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80화 (480/605)

경악

2024년 1월 06일 20:30 (신중국시각 19:30),

신중국 베이징시 일대 X-15 벙커.

“지금 저는 G4 고속도로에 나와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상하 차선 모두 베이징을 빠져나가는 차량으로 매우 혼잡한 상태입니다. 이들의 차량 행렬은 금일 오전부터 늘어나기 시작했고 지금은 화면으로 보시는 것처럼 인민해방군 장갑차들이 양쪽 차선 모두를 차단하여 정체 현상이 일어난 상태입니다.”

황사가 짙게 깔린 8차선 고속도로 갓길에서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여성 리포터는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서 있는 차들을 카메라에 담아 TV 화면으로 보여줬다.

빠앙! 빠아아앙! 삐삐익! 삐익!

자동차 경적은 물론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욕설과 고성을 지르는 운전차들, 까닥하면 폭동이라도 일어날 듯한 분위기였다.

두두두두두두두두~

고속도로 상공에는 스텔스 공격헬기인 WZ-10 공격헬기 여러 대가 도로 위, 기다란 차량 행렬 사이로 서치라이트를 밝히고는 외부에 장착된 스피커를 통해 베이징으로 되돌아가라는 경고 멘트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흥분한 피난 시민들에게 반감만 살뿐 누구 하나 마음을 고쳐먹고 베이징으로 돌아가려는 시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급기야 서치라이트에 눈이 부셨던 시민 하나가 그만 화를 참지 못해 이성을 잃었는지 뒷좌석에서 사냥용 총을 들더니 이내 40m 상공에서 호버링을 하는 Z-10 공격헬기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타앙! 타앙!

두 발의 총성이 울리고 조준되었던 WZ-10 공격헬기의 서치라이트에 명중했고, 작은 불꽃과 함께 라이트가 꺼져버렸다.

위이이이이이잉!

깜짝 놀란 WZ-10 공격헬기 조종사는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조종 레버를 당기며 통신망에 대고 총격이라는 일갈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중심을 잃은 Z-10 공격헬기는 그대로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하듯 하강했다.

조종사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금 레버를 앞으로 밀며 상승비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너무나 낮은 고도였던 탓에 상승하려던 Z-10 공격헬기의 꼬리 날개가 가로등에 부딪히고 말았다. 작은 불꽃이 튀기며 꼬리 날개가 산산조각이 났고 비행 능력을 상실한 WZ-10 공격헬기는 동체 전체가 빠르게 회전하며 차량 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콰앙!

피난 차량 위로 떨어진 Z-10 공격헬기는 그대로 폭발했고 수십 대의 피난 차량 역시 폭발하며 뿌려진 항공유에 의해 화마에 휩싸이고 말았다.

으악! 으아아악!

어이없는 사고는 고속도로 위를 화마 지대로 만들었고 비명을 지르며 수많은 사람이 앞다퉈 차량에서 튀어나와 반대편 방향으로 내달렸다. 한 번에 수십 대의 차량을 집어삼킨 화마는 점점 더 도로를 따라 번져나갔다. 차량과 차량 사이가 매우 가까웠던 탓에 마치 도화선 타들어 가듯 퍼졌다.

이러한 장면은 취재하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TV 화면에 보여줬다. 이를 시청하던 신중국 시민들은 깊은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한편, 추락 직전 헬기 조종사로부터 총격이라는 비명 섞인 목소리를 통신망으로 전해 들은 또 다른 Z-10 공격헬기 조종사들은 순간적으로 욱한 나머지 지상을 향해 동체를 기울고는 이내 하부노즈 형식으로 장착된 30mm 기관포의 발사 버튼을 당겼다.

투투투투퉁! 투투투투퉁! 투투투투퉁!

마치 빛줄기 쏟아지듯 낙탄한 30mm 기관포탄은 피난 차량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화마가 번지는 상황에서 30mm 기관포탄까지 뒤집어쓰게 된 피난 차량은 화려한 불꽃과 함께 들썩거렸고 연료통에 맞은 차량은 공중으로 치솟은 폭발 쇼까지 보여줬다.

급기야 나머지 2대의 WZ-10 공격헬기도 공격에 가담하자 G4 고속도로는 지옥으로 변하고 말았다.

실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도로를 차단한 장갑차를 공중 지원하기 위해 출격한 Z-10 공격헬기들은 이제 지상에 불벼락을 선사하는 지옥의 화신으로 바뀌었다.

투투투퉁! 슈우우우우웅~

콰앙! 콰앙! 콰아아앙! 콰아앙!

급기야 기관포에 이어 양측 날개에 장착한 57mm 무유도 로켓탄까지 퍼부었다.

쨍그랑!

“저 자식들 대체 뭐하는 짓이야?”

상황실에서 황당한 상황을 처음부터 TV로 시청하던 왕징위 주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들고 있던 술잔을 바닥에 힘껏 집어 던졌다. 그리고는 옆에서 함께 보고 있던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을 노려봤다.

쨍그랑!

“상급부대에 공격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주석님!”

“대체 뭔 소리인가? 공격 명령을 중단하다니?”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당연히 인민들 학살모드로 공격하는 공격헬기 조종사들에게 질타하는 것으로 판단했던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은 순간 벙찐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대체 어떤 놈이 신성한 우리 신중국군의 헬기에 총격을 가했냐는 말이야? 분명히 피난 행렬 차량 중에 내부 분열을 조작하는 빵즈 놈들이 있다는 거야! 당장 추가 헬기를 출격시켜 어느 한 놈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완전히 섬멸하란 말이야.”

“네?”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명령에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은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았다.

‘대체 이 인간 머릿속에는 뭐가 들었단 말인가? 설령 피난 행렬 차량에 한국 첩자가 숨어있더라도 어찌······. 인민 목숨을 파리 목숨마냥 생각하지 않는가? 피도 눈물도 없는 저 인간······.’

머릿속에서 짙은 회의감마저 들 정도로 충격을 받은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은 끌어 오르는 분노를 가까스로 삭이고는 진중한 어투로 말했다.

“주석님! 저곳에 한국 첩자나 테러분자가 있더라도 인민 피해가 커질 수 있습니다. 벼룩 하나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꼴입니다.”

“뭐야?”

반대되는 의견에 왕징위 주석은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을 위아래로 치켜들며 노려봤다.

“주석님! 현재 피난 행렬을 막은 것도 인민들의 분노가 심각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런 학살을 하게 된다면 주석님에 대한 인민의 민심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분노로 돌아올 것입니다.”

“자네, 지금 인민 민심으로 나를 협박하는 건가?”

“협박이 아니라 현실적인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순간 상황실 분위기는 얼음장마냥 차가워졌다. 총참모부 지휘관들은 물론 상황실 오퍼레이터들은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누구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두 사내를 바라봤다.

“훗! 그래 알았네. 내가 조금 흥분을 했구먼”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왕징위 주석은 미소 아닌 미소를 보이고는 또 다른 술잔에 위스키를 퍼부어 담고는 곧바로 들이켰다.

“그럼, 공격 중단 명령을 승인한 것으로 알고 진행하겠습니다.”

“그러게, 그건 그렇고 지금쯤 동풍 작전이 시작되지 않았나?”

위스키를 단숨에 들이켠 왕징위 주석은 자리에 앉고는 상황실 정면에 걸려 있는 디지털 시계를 보고는 말했다.

“네, 시간상으로 동풍 작전이 시작된 시간입니다.”

“좋아! 그쪽으로 연결해보게”

“네,”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의 대답과 동시에 듣고 있던 오퍼레이터가 상황실 스크린에 현재 동풍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부대에 연결했다.

“200전략포병여단 본부와 연결 완료했습니다.”

현재 제200전략포병여단은 마지막 플라즈마 폭탄 4발을 사용하기 전, 요격확률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여러 포병여단과 함께 목표지점을 향해 엄청난 포격을 가하는 중이었다.

자그마치 수천 발에 이르는 각종 구경의 포탄이 선안(천황다오) 후방 일대에 전개 중인 제5군단 제3기갑사단(백골) 머리 위로 날아갔다.

한마디로 집중포화였다. 그렇다고 제3기갑사단(백골)이 순순히 당할 부대는 아니었다. 기갑사단만큼 각종 대공 부대에서 요격에 들어갔고 저번 플라즈마 폭탄 공격에 상당한 피해를 본 제6기계화보병사단(청성)도 선안(천황다오) 안에서 요격 임무를 수행했다.

별빛 하나 보이지 않은 어두운 하늘에서 크고 작은 폭발음과 함께 불꽃이 번쩍거렸다. 마치 구름 사이로 천둥 번개가 쉬지 울리는 것과 같았다.

요격 한계치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제200전략포병여단은 드디어 플라즈마 폭탄이 장전된 285포병대대에게 포격 명령을 내렸다.

양허강 작은 마을에서 완전한 위장상태로 대기하고 있던 285포병대대는 공격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위장막을 걷고는 곧바로 포격에 들어갔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3개 포대 PLZ-45 자주포 18문에서 우렁찬 포격음이 울렸고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간 수십 발의 155mm 고폭탄에는 플라즈마 폭탄이 장착된 고폭탄도 포함되었다.

“플라즈마 폭탄을 발사했다는 보고입니다.”

제200전략포병여단으로부터 보고받은 통신담당 오퍼레이터가 상황실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말했다.

“목표지점에 착탄까지 앞으로 25초! 현재까지 요격은 없는 것으로 확인!”

통신담당 오퍼레이터는 실시간으로 중계하듯 보고 내용을 전파했다.

“앗! 1기! 1기 요격당함!”

상황실 곳곳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착탄까지 앞으로 13초! 아 1기 또 요격!”

왕징위 주석을 비롯해 상황실에 있는 모든 군인은 숨죽인 채 지켜봤다. 단 한 명만 빼고 말이다. 그는 바로 신중국군의 최고 수장인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이었다.

총참모부의 총 책임자로서 현재 상황에서 가장 높은 긴장감을 느끼고 지켜봐야 할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은 반대로 평온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착탄까지 앞으로 3초! 2초! 1초! 착탄!”

총 4개의 플라즈마 폭탄 중 2기만이 요격당하고 당행히 2기는 목표지점에 정확히 착탄 했다. 이에 상황실은 축제 분위기마냥 일제히 환호성이 울렸다.

하지만, 제200전략포병여단으로부터 착탄 후 폭발 현황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보고가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가공할 폭발 위력에 30km 떨어진 곳에서도 통신장애가 일어나 후속 보고가 늦어진다고 생각했으나 선안(천황다오) 후방에서 핵폭탄에 준하는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여러 정찰 전력으로부터 보고가 올라왔다.

“대체 뭔가? 왜 폭발 보고가 없어?”

온갖 인상을 쓴 왕징위 주석이 고개를 삐쭉 내리고는 닦달하듯 물었다. 이에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이 차분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주석님! 아무래도 불발된 듯합니다.”

“불, 불발?”

왕징위 주석은 일어나려다 말고 다시금 철퍼덕 주저앉고 말았다.

“불발이라니? 그게 말이나 되나? 그것도 2발 모두 불발이라고? 당장 200전략포병여단 연결해!”

“현재 200전략포병여단 본부와 연결이 안 됩니다.”

혹시나 불똥이 자신에게 튀길까 봐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통신담당 오퍼레이터가 보고했다.

“이, 비, 빌어먹을”

“가장 가까이 있는 부대가 어딘가?”

자신의 팔걸이를 주먹으로 사정없이 후려치는 왕징위 주석을 뒤로하고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이 묻자 이번 동풍 작전 안을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했던 궈징페이 작전현황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남단 22km에 떨어진 38집단군 75차량화보병사단입니다.”

“그럼, 38집단군 사령원에게 명령해! 즉시 75차량화보병사단을 통해 200전략포병여단 확인하라고.”

“네,”

“그리고 무인정찰기도 200전략포병여단 쪽으로 보내!”

“네, 알겠습니다.”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이 침착하게 명령을 내린 후 아직도 자신의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려치는 왕징위 주석에게 다가가 말했다.

“주석님! 후속 조치는 저에게 맡기시고 잠시 휴식을 취하시게 어떻겠습니까?”

왕징위 주석을 위한 척 진중한 눈빛으로 말하는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 하지만 그의 입꼬리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올라가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