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악
2024년 1월 06일 23:30 (우크라이나시각 17:30),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드발체프 시가지.
지난 1일 스파르천코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도네츠크주 수복 작전에 들어간 제5해병사단(지룡)과 우크라이나군 제65차량화보병사단은 6일 만에 도네츠크주 대부분 지역을 점령했고 마지막 저항 지인 주도 드네츠크와 이곳 드발체프에 대한 총공세에 들어갔다.
주도인 만큼 드네츠크에는 반군 2개 사단과 러시아 남부군구 제46군 1개 보병사단이 강렬히 저항했다. 이에 제5해병사단(지룡)의 예하 3개 연대와 점령 지역 유지 임무를 수행해오던 제65차량화보병사단에서도 1개 연대가 차출되어 점령 작전에 참여했다.
대부분 전력이 드네츠크에 집중된 가운데 이곳 드발체프에는 제5해병사단(지룡) 예하부대 중에서도 전투력이 가장 높은 신속대응연대인 스핑크스연대가 단독 작전으로 투입되었다.
드발체프는 루한스크주와 철도로 이어진 도시로 전쟁 물자 보급 전달에 있어서 매우 주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예로 지난 2014년 돈바스라 불리던 전쟁 당시에도 우크라이나군과 반군 및 친위군은 드발체프를 두고 가장 오랫동안 치열한 교전을 했었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이 패하면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비운의 장소이기도 했다.
팟팟팟!
두두두두두두~
수십 발에 달하는 조명탄이 드발체프 남단 전체를 환하게 비추는 가운데 특유의 헬기 엔진음을 내며 KUM-M50 수퍼수리온 10여 기가 저고도 비행으로 드발체프 시내 상공으로 접근했다.
슈우우우우웅! 슈우우우우웅!
가끔 시가지 곳곳에서 하얀 연기 꼬리를 그리며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이 날아왔지만 강력한 레이더 재밍과 채프 및 플레어 때문인지 목표물을 잃고 허공에서 자폭하거나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각종 총탄이 일직선으로 그어지며 하늘을 수놓았다. 하지만 KUM-M50 수퍼수리온의 하단 장갑은 하이드리늄 합금으로 만들어져 웬만한 구경의 총탄들은 불꽃만 튀길 뿐 그대로 튕겨 날아갔다.
이렇게 10여 기의 KUM-M50 수퍼수리온이 시가지 중심부로 공중침투를 시도하는 사이 외곽에서는 70여 대의 K-23P-M 기동전투장갑차들이 포탑 후미에 장착된 32연장 발사관에서 50mm 플라즈마 활성탄을 사정없이 뿌려댔다.
투앙! 투앙! 투앙! 투앙! 투앙! 투앙!
경쾌한 발사음과 함께 원만한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간 플라즈마 활성탄은 목표로 한 지점에 정확히 착탄하며 폭발했다.
구경은 50mm에 길이는 300mm밖에 안 되는 무유도 로켓탄이었지만, 폭발력만큼은 웬만한 155mm 고폭탄보다도 더 강력했다.
순간적으로 700여 발의 플라즈마 활성탄이 동시다발적으로 착탄 하자 마치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든 주변 일대를 깡그리 휩쓸어버렸다.
단 한 번의 제압 사격으로 인해 초반 맹렬하게 저항하던 반군의 분대 화기와 건물 사이사이에서 날아오던 박격포탄 공격이 멈췄다.
“진격!”
누군가의 명령에 미리부터 장갑차에서 하차하고 기다리던 해병대원들이 일제히 뛰기 시작했다.
투앙! 투앙! 투앙! 투앙! 투앙! 투앙!
쭈웅! 쭈웅! 쭈웅! 쭈웅!
다시금 70여 대의 K-23P-M 기동전투장갑차에서 제압용 플라즈마 활성탄이 발사되었고 급기야 50mm 광자포까지 발사했다.
이렇게 강력한 화력지원을 받은 해병대원들은 각종 엄폐물을 이용하면서 신속하게 시가지 안으로 진입해나갔다.
빠바바바바방! 빠바바바바방!
11시 방향 반쯤 허물어진 건물 옥상에서 6P50 Kord 12.7mm 중기관총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면 달려가는 해병대원에게 쏟아졌다.
으윽!
분당 700발에 달하는 발사속도로 쏟아지는 중구경탄에 얻어맞은 여러 해병대원이 살짝 얼은 바닥에 미끄러지며 나뒹굴었다.
보호슈트와 방탄복 덕분에 관통당할 일은 없지만, 탄 구경이 구경인 만큼 순간적인 충격에 중심을 잃고 쓰러진 듯했다.
“거리 280m, 반쯤 무너진 건물 옥상!”
누군가가 통신망을 통해 일갈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다른 해병들이 일제히 사격을 가했다.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붉은 빛줄기가 건물 옥상 한곳으로 집중되며 쏟아지자 옥상 끝에 걸쳐서 중기관총을 쏟아대던 사수와 부사수의 머리통이 박살 나며 붉은 뇌수가 옥상에 뿌려졌다.
이 틈을 이용해 쓰러진 해병대원들은 다시금 자세를 잡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빠방! 빠바바바바바방! 바방!
피우우우우웅! 콰앙! 쾅앙!
반군과 러시아 친위군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플라즈마 활성탄이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와 폭발하고 붉은 광자 입자가 곳곳을 덮쳤지만, 죽음을 각오했는지 어느 때보다 반군과 러시아 친위군의 저항은 상당했다.
“이거 생각보다 거세군”
C-22-M 지휘장갑차에서 전방 교전 상황을 각종 광학카메라로 지켜보던 스핑크스연대장은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낀 연대장 오승필 대령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처음이야 그럴 수 있지만, 곧 공중침투가 완료되면 바로 분열될 겁니다. 연대장님!”
다른 모니터로 현재 공중침투 중인 제38기동헬기대대 상황을 확인하고 있던 연대 작전과장인 나명준 중령이 말했다.
“자네 말대로 되었으면 좋겠군. 공중침투는 언제쯤 완료되는가?”
“네, 목표지점 도달했고 1분 안으로 라펠 강하할 듯합니다.”
“음, 38대대장에게 공중침투 완료되면 바로 이쪽으로 날아와서 화력 좀 퍼부으라고 하게”
“네, 전달하겠습니다.”
크르르릉! 크르르릉!
이때 어디선가 육중한 캐터필러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전차 엔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9시 방향! 거리 8.2km 적 전차 다수 출현! T-80U 전차로 확인!”
연대 정찰중대로부터 확인된 러시아 전차 출현 보고가 통신망을 타고 전해졌다.
“T-80U 전차라······. 운 좋게 숨겨놨었군”
러시아 친위군의 전차대대는 드발체프 서단 외곽의 건물 곳곳에 T-80U 전차 33대를 숨겨놓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해병대에 전차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엄폐물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예전 불곰사업으로 한국에서도 대대급 규모로 운용했던 T-80U 전차 33대가 가스터빈에서 쏟아지는 특유의 엔진음을 울리며 크게 우회하여 2열로 기동하는 제74기동타격대대의 측면을 노리며 빠르게 다가왔다.
“74대대만으로 상당할 수 있겠지?”
“네, 문제없습니다.”
“좋아! 그럼 74기대대는 방향 전환하여 적 전차 상대하고 56기대대는 그대로 시가지 안까지 치고 들어간다.”
“네, 명령 전달하겠습니다.”
잠시 후 연대장으로 명령은 받은 제74기동타격대대 장갑차들은 측면으로 다가오는 T-80U 전차를 상대하기 위해 일제히 방향을 전환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50mm 광자포에서 일제히 붉은 입자를 토해냈다.
유효사거리가 10km에 달하는 광자 입자는 빛 속도에 버금가는 속도로 날아가 가장 선두에서 기동하는 T-80U 전차의 정면 장갑을 박살 냈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T-80U 전차는 뒤로 크게 들썩이고는 그대로 멈춰버렸다. 그리고 뚫려버린 구멍 사이로 붉은 입자 형식의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16MJ 레일건으로 무장한 T-14B 아르마타 전차가 아닌 이상 50mm 광자포와 하이드리늄 합금 장갑으로 감싸진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를 상대하는 건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꼴이었다.
일제히 발사한 광자포 공격에 무려 10여 대의 T-80U 전차들이 검붉은 화염을 뿜은 채 기다란 포신을 바닥에 축 늘어뜨리고는 기동을 멈췄다.
생각지도 못한 거리에서 선방을 받은 T-80U 전차들은 그제야 좌우로 회피기동을 펼치며 연막탄을 발사했다.
하지만 최첨단 시스템으로 운용되는 C-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에게는 연막탄이나 좌우 긴급 회피기동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제1차 동북아 전쟁부터 지금의 제2차 동북아 전쟁 상황을 보자면 대한민국의 기갑 교전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극히 강했다. 고로 장갑차만으로도 3세대급 적 전차를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스핑크스연대의 측면을 기습 공격하여 승기를 잡으려던 친위군 전차대대는 10분도 안 되어 모두 격파당하고 말았다.
또한, 나명준 중령 말대로 시가지 중심지역에서 공중침투한 해병대원의 활약으로 초반 거세게 저항하던 반군과 친위군은 급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고 교전이 시작된 지 4시간 만에 인구 5만의 드발체프는 스핑크스연대에 함락됐다.
한편 도네츠크주의 주도인 도네츠크 역시 드발체프가 함락되고 6시간 후 반군과 친위군 패잔병들이 항복하면서 교전은 끝이 났다.
이로써 제5해병사단(지룡)은 도네츠크 수복 작전에 들어간 지 7일 만에 전라도 크기의 도네츠크주 전체를 우크라이나 영토로 만들었다. 실로 전쟁 역사에 길이 남을 엄청난 전과였다.
★ ★ ★
2024년 1월 07일 22:00 (신중국시각 21:00),
신중국 베이징시 일대 X-15 벙커.
한국으로부터 대대적인 보복공격이 1시간 남은 시점에 이곳 상황실에는 신중국군의 최고 수장인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은 물론 그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여러 참모진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대체 총참모장은 어디 간 건가?”
당 간부를 대동하고 상황실에 들어선 왕징위 주석의 첫 마디였다.
하지만 누구 하나 총참모장의 행방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지 대답하는 자가 없었다.
“다들 꿀 먹은 벙어리야?”
이내 짜증 섞인 말투로 질타하자 가오웨이광 총참기획장이 마지못해 대답했다.
“1시간 전, 개인적으로 잠시 볼일이 있다며, 저에게 상황실 지휘를 맡기셨습니다.”
“1시간 전?”
“네, 주석님!”
“이런 시급한 상황에 개인 볼일이라니? 제정신인 거야?”
질타할 대상이 없는 가운데 왕징위 주석은 자신을 바라보고 부동자세로 서 있는 총참모부 지휘관들을 흘겨봤다.
“당장 상황실로 오라고 호출해!”
이때 상교 계급장을 단 통신담당 오퍼레이터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대략 30분 전에 외부정문 제1초소에서 총참모장께서 외부로 외출했다는 보고가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뭐? 외부? 왜 그걸 그때 보고하지 않았나?”
가오웨이광 총참기획장이 다그치며 물었다.
“그것이······.”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는 뭔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는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대답 안 하나?”
재차 다그치자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총참모장님이 제1초소장에게 바로 들어올 것이니 상황실에는 전파만 하되 상급자에게는 보고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셔서······.”
다시금 말끝을 흐린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는 두 눈을 돌리며 눈치를 살폈다.
“아니, 대체 총참모장께서는 무슨 생각으로······”
군 최고 수장의 지시에 하급자로는 따라야 하니 어쩔 수 없다지만, 한국군의 대대적인 공격을 앞두고 외출했다는 부분에서 이해가 안 가는지 가오웨이광 총참기획장은 고개를 절레거렸다.
“총참모장실 비서관!”
“네, 총참기획장님”
“당장 총참모장님 개인 폰으로 연락해보게”
“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총참모장실 비서관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암울한 표정을 지은 총참모장실 비서관이 보고했다.
“핸드폰이 꺼져 있는 듯합니다. 신호도 가지 않습니다.”
순간 왕징위 주석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지더니 상황실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질렀다.
“당장! 헌병대 풀어서 총참모장 위치 파악해! 당장!”
“네, 알겠습니다.”
상황실 전체가 발칵 뒤집히게 한 장본인인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은 측근들과 함께 장예흥 국방부장이 비밀리에 준비한 비행기에 탑승하여 진작에 베이징을 벗어나 유유히 남단 상공 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행기 화물칸에는 어젯밤 제200전략포병여단에서 발사하여 요격되거나 불발된 것으로 보고된 플라즈마 폭탄 4발이 안전박스 속에 담겨있었다.
이를 알지 못하는 총참모부 지휘관들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의 위치 소재를 파악하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부질없는 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