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당한 대가
2024년 1월 07일 22:30 (신중국시각 21:30),
신중국 허난성 난양시 상공.
1시간 30분 전, 측근 참모 4명과 함께 X-15 벙커에서 빠져나와 곧바로 전용 헬기를 타고 베이징 난위안 공항으로 이동한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은 그곳에서 일반 옷으로 갈아입은 후 장예흥 국방장관과 함께 미리 준비한 베트남 국적의 다쏘 팔콘-8X이라는 개인제트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1시간이 지난 지금, 시속 900km로 비행하는 다쏘 팔콘-8X는 허난성 남단 끝자락인 난양 상공을 지나 후베이 성으로 막 진입 중이었다.
이들의 목적지는 중화민국의 수도인 선전으로 앞으로 1시간 30분이며 도착할 예정이었다.
왕징위 주석으로부터 심한 모욕감을 느끼고 마음을 완전히 접은 장예흥 국방부장은 그 후로 망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에 신중국과 내전을 치르고 있는 중화민국 정부에 손길을 뻗었다. 그리고 중화민국으로부터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인척까지 모두 망명 승인을 받기 위해 한 가지 큰 선물이 필요했다. 이에 생각한 것이 바로 4발의 플라즈마 폭탄이었다.
또한, 중화민국 정부에서도 두 손 들고 대환영했다. 일가족 망명 승인은 물론 플라즈마 폭탄 1발당 1억 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엄청난 역제안을 해왔다.
이렇듯 장예흥 국방부장이 아무도 모르게 중화민국 정부와 접촉하여 망명 준비를 사는 사이 갑작스럽게 왕징위 주석의 명령에 따라 플라즈마 폭탄을 이용하는 ‘동풍 작전’ 안이 수립되는 걸 알게 되고는 그대로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을 찾아가 은밀한 거래를 제안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은 끝내 장예흥 국방부장의 제안에 동참하기로 하고 먼 친척인 제200전략포병여단장인 왕칭 소장을 끌어드려 허위로 플라즈마 폭탄을 발사하는 것으로 꾸며 보고하게끔 했다. 그리고 진짜 플라즈마 폭탄은 빼돌려 현재 다쏘 팔콘-8X 화물칸에 실려 있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장예흥 국방부장이 생각한 대로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총참모장 고맙소.”
장예흥 국방부장은 손에서 샴페인이 담긴 잔을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에게 건네며 환하게 웃었다.
“아닙니다. 국방부장님! 저 역시 제 삶을 새롭게 살기 위해 결정한 일입니다.”
“그래요. 우리 한번 자본주의 국가에서 떵떵거리며 잘살아 봅시다. 하하하. 자자 다들 건배!”
짱앙!
장예흥 국방부장의 건배 제의에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잔을 부딪치며 축배를 마셨다.
이때 소장 계급장의 장성 하나가 샴페인을 단번에 마시고는 한마디 던졌다.
“형님! 지금쯤이면 왕징위 주석 눈에 불을 켜고 노발대발하겠습니다. 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장성은 바로 제200전략포병여단장인 왕칭 소장이었다.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과 먼 친척 관계로 사적에서는 거리낌 없이 형님이라 불렀다.
“자넨 뭐가 그리 좋다고 웃나?”
“상상하니 웃음이 나옵니다. 형님! 아시지 않습니까? 10년 전, 북부군구 작전사령부에서 근무할 때 왕징위가 작전사령관이었다는 거. 그때 얼마나 독선적이고 이기적이었던지 그때 개고생한 거 생각하면 이가 갈립니다. 그때 형님께서 타 부대로 전출시켜주지 않았으면 그때 때려치웠을 겁니다. 그런 놈이 배신당했다고 이리저리 방방 뛰는 걸 상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하하하”
“쯧쯧, 그것보다 자네 가족들과 친척들은 무사히 중화민국으로 넘어왔지?”
“네, 일가족 모두 지금 선전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 잘했네.”
“형님! 그런데 정말 중화민국에서 플라즈마 폭탄 1발당 1억 달러를 주겠다는 게 사실입니까? 도저히 믿기지 않아서 말입니다.”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왕칭 소장이 묻자 총참모장 대신 장예흥 국방부장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이며 대답했다.
“왕칭 소장! 못 믿겠나?”
“아, 아닙니다. 못 믿는 게 아니라 감이 안 와서 말입니다.”
“음, 그럴 만도 하지! 총 4발이면 4억 달러이니 대략 20명이 나눠도 이천만 달러군. 그 정도면 각자 일가족에게 어느 정도 나눠줘도 충분히 살고도 남지 않겠나?”
“그럼요. 충분합니다. 그리고 개인 재산들도 있으니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이들이 이렇게 앞으로 펼쳐질 장밋빛 인생에 관해 얘기를 늘어놓는 사이 베이징에서는 왕칭 소장 말대로 왕징위 주석은 치를 떨었다.
★ ★ ★
2024년 1월 07일 22:30 (신중국시각 21:30),
신중국 베이징시 일대 X-15 벙커.
“그게 사실인가?”
“네, 1시간 30분 전, 4명의 참모와 함께 전용 헬기를 타고 낭위안 공항으로 이동해 그곳에서 비인가 항공기를 타고 베이징을 벗어난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현재 비인가 항공기의 항로는 공군에서 추적 중이라는 보고였다.”
나오샤핑 감찰부장의 보고에 왕징위 주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몸까지 부르르 떨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런 중요한 시국에 자기만 살겠다고 나를 배신해? 위안샤오차오 이 개자식!”
꽉 깨문 입에서 으드득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근래 장예흥 국방부장과도 사적으로 몇 번 만난 것으로 확인하였습니다.”
“장예흥? 그래 맞아! 장예흥 이 자식도 며칠 동안 충칭 내전 건으로 자주 자리를 비웠었지. 지금 생각하니 그건 핑계고 총참모장 이놈과 뭔가를 꾸미고 있었던 거야.”
자신의 왼쪽 손바닥을 오른 주먹으로 내려친 왕징위 주석은 휙 하니 고개를 돌리고는 참모진들에게 소리쳤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뭔가?”
“현재 200전략포병여단장 역시 참모 3명과 함께 사라진 상태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있었던 ‘동풍 작전’에서 실제 플라즈마 폭탄을 사용하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현재 파견단 감찰직원들이 상세히 조사 중입니다.”
“가, 가만! 그 여단장 자식! 총참모장과 친척으로 알고 있는데?”
“네, 16촌 관계입니다.”
“이런 개자식들! 분명히 빼돌린 거야. 나에겐 요격되거나 불발되었다고 거짓 보고를 한 거란 말이야. 이 천하에 찢어 죽일 놈들······.”
왕징위 주석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에 얼굴은 홍시마냥 붉게 물들었고 두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갈 정도로 부라렸다.
“자네들은 몰랐었나?”
왕징위 주석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참모들은 뭐라 말도 못 하고 당황했다.
“뭔가 알고 있었던 거 아이야?”
“아닙니다.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참모 중 가오웨이광 총참기획장이 대표로 대답했다.
“하기야~ 알고 있었으면 같이 도망갔거나 보고를 했겠지!”
왕징위 주석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들이고는 다시금 총참모장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 빌어먹을 비인가 비행기를 당장 추적해서 미사일을 날리든 전투기를 출격시키든 격추해! 만에 하나 그놈들이 무사히 빠져나가면 당신들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야.”
“주석님! 그것보다 30분 후 한국군의 보복공격에 대한 대응 조치가 우선이라 생각합니다.”
“그것도 하고 이것도 하고 둘 다 하란 말이야.”
★ ★ ★
2024년 1월 07일 22:55 (신중국시각 21:55),
신중국 톈진 대기권.
정지 궤도에서 신중국 대도시를 향해 CS-AD 제우스 전략요격위성 5호와 6호에서 발사한 C-SH 지노그-II 미사일 12발이 이미 마하 50에 달하는 속도로 지상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대도시 상공을 비행하며 전단을 뿌리던 제1우주전투비행단 소속의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 24기도 각자 주어진 목표 도시의 대기권 내로 진입하고는 내부무장실의 페어링을 오픈한 채 항공우주사령부로부터 최종 공격 명령코드를 기다렸다.
이중 톈진을 타격 목표 대상으로 출격한 알파편대 소속 우주전투기는 TCS 모드를 활성화하고는 각자 위치로 비행 중이었다.
“여기는 알파 원! 알파편대 현재 상황 보고 바란다.”
- 여기는 알파 투! 현재 항정지점 상공 50km 상에서 대기 중! 이상!
- 여기는 알파 쓰리! 39°7'26.85"N & 117°24'27.94"E 대기 중! 이상!
- 여기는 알파 포! 항정지점, 톈진 항 상공에서 대기 중! 이상!
“여기는 알파 원! 공격시간까지 앞으로 3분! 최종 공격 명령코드 확인 후 자체적으로 공격에 들어간다. 이상!”
- 여기는 알파 투! 카피 뎃!
- 여기는 알파 쓰리! 카피 뎃!
- 여기는 알파 포! 카피 뎃!
잠시 후 시간이 정확히 오후 11시를 가리키자 항공우주사령부로부터 최종 공격 명령코드가 날아왔다. 이에 알파편대 기장들은 명령코드를 입력 후 실제 명령인지 체크 한 후 각자 정해진 항정지점에 X-1 플라즈마 증폭탄 2기를 차례대로 발사했다.
투앙! 투앙! 투앙! 투앙!
톈진 베이천구 공장지대를 항정지점으로 최영호 중령이 조종하는 삼족오 우주전투기 1호기에서 발사된 X-1 플라즈마 증폭탄 2기는 차례대로 자체 추진체를 발동시키고는 엄청난 속도로 지상을 향해 날아갔다.
마치 레이저 빛줄기처럼 푸른 광점을 밝히며 지상으로 떨어진 X-1 플라즈마 증폭탄 2기는 몇 초도 안 되어 지상에 꽂혔다.
쿠아아앙!
크나큰 폭발음과 함께 지하 수십 미터까지 뚫고 들어간 2개의 X-1 플라즈마 증폭탄이 일제히 폭발했다.
엄청난 충격파가 지하에서부터 지상으로 전해지면서 도시 전체가 들썩였고 폭심지에서 엄청난 화염이 지면을 뚫고 하늘 수 킬로미터까지 솟아오르며 검붉은 버섯구름을 만들었다.
또한, 진도 10에 달하는 지각변동이 폭심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자 마치 가뭄에 마른 땅 갈라지는 것처럼 사방에서 땅들이 솟구치며 갈라졌고 도로에 있던 자동차며 건물이며 지상의 모든 것을 그대로 집어삼켰다.
거대한 열기와 함께 솟구쳐오르는 화염에 마치 용광로처럼 되어버린 톈진은 더는 인간이 아니 신마저도 살 수 없는 생지옥으로 바뀌었다.
거대한 버섯구름 아래로 검붉게 물든 톈진 상공으로 임무를 완료한 알파편대 소속의 삼족오 우주전투기는 복귀 비행을 위해 최대속도로 고도를 높였다.
★ ★ ★
2024년 12월 07일 11:00 (신중국시각 22:00),
신중국 베이징.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10분 전부터 베이징 전체에 대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가운데 하얀 연기를 뿌리며 미사일들이 쉬지 않고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2019년에 러시아로부터 수입하여 실전 배치를 완료한 S-400 트라이엄프 포대에서부터 각종 대공방어 부대들의 지대공 미사일들이 어두운 베이징 상공에 광점으로 보이며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마하 50이 넘은 속도로 떨어지는 그것도 지대공미사일보다도 작은 C-SH 지노그-II 미사일을 요격할 확률은 1/1,000이었다. 매우 희박한 확률이었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당할 수는 없기에 신중국군은 방공방어 전력을 총동원하여 막으려 했다.
베이징을 타격 목표로 떨어지는 C-SH 지노그-II 미사일은 총 4발! 신중국군 방공부대는 C-SH 지노그-II 미사일은 총 4발을 요격하기 위해 200발에 달하는 각종 지대공미사일을 사용했다.
하지만 역시나 요격은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지대공미사일이 다가가기도 전에 C-SH 지노그-II 미사일들은 이미 화망을 벗어나 지상으로 떨어졌다. 속도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기에 200발의 지대공미사일은 근처도 못 가고 자체 신관에 의해 폭발하거나 아니면 표적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이렇게 지대공미사일을 모두 회피한 첫 번째 C-SH 지노그-II 미사일은 예전 자금성이라 불리던 고궁박물원에 착탄 했다.
엄청난 속도로 떨어진 C-SH 지노그-II 미사일은 지하 100m까지 뚫고 들어간 후 지연신관에 의해 폭발했다.
엄청난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까지 퍼져나가자 지상의 모든 것들이 공중부양하듯 순간적으로 뜨는 듯하더니 이내 폭삭 주저앉으며 모든 것을 파괴했다. 단순 충격파만으로 고층건물들은 사정없이 무너져 내렸고 어떤 건물은 한쪽 중심을 잃고는 그대로 기울어지며 다른 건물들을 덮쳤다.
그리고 여러 차례 피난 경고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에서 머물던 사람들은 그만 충격파에 내장파열을 당하며 모조리 송장 신세가 되었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충격파만으로 엄청난 피해를 준 C-SH 지노그-II 미사일의 진정한 무서움은 지금부터였다.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엄청난 버섯구름이 하늘 높이 치솟았고 지각을 뚫고 나온 거대한 화염과 열기가 폭심지를 중심으로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