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바이
2024년 1월 04일 02:10 (신중국시각 01:10),
신중국 톈진시 베이천구 공업단지 15구역 북동단 외곽.
15구역을 중심으로 주변 일대에서는 총성과 빔성이 끊임없이 울렸다. 간혹 거대한 폭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 어두운 톈진을 밝게 비췄다.
300명도 안 되는 붉은 제비 부대는 나름대로 시가전에서 유리한 전략과 전술을 펼치며 구조작업이 한창인 하이싼 공장지대를 방어해 나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몰려드는 신중국군의 수는 늘어났다.
아무래도 톈진방어지휘부에서 상황이 상황인 만큼 동원사단 병력까지 총동원한 듯했다.
마치 인해전술을 펼치듯 부채꼴 모양에서 한 꼭짓점인 15구역 하이싼 공장지대로 몰려들었다.
시가전을 펼치고 있는 707특임여단 소속의 지역대장이다나 팀장들로부터 계속해서 신중국군의 출현 보고에 강민준 중령은 급기야 MV-100 스카이버스에도 출격 명령을 내렸다.
자칫 교전 중, 한기라도 격추가 된다면 구조 후 퇴각 시 문제가 발생 될 수 있었으나, 그것은 차후 문제, 지금은 어떻게든 공병대가 구조할 인원을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잠시 후 지휘용 스카이버스와 의료용 스카이버스를 제외한 나머지 20여 기의 CMV-100 스카이버스가 중후한 엔진음을 내면서 하나둘 차례대로 이륙했다. 그리고는 이내 TCS 모드를 활성화하고는 시가전이 한창인 상공으로 날아갔다.
호버시스템이 장착된 CMV-100 스카이버스의 주 임무는 TCS 모드를 활용한 적진 침투 후 인원 및 각종 장비 수송하는 임무였으나 CMV-100 스카이버스에도 자체 교전이 가능한 여러 무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양 측면에는 50mm 활성탄이 무장된 20연장 발사관이 이 장착되어 있었고 하단 앞부분에는 8mm 레이저 벌컨빔이 무장되어 있었다.
이렇듯 CMV-100 스카이버스마저 화력 지원을 위해 황사 속으로 사라지자 이제 이곳 하이싼 공장지대를 방어할 전력은 대외정보1과 요원들과 중장비를 운용하는 인원을 제외한 무장한 공병대 40여 명의 공병대뿐이었다.
이들은 가장 가까이 들려오는 총성 방향의 펜스를 엄폐물로 삼아 최후 방어 라인으로 삼았다.
쿠아앙! 콰앙! 콰앙!
CMV-100 스카이버스가 날아갔던 방향에서 연속적인 폭발음과 함께 짙은 황사 사이로 불빛이 번쩍였다.
건물과 건물 사이 도로를 따라 비행한 CMV-100 스카이버스들이 본격적으로 지원 공격에 들어간 듯했다.
1시간이 넘도록 최전방에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수도중갑강습대, 그리고 도로 건물 사이사이에서 TCS 모드로 매복하다 기습공격을 가하는 707특임대, 마지막으로 빌딩 숲속의 큰 도로를 따라 비행하며 강력한 화력을 뿜어대는 CMV-100 스카이버스 비행단,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시가전을 펼쳤으나, 문제는 수십 개에 달하는 작은 골목을 따라 몰려드는 신중국군을 수적 한계로 인해 100% 막아낼 순 없었다.
급기야 AK-74 소총만 든 일부 신중국군 보병들이 펜스로부터 50m까지 접근했다.
- 방위각 0-8-5 적 다수 출현!
실드글라스를 통해 피아식별을 한 한 공병대 장교가 전체 통신망을 통해 전달했다.
이에 펜스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대외정보1과 요원들과 무장한 공병대가 일제히 사격을 가했다.
쭈웅쭈웅쭈웅쭈웅~ 쭈웅쭈웅쭈웅쭈웅~
빨랫줄처럼 뻗어 나간 붉은 빛줄기들이 막 골목길을 빠져나와 저마다 엄폐물을 찾아 뛰어오던 신중국군에게 쏟아졌다.
크악! 커억!
저마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레이저 빔에 관통당한 가슴과 복부, 그리고 얼굴을 감싸며 바닥에 꼬꾸라졌다.
타타탕! 타타타앙! 타앙!
선두에서 달리던 동료들이 바닥에 나뒹굴자 뒤따라오던 신중국군 보병들도 펜스를 향해 무차별적인 사격을 가했다.
“히야~ 많기도 하네”
빗발치는 총사례에 반쯤 허물어진 펜스 아래로 몸을 숙였던 윤태진 팀장이 얼굴만 빼꼼히 올리고는 실드글라스를 통해 전방 상황을 살피며 일갈했다.
펜스 앞쪽 큰 도로와 연결된 여러 골목에서 생명 발광체들이 각종 개인화기를 들고 몰려오며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팟팟팟!
윤태진 팀장이 고개 내민 펜스 위쪽에 총알들이 착탄 했다.
“이크!”
순간적으로 얼굴을 숙인 윤태진 팀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통신망을 통해 말했다.
“다들 조심해! 적어도 중대급이야!”
- 팀장님이 더 조심해야 할 거 같은데요? 크크크
근거리에서 사격을 가하던 오혁수 대리가 방금 장면을 봤는지 웃으며 말했다.
“지랄! 나 신경 쓰지 말고 앞에 짱게나 신경 써!”
- 네네, 그러잖아도 열심히 사격 중입니다.
한편, 구조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하이싼 공장지대 안쪽,
40m에 달하는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간 굴착기가 순간 움직임을 멈추더니 이내 구조담당 공병대 여러 명이 뛰어 내려갔다. 뭔가 찾은 듯했다.
“뭡니까? 찾았습니까?”
구조작업을 지휘하는 안상휘 대위에게 다가간 박기웅 팀장이 물었다.
“네, 철재 구조물 바로 아래쪽에 있는 듯합니다.”
“정말입니까?”
“영상 확인 바랍니다.”
공병대장은 자신이 들고 있는 태블릿 화면을 보여줬다. 현장에 투입된 공병대원의 헬멧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이었다.
엉키고 설킨 철재 구조물 아래쪽에 인형으로 보이는 형체가 보였다. 이에 구조담당 공병대원들이 플라즈마 절단기를 이용해 철재 구조물을 자르기 시작했다.
몇 분이 흐르고 가로막고 있던 철재 구조물은 모두 제거되었다. 그러자 작은 틈 사이로 사람 두 명이 쓰려져 있는 것이 희미하게나마 확인되었다.
- 의식은 없으나 생명 반응 이상 없음, 문제는 두 분 다 다리 쪽을 누르고 있는 건물잔해를 처리해야 할 듯합니다.
틈 사이로 고개를 내밀러 현 상황을 확인한 구조담당 공병대원이 통신망을 통해 알려왔다.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 아마도 5분 정도는 걸릴 듯합니다.
“5분이라······. 서둘러주십시오.”
- 네, 알겠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멀리서 들렸던 총성은 어느덧 펜스가 쳐진 곳에서도 활발하게 울리고 있었다.
잠시 후 건물잔해들이 모두 치워졌다. 그러자 흙가루를 잔뜩 뒤집어쓰고 쓰려져 있는 두 과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아! 과장님들 맞아요. 맞아!”
화면상으로 두 과장 인걸을 확인한 박기웅 팀장은 그만 참지 못하고 구조현장으로 뛰어 내려갔다.
“박 팀장님! 위험합니다. 여기서 기다리세요. 아! 이런!”
안상희 대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뛰어 내려간 박기웅 팀장은 안쓰러울 정도로 처참한 얼굴로 쓰려져 있는 두 과장을 보고는 눈물이 났다.
“이 과장님! 남궁 과장님!”
의료담당으로 보이는 공병대원 한 명이 각종 장비로 두 과장을 스캔하여 건강 상태를 살피는 사이 박기웅 팀장은 가져온 물티슈로 남궁원 과장과 이자성 과장의 얼굴을 닦아 줬다.
“박 팀장!”
이때 이자성 과장이 살짝 눈을 뜨고는 바싹 마른 입술을 움직이며 말했다. 이에 깜짝 놀란 박기웅 팀장은 논란 눈을 크게 뜨고는 물었다.
“아! 과장님! 정신이 드세요?”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오줌 마려워 죽을 뻔했잖아?”
“네? 지금 그런 농담을 할 때가······.”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을 건네는 이자성 과장의 정신력에 박기웅 팀장은 고개를 절레거릴 수밖에 없었다.
“자자! 이동해야 하니 잠시 물러서 주세요.”
구조담당 공병대원의 말에 둘의 대화는 끝이 났고 두 과장은 호버시스템이 장착된 이동형 간이침대에 실려 지상으로 올려졌다. 그리고는 곧바로 의료형 스카이버스에 실렸다.
★ ★ ★
2024년 1월 04일 03:3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 국가위기상황센터 지하 벙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4시간 전부터 붉은 제비 부대의 구출 작전을 이곳 지하 벙커에서 지켜보고 있던 추은희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까지 치며 노고를 위로했다.
이에 스크린 화면상으로 모습을 보였던 신성용 합참의장과 강정현 대장이 거수경례로 답례했다.
“그 두 분 모두 건강 상태는 전혀 문제없는 거지요?”
- 네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건강상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현지 의료담당원의 의견입니다.
“알겠습니다. 본국으로 도착하는 즉시 중앙의료원으로 보내세요. 현재 그곳에 최고실력의 의료진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그래요. 다시 한번 수고 많았습니다. 아! 며칠 후에 있을 신중국에 대한 무제한 보복 공격 2단계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 네, 그렇습니다. 현재 기획한 대로 차질없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음, 제가 승인은 했지만, 최대한 민간인 피해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아시죠?”
- 네, 대통령님께서 염려하는 부분 잘 알고 있습니다. 2단계 작전을 실행하기에 앞서 상세한 내용을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요. 합참의장님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충성!
“네, 수고하세요.”
화상 통신이 끝나고 자리에 앉은 추은희 대통령은 옆에 앉아있는 이영진 국정원장에게 말했다.
“조국을 위해 매우 큰 일을 한 분들입니다. 치료 후 당분간은 휴가를 줘서 쉬게끔 해주세요.”
“네, 대통령님,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지요. 당연히 신경 써야지요. 그리고 제가 감사받을 일이 아니라 우리가 그 두 분에게 감사할 일이지요.”
추은희 대통령은 말끝마다 남궁원과 이자성이 공무원임에도 불구하고 분이라는 존칭으로 존대해줬다. 그만큼 두 과장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하하, 그런가요?”
“물론입니다.”
이때 임종원 비서실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대통령님! 내일 오전에 기자회견도 있고 하니 이만 쉬시지요. 시간이 벌써 4시가 다 돼갑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군요. 알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이만 들어가 쉬세요.”
“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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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04일 04:30, (신중국시각 03:30),
신중국 베이징시 일대 X-15 벙커(주석실).
우당탕!
책상에 올려져 있던 난초를 집어던지 왕징위 주석은 씩씩거리며 앞에 서 있는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을 쏟아봤다. 그리고는 거침없는 욕설을 내뱉었다.
4시간 전, 한국 특수부대가 톈진 하이싼 공장지대에 출현하여 플라즈마 핵심기술이 저장된 서버를 찾기 위해 작업 중인 공병대와 연대급 경계병, 그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급파된 제35차량화보병여단과 동원사단 등 많은 병력 손실을 봤다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왕징위 주석이 이성을 잃을 만큼 화가 단단히 난건 아군 병력 손실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플라즈마 폭탄 제조의 핵심기술이 저장되어 있던 서버마저 완전히 파괴되었다는 사실이 진짜 화난 이유였다.
붉은 제비 부대는 두 과장을 구조한 후 신속한 퇴각에 들어갔다. 그리고 퇴각할 때 하이싼 공장지대에 가공할 플라즈마 증폭탄 한발을 투하했다. 엄청난 위력의 플라즈마 증폭탄은 아니었지만 하이싼 공장지대 전체를 불지옥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한 위력의 플라즈마 증폭탄이었다.
현재 하이싼 공장지대가 있던 15구역은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처럼 지상에 있던 모든 것들을 집어삼켰고 지면 틈 사이로 붉은 화염이 용솟음치듯 솟구치며 춤을 추고 있었다.
“지금 그걸 보고라고 말하는 건가? 당신은 대체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하는 일이 뭐야? 어깨에 별 달고 무게만 잡으면 단가? 앙? 말해 봐! 바퀴벌레만도 못한 인간아!”
한 국가의 총참모장인 장성에게 바퀴벌레라 칭하는 언사는 매우 큰 모독이었으나 고개를 푹 숙인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묵묵히 받아드렸다.
“죄송합니다. 달리 할 말이······.”
“당연히 없겠지! 이번 빵즈 놈들과의 전쟁에 있어서 그곳이 얼마나 중요한데······. 어떻게 우리 영토 내에서 그런 기습공격을 당하고 한 줄기 희망인 플라즈마 정보까지 획득하지 못하고······. 에잇!
왕징위 주석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는지 말을 흐리고는 위스키병을 들고는 단숨에 들이켰다.
벌컥! 벌컥!
목구멍을 꿈틀거리며 위스키를 배 속에 쏟아부은 왕징위 주석은 반병쯤 마시자 난초처럼 바닥에 집어 던졌다.
파악!
위스키병이 깨지며 작은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왕징위 주석은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째려보고는 비틀거리며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위안샤오차오 총참모장 앞으로 다가가더니 비열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지금 당장! 가지고 있는 모든 플라즈마 폭탄을 사용해! 저 빌어먹을 빵즈 놈들에게 말이야!”
“주석님! 그건 최대한 전략적으로 사용해야!”
“뭔 말이 많아? 당장! 당장 사용하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