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4화 (484/605)

응당한 대가

“외부와 연락도 안 되고 그렇다고 나가지도 못하다니? 이 무능한 인간들 같으니라고, 난 도저히 이곳에 못 있겠으니 당장 헬기 호출해!”

감옥 아닌 감옥 신세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한 왕징위 주석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화난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다. 모든 통신 수단이 단절되었기에 하급부대에 헬기를 호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석님! 현재 모든 통신 수단이 불통인 상태라 통신 재계가 되면 그때 헬기를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궈징페이 작전현황장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제기랄! 제기랄!”

한가득 욕설을 내뱉은 왕징위 주석은 잔뜩 인상을 쓰고는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이에 다이샹위 소장은 궈징페이 작전현황장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작전현황장님! 아무래도 이번 전쟁은 진 듯합니다.”

“뜬금없이 뭔 소리인가?”

다이샹위 소장은 다른 지휘관들을 한번 쓱 하니 둘러보고는 품 안에서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는 화면을 보였다.

“아까 전 밖에 나갔을 때 찍은 사진입니다.”

“이게 정말 베이징 사진이란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궈징페이 작전현황장은 여러 장의 사진들을 차례대로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후죽순 솟아있던 건물들은 온데간데없고 지면은 검붉은 액체화 상태로 변해 들끓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군, 이게 정말 베이징 시내 모습이라니······. 대체 한국놈들은 무슨 짓을 한 거야?”

궈징페이 작전현황장은 스마트폰을 건네고는 힘없이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충격이 상당한 듯했다.

“수도인 베이징이 이 정도면 다른 도시들 역시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럴 수 있겠지. 정말 미치지 않고서 민간인 밀집지역에 이러한 학살 공격을 가하다니······. 지금 즉시 모든 지휘관을 작전회의실로 소집해주게”

“네, 알겠습니다.”

★ ★ ★

2024년 1월 08일 00:00,

중화민국 광둥성 상공.

신중국 대도시 곳곳이 처참하게 변한 가운데 플라즈마 폭탄 4기를 싣고 후난성을 지나 막 광둥성으로 진입한 다쏘 팔콘-8X이 중화민국 영공에 안전하게 진입하자 탑승한 장예흥과 위안샤오차오 등은 서로에게 축하의 인사며 나누며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 10분 후 목적지인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승객께서는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드디어 도착하는가 봅니다. 하하하”

“네, 국방부장님! 다들 그만하고 자리에 앉지요. 하하”

“이제 국방부장이라는 말은 빼야지 않겠소?”

“아! 그런가요? 하하”

살짝 술에 취해 혀 꼬리가 말린 말투로 쓰잘머리 없는 대화를 이어가던 이들의 대화는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북서단 400km 떨어진 곳에서 엄청난 속도의 미사일 한 발이 다쏘 팔콘-8X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무려 마하 20에 달하는 속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의 정체는 CF-21P 주작 전투기에서 발사한 장거리 공대공미사일인 S-AAM-500 코브라 미사일이었다.

다쏘 팔콘-8X 조종사는 갑작스러운 레이더 락온 경보음에 급히 선회하며 어떻게든 정체불명의 미사일을 떨쳐내려 했지만, 이미 S-AAM-500 코브라 미사일은 코앞까지 도달했다.

슈우우우우우우웅~ 콰앙!

마치 빛줄기처럼 날아온 코브라 미사일이 다쏘 팔콘-8X의 동체 측면에 꽂히며 폭발했다.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이 난 다쏘 팔콘-8X는 크고 작은 불덩어리로 변하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조국을 배신하고 중화민국에서 플라즈마 폭탄을 넘기는 대가로 평생 쓰고도 남을 돈으로 떵떵거리며 살려던 장예흥, 그리고 위안샤오차오와 측근들은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여기는 호크편대 호크 원! 임무 완료! 복귀하겠다. 이상!”

- 여기는 둥지! 복귀 승인한다. 이상!

“여기는 호크 원! 카피 뎃!”

임무 완료를 보고한 CF-21P 주작 전투기는 그대로 선회를 하고는 제20전투비행단 산한 공군기지로 복귀 비행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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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08일 00: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평탄화 작전’이 시작되고 1시간 지난 시점, 세계 언론매체는 앞다퉈 현재 신중국 대도시 곳곳 상황을 보도하느라 분주했다.

어디서 구했는지 모른 사진들을 연신 내보내며 신중국을 향해 사상 최악의 민간인 학살을 저지른 대한민국에 비인륜적 불법전쟁행위를 중지하라는 비난의 보도가 주였다.

더불어 UN을 비롯한 미국과 EU 그리고 영국 등 서방국가의 수장들도 하나같이 성명발표로 대한민국을 맹비난했다. 당연히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이 기회를 살려 서구 열강들을 자기편에 만들고자 어느 국가보다 강하게 한국을 비인륜적 전쟁 국가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황실 대형 스크린에는 분할 된 화면으로 세계 모든 국가에서 현재 신중국과 관련된 뉴스가 보였다. 뉴스에서 나오는 아나운서들은 다들 입이라도 맞춘 듯 한국을 헐뜯었고 몇몇 뉴스에서는 추은희 대통령을 마치 전쟁광으로까지 빗대 표현하고도 했다.

특히 미국의 CNN 뉴스는 미 국방성으로부터 받았는지 끔찍한 광경으로 변해버린 베이징 시내 영상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고 전쟁, 경제 전문가 패널이 나와 이번 제2차 동북아 전쟁으로 세계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난했다.

3년 전, 완전한 통일을 위해 제1차 동북아 전쟁을 발발시킨 한국은 세계 경제 3위였던 일본을 한국의 경제 식민지화하여 일본 시장을 독식했고 세계 최대 시장이라 부리던 중국마저 13개의 국가로 쪼개지면서 세계 경제는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져 대공황 시대로 접어들 뻔했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했다.

또한, 군사 전문가 패널은 마치 남과 북이 완전한 통일을 위해 일부러 제1차 동북아 전쟁을 발발시켰다는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을 서슴없이 말했다.

한국에서 보자면 기가 차고 코가 막힐 만한 거짓 정보를 이처럼 저명한 뉴스 채널에서 다루니 그것을 시청한 외국인들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믿을 게 뻔했다.

더불어 그동안 묵묵히 전쟁을 지지하던 국내 야당도 현 정부가 과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규탄 시위를 벌이겠다며 천명했다. 이처럼 안과 밖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전개되자 매우 우려스럽고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이런 보고를 받게 된 추은희 대통령은 넋 나간 사람처럼 화면만 바라봤다.

“대통령님!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굳게 먹고 나가셔야 합니다.”

그런 대통령이 안쓰러워 보였던지 강이식 안보실장이 위로의 말을 전했다.

“그래야지요. 한민족의 국운을 걸고 싸우는 전쟁이니, 감수하고 인내해야지요. 그게 제가 할 일이라는 거 잘 압니다.”

“네, 대통령님께선 이 난간을 충분히 이겨내실 겁니다. 또한, 저희가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힘들 땐 힘들다고 말씀하세요. 너무 혼자서 무거운 짐을 안 지셔도 됩니다.”

임종석 비서실장도 위로의 말을 보탰다.

“그래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제가 힘을 낼 수 있네요.”

잠시 낙담하며 용기를 잃었던 추은희 대통령은 측근들의 위로에 힘을 내고자 했다.

★ ★ ★

2024년 1월 08일 08: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춘추관-프레스 센터).

아침 일찍부터 춘추관에는 국내 기자는 물론 외신기자로 가득 찼다.

잠시 후 국민소통수석으로부터 대통령께서 입장한다는 소리에 입구 쪽으로 돌린 카메라에서 셔터 소리가 쇄도했다.

팟팟팟팟! 팟팟팟팟!

그동안 성명발표나 대국민담화 발표를 할 때마다 포근한 미소를 보이며 입장했던 추은희 대통령은 오늘만큼은 검은 정장에 진지한 얼굴로 춘추관에 들어섰고 곧바로 프레스 센터 중앙 단상에 올랐다.

그리고는 정면에 있는 방송 카메라를 주시하고는 대본 없이 성명발표를 시작했다.

“친해 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저는 어젯밤 있었던 신중국에 대한 전략급 무기 사용에 대해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첫인사로 성명발표를 시작한 추은희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비정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3년 전 중국은 우리나라와 전쟁에서 패해 항복한 국가였고 한족 중심으로 3개국으로 쪼개졌으나 예전 중국의 정통성을 이어간 국가가 바로 신중국입니다. 당연히 체결했던 항복조항 역시 성립되면 유지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런 패전국이 러시아와 전쟁하는 틈을 타 그것도 한국의 기밀기술인 플라즈마 핵심기술을 빼돌려 우리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군에게 플라즈마 폭탄을 사용하였습니다.”

핵심기술 유출 같은 처음 듣는 얘기에 기자들이 술렁거렸다.

“신중국은 항복조항을 어겼고 러시아와의 전쟁을 기회로 삼아 선제공격을 감행했으며 더군다나 대한민국의 핵심기술을 빼돌려 전쟁에 사용한 신중국을 과연 우리 대한민국이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단호한 음성으로 마치 열변을 토하듯 말하는 추은희 대통령의 모습에 기자들은 서서히 압도당하고 있었다.

“신중국에 대한 대규모 전략무기 사용에 앞서,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에서는 7일 동안 모든 언론매체를 통해 피난 경고방송을 하였고 하물며 전략급 폭격기를 이용해 공격 대상의 모든 도시에 피난 가라는 전단까지 뿌렸습니다. 전쟁 중 적국의 시민을 위해 그러한 조치를 하는 국가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추은희 대통령은 앞에 있는 내신 기자부터 뒷줄에 있는 외신기자 쪽까지 천천히 둘러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도 신중국 정부는 피난 가는 시민들을 돕기는커녕, 도시에서 빠져나가는 모든 도로를 차단하고 피난 시민들을 막아서 다시금 도시로 되돌려보냈습니다. 이번 민간인 피해가 큰 것은 전적으로 신중국 정부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 민간인 사상자가 매우 높게 나온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대한민국의 군 통수권자로서 전쟁에서 꼭 승리해야만 하는 사명과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저는 신중국의 모든 도시에 대해 대규모 전략급 무기 사용을 승인했고 이에 국제사회로부터 빗발치는 비난은 제가 모두 감당할 것이며, 평생 따라다닐 주홍글씨를 감내하면서 살 것입니다. 각오한 일입니다."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춘추관에 모인 내외 기자들은 대체로 이번 성명발표를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하리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빗나갔다. 이에 내외 기자들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추은희 대통령의 말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타이핑을 해갔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제가 감내할 부분은 감내할 부분이나 이 자리를 통해 우리 대한민국을 비난하는 여러 국가에 한 말씀 하겠습니다. 현재 수많은 국가에서 우리 대한민국을 비인륜적 전쟁을 하는 국가라 칭하며 저를 전쟁광이라 비난합니다. 저는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들의 국가는 대체 얼마나 정의롭고 잘난 국가이기에 앞뒤 다 자르고 그런 비난을 한단 말입니까? 대체 얼마나 잘란 국가라서 말입니다.”

마치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 노려본 추은희 대통령은 계속된 연설에 목이 탔는지 물잔을 들어 목을 축였다.

“딱 잘라 어느 국가명을 말하진 않겠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을 비난하기 전에 당신들의 역사나 되돌아보기 바랍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리고 한 가지 더 러시아! 푸틴 대통령! 나에게 전쟁광이라 하였습니까? 우리 말에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푸틴 대통령에게 꼭 해주고 싶습니다. 대체 어느 국가가 제2차 동북아 전쟁이라 불리는 전쟁을 시작했습니까? 또한, 한반도를 비롯해 대한민국 모든 영토를 수십 번이고 파괴할 수 있는 양의 ICBM을 쏘았습니까? 무려 500개가 넘은 ICBM을 말입니다. 아니라고 발뺌할 것입니까? 그런 식으로 비열하게 나온다면 신중국처럼 러시아의 모든 도시도 불구덩이가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순간 내외 기자들은 술렁이다 못해 탄성을 질렀다. 이번 성명발표의 화룡점정이었다.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을 추스른 추은희 대통령은 다시 한번 카메라를 보고 진중하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친해 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해외에 계신 동포 여러분! 감히 말씀드립니다. 단언컨대 신중국은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며 러시아 역시 1개월 안에 무릎을 꿇게 할 것입니다. 그동안 불안하고 힘들더라도 조금 더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짝짝짝짝짝~

추은희 대통령은 준비된 원고 없이 마치 연설하듯 말을 마치고 단상 옆으로 나와 허리 숙여 인사하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청와대 관계자는 물론 국내 기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쳤다.

얼마나 호쾌하고 통쾌한 일인가? 반만년 역사에 있어서 오늘처럼 세계만방을 향해 한민족의 자긍심이 이처럼 높게 보인 것은 처음일 것이다.

세계가 경악할 정도의 임팩트 한 연설을 한 추은희 대통령이 춘추관을 떠난 후에도 박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국민소통수석이 단상에 올랐다.

“이것으로 대통령의 성명발표는 끝이며 질문은 5명에 한해서 받도록 하겠습니다. 국내 기자 2명과 외신기자 3명으로 하겠습니다.”

국민소통수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외 기자 할 거 없이 저마다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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