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당한 대가
“네 거기 세 번째 줄 남자 기자분! 질문하세요.”
국민소통수석이 손으로 가리키며 남자 기자를 지명했다. 이에 남자 기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든 기자가 궁금해하는 부분을 질문했다.
“CCB 김준원 기자입니다. 현재 신중국 CCTV 보도로는 이번 공격으로 최소 2억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혹, 우리 정부에서도 정확한 사상자 통계가 집계되었는지요? 만약 통계 집계가 되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간단명료한 질문에 국민소통수석은 마이크를 입에다 가까이 대고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했다.
“네, 당사국인 신중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 언론매체에서 우후죽순으로 사상자 발표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피해 현황 및 사상자 집계는 취합 중이며 아마도 이와 관련하여 금일오후에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식으로 발표할 것입니다. 그때 정확한 사상자 자료를 참고하시면 될 것입니다.”
“그럼 대략적으로도 취합이 안 되어 있습니까?”
김원준 기자는 다시금 추가 질문을 던졌다.
“대략적인 사상자 집계는 취합되어 있으나, 정확하지 않기에 공식적으로 발표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묻겠습니다. 그럼 신중국 측에서 발표한 2억 명이라는 숫자는 어느 정도인가요?”
“허무맹랑한 숫자라 생각합니다. 자! 그럼 다른 분 질문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국민소통수석은 손든 기자 중 이번엔 여자 기자를 지목했다.
“네 왼쪽 5번째 여 기자님!”
“감사합니다. KBS 홍경미 기자입니다. 성명발표 내용 중에 대통령께서는 ‘신중국은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이 말씀에 대한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50대 초반의 여성 기자가 질문 후 자리에 앉자 국민소통수석은 아주 잠깐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기존에 준비된 원고가 아닌 대통령의 즉흥적인 성명발표였기에 국민소통수석 역시 나름대로 대통령의 연설을 추론하여 답변해야만 했다.
“신중국은 3년에도 중국이란 이름으로 우리 대한민국과 전쟁하여 패전한 후 10항 항복조항을 체결했던 패전국으로서 다시금 러시아와 전쟁 중인 상황에서 항복조항을 어기고 대한민국에 대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이에 대통령께서는 신중국에 대해 더는 기회가 없는 것으로 간주했고 더불어 신중국이라는 국가체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석님! 그렇다면 신중국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그 부분은 앞으로 종전 후 여러분께 상세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리송한 대답에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자 그럼, 국내 기자 중 마지막 질문자를 지정하겠습니다.”
“저기요. 저기!”
“질문하게 해주세요.”
“여기요.”
“수석님!”
국내 기자들은 마지막 질문할 기회였던지라 기승을 부리며 손을 들었다.
“이번엔 오른쪽 마지막 줄 남자 기자님!”
“네, 감사합니다. 신라일보의 남태광 기자입니다. 현재 확인된 바로는 UN을 비롯해 미국과 EU 등 서방 강대국에서 이번 공격을 비인륜적 전쟁 행위로 간주하여 극도의 비난 성명과 함께 경제적 압박을 가하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통령님과 정부 입장은 어떻고 대응방안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남 기자님이 말씀한 대로 여러 국가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는 것은 사실이며 그중 경제압박 역시 한가지 수단으로 사용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은 이렇습니다. 타 국가에서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 왈가불가는 허용할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경제적 압박이나 정치적 압박을 가할 시 그대로 갚아주겠다는 것, 이것이 현재 대통령님과 우리 정부의 공식입장입니다.”
“수석님! 그렇게 맞불을 놓는다면 자칫 우리나라 경제가 고립되지 않겠습니까?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네, 입겠지요. 하지만 상대국 역시 우리나라 못지않은 경제적 피해를 볼 것입니다. 자! 그럼 이번엔 외신기자분들 쪽으로 넘어가 볼까요?”
외신기자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국민소통수석은 백발이 인상 깊은 60대로 보이는 백인 기자를 지목했다. 이에 백인 기자는 유창한 한국어로 질문했다.
“감사합니다. 미국 BBF 제임스 스카론 기자입니다. 바로 질문하겠습니다. 앞서 질문한 기자와 약간 중복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대통령님의 성명발표를 듣자면, 마치 세계를 상대로 선전포고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정말, 세계 모든 국가와도 전쟁을 벌일 생각이십니까?”
수위가 높은 질문에 모든 기자의 시선이 제임스 스카론 기자에게 쏠렸다.
“모든 국가와 전쟁이라······. 음, 결론 먼저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입니다.”
“워~”
국민소통수석의 대답이 너무나 충격적이었던지 순간적으로 춘추관 프레스 센터 전체가 떠나갈 정도로 술렁거렸고 국내 기자 중에는 탄성인지 탄식인지 모른 신음이 흘러나왔다.
“현재 통일 대한민국은 한민족의 국운을 걸고 러시아 및 신중국과 전쟁 중입니다. 즉, 죽을 각오로 전쟁에 임하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제임스 스카론 기자님이 말씀하신 대로 만약 세계 모든 국가가 우리 대한민국과 전쟁을 원한다면 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만큼 현 정부는 모든 걸 각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세계 모든 국가와 전쟁을 하여 승산이 있다고 보십니까?”
제임스 스카론 기자의 추가 질문에 국민소통수석은 살짝 미소를 보이고는 역질문을 했다.
“제임스 스카론 기자님은 세계 모든 국가가 우리 대한민국과 전쟁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까?”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죠? 매우 희박합니다. 매우 희박하게 일어날 일에 대한 질문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됩니다.”
국민소통수석의 재치있는 답변에 기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자! 그럼 마지막 질문할 기자님을 지목하겠습니다. 음, 맨 앞줄 하얀 외투를 입으신 여 기자님!”
“네, 마지막 질문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EU 소속의 CCB 셀마 허드 기자입니다. 중복되는 질문일 수도 있으나 다시 한번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현재 EU에서는 대한민국에 대한 전방위적 경제압박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U는 대한민국으로부터 고부가 가치가 높은 제품을 무려 40%나 수입하는 큰 시장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원동력이 이러한 제품 수출로 알고 있는데요. 즉 경제압박으로 인해 40%에 해당하는 시장을 잃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매우 큰 경제위기에 빠지지 않겠습니까?”
“일부 중복되는 질문이군요. 맞습니다. 경제위기는 물론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EU 역시 우리나라 못지않게 큰 타격을 받겠지요. 멀리 갈 것도 없이 반도체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모든 기업의 공장들은 문을 닫지 않겠습니까? 뭐 현재 우리나라로부터 받은 여러 반도체보다 3배에서 4배나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교체한다면 문까지는 안 닫겠지요. 하지만 이미 눈높이가 올라간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는 없기에 아마도 제품은 팔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렇듯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그렇더라 쳐도 방산업체들은 죄다 망하지 않겠습니까? 정확히는 모르나 각종 방산무기에 적용되는 여러 반도체 80%가 메이드 인 코리아로 알고 있는데요. 어쨌든 대한민국이나 EU나 경제적 타격을 클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대한민국은 적어도 3년간은 무역 전쟁에서도 충분히 버틸 재력이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정리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총과 군인으로 전쟁은 물론 보이지 않은 무역 전쟁 역시 마다치 않고 어떤 국가와도 상대하겠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한 답변이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저기! 한 가지만 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저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질문 못 한 기자들이 앞다퉈 손을 들고는 외쳤다.
“죄송합니다. 사전에 약속한 대로 질문은 총 5개만 받기로 했습니다. 이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정 질문을 하고자 하는 기자분들은 문서로 제출해 주시면 회신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국민소통수석은 단상 옆으로 나와 인사를 하는 것으로 금일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발표를 끝냈다.
이렇듯 대국민 성명발표가 생방송으로 방송된 후 세계 모든 국가는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고 말았다.
특히, 미국과 EU 회원국은 은근 자신들의 압박에 기대하고 있었던 터라 다른 국가보다 2배 이상의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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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08일 14: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어젯밤 ‘평탄화 작전’을 완벽히 수행한 합동참모본부는 금일 새벽을 기해 신중국과 접한 모든 국경선 일대의 모든 부대에 진공 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신중국군의 비플라즈마 폭탄 때문에 대대단위로 전개하여 단순 방어전술만을 펴고 있었으나 며칠 전, 중화민국으로부터 뜻밖의 정보를 받게 되면서 금일 전방위적인 공격 명령을 내렸다.
중화민국으로부터 받게 된 정보는 이랬다.
며칠 전, 신중국의 장예흥 국방부장으로부터 은밀한 접촉이 왔고 놀랍게도 망명 의사와 함께 신중국군이 보유하고 있던 플라즈마 폭탄 4기 모두를 제공하겠다는 연락이었다.
이에 중화민국 정부는 며칠간 고민을 한 후 장예흥의 망명을 승인했다. 그리고 플라즈마 폭탄 4기를 받기 위해 장예흥이 요구한 개인제트기도 지원했다.
중화민국 정부는 장예흥의 망명과 함께 받게 될 플라즈마 폭탄 4기를 모태로 연구와 개발을 통해 플라즈마와 관련한 기술을 확보한다면 중화민국 역시 세계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을뿐더러 신중국에게 빼앗긴 충칭마저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되찾을 수 있는 일거양득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다. 그러나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플라즈마 핵심기술을 빼돌린 신중국으로부터 뒷거래를 통해 장예흥으로부터 비밀리에 받아 연구 및 개발 사실을 대한민국 정부에서 알게 된다면 지금까지 우호 관계 속에서 경제적으로 각종 지원을 받았던 중화민국과 대한민국의 관계가 틀어질 것은 뻔했고 최악의 상황에는 경제 및 군사적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중화민국 정부는 눈물을 머금고 이와 같은 사실을 한국 정부에 알렸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는 합동참모본부와 대응방안을 구상했고 중화민국에 비공식적으로 각종 지원을 약속하는 대가로 장예흥에 대한 망명 승인과 함께 플라즈마 폭탄 4기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전했다. 또한, 신중국군이 몇 발의 플라즈마 폭탄을 보유하고 있는지부터 각종 군사정보를 요구해 획득했고 마지막으로 장예흥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망명할 때 타고 올 개인제트기의 항공 정보를 요구했고 중화민국 상공에서 요격하는 내용으로 양 국가는 비밀리에 체결했다.
이런 은밀한 뒷거래로 인해 장예흥 국방부장과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 등 다쏘 팔콘-8X를 타고 망명 시도 중 주작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비명횡사한 이유였다.
이처럼 신중국군이 가지고 있던 플라즈마 폭탄 4기마저 한꺼번만 처리하는 데 성공하자 합동참모본부는 더는 거리낌 없이 신중국군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 이유였다.
“내래 저기에 더도 말고 X-PSB 한발만 딱 떨어뜨렸으면 좋겠구만 기래”
윤기윤 합참차장이 5번 스크린 비친 영상을 보면서 입맛을 다졌다.
“하하, 윤 차장님 저랑 같은 생각을 하셨군요.”
이은형 육군참모총장이 박장대소하며 말했다.
“이 총장도 그렇게 생각했네?”
“네, 방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거이 이 총장하고 뭔가 통하는 게 있구만 기래”
두 지휘관이 대화하며 보고 있는 영상은 바로 아폴론 정찰위성으로 촬영된 베이징의 한 지역이었다.
검붉게 화염이 춤을 추듯 이글거리는 가운데 두꺼운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벙커 입구가 보였고 안에서 여러 사람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리고 상공에는 대형 수송헬기 여러 대가 줄사다리를 내리고는 호버링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