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75화 (475/605)

스탠바이

2024년 1월 04일 01:30 (신중국시각 00:30),

신중국 톈진시 베이천구 공업단지 15구역 하이싼 공장지대.

30분 만에 이곳 15구역의 하이싼 공장지대를 완벽히 점령한 붉은 제비 부대가 본격적인 구출작전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지난 시점, 일부 외곽에서는 신중국 경계병들과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한창 구출작전이 진행되고 있는 이곳은 삼엄한 경계 속에서 안전하게 중장비들이 돌아가며 작업 중이었다.

하지만 지하 30m에 묻혀있는 사람들을 구출하는 작업은 그리 쉽진 않았다. 더군다나 예측할 수 없는 2차 붕괴 위험성이 있어서 신중에 신중을 더해 조심해야만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두 과장이 묻혀있을 예상 지점으로부터 40m 떨어진 곳을 신중국군 공병들이 지하 20m까지 널찍하게 파놓은 상태였다. 아마도 서버실이 있는 곳으로 추정돼 보였다.

이에 대한민국 공병들은 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그곳부터 대각선 기울기로 굴착기 3대가 쉬지 않고 두 과장이 묻혀있는 곳으로 파 내려갔다. 그리고 파헤친 건물잔해들은 15톤급 트럭들이 줄을 지어 지상 밖으로 날랐다.

이렇게 한창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박기웅 팀장은 행여나 묻혀있는 예상 지점이 틀렸을까 봐 몇 번씩 CRB-330 장비로 스캔했고 두 과장의 생체반응 상태까지 체크했다.

“어때 두 과장님 상태는? 괜찮아?”

언제 왔는지 동기인 윤태진 팀장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응, 괜찮으신 듯해!”

“다행이군. 그런데 작업 속도가 늦는 거 아냐?”

“2차 붕괴 때문에 일부로 천천히 한다는군”

“아! 그래?”

“요원들은?”

“각자 위치에서 경계 중이다.”

“4팀 상황은?”

“우리 퇴각로는 확실하게 확보하고 있다. 하늘에서 날아다니는 군인들이 엄호도 해줘서 걱정은 안 해도 될 거 같다.”

윤태진 팀장은 아직도 하늘에서 비행하며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수도중갑강습

부대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환하게 웃었다.

“그래? 다행이네”

“박 팀장! 넌, 신경 쓰지 말고 여기서 구출작업 상황이나 잘 지켜봐.”

“알았다.”

이때 중사 계급장을 단 특전사 한 명이 두 팀장 쪽으로 뛰어왔다.

“박 팀장님 되시죠?”

“네, 그렇습니다.”

“대대장님께서 전달하라고 왔습니다. 현재 북동단 쪽 외곽에서 여단 규모의 신중국이 몰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여단 규모요?”

“네, 앞으로 20분 후면 교전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요. 그전에 국정원 분들은 안전지대로 이동하라는······.”

“아뇨. 그럴 순 없지요. 우리 역시 교전에 참여하겠습니다.”

“네? 교전에 참여하겠다고요?”

특전사 대원이 깜짝 놀라듯 되물었다.

“보호슈트는 물론 개인화기도 모두 무장하고 있으니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아! 그래도 대대장님께서······.”

특전사 대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제가 직접 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자 윤 팀장!”

“오케이!”

난처한 표정을 지은 특전사를 뒤로하고 두 팀장은 임시 지휘소로 사용하는 CMV-100 스카이버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똑똑똑

“박기웅 팀장입니다.”

“네, 들어오세요.”

어느 부관의 목소리가 들리자 스카이버스 내부로 들어온 박기웅 팀장과 윤태진 팀장,

일반 스카이버스와는 다르게 각종 모니터와 통신장비들이 즐비했다.

“아! 전달 못 받으셨나요?”

각종 모니터를 확인하던 강민준 중령은 두 팀장이 들어오자 가장 먼저 한 말이었다.

“네, 들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네, 말씀하시죠.”

“저희도 교전에 참여하겠습니다.”

“네?”

“연단 규모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몇천 명은 될 텐데 미약하지만, 저희도 전력을 보태야지요.”

“아! 하지만 이건 군사작전입니다. 교전은 저희한테 맡기시는 게······.”

이때 윤태진 팀장이 한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하하! 대대장님께서 어떤 부분을 걱정하는지 잘 압니다. 사실 저나 박 팀장 모두 13공수 출신입니다. 그러니 선배님 믿고 허락해주시지요.”

13공수 출신이라는 말에 잠시 고민한 강민준 중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음, 좋습니다. 대신 전방지역이 아닌 이곳 후방지역에서 교전에 참여하세요. 그 부분은 꼭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합니다. 감사합니다.”

두 팀장이 거수경례로 감사를 표하자 강민준 중령은 손사래를 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부관을 불렀다.

“이 대위!”

“네, 대대장님!”

“보호슈트와 방탄 세트 여벌 있지?”

“보호슈트는 없으나 방탄모와 방탄복은 25벌 있습니다.”

“국정원분들게 모두 나눠드리게”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대장님!”

“감사라니요. 하하 양복 입고 싸우라고 할 순 없지 않습니까?”

“하하, 양복 안에 보호슈트는 입고 있습니다.”

윤태진 팀장이 자신의 셔츠를 올리며 보호슈트를 보여줬다.

“아! 그건 다행이군요.”

이때 부관 한 명이 들어와 강민중 중령에게 보고했다.

“대대장님! 밖에 차량 준비되었습니다.”

“그래 알았네.”

대답과 동시에 강민준 중령은 베레모를 벗고는 통신콘솔 위에 올려놓은 방탄모를 착용했다. 그리고는 개인화기까지 챙기고는 밖으로 나가려다 발걸음을 멈추고는 두 팀장에게 말했다.

“자 이곳은 두 분에게 맡깁니다. 부디 몸조심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강민준 중령이 나가자 이 대위라 불리던 사내가 다가와 말했다.

“총 몇 명입니까?”

“네, 총 16명입니다.”

“네, 그럼 16벌 준비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윤 팀장! 4팀 빼고 나머지 팀들 모두 호출해!”

“오케이!”

★ ★ ★

2024년 1월 04일 02:00 (신중국시각 01:00),

신중국 톈진시 베이천구 공업단지 15구역 북동단 외곽.

구출 작전 안을 기획했던 특수전사령부의 예상과 다르게 이곳 신중국군의 움직임은 빨랐다. 특히 제35차량화보병여단은 기동부대답게 각종 장갑차와 전차를 이끌고 톈진 북동부 방향에서 시내 도로를 따라 빠르게 접근하고 있었다.

“와! 이거 오랜만에 착용해보는데요?”

보급받은 방탄모와 방탄복을 착용한 1팀 윤길수 주임이 무직해 보이는 방탄복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렇게 좋으면 다시 군대 가지 그러냐?”

“네?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2년간 뺑이쳤는데 다시 가라니요.”

선배인 강원일 주임이 놀리자 윤길수 주임은 미간을 좁히며 눈을 흘겼다.

“어쭈! 선배에게 인상을 써?”

“짐 방탄복 입었다고 군대인 줄 아십니까? 갑자기 군인 코스플레이를 하시려고 하시네. 그리고 2기밖에 차이 안 나면서 말이야.”

“어쭈구리!”

콰앙!

멀지 않은 곳에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붉은 화염이 솟구쳤다.

“시작되었는가 보다! 다들 정신 차리고 각자 위치에서 몸조심해라! 알았지? 특히 3팀!”

“아! 팀장님! 3팀에 여자 2명 있다고 너무 편파적인 걱정하시는 거 아닙니까?”

팀원이 양정석 대리가 식 하니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시끄럽고! 다들 정말로 몸조심들 해! 가자!”

박기웅 팀장의 말에 팀원들은 고개를 한 번씩 끄덕이고는 각자 자리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시각, 베이천구 공업단지 15구역 북동단 외곽.

쿠앙! 콰아아앙!

10여 층 빌딩 사이로 도로를 따라 빠르게 비행하던 중갑강습대원 한 명이 어깨에 장착된 40mm 휴대용 활성탄을 연속으로 발사했다.

퍼엉! 퍼엉!

슈우우우욱~ 슈우우우욱~

하얀 연기를 뿌리며 날아간 활성탄은 그대로 도로를 따라 기동하던 장갑차 상부에 차례대로 착탄 하며 폭발했다.

활성탄 구경은 40mm밖에 안 됐지만 3세대급도 안 되는 구형 장갑차의 상부 장갑 정도는 쉽게 깨버렸다.

일렬로 달리던 제35차량화보병여단 소속의 85식 장갑차들은 갑작스러운 활성탄 공격에 당하면서 중심을 잃고 건물에 처박히거나 아니면 도로 한가운데 멈춰서 시꺼먼 연기와 함께 붉은 화염을 뿜어냈다.

“상공이다. 상공!”

장갑차 부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듯한 장교 하나가 해치 밖으로 몸을 내밀어 하늘을 보더니 왼손에 쥐어진 통신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짙은 황사와 검은색 장갑 덕분에 잘 보이진 않았지만, 가끔 건물 창문에서 비치는 불빛으로 간혹 육안으로 보이기도 했다.

통신망으로 전달된 지휘관의 말에 85식 장갑차들은 25mm 기관포를 최대 고각까지 올리고는 사격했다.

빠바바바바방! 빠바바바바방! 빠바바바바방!

10여 대의 85식 장갑차에서 25mm 기관포탄이 건물과 건물 상공으로 솟구치며 날아갔다. 어떤 기관포탄은 건물 한쪽 벽면을 훑으며 지나가자 크고 작은 건물 파편들이 지상으로 쏟아졌다.

하지만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는 중갑강습대원을 맞추기엔 역부족이었다. 방금 활성탄을 발사했던 중강강습대원은 놀리기라도 한 듯 마치 공중고개를 하듯 180도로 회전을 하더니 다시금 어깨에 장착된 40mm 활성탄을 장갑차들을 향해 발사했다.

콰앙! 콰아앙!

여러 대의 85식 장갑차들이 속수무책으로 활성탄을 뒤집어쓰고는 폭발했다. 공장지대가 모여있는 15구역은 시내 중심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당연히 시내 안쪽으로 갈수록 도로는 복잡했고 15구역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제35차량화보병여단 소속의 각종 장갑차와 전차, 그리고 여러 종류의 차량은 병목현상에 의해 합쳐지면서 기동력은 떨어졌다.

붉은 제비 부대의 지휘부는 이러한 점을 이용했다. 여러 도로가 합쳐지는 교차로 같은 곳에서 기동력이 떨어진 장갑차와 전차들이 우물쭈물 기어가다시피 하자 상공에서 비행하던 중갑강습대 대원들은 빌딩 숲을 휘저으며 공격에 들어갔다.

선두에 섰던 장갑차들이 화염에 휩싸이며 멈춰 서자 후방에서 따라오던 장갑차들도 멈출 수밖에 없었고 그 피해는 더해갔다.

정지된 목표물은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중갑강습대의 맛좋은 먹잇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탈환 목표지점까지 몇 km를 남기고 곳곳에서 피해를 보며 전진 기동이 어려워지자 여단 지휘부에서는 장갑차에서 하차해 직접 뛰어가 탈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80여 대의 장갑차에서 하차조 보병들이 뛰어나와 15구역 쪽으로 뛰었겠다.

그리고 화염에 휩싸인 채 도로를 막고 있는 아군 장갑차들은 쟁기 달린 구난전차들 길을 터는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중갑강습대는 이러한 작업을 그냥 두지 않았다.

교차로에서 뒤집히거나 불타고 있는 85식 장갑차 여러 대를 쟁기로 밀어붙이려는 구난전차 위로 중갑강습대 대원이 직강하 비행으로 접근하고는 이내 12mm 레이저 벌컨을 상단 장갑에 쏟아부었다.

엄청난 양의 붉은 빛줄기가 상단 장갑을 두드렸다. 30m밖에 안 되는 거리였기에 강력한 12mm 레이저 빛줄기는 장갑을 관통하고는 내부를 휘저었다. 마치 쇠뿔에 달궈진 것처럼 붉게 변한 구난전차는 더는 움직이지 못하고 멈춰섰다.

구난전차까지 길을 막아버린 꼴이 되자 통신망을 통해 지휘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편, 장갑차에서 내려 분대 단위로 15구역 하이싼 공장지대로 뛰어가던 신중국 보병들을 향해 어디선가 붉은 빛줄기가 쏟아졌다.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팟팟팟! 팟팟!

갑자기 쏟아진 빛줄기에 신중국 보병들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옥수수 쓰러지듯 바닥에 나뒹굴었다.

“1-3섹터 컷 완료!”

조금 전까지 TCS(투명은폐시스템) 모드로 모습을 숨기고 있던 특전사 한 명이 작은 도로를 따라 뛰어가는 신중국 보병을 보고는 사격을 가한 것이었다.

현재 180명의 특전사는 하이싼 공장지대로 이어지는 모든 도로 곳곳에서 TCS(투명은폐시스템) 모드 상태로 신중국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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