이어갔다.
“먼저 일본 관련 상황부터 시작하겠습니다. 현재 일본은 일반 보병전력보다 못한 보안대 소속의 병력은 총 6만 명으로 이중 혼슈에 있는 병력은 4만 명입니다. 더불어 자주국가선포 활동 배경이 될 도쿄도에는 2만 명입니다.”
“고작 2만 명이믄 도쿄도 주둔군인 제1해병사단만으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디 않습네까?”
윤기윤 합참차장이 별스럽지 않다는 표정으로 툭 하니 내뱉었다.
“네, 합참차장님 말씀대로 보안대 6만 명이 모두 도쿄도에 집결한다고 해도 제1해병사단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입니다. 미국이 어느 정도 규모의 병력을 지원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그렇긴 하디만, 미제 놈들이 대놓고 대대적인 지원을 하갔어?”
“예단보다는 최악의 상황까지 예상하여 대책을 마련해야 할 듯합니다.”
“음, 듣고 보니 그렇구만, 알갔네.”
윤기윤 합참차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자, 듣고 있던 신성용 합참의장이 오른편에 앉아있는 해병대사령관인 임경수 중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작전본부장 말에 나도 전적으로 동감하네. 이 중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네, 현재 혼슈 오사카주둔군인 5해병사단이나 도쿄도 주둔군인 제1해병사단 예하부대 3개 연대가 홋카이도로 지원 간 상태이지만 보잘것없는 일본 보안대쯤은 10만 명이 있다 한들 전혀 문제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작전본부장 말대로 미군이 100% 개입하는 상황이라면 신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성 장성임에도 해병대 특유의 절도 있고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임경수 중장이 대답했다.
“좋아! 그렇다면 현재 1사단과 5사단 전력으로 최대 어느 선까지 미군 개입 시 제압이 가능하겠나?”
신성용 합참의장의 핵심적인 질문에 임경수 중장은 잠시 생각을 시간을 갖고는 대답했다.
“지금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4개 사단 정도는 문제없다고 보입니다.”
“병종은?”
“미 해병사단 기준입니다.”
“그중에 기계화사단이 들어간다면?”
“기계화사단이 포함된다면 우리 2개 사단만으로는 벅찰 듯합니다.”
“그렇군. 잘 들었네. 오 중장!”
신성용 합참의장은 이번엔 정보본부장을 불렀다.
“네, 의장님!”
“자네는 가용한 모든 전력을 총동원하여 괌과 하와이는 물론 태평양함대의 모든 동향을 수집하게. 그리고 그러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양 준장과 임 중장에게 공유하도록 하게”
“네, 알겠습니다.”
신성용 합참장은 다시금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이번엔 작전본부장 양민춘 중장을 보며 주저 없이 말을 이어갔다.
“양 중장은 임 중장과 함께 오 중장이 수집해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혼슈 방어 계획을 수립해주게. 자네 말대로 최악의 상황까지 참작하여 추가 파병군도 준비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 계신 강 국장님과의 기밀한 협력이 중요하네. 항상 통신 체널 개방하고 언제든 연락할 수 있도록 하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일본 건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보며 대비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도 될까?”
합참의장이 회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나자 다들 수긍하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좋아! 그럼 EU 건으로 넘어가자고”
“네, 그럼 바로 EU 건으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강 국장께서 브리핑하신 대로 EU 회원국은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경제 제재와 나토군 참전 건을 상정하여 현재는 정상이사회로 상정 건이 이첩된 상황입니다. 정상이사회의 개최일은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생각 이상으로 미국의 입김이 들어간다면 빠르게는 10일 안으로 정상이사회가 개최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정상이사회에서 상정 건이 통과된다면 적어도 10일 후부터는 나토군과 새로운 전쟁이 벌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EU 건과 관련하여 양민춘 중장이 간단명료하게 정리하자 작전회의실은 잠시 침묵이 흘렀다.
사실 나토군은 EU(유럽연합)가 아닌 북대서양 조약기구의 산하 연합군이다. 세계 최대 규모이자 세계 최고의 역사를 가진 다국적군으로 리더는 당연히 미국이었다. 하지만 나토군의 대부분 국가가 EU 회원국이기도 하기에 정상이사회에서도 나토군에 대한 정책 및 중요사항에 대해서 결정짓기도 했다.
“나토군이 우리 대한민국과 전쟁을 벌인다면 이건 제3차 세계대전이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미국의 입김이 강하더라도 EU 회원국 수장들이 이런 잘못된 결정을 하겠습니까?”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김용현 합참차장이 입을 열었다.
“저 역시 실현 가능성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항공우주군참모총장인 최진국 대장 역시 고개를 절레거리며 부정했다.
“저 또한 부정적으로 생각하나 그렇다고 섣부르게 판단할 순 없을 거 같습니다. 적어도 최소한의 대응방안은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공군참모총장 김은호 대장은 염려 섞인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냈자 뒤쪽에서 듣고만 있던 강기원 국장이 손을 들며 말했다.
“제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당연하지요. 말씀해 주세요.”
“아! 감사합니다. 양 중장님! 제가 조금 전 브리핑에서는 말씀드리지 않았으나, 현재 미국은 CIA를 비롯해 여러 정보국 전력을 이용해 EU 회원국에 대한 물밑 작업이 상당합니다. 어제만 해도 3개국이 미국 측으로 돌아섰습니다. 현재 우리 국정원에서도 손을 쓰고 있지만, 친미 국가 대부분인 EU 회원국들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럼, 정상이사회에서 상정 건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겁니까?”
김용현 합참차장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허허, 정말 다들 미치지 않고서 그런······.”
“다 필요없디요. 나토군이건 미군이건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비면 단번에 제압 해야디요. 이번 기회에 국제질서를 바로잡아야 합네다.”
윤기윤 합참차장이 탁자까지 두드리며 일갈했다. 이에 신성용 합참의장이 결심한 듯 회의 주제를 조율했다.
“음, 국정원에서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면 대비책은 생각해야겠지요. 좋습니다. 나토군이 참전한다는 전제하에 의견들을 나눠봅시다.”
“저는 나토군이 우리 대한민국과 전쟁을 벌인다고 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회의 내내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던 전해병대사령관이었던 전략기획본부장 이훈상 중장이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입을 열었다.
“근거 이유는 뭔가?”
“사실 나토군은 계속해서 군비축소 중이었습니다. 유럽과 중동, 그리고 아프리카에 여러 사령부가 있지만, 대부분이 비운영 중입니다. 또한, 나토군과의 전선은 극히 일부분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나토군이 대함대를 꾸려 우리나라 영토까지 올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닙니다. 전쟁은 돈입니다. 나토군 회원국 중에 과연 누가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을 부담하여 대함대를 꾸리겠습니까? 그러한 이유로 나토군과의 교전 발생지역은 예상컨대 러시아 남부로 보입니다.”
미리 준비라도 했는지 이훈상 중장은 막힘없이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곳 역시 나토군 파병은 여의치 않을 것입니다. 만약 나토군이 러시아 남부 진공 시 육로는 딱 3곳입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입니다. EU와 그리 좋은 관계도 아닐뿐더러 현재 우리 군과 함께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기에 우크라이나는 절대 나토군 진공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터키입니다. 터키는 우리와 동맹국입니다. 아무리 EU 회원국이라고 하나, 강 국장님 말씀대로 상정 건에 대해 반대 견해를 고수하고 있기에 나토군의 진공로를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 육로는 러시아 서부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러시아의 수도인 모스크바와 매우 가까운 곳입니다. 아무리 한러전에 있어서 나토군의 참전으로 러시아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자국의 수도인 모스크바 밑으로 나토군이 지나가는 것을 용인하겠습니까? 푸틴 성격상 용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나토군에게는 육로는 없습니다. 오직 흑해를 이용해 러시아 남부에 나토군을 투사하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작전회의실의 모든 지휘관과 참모진은 상당한 분석력에 놀란 눈치였다.
“해군전력만으로 전투병력을 수송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결과적으로 나토군이 대병력을 러시아 남부에 파병하고 싶어도 여건상 힘들다는 얘기지요. 그러기에 최대치로 계산해도 5개 사단 정도 규모가 한계라 봅니다. 그것도 한번이 아닌 여러 번에 걸쳐 수송했을 때입니다.”
이훈상 중장은 잠시 설명을 멈추고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다시금 설명을 이어갔다.
“정리하자면, 나토군이 러시아 남부에 파병할 수 있는 시점은 정상이사회 결정 이후이니 10일 플러스 준비 기간을 합친다면 1개월은 걸릴 것입니다. 1개월이면 우크라이나에 제3해병기동사단이 파병을 완료하여 피스부대 3개 여단과 함께 남부 전체를 점령하고도 남을 시간이라고 보입니다. 더 긍정적으로 본다면 이미 한러전이 종전될 수도 있는 기간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나토군의 참전은 그리 크게 신경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설명을 마친 이훈상 중장이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잘 들었네. 이 중장! 쾌 심도 있는 분석이었네.”
신성용 합참의장 역시 마음에 들었는지 가볍게 손뼉을 쳐주며 말했다.
“그렇게 말입네다. 이거이 이 중장 다시 봐야 갔어!”
“하하, 아닙니다.”
상관으로부터 칭찬을 받자 이훈상 중장은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보였다.
“자! 다른 귀관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혹, 다른 의견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 신성용 합참의장은 지휘관과 참모진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에 해군참모총장 이기형 대장이 의문점에 대해 피력했다.
“동감합니다. 단지, 터키가 이 중장 말대로 육로를 허락하지 않을지는 조금 미지수라 생각합니다.”
“그렇긴 하지! 그 부분은 우리 쪽에서도 힘 좀 써야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